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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Aug 23. 2020

[20-08-03] 주간제이팝

유즈, 노벨브라이트, 마츠토야 유미, 에이위치 등

[Single]


유즈(ゆず) ‘公私混同’

‘二人三脚’ 이후 약 5년 만에 두 멤버, 키타카와 유진과 이와사와 코지의 공동 사/곡으로 완성되어 있는 곡이다. 약간 멜로디에서 세카오와의 어떤 노래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블랙뮤직의 뉘앙스를 살짝 얹어낸, 유즈 스타일의 무한긍정 팝송으로 세대구분 없이 호응을 얻을 노래. 포크라는 장르적인 한계는 진작에 극복했다는 듯, 중간중간 일렉트로니카와 펑크(Funk)를 오가는 모습이 음악적 자유를 엿보게 한다. 


노벨브라이트(Novelbright) ‘Sunny drop’

피아노의 경쾌한 터치감으로 그룹 특유의 서정성을 더하는 밴드의 신곡. 스피디한 벌스와 완급을 조절하며 절정을 견인하는 후렴의 태그가 인상적이며, 대중적인 멜로디의 송 라이팅과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완벽한 호흡의 연주는 점차 무르익어가는 역량을 확인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정규작 이후 더 넓은 영역으로 나아가려는, 팀의 잠재력이 맘껏 발현되고 있는 기분 좋은 팝 록 트랙. 


사이토 카즈요시(斉藤 和義) ‘一緒なふたり’

작년 CM 송으로 사용되었던 곡을 가져다 홀로 다중녹음을 통해 완성해 낸 노래로, 어쿠스틱 기타에 무심한 듯 따뜻하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가고 싶을 때 가고 싶은 장소에 자유롭기를 염원하는 그의 마음은 2분 20여초의 짧은 러닝타임에도 조금의 훼손없이 듣는 이의 공감대를 획득하고 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그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듯. 


마츠토야 유미(松任谷 由実) ‘あなたと 私と’

불멸의 팝 감각으로 여전히 활발하게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는 유밍. 전성기 때와 별반 다를바 없는 사랑에 대한 애절함을 멜로디와 곡조에 가득 담아내고 있는 로맨틱한 노래를 통해 아직 자신은 여전히 현역임을 떳떳하게 선언하고 있다.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다양한 신스 톤의 조합은 왠지 모를 아련함을 선사하며, 갈수록 여러 악기가 더해짐에도 일관성을 유지하는 편곡은 그가 대중음악 신의 몇 안되는 대가임을 재차 깨닫게 한다. 지금에도 여전히 걸음을 멈추지 않으며 신규팬들을 창출하고 있는 레전드의 저력, 이 곡을 통해 체감할 수 있다.  


도쿄지헨(東京事変) ‘赤の同盟’

밴드로서는 통산 3번째 연속 드라마 타이업이기도 한 노래이나, 특별히 드라마에 초점을 맞추고 작업한 것 같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이자와 이치요의 작곡인 만큼 전반적으로 피아노의 선율이 러닝타임을 리드하고 있으며, 특히 중반 이후 펼쳐지는 건반의 독주는 클래식한 면모를 더해 독자적인 감성을 자아내는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하고 있다. 특유의 복잡다단함과 동시에 일부러 귀에 조금 불편한 이펙팅을 부여하는 사운드 메이킹은 여전하며, 갑작스럽게 끝을 내는 듯한 구성 역시 파격을 지향하는 그들답구나 싶다. 확고한 정체성으로 여전한 매력을 뿜어내는 밴드의 신곡. 


히츠지분가쿠(羊文字) ‘砂漠のきみへ’

부유감 있는 사운드, 시니컬한 보컬 속에서 느껴지는 청아한 우울감. 좀 더 리드미컬 해지고, 전체적으로 힘이 붙은 모양새지만 그들이 지향하는 궁극적 정서는 그대로다. 오히려 뒷심이 붙으며 본인들이 하고자 했던 음악의 실체가 더욱 강하게 와닿는 듯한 느낌. 중반부 이후 더해지는 퍼즈 톤의 기타는 사이키델릭의 어느 한 사조를 접하듯 강한 인상을 남기고, 동시에 성장과 진화를 거듭해 구축한 자신들의 폼을 대중들에게 선명히 보여준다. 노래를 닫는 기타의 처연한 솔로잉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은, 최근 접한 노래들 중에서도 손꼽을 만한 좋은 완성도의 록 트랙.


[ALBUM]


에이위치(Awich) < Partition >

올해 초 선보인 정규작이 준 충격을 잊기도 전에 다시금 임팩트를 가하는 미니 앨범. 당초 세상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콘셉트로 앨범을 준비 중이었으나, 분리와 차별이 격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에 대한 비판과 조롱을 담아 지금과 같은 타이틀의 작품을 발매하게 되었다고. 한 힙합 이벤트에서 솔로 여성 뮤지션으로서 헤드라이너를 맡았을 때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역동적이면서도 중독적인 힙합 트랙 ‘Shook Shook’, 남편이 세상을 떠났을 때의 격한 감정을 극적으로 담아냄과 동시에 그로 인해 변한 자신의 삶에 대한 각오를 어그레시브한 플로우로 담아낸 ‘Patrona’, 이어 그럼에도 자신이 행복해지는 것이 이러한 비극적인 상황에 대한 가장 바람직한 복수임을 되새기는 ‘Revenge’, 현 시국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반복되는 신스루프 위에 빼곡하게 태운 ‘Awake’ 등. 자신의 삶과 가치관을 솔직하게 담아냄으로서 음악적으로나 메시지적으로나 깊은 여운을 남기는 주목작. 꼭 힙합 팬이 아니더라고, 이 앨범은 반드시 들어보기를. 


마이클 카네코(Michael Kaneko) < ESTERO >

마니아를 불러모으며 단단한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는 프로듀서 겸 싱어송라이터의 첫 정규작. 일반적인 일본의 정서를 비껴간, 힙합과 알앤비, 록 등을 자유자재로 섞어 자신의 음악으로 체화시킨 11개의 트랙이 충부한 감수성과 여유라는 물을 줄 준비를 마친 상태다. 펑키한 곡조와 멜로우한 정서를 믹스매치 시킨 ‘Breakdown’, 고전적인 미국의 어덜트 컨템포러리를 떠오르게 하는 고즈넉한 느낌의 ‘Tides’, 변칙적인 박자와 구성으로 경험치 못한 그루브를 선사하는 ‘When We Were Young’ 등 현 일본음악 신의 주된 경향과 변화를 함께 담아내고 있는,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음과 동시에 여러 레트로의 유산들을 되돌아보게끔 하는 시대초월의 작품.



마이 퍼스트 스토리(MY FIRST STORY) < V >

블루지한 인트로가 단숨에 듣는 이를 사로잡는 ‘アンダーグラウンド’에서 느껴지는 것은, 단순히 스트레이트한 록을 부르짖는 1차원적인 팀에서 벗어나 진화를 완수했다는 일정의 선언이다. 팀 특유의 에너지가 흘러 넘치는 파워풀한 트랙 ‘無告’,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와 일렉트로니카의 이색적 크로스오버를 시도한 ‘Plastic’, 밴드의 중추가 히로의 보컬임을 다시금 깨닫게 만드는 서정적 록 발라드 ‘ハイエナ’, 록 페스티벌에서 울려 퍼지면 그야말로 난리가 날만한 강렬한 업템포 ‘1,000,000 TIMES’ 등 앨범 전체적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이젠 확실히 자신들만의 정체성이 확립되었음을 느끼게 해주는 구성으로 마감질되어 있다. 여러 강성의 록 밴드들 사이에서, ‘우리들은 결국 살아남아 더 큰 세계를 꿈꾼다’라고 선언하는 듯한 팀의 6번째 정규작. 


2020/08 황선업(sunup0.and.down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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