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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Aug 30. 2020

[20-08-04] 주간제이팝

리사, 크리피 넛츠, 코다 쿠미 등

[Single]

리사(LiSA) ‘マコトシヤカ’

‘紅蓮華’의 메가히트로 보다 폭넓은 지지기반을 획득한 싱어의 새 싱글로, 10월 발매를 앞둔 정규작 < LEO-NINE >의 수록곡을 한발 앞서 선보이는 셈이다. 강렬한 디스토션을 동반한 업템포 록 튠으로, 유니즌 스퀘어 가든의 타부치 토모야가 곡을 제공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뻥 뚫려있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듯한 경쾌한 곡조가 유니즌 스퀘어 가든의 여러 곡을 연상케 하면서도, 가창자 본인의 색깔 역시 잘 묻어나 있어 여러모로 긍정적인 시너지를 내고 있는 노래. 


프라이데이 나잇 플랜스(Friday Night Plans) ‘Kiss of Life’

이번 곡에선 왠지 모르게 시바타 준의 음색이 묻어나오는 듯한 느낌이. 트렌드의 최전선에서 자유로이 여러 블랙뮤직을 유영하는 그의 가창엔 어느때보다도 제이팝의 감성이 스며 있다. 그것이 곡조나 선율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보다 노래 자체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은연 중에 묻어난 감성적인 측면의 발로가 아닐지. 여전히 감각적이면서 공백이 많은 비트를 조금씩 헤집고, 자신의 신비스러움을 슬며시 대중에게 전달하는 그의 매력이 보다 직관적으로 드러나 있다. 


코다 쿠미(倖田 來未) ’Lucky Star’

긴 어둠을 뚫고 다시금 조금씩 빛을 보고 있는, 어느덧 중견 댄스가수로서 그 자존심을 당당히 지키고 있는 코다 쿠미의 신곡. 그 역시 트렌드에 부합하는 사운드를 조금씩 접목하고 있지만, 여전히 멜로디 중심의 대중친화적인 전형적인 제이팝을 무기로 활동하고 있음을 이 곡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잠시 그를 잊고 있었던 이들에게 아직 살아있음을 적극적으로 피력 중인, 코다 쿠미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맘껏 방출해 낸 명쾌한 댄스 뮤직. 


파스피에(パスピエ) ‘SYNTHESIZE’

중독적인 신스리프와 몸을 들썩이게 하는 베이스 라인. 펑키한 측면을 강조해 시티팝 리바이벌의 흐름에 합류한 듯한 모습을 보이는 밴드의 신곡. 펑크(Funk), 디스코, 뉴잭스윙, 재즈 등을 흔들고 섞어 만든, 발랄하면서도 묵직한 도수 높은 칵테일과 같은 느낌을 준다. 이 과정에서 기타는 그 볼륨과 비중이 감소, 보다 다양한 작법으로 팀의 정체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노래. 


토리코(tricot) ‘サマーナイトタウン’

여태껏 들어온 이들의 음악 중 가장 대중적인 방향성을 띄고 있지 않나 싶다. 전매특허와도 같았던 연주에서의 불규칙성은 줄어들고, 가창엔 보컬멤버외 키다 모티포와 히로미 히로히로도 함께 참여해 보다 ‘노래’에서 파생되는 매력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세명이 화음을 맞추는 프레이즈를 듣다 보면 이게 토리코가 맞나 싶을 정도. 그래도 밴드의 구심점인 탄탄한 연주 사운드는 여전히 곡의 중추에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기존 팬들은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을지도. 


[ALBUM]



크리피 넛츠(Creepy Nuts) < かつて天才だった俺たちへ >

약간은 찌질하면서도 귀여운 캐릭터, 랩뮤직임에도 기존의 힙합 신과 살짝 거리를 둔 팝친화적인 사운드와 뜨거운 메시지를 전하는 DJ&MC 듀오의 근 1년만의 새 EP. 이전에도 워낙 독자적인 노선과 잘 들리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많은 지지를 얻었던 이들이었으나, 이번은 더더욱 파워업. 좀 더 응축되고 중독적인 사운드와 뛰어난 딜리버리의 쫀쫀한 래핑이 음악으로만 들어도 충분한 매력을 담아내고 있으며, 그 안에 가사를 한발 더 들여다 보면 여러 인생에 맞닿아 있는 이야기들이 왠지 모르게 마음을 뜨겁게 할 것이다. 


피아노와 트럼펫의 이중주가 곡을 풍성하게 이끌고 감과 동시에 귀에 꽂히는 플로우가 듣는 이의 청각에 단단히 자리잡는 ‘ヘルレイザー’, 트랩 비트의 트렌디함과 본인들만의 독자적인 퍼포먼스가 부딪혀 만들어 내는 특이한 아우라가 인상적인 ‘耳無し芳一Style’에 이어지는 것은 스다 마사키와의 콜라보레이션 작품. 스다 마사키가 가지고 있는 그 자유로운 로커의 이미지를 팀과 잘 조화시킨 곡들도 일관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하이라이트를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 모두가 신동이자 천재라고 불렸지만 깎이고 다듬어져 평범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마지막 트랙 ‘かつて天才だった俺たちへ’까지. 어디에서도 만나볼 수 없는 유니크한 세계관을 통해 자신들의 영역을 단단히 구축한 듀오의 수작, 


빔(BIM) < Boston Bag >

여러 압박과 내면의 고민으로 인해 조금은 어렵게 작업했다는 전작에 비해 여러 프로듀서와 함께 보다 즐겁게 작업했다고 스스로 회고하는 그의 두번째 정규작. 더 여유로워진 마인드 아래 다채로운 그만의 힙합이 11개의 트랙에 빼곡히 담겨 있다. 트랙메이커 STUTS와의 좋은 호흡을 체감할 수 있는, 감성적인 싱잉-랩 트랙 ‘Veranda’, 비트를 받고 1시간 반만에 완성시킨 지친 삶에 쿠션이 되어줄 편안함을 선사하는 ‘Cushion’ 등은 자기주도적으로 만들어 나간 트랙들. 반면 부유감 어린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KZM과의 멋진 듀엣곡 ‘One Love’, 붐뱁을 기반으로 레트로한 멋을 보여주는 KEIJU와의 합작 ‘Jealous’, 밴드 세로(cero)의 멤버 타카기 쇼헤이가 리드미컬한 주술을 불어 넣은 도회적인 느낌의 ‘Tokyo Motion’, 마지막을 장식하는 공격적이면서도 로킹한 ‘Non Fiction’은 밴드 노 버시즈(No Buses)와 함께 하는 등 자신의 가능성을 타인의 도움을 통해 맘껏 개방해 낸, 듣는이로서도, 본인으로서도 여러 의미를 부여할만한 작품이다.


카미시라이시 모네(上白石 萌音) < note >

챠토몬치의 하시모토 에리코가 청량한 멜로디와 가사를 제공한 ‘白い泥’,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유키 작사/나부나 작편곡이라는 신구의 콜라보레이션이 성사된 ‘永遠はきらい’, 글림 스팽키의 손길이 그대로 묻어나는 블루지한 록 트랙 ‘From The Seeds’, 이키모노가카리의 미즈노 요시키가 소매를 걷어 붙여 만들어 낸 왕도 발라드 ‘夜明けをくちずさめたら’, 안도로프(androp)의 프론트맨 우치사와 타카히토의 넓은 스펙트럼이 곡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는 ‘ハッピーエンド’, < 너의 이름은 > 부터 인연을 이어 온 래드윔프스의 노다 요지로가 제공한 감성적인 발라드 ‘一縷’까지. 


이보다 화려할 수 없는 크레딧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성우 겸 가수 카미시라이시 모네의 세번째 정규작. 앞에 이야기한 여러 유명 뮤지션들의 참여로 볼거리 들을거리 모두 산재해 있는 작품이다. 다만 몇몇 곡에는 너무 가수 본인이 크레딧에 묻혀버린 느낌도 없지 않아 든다. 참여 뮤지션들의 색깔을 그가 어떤 모습으로 해석했는가에 초점을 두고 들으면 더욱 좋을 앨범.


첼미코(chelmico) < maze >

미로가 아닌, 마제(混ぜ : 섞다)라는 의미를 내포한 앨범명 만큼이나, 다양한 게스트 크리에이터와 엮이고 섞여 펼쳐내는 그들의 세계. 메이저 데뷔 이래 3번째가 되는 본작은 랩을 기반으로 한 팝 뮤직의 가능성을 다양한 각도로 시험해 보는 다채로운 결과물로 채워져 있다. 속도감 있는 래핑과 감칠맛을 배가하는 기타 솔로잉이 여름 분위기를 자아내는 ‘Easy Breezy’, 에너지와 활기만이 자신들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아님을 증명하는 키보드 리딩의 멜로우 트랙 ‘どうやら、私は’, 제목처럼 레트로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따스한 댄스 뮤직 ‘Disco(Bad dance doesn’t matter)’ 등 앞서 소개한 크리피 넛츠처럼, 랩이라는 형태만 남겨둔 채 보다 폭넓은 장르를 수용해 자신들만의 팝 뮤직을 만들어나가는 그 여정이 흥미롭게 담겨 있다. 


오야마다 소헤이(小山田 壮平) < THE TRAVELING LIFE >

안디모리, AL을 거쳐 정말 방랑하듯 음악활동을 지속해 온 그의 음악 커리어에 딱 맞는 앨범 타이틀이 아닌가 싶다. 실제 이곳저곳을 다니며 얻은 영감을 기반으로 만든 작품이긴 하나, 개인적으로는 오야마다 소헤이의 삶 그 자체를 조망하는 듯한 느낌의 작품으로 다가온다. 어쿠스틱 기조의 소박한 포크 사운드에 살랑살랑 실어 보내는 그의 관조적인 자세 역시 어느 한 곳에 머물지 않는 그 삶의 자세를 직접적으로 가리키고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


기타와 하모니카를 기반으로 한 연주, 특유의 비유와 은유가 살아 숨쉬는 가사를 통해 가장 그다운 트랙을 완성시킨 ‘HIGH WAY’, 후반부의 이국적인 피리소리가 인상적인 ‘旅に出るならどこまでも’, 안디모리 시절이 생각나는 기타리프와 가창으로 일관하는 ‘OH MY GOD’, 인도에서의 추억을 복기하는 경쾌한 로큰롤 ‘Kapachino’ 등 그간 해왔던 음악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일상적인 언어로 특별한 감흥을 주는 오야마다 소헤이의 또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가져다주는 작품이다. 


안도 유코(安藤 裕子) < Barometz >

2016년 9번째 정규작 이후 약 4년 5개월만에 발매되는 작품으로, 기존 일본음악과는 선을 긋는 특유의 클래시컬하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곡들로 가득차 있다. 고즈넉한 현악세션과 안정감을 주는 드럼의 비트가 그의 음색과 맞물려 절정으로 나아가는 그 과정이 왠지 모를 위안이 되는 7분여의 대곡 ‘一日の終わりに’, 꿈결을 떠도는 듯한 비트와 가창에 이어 후반부에 펼쳐지는 웅장한 편곡과 코러스가 잠시 바쁜 일상을 내려놓게 하는 ‘Tommy’, 1990년대 팝발라드의 감성을 가득 머금어 2020년대의 캔버스에 다시 한 번 흩뿌리는 ‘曇りの空に君が消えた’ 등 천천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 결국 비견할 데 없는 감동과 위로를 선사한다. 빠르기만을 재촉하는 삶과 떨어져 잠시 여유를 찾고 싶다면, 휴일에 머리를 비우고 가만히 앉아 이 앨범을 플레이해보기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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