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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Sep 06. 2020

[20-09-01] 주간제이팝

요아소비, 사우시 도그, 이키모노가카리, 사일런트 사이렌 등

[Single]


요아소비(YOASOBI) ‘群青’

< 월간 애프터눈 >의 연재작품인 만화 < 블루 피리어드 >를 원작으로 한 5번째 싱글. ‘夜に駆ける’의 대히트 이후로 조금은 고착화되어버린 듯한 작법에서 탈피해 보다 구성에서의 묘미를 보여주고 있는 곡이다. 키보드 중심의 리드미컬함은 여전하지만, 곡 중간 일렉트로니카 리듬과 현악의 조합이라던지, 합창 프레이즈로 드라마틱하게 곡을 닫는 등 최근의 반응을 의식한 변화를 담아내내고 있다. 또 한번의 전환점을 마련함과 동시에 개인적으론 이제까지의 디스코그라피 중에선 가장 인상적인 노래이기도. 


이키모노가카리(いきものがかり) ‘きらきらにひかる

현악 오케스트레이션에 바싹 힘을 준, 비장한 느낌의 클래시컬 팝 발라드로 기존에 대중친화적인 그들의 노선과는 살짝 거리를 두고 있는 노래다. 그간 매너리즘인가 싶을 정도로 다소 재미없는 곡들이 이어졌던 반면, 이번만큼은 후반부로 갈수록 힘을 붙여 나가는 점층적 구성의 편곡이 듣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風が吹いている’ 이후 가장 대곡 지향적인 트랙이 아닌가 싶으며, 첫인상엔 다소 올드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것을 곡 전체의 완성도로 눌러버리는, 편곡을 맡은 시마다 마사노리에게 많은 공을 돌려야 할 것 같은 흥미로운 트랙.


다다레이(DADARAY) ‘GALS’

개인적으로 단순히 ‘청취’ 측면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카와타니 에논의 프로젝트는 바로 이 팀이라 생각한다. 펑크, 디스코 등 1980년대 레트로의 잔향을 한껏 담아낸 이 노래에서도, 레이스와 에츠코 이 두 보컬리스트는 장르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동반해 멋진 보컬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꿈결 같이 퍼져나가는 신시사이저의 안개 속에서 명확히 가야할 길을 제공해 주는 중독적인 후렴구, 곡을 마무리하는 디스토션-보컬 애드립의 조화 등 들어야 할 체크포인트가 산재해 있으니, 놓치지 않도록 집중해서 들어보시기를. 


사이다 (サイダーガール) ‘落陽

에너저틱한 인트로가 없던 아드레날린까지 생성할 기세. 적어도 창작의 측면에서 사이다 걸의 기세는 올해 어떤 아티스트보다도 날이 서 있는 느낌이다. 올 초에 선보였던 앨범도 좋은 곡들이 산재해 있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는데, 이 싱글 역시 전혀 처지는 기색 없이 그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기분 좋게 퍼져 나가는 특유의 사운드메이킹, 기승전결의 포인트를 잘 이해하고 있는 여러 프레이즈들과 이를 음악적으로 훌륭히 구현하는 연주까지. 올해의 팝 록을 언급할 때 사이다 걸이 빠져서는 안되는 이유를 하나 더 만들어낸 느낌. 


알리(ALI) ‘MUZIK CITY(feat. なみちえ, Alonzo & 6B)

머리보다 몸을 먼저 반응하게 만드는 펑키한 기타리프와 애드립. 곡 전반에 팽팽한 텐션을 유지함과 동시에 블랙뮤직을 기반으로 한 멋진 댄스 뮤직을 격조 있게 주조해내는 놀라운 역량. 펑크/소울/재즈/라틴 등의 루츠 뮤직과 힙합을 결합한 크로스 오버밴드의 싱글로, 도쿄스카파라다이스오케스트라와 사나바건을 합쳐 놓은 듯한 느낌을 주는 트랙이다. 일본과 유럽, 미국, 아프리카 등 다국적의 멤버들이 모여 만든 팀인만큼 그 가능성이 보다 다채로운 음악으로 구현되는 느낌이며, 특히나 그 그루브 측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흥겨움을 유발하는 문제작. 다른 걸 다 차치하고서도, 일단 음악 자체가 너무 멋있다. 그야말로 이주의 발견. 


페이스(FAITH) ‘Headphones’

올 초 선보인 < Capture it >을 통해 자신들만의 틴 팝/록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려낸 밴드의 새 싱글. 여전히 발랄하면서도 활기찬 그 기운이 이어폰을 너머 듣는 이들에게 적확하게 전해지고 있다. 보컬인 아카리의 청명한 음색이 가운데 자리를 단단히 잡고 있으며, 그 외 연주 멤버들의 퍼포먼스도 무턱대고 존재감을 드러내기 보다는 딱 필요한 만큼의 서포트를 자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지금의 10대가 자신들만의 공식과 해답으로 재현해내는 신세기 로큰롤.


[ALBUM]

사우시 도그(Saucy Dog) < テイクミー >

앨범차트 10위 권에 안착하며 어느덧 인기밴드로서 자리를 굳힌 듯한 밴드의 새 앨범으로, 일상에 잔존하고 있는 상처와 아픔을 서정적인 기타 록으로 표현하는 그들의 장점이 잘 발현되고 있는 작품이다. 이시하라 신야의 여운을 남기는 특유의 보이스 컬러와 함께, 특별하지 않은 언어로 동세대의 섬세한 마음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는 7개의 트랙은 감상을 끝마치고 난 후에 그 감정을 더욱 곱씹게 만들 터. 


이들의 히트곡인 ‘いつか’의 노선을 잇는, 툭하고 내뱉는 사랑고백 ‘結’, 인트로의 인상적인 코드 진행에 이어지는 돌아올 수 없는 관계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아낸 ‘シーグラス’, 활기차면서도 막연히 희망적이지는 않은 팀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BLUE’ 등 자신들이 어떤 팀인가를 명확히 규정함과 동시에 메인스트림의 또 다른 주축세력이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BBHF < BBHF1 - 南下する青年 - >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활동 종료 후 멤버 세명이 다이키(DAIKI)를 맞아들여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 BBHF의 두번째 정규작은, 2CD에 18곡이라는 큰 스케일로 듣는 이들을 압도한다. 홋카이도 출신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살려 “북에서 남으로 여행하는 한 청년의 이야기”를 주제로, 포스트 록, 일렉트로니카, 민속음악과의 접점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가는 오자키 유키의 총체적인 음악세계를 지긋이 맛볼 수 있는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공간감을 부여한 전자음을 개입시켜 새로운 차원으로 듣는 이를 유도하는 ‘Siva’, 각 소스를 잘게 쪼갠 후 재배치해 새로운 음악으로 재창조되는 그 모습이 여실히 담겨 있는 ‘リテイク’, 선 굵은 인트로의 기타리프와 원초적인 역동성을 담아낸 비트와의 조화가 예사롭지 않은 ‘僕らの生活’ 등 여러 실험이 대중성을 기반으로 자유로이 펼쳐져 있으며, 시간을 내 차분히 집중하며 들으면 더욱 좋을 작품이다. 몰입하면 몰입할수록 더욱 마음 속을 파고들 것이기에, 집중해 긴 호흡 속에서 듣기를 추천한다. 


사일런트 사이렌(SILENT SIREN) < mix10th >

결성 10주년을 기념하는 7번째 정규작. 팝핀 파티의 아이미가 피처링한 ‘Up to you’의 묵직한 록 사운드는 그들의 성장을 엿보게 하고, 골덴 봄버의 키류인 쇼가 제공한 ‘聞かせてwow wowを’는 이러한 독특한 노선의 곡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이미 싱글로 선보였던 신스 록 노선의 ‘四月の風’와 단단한 합주가 인상적인 ‘HERO’ 역시 앨범의 탄탄한 완성도를 받쳐주고 있는 필수 트랙이다. 쉬지 않고 달려온 그 경험치가 고스란히 역량으로 환산되어 있는 작품이며,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내가 다 미안해질 정도의 좋은 곡들이 산재해 있어 자주 듣고 있는 중이다. 머리 비우고 듣기 좋은 팝 록을 찾는다면, 아마 이 작품이 적격일지도. 


펭귄러쉬(ペンギンラッシュ) < 皆空色 >

점점 밴드 음악에서 기타의 볼륨이 줄어들고 있는 시대다. 밴드라는 형태만을 남겨둔 채 여러 장르와의 결합을 통해 자신들만의 음악사조를 창출해내고 있는 요즘, 이 팀 역시 재즈와 소울에 크게 지분을 내어주는 크로스 오버를 통해 이색적인 분위기를 대중들에게 선사해주고 있는 중이다. 이 4인조 밴드의 세번째 정규작이자 메이저 데뷔작이기도 한 본 작품은, 딱히 대중들이 원하는 ‘팝’으로서의 모습은 고려하지 않은 듯한 밀도 높은 장르음악이 한가득 담겨 있다. 


고풍스러운 재즈 피아노와 역동적인 베이스/드럼의 하모니가 보컬 미요의 허스키한 음색과 톱니바퀴 돌아가듯 맞아떨어지는 ‘に○に○’, 독특한 박자운영과 신스 베이스의 이색적인 뉘앙스가 정체성있는 사운드를 구축하는 ‘Turntable’, 밴드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화려한 앙상블이 러닝타임을 마무리하는 ‘色彩’ 등 펭귄러쉬라는 팀이 어떤 음악을 하는지를 응축해 보여주고 있어, 이들의 입문작으로도 충분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작품.


카네요리마사루(カネヨリマサル) < MY FAVORITES >

쓰리피스라는 단순함의 미학. 정제되지 않은 거친 록 사운드와 대중친화적인 선율을 통해 록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신진 밴드의 의욕이 흘러 넘치는 데뷔작이다. 언뜻 들으면 투박하기도 하고 아직은 어설픈 측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렇기에 낼 수 있는 그 무모할 정도의 저돌적인 에너지가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록이 가진 원초적인 에너지를 굳이 숨기지 않는 묵직한 디스토션의 ‘NO NAME’, 직관적인 리프와 좋은 멜로디만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もしも’ 등 록이 가진 매력을 자신들의 역량으로 흥미롭게 어레인지 하고 있는 그 모습에서 청춘의 열기를 한가득 느낄 수 있을터.


지즈에(jizue) < Seeds >

폭스 캡쳐 플랜(fox capture plan)과 함께 피아노 록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지즈에. 3인 편성이 된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으로, 트윈 보컬을 활용하는 등 보다 다채로운 시도를 담아내고 있다. 밝은 기운을 맘껏 발하는 파란 하늘 노을과 같이 느껴지는 ‘because’, 리듬을 보다 강조함으로서 긴장과 몰입을 유도하는 ‘rush’, 기타와 키보드의 협연이 한편으로는 느긋하게 한편으로는 격정적으로 펼쳐지는 ‘meteor shower’ 등 듣다보면 점점 그들만의 소우주로 빠져드는 듯한 인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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