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선업 Sep 13. 2020

[20-09-02] 주간제이팝

아이묭, 범프 오브 치킨, 챤미나 등

[Single]



범프 오브 치킨(BUMP OF CHICKEN) ‘Gravity’

애니메이션 < 思い、思われ、ふり、ふられ >의 주제가로 타이업 된, 작년 < aurora arc > 발매 후 근 1년만의 신작. 몸을 푸는 듯한 슬로우 템포 넘버이나, 치밀한 전자음악 소소와 스케일 큰 현악 세션등으로 은근 대곡을 지향하고 있는 트랙이다. 따스한 온기 어린 가사와 대중적인 선율을 듣자하니, 잠시 실험의 시기를 거쳐 조금씩 ‘우리들이 알던’ 범프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그 연장선상에 있는 노래처럼 느껴지기도.


야마(yama)  ‘あるいは映画のような’

올해의 스테디셀러 송으로 자리잡은 ‘春を告げる’를 통해 새로운 보컬로이드 프로듀서 출신 아티스트로 자리잡은 야마. 그의 신곡은 그 출신에서 느껴지는 타이트한 프로그래밍 기반의 음악을 공통적인 양식으로 가져가되, 자신의 섬세한 보컬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노래다. 신시사이저의 활용에서는 신스팝 내지는 시티팝 리바이벌이 그려지기도 하나, 요아소비나 이브, 레오루 등 같은 태생의 아티스트들과 비교하면 다소 자신만의 특징이나 음악적 임팩트가 조금은 약하지 않나 싶다. 차근차근 해결해 가야 할 문제. 



레키시(レキシ) ‘ギガアイシテル’

이케다 타카후미의 솔로 유닛 레키시. 이번 신곡은 본인이 성우로 참여하기도 한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의 주제가이기도 하다. 키보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캐치한 선율, 관악 세션과 신시사이저의 조합을 통한 크로스오버, 중독적인 후렴구까지. 자신만의 대중적 감각을 작품에 맞게 잘 그려내, 애니메이션과의 싱크로율도 꽤나 높지 않을까 싶다. 외양만 보고 코미디언인가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음악적 공력이 단단한 뮤지션이니 이번 음악이 맘에 들었다면 다른 곡들도 찾아 들어보기를. 


데프 테크(Def Tech) ‘Like I Do’

데뷔앨범  < Def Tech >(2005)가 역주행 신화를 이끌어 내며 인디로서는 이례적인 2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던 그 때가 기억난다. 아무래도 전성기는 조금 지난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이름이 보인 데가 음악도 좋아 간만에 소개. 여름 해안가에 어울릴 듯한 우쿨레레와 두 멤버의 화음이 일상에 지친 심신을 말끔하게 씻어내고 치유해 줄 듯 하다. 업템포의 활기찬 넘버들을 주로 선보이던 이들이기에 이러한 슬로우 넘버가 낯설법도 하지만, 그 안에도 특유의 리듬감이 내재되어 있으며 노래와 연주가 과함이 없어 힐링뮤직으로 안성맞춤일 듯한 노래. 간만에 데뷔 앨범을 찾아 들어보게끔 하는, 시간여행을 재촉하는 트랙이기도. 


이케다 토모코(池田 智子) ‘Walkin’’

레트로 팝록 사운드를 선보였던 밴드 시기 주니어(Shiggy Jr.)의 해산 후 1년여의 공백을 거쳐 보컬 이케다 토모코가 작품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자주 레이블 < tiny_mou >을 설립하고 선보이는 싱글은, 이전과는 장르도 보컬 스타일도 180도 달라진 작품. 몽환적인 비트 메이킹과 중저음 위주의 래핑은, 밴드를 쫓아왔던 이들에게도 굉장히 낯선 마주함이 될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시도를 통해 솔로 커리어의 정체성을 확립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아직 퍼포먼스 측면에서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이 조금 보이는 것은 아쉬운 측면. 


더 엔기(The engy) ‘Hold us together’

댐핑감 넘치는 비트와 날것 그대로 던져지는 듯한 거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 댄스뮤직의 사이키델릭화라고 하면 좀 설명이 될까 싶은, 크로스오버의 극한을 보여주는 밴드의 신곡. 노래와 랩, 록과 EDM 및 펑크를 오가는 많은 정보량이 응축된 이 작품은, 굉장히 독특한 뉘앙스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자유로이 피력하고 있는 곡이다. 곡 전반에 깔린 공간감을 부여한 코러스는 듣는 이를 더욱 무아지경을 만들어 놓는 일등 공신. 화려한 조명 속 큰 볼륨으로 듣는다면, 그야말로 환각에 빠져 버릴지도. 


[ALBUM]



아이묭(あいみょん) < おいしいパスタがあると聞いて >

대망의 세번째 정규작. 스톡해 둔 400여곡 중 2017~18년에 만든 곡들을 중점적으로 선별해 만들었으며, 지난 작품에 참여했던 편곡자들과 다시금 태그를 맺은 작품이기도 하다. 보다 보편적인 화자와 감성을 그리기 시작한 두번째 앨범의 연장선상에 있는 느낌이며, 때문에 대중가요로서의 안정감은 느껴지나 1집만큼의 파격이 없다는 것은 아쉽다. 하지만 가사에서 느껴지는 순간순간의 번뜩임은 여전하니 너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듯.


“너의 강함과 나의 약함을 나누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가사가 인상적인 따스한 곡조의 ‘ハルノヒ’, 아이묭이 자전거 탄 풍경에게 곡을 받으면 이렇게 되려나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는 포크 곡조의 ‘裸の心’, 개인적으로 이제껏 발표한 싱글 중 완성도 측면에서 수위로 꼽고 싶은 선율과 가사, 편곡의 삼위일체가 인상적인 ‘空の青さを知る人よ’ 등 싱글 라인은 어느때보다도 탄탄. 


보다 리드미컬한 연주에 얹히는 그의 랩에 가까운 보컬 퍼포먼스가 귀에 꽂히는 ‘朝陽’, 섹스를 남성의 시선으로 흥미롭게 표현한 ‘マシマロ’, 자신만의 길을 걸어나겠다는 의지를 무겁지 않게 풀어 낸 마지막 트랙 ‘そんな風に生きている’ 등 한 시대를 풍미 중인 싱어송라이터의 매력이 어김없이 들어차 있는 작품이다. 싱글/싱글 외 트랙으로 구분해 들어보면, 그가 커머셜 송의 기준을 어떻게 잡고 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힌트 또한 알 수 있을 듯.  


챤미나(ちゃんみな) < Angel >

어느 덧 힙합 신의 트렌드를 이끄는 아티스트로서의 존재감을 구축한 챤미나. 이번 EP는 이전과 같이 감각적이고 세련된 비트 메이킹과 퍼포먼스를 담아냄과 동시에, 하나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유기성을 강조해 보다 듣는 재미를 강조한 작품이기도 하다. 라틴 음악의 기운이 느껴지는 기타 리프가 역동성을 자아내는 ‘Angel’, 같은 기타지만 보다 블루지함을 강조해 제목에서 느껴지는 애수를 효과적으로 표현한 ‘Rainy Friday’, 앨범의 클라이막스임과 동시에 몽환적인 트랩사운드로 여운 있게 러닝타임을 마무리하는 ‘As Hell’까지. 어느덧 신인의 티를 벗고 당당히 메인스트림에 우뚝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을 것. 


카타히라 리나(片平 里奈) <  HEY! Darling > 

첫 곡인 ‘HEY!’부터 어쿠스틱을 기반으로 한 편안한 포크 록 사운드가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변하지 않는 섬세한 감성으로 작품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아티스트의 부담 없이 가까이 할 수 있는 미니앨범. 약간 템포와 톤을 낮춰 듣는 이를 친절히 기다리는 배려가 느껴지는 ‘Darling’, 인트로의 아르페지오와 가수의 포근한 음색이 좋은 궁합을 보여주는 ‘星空*’ 등 올해 초에 나오는 정규작보다는 살짝 힘을 빼고, 편안히 들려줄 수 있는 노래들을 위주로 선곡해 알차게 러닝타임을 채우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20-09-01] 주간제이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