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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Aug 07. 2020

자의식의 과잉, 그로부터 태어나는 오리지널리티

#26 오오모리 세이코(大森 靖子) < 洗脳(세뇌) >(2014)

#26 오오모리 세이코(大森 靖子)

< 洗脳(세뇌) >(2014)

絶対絶望絶好調
イミテーションガール
きゅるきゅる
ノスタルジックJ-pop

표현력이 좋다는 것은 무엇인가. 보통은 가사에서 말하고자 하는 그 정서에 공감대가 형성될 때, 아티스트의 표현력이 뛰어나다는 말을 쓰지 않나 싶다. 예를 들어 가사는 몰라도 왠지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것 같을 때 말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는 대부분의 아티스트가 삼고 있는 지향점일 테다. 그런 점에서 오오모리 세이코는 이 작품을 통해 대중음악에 있어 ‘표현’의 개념을 전복시킨다. 공감은 커녕 오로지 과잉된 자기표현으로 향해 있는 그의 퍼포먼스는, 제이팝의 기존 어법을 전혀 다른 개념으로 전환하는 마법을 일으킨다. 이것이 오오모리 세이코 세계의 핵심이다.


신시사이저 리프 위로 '나 성격 별로라서 걔 나한테 싫은 말 못해'라고 이야기하는 ‘きゅるきゅる’와 같은 곡에서 극단적으로 드러나지만, 그의 노래는 듣는 사람을 별로 고려하지 않는다. 오로지 그 가사를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대로, 그리고 그때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를 뿐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외면받지 않는 이유는, 노랫말에서 드러나는 그의 흥미로운 자의식의 흐름과 더불어 캐치함을 놓치지 않고 있는 음악의 만듦새에 있다. ‘이 작품은 이런 보컬이어야 한다’는 설득력을 부여하는 다채로운 팝 사운드는 꽤나 강한 중독성을 선사한다. 곡들이 담고 있는 정보량이 꽤나 많음에도 이를 안정적으로 정리해내는 역량은 오랜 인디 커리어로부터 얻어낸 산물일터.


그런 정제되지 않은 매력이 아이덴티티로 정착하며 이제까지 본적 없는 새로운 싱어송라이터 상을 정립하고 있다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의 가장 큰 의의. '교과서 같은 말을 듣고 싶은 게 아냐, 꿈같은 말을 듣고 싶은 것도 아냐'라는 가사가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헤매고 싶은 그의 자아를 잘 설명해주는 것 같기도. 음악적 한계를 모두 제거한 뒤 '오오모리 세이코'라는 집만을 남겨둔, 자유도 넘치는 2010년대의 문제작.


- 수록곡-

1. 絶対絶望絶好調

2. イミテーションガール

3. きゅるきゅる

4. ノスタルジックJ-pop

5. ナナちゃんの再生講座

6. 子供じゃないもん17

7. 呪いは水色

8. ロックンロールパラダイス

9. 私は面白い絶対面白いたぶん

10. きすみぃきるみぃ

11. 焼肉デート

12. デートはやめよう

13. おまけ??スーパーフリーポップ?


2020/08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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