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테토(teto) < 手(손) >(2018)
정신없는 삶 속에서 어느덧 자신을 잃어버린 이의 절규 '拝啓(삼가아룀)', 획일화된 의무교육에 대한 분노와 격정을 담아낸 '洗脳教育(세뇌교육)', 안정을 추구하지만 결코 안정될 수 없는 일상에서 그래도 누군가를 위해 살아가겠다는 송가 '手(손)'까지. 러닝타임을 채우고 있는 것은, 굳이 잘 부르려고 하지 않는 노래와 굳이 정돈하려 들지 않은 연주다. 현실에서 살아남고자 모난 곳을 둥글게 깎아 나가는 이들에게 “그 모난 곳이야말로 진짜 너야”라며 쓰러질 듯이 기타를 치고 노래하는 방랑자의 단말마라고 할까. 로우파이의 디스토션을 기저에 깐 50여분간의 폭주. 아무런 의미도 없고 희망도 없는 시대에서 지금만을 부르짖는 그 시대정신이야말로 최근의 10년의 젊은 세대를 가장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터.
프론트맨인 코이케 사다토시의 폭격과 같은 보컬은 무의미함으로 뭉쳐진 송곳으로 분해 우리가 채 말하지 못했던 정곡을 수시로 찌르지만, 이를 받쳐주는 선이 굵은 선율과 연주는 의외일 정도의 대중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것 또한 놀랍다. 그야말로 지금 시대이기에, 지금의 그들이기에 발할 수 있는 비범함으로 꽉 차 있는 이 한 장. 이런 작품이야말로 지금은 잃어버렸지만 한때 모두가 가지고 있었던 자신만의 꿈을 다시금 꺼내게 해주는 한 장이 아닐까 싶다. 잘 다듬어지고 훈련된 이들에겐 찾아볼 수 없는, 거칠고 울퉁불퉁하기에 부딪히는 단면적이 많은 로(Raw)한 매력. 시대의 통념에 대한 하이킥을 날리는 날것의 마스터피스.
- 수록곡 -
1.hadaka no osama
2.高層ビルと人工衛星
3.トリーバーチの靴
4.奴隷の唄
5.市の商人たち
6.洗脳教育
7.種まく人
8.散々愛燦燦
9.マーブルケイブの中へ
10.Pain Pain Pain
11.拝啓
12.溶けた銃口
13.夢見心地で
14.忘れた
15.手
2020/08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