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세카이 노 오와리(SEKAI NO OWARI) < Tree >
2010년대에 들어 일본 음악신과 미디어가 어떤 방식으로 공조하는가를 물어본다면, 나는 이들을 보라 조언한다. 후카세가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이들의 관계성 등은 여러 매체를 타고 자신들의 원하는 방향으로 대중들에게 노출되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어모았기 때문. 물론 그 관심이 폭발적인 인기로 환원되는 데에는 그들의 음악이 그만큼 매력적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디제이와 투 기타, 피아노 편성으로 빚어내는 하이브리드 뮤직과 ‘세상의 끝’에서 시작한 이들이기에 써내려 갈 수 있는 철학적이고도 형이상학적인 가사. 지금까지도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 EARTH >와 < ENTERTAINMENT >의 초기 작품들은, 완연한 스타덤을 타기 전의 본령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로 충실한 마니아들을 보유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그 앨범들을 제치고 이 소포모어작이 순위에 올라야 하는가. 그것은 바로 세카오와가 보여주는 판타지의 결정판을 자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곡차곡 쌓아온 서사는 한 곡 한 곡에 의미를 부여해 메시지를 풍성히 하며, ‘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무레퍼런스의 음악실험은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확보하며 찬사를 이끌어 냈다. 마치 이전 작품들이 이에 다다르기 위한 준비운동이었다는 듯이, 조금씩 구축해 온 세계관을 하나도 남김 없이 모두 쏟아부으며 자신들의 1막을 완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간감을 살리기 위해 클래식 홀에서 녹음을 한 'スノーマジックファンタジー(Snow magic fantasy)'나, 피에로가 부리는 묘기의 긴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후카세의 심장 소리를 비트로 쓴 'ピエロ(피에로)', 불꽃놀이 소리를 킥 드럼으로 사용한 '炎と森のカ-ニバル(불꽃과 숲의 카니발)' 등은 가장 도드라지게 보여지는 증거품. 이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대표곡으로 남은 'RPG'까지. 희망이 없는 시절을 거쳐 동료와 함께 이뤄낸 결실, 그런 그들과 음악을 세상과 완벽하게 소통하게끔 하는 작품으로, ‘결핍’을 거쳐 ‘평범함’이라는 판타지를 그려내는 2010년대에 반드시 남겨야 하는 걸작.
- 수록곡 -
1. The Bell
2. 炎と森のカーニバル (불꽃과 숲의 카니발)
3. スノーマジックファンタジー (스노우 매직 판타지)
4. ムーンライトステーション (문라이트 스테이션)
5. アースチャイルド (어스 차일드)
6. マーメイドラプソディー (머메이드 랩소디)
7. ピエロ (피에로)
8. 銀河街の悪夢 (은하거리의 악몽)
9. Death Disco
10. broken bone
11. PLAY
12. RPG
13. Dragon Night
2020/08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