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사나바건.(Sanabagun.) < Octave >(2018)
최근 서구권의 많은 래퍼들이 스스로를 ‘록 스타’라고 지칭한다. 재미있는 것은, 호칭에 머물지 않고 음악에서 역시 다분히 그 뉘앙스가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디스토션이나 드럼과 같은 악기의 역동적인 사운드를 활용해 표현에 있어 자유를 획득함과 동시에 힙합의 또 다른 표현양식을 만들어 내는 그 흐름을 우리는 최근 몇 년 동안 지켜봐 왔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떠한가. 블랙뮤직과 록의 크로스오버는 일찌감치 진행되어 왔지만, 모두 보컬 중심의 알앤비 및 펑크에 보다 많은 빚을 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 그런 흐름 속 드물게 랩 뮤직과의 결합에 있어 주목할 만한 성취를 거둔 작품이라고 하면, 멤버간 그리고 앨범 트랙들 간의 유기성과 크리에이티브함이 빛나는 바로 이 앨범이다.
록의 편성으로 재즈의 골격을 만들고, 이를 랩이라는 장식물로 꼼꼼하게 마감질한 본작은, 두 관악기 멤버의 존재를 통해 독보적인 크로스오버의 장관을 보여준다. 대기를 덥히는 퍼커션과 어둠 속에서 울려 퍼지는 혼 섹션, 아날로그틱한 키보드와 기타. 이에 더해지는 스캣과 랩. “Thank you!”라는 한마디로 4분간의 여정을 닫는 수록곡 'L.G.M'은 하나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기승전결이 인상적인 트랙. 강렬한 일렉트릭 기타와 공백을 꽉 메워주는 혼 세션의 조합이 가슴 뛰는 그루브를 발하는 ‘三種の神器(삼종의 신기)’, 펑키한 기타와 청명한 플룻, 토크박스를 활용한 보컬의 삼박자가 이들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8 mans', 로맨틱한 장면을 위해 옅게 깔리는 신시사이저와 선명한 브라스를 대비시킨 '雨香(우향)’ 등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완성도의 곡들이 즐비해 있다.
밴드의 다이나믹함과 재즈의 즉흥성이 부딪혀 일부 공식화된 결과물에 일침을 가하는 유희가 유니크하면서도 흥겹다. 여러 감정을 덧대 역동성을 배가시킨 보컬 타카이와 료와 MC 이와키 토시키의 지배력 또한 상당한 수준. 일본 역시 ‘록스타’가 래퍼들과의 공동영역이 되었음을 선포하는, 2010년대 일본음악의 변화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편의 느와르.
- 수록곡 -
1. I'm back
2. 8 manz
3. L.G.M
4. Rainy day
5. 雨香
6. P・A・N・T・I・E
7. skit-1
8. Yukichi Fukuzawa
9. As time goes by
10. 三種の神器
11. Black Diamond
12. F-BOY
13. We in the street
14. skit-2
15. SFT
16. FLASH
2020/08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