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토쿠마루 슈고 < In focus? >(2012)
여러 이국적인 악기 사운드와 초창기 시부야 케이의 어쿠스틱함, 그 뒤에 들리는 칩멍크 샘플링이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경험을 선사하는 ‘Katachi’를 들으면 감이 딱 올 것이다. 이것은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지칭할 마땅한 카테고리가 없을 정도로, 그의 음악은 작법과 연주, 노래 모든 측면에서 클리셰를 격렬히 거부한다.
여느 민속음악을 듣는 듯한 경쾌한 만돌린 소리가 시원스런 바다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Gamma’, 여러 로컬 악기들이 한데 모여 빚어내는 화려한 앙상블이 주문과 같은 후렴구와 착 맞아 떨어지는 ‘Decorate’ 등. 스스로 수집한 몇백개의 악기를 자유로이 사용해 빚어낸, 우리가 알고 있는 ‘대중음악’의 범주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대중성. 일본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데엔 이처럼 국경을 초월한 자신만의 크리에이티브함이 떡하니 똬리를 틀고 있다.
보사노바를 기반으로 하되 풍성한 코러스 워크를 통해 색다른 맛을 자아내는 ‘Poker’, 단출한 어쿠스틱 곡조에 실어낸 서정성으로 팝의 기능 또한 놓치지 않고 있음을 말해주는 ‘Tightrope’ 같은 곡들도 그의 재능을 엿보기에 충분한 곡들. 다섯번째 정규작에 와서야 그의 커리어를 관통해오던, 시간과 공간의 벽을 허무는 하이브리드 음악의 궁극적 경지가 완성된 셈이다. 흉내내려고 해도 절대 흉내낼 수 없는, 고집과 장인정신이 빚어낸 2010년대의 원 앤 온리.
- 수록곡 -
1. Circle
2. Katachi
3. Gamma
4. Decorate
5. Call
6. Mubyo
7. Poker
8. Ord Gate
9. Pah-Paka
10. Tightrope
11. Helictite (LeSeMoDe)
12. Shirase
13. Micro Guitar Music
14. Down Down
15. Balloon
2020/08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