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사카낙션(サカナクション) < DocumentaLy >(2011)
데뷔 때부터 사카낙션은 다분히 미래지향적이었다. 모두가 ‘밴드’라는 개념에 종속되고 지배당할 때, 그들은 홀로 그것을 해체하고 재조립해 자신들만의 의미를 부여했다. 함께 악기를 드는 날도 있었지만, 맥북 다섯 대를 세우고 디제이로 분해 록 페스티벌을 댄스 플로어로 만들어 버리던 그들이다. 잘 갖추어진 연주자의 외관에 일렉트로니카라는 내실을 주입, ‘뉴 노멀’의 록을 만들어 내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그들. 팀의 존재의의를 본격적으로 발함과 동시에, 대중들을 향해 그 포부를 각인시키며 지난 10년의 세월 속 자신들의 발자취를 선명히 새기게 한 작품, 그것이 바로 이 < DocumentaLy >이다.
그 속에는 결정적 트랙 ‘アイデンティティ(아이덴티티)’이 있다. ‘나는 아이덴티티가 없어’라는 자조적인 가사를 반복하는 이 노래는 록으로 주조한 전자음악의 댄서블함, 그 유니크한 감성의 정점을 보여준다. 세련된 곡조임에도 원초적인 느낌의 퍼커션과 코러스를 삽입하며 절묘하게 그 중간점을 맞춰냈다는 것이 인상적. 밴드가 펼쳐내는 신스팝의 풍경이 이런 것인가를 실감케 하는 ‘モノクロトウキョー’(모노크롬 도쿄), 타이트한 비트와 서정적인 악기의 연주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エンドレス(Endless)’ 등 역동적인 가운데 침잠하고, 신나는 가운데 심각해지는 입체적인 감수성을 장르의 결합으로 구현해 내고 있다. 더불어 치밀한 일렉트로니카 리듬과 거대한 코러스 워크가 다른 차원의 하모니를 보여주는 ‘『バッハの旋律を夜に聴いたせいです。』(『바하의 선율을 밤에 들은 탓입니다.』)’ 가 있음으로서 이 거대한 사카낙션 월드는 그 완전체를 기어이 맞아들이고 있다. 10년간의 승승장구를 미리 예언한 크로스오버의 위대한 교본.
- 수록곡 -
1. RL
2. アイデンティティ
3. モノクロトウキョー
4.. ルーキー
5. アンタレスと針
6. 仮面の街
7. 流線
8. エンドレス
9. DocumentaRy
10. 『バッハの旋律を夜に聴いたせいです。』
11. years
12.ドキュメント
13. ホーリーダンス (Like a live Mix) (bonus track)
2020/08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