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호시노 겐(星野 源) < Yellow Dancer >
다른 뮤지션들이 블랙뮤직을 정체성 구축의 수단으로 활용한 것과 달리, 그는 ‘가요곡’과 ‘유행가’ 등 일본 대중음악의 탄생 과정에서 필수 불가결했던 ‘JPOP의 DNA 속 블랙뮤직’을 알리는 데 집중한다. 마치 재즈와 블루스 위에 구축한 ‘보편적 정서’로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준 당대의 작곡가 핫토리 료이치와 나카무라 하치다이처럼. 그런 연유로 이 앨범에 깃들어 있는 흑인음악의 요소들은 단순히 트렌드의 반영이라던가 차별화된 아이덴티티 구축엔 전혀 힘을 보태지 않는다. 오히려 ‘은연중에 일본인들과 함께해 온’ 흑인음악의 감수성을 일깨우는 데 온 힘을 집중하고 있을 뿐. 선조때부터 무의식 중에 내재되어 온 그 ‘융합의 그루브’를 ‘옐로우 뮤직’이라는 이름으로 다시금 소환한 셈이다.
1970~80년대의 댄스 클래식과 모타운을 놀랍도록 일본의 팝으로 체화시킨 ‘SUN’은 단연 작품의 핵심이다. 특히 마이클 잭슨을 모티브로 한 긍정적인 메시지는, 삶의 위기를 한차례 겪은 후 변화한 음악관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지점이기도. 후에 ‘恋’로도 이어지는 자신만의 인생철학을 오리엔탈 선율과 펑키(Funky)한 연주로 담아 낸 ‘時よ’ 역시 그만의 크로스오버 미학이 도드라지는 트랙이다.
그 밖에도 화려함의 끝을 보여주는 브로드웨이 튠 '地獄でなぜ悪い(지옥이 뭐가 나빠)', 키보드와 드럼의 편성만으로도 꽉 찬 사운드 스케이프를 연출하는 'Crazy crazy', 단단한 발성 속 섬세한 감정선을 100% 활용한 발라드 'ミスユ-(Miss you)' 등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트랙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일본대중음악사에서의 블랙뮤직의 역할을 되짚음과 동시에, 대중성을 겸비한 세련된 팝 앨범을 데에도 성공하고 있다는 사실. 2010년대 일본음악사 중에서도 단연 손꼽을 만한 장면이다. ‘나만의 호시노 겐’을 자처했던 < Episode >(2011) 시절 대신, 이젠 ‘모두의 호시노 겐’이 되었음을 알려주는 명반.
- 수록곡 -
1. 時よ
2. Week End
3. SUN
4. ミスユー
5. Soul
6. 口づけ
7. 地獄でなぜ悪い
8. Nerd Strut (Instrumental)
9. 桜の森
10. Crazy Crazy
11. Snow Men
12. Down Town
13. 夜
14. Friend Ship
2020/08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