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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Oct 02. 2020

[20-10-01] 주간제이팝

오오하시 토리오, 밀레니엄 퍼레이드,  유니즌 스퀘어 가든, 야바티 등

[Single]


오오하시 토리오(大橋 トリオ) ‘Favorite Rendezvous’

영어 가사, 클래식에 가까운 편곡. 평면적인 대중음악과는 궤를 달리하는 섬세한 파격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그의 신곡 역시 어디서도 느껴보지 못한 감흥을 이끌어 낸다. 플룻의 신비스러운 소리가 이끄는 그 환상적인 세계는, 아날로그 감성의 소규모 오케스트라가 빚어내는 그야말로 상상으로만 존재하던 곳. 코러스 라인을 강하게 넣어 마치 듀엣을 하듯 연출한 보컬 라인 역시 반주와 좋은 호흡을 보이며 거부감 없이 스며든다. 그야말로 일상에서 받은 상처들이 노래를 들으며 모두 치유되는 느낌이랄까. 여느 뮤지컬 영화의 OST로 쓰여도 손색없을 것만 같은 대중음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노래.


밀레니엄 퍼레이드(millennium parade) ‘Philip’

킹 누의 츠네다 다이키가 이끄는 음악집단의 신곡으로, CM송 타이업을 위해 활동 초기 발표했던 작품을 리메이크 한 노래이기도 하다. 단순하지만 둔탁한 비트와 곡의 약간의 웅장함을 터하는 현악세션 터치, 여러 톤으로 어필하는 래핑과 이펙터로 무장한 후렴구의 보컬까지. 그룹만의 세계로 진입하는 듯한 오묘한 분위기는 여전하며, 동시에 킹 누의 작품과 비교해보는 재미 또한 동시에 선사하는 트랙이다. 


차이(CHAI) ‘Donuts Mind If I Do’

플릿 폭시즈가 거쳐갔고 파더 존 미스티가 소속되어 있기도 한 시애틀의 인디펜던트 레이블 서브 팝(SUB POP)과 계약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노래. 하인즈와 함께 했던 전작 ‘UNITED GIRLS ROCK’N’ROLL CLUB’에서의 활기와는 다른 몽환적인 슬로우 넘버다. 시티 팝의 정취가 느껴지면서도 워딩이나 비트의 리듬감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구권 리스너들에게 보다 친숙한 사운드를 구현하고자 한 의도가 느껴진다. 해외활동을 메인으로 가져가면서 초기의 그 기발함은 조금 덜해진 듯 하지만, 지금의 도전에 적합한 결과물임은 분명. 


오오하라 사쿠라코(大原 櫻子) ‘#やっぱもっと’

오오하라 사쿠라코는 참 활용하기에 따라 천차만별의 색을 보여주는 보컬리스트라고 생각한다. 이는, 확실히 방향을 잡아 그 장점을 잘 살려주는 프로듀싱이 따라붙지 않으면 이상한 방향으로 버리기도 쉽다는 이야기다. 전작 < Passion >에서의 트렌디한 싱어로서의 변신도 잠시, 이렇게 올드한 발라드로 돌아와버린 모습을 보니 이전의 그 전략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다 싶다. 


재즈싱어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전작의 ‘By your side’와 같이 보다 장점을 부각할 수 있음에도, 이런 클리셰투성이의 엔카스러운 발라드를 이 시점에서 싱글 컷 하는 건지. 대중성 측면에서 보편적인 매력을 어필하기엔 좋겠으나, 가수데뷔 5주년을 거쳐 5장의 정규앨범을 낸 가수라고 하기엔 너무나 자신만의 색이 없는 느낌이다. 내가 본 오오하라 사쿠라코의 모습 중 가장 매력이 없는 모습만 모아놓은 듯한 노래, 많이 아쉽다. 


레이(伶) ‘Call me sick’

이 걸스(E-Girls)의 멤버 와시오 레이나에서 신인 솔로가수 레이로. 야심찬 첫 발걸음을 보여주는 이 노래는 간결한 구성의 업텝포 곡으로, 그만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부족함 없이 뽐내고 있다.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후렴을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으며, 새삼 이 걸스에 이렇게 노래 잘하는 멤버가 있었던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 곡 퀄리티와 가창 모두 이전의 커리어는 묻어두고 생각해도 꽤나 매력적인 바,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하도 좋을 듯. 


[ALBUM] 

유니즌 스퀘어 가든(UNISON SQUARE GARDEN) < Patrick Vegee >

작년 15주년을 맞아 대규모의 야외라이브 및 트리뷰트 앨범 릴리즈로 바쁜 한 해를 보냈던 이들. 다시금 새로운 막을 열어 젖히는 팀의 8번째 작품엔, 길지 않은 커리어 동안 차곡차곡 구축해온 ‘자신들다움’이 어느 때보다도 농후하게 담겨 있다. 대중적인 선율과 고도의 연주 테크닉이 빚어 내는 팽팽한 텐션의 팝록 송들이 베스트 앨범을 방불케 할 정도의 상향 평준화를 이루고 있을 정도. 


끝날 듯 끝나지 않는 후렴의 긴장감이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유발하는 ‘Catch up, latency’, 절묘한 호흡의 간주에 이어지는 무반주의 서정적 가창이 매력적인 대비를 이루는 ‘101回目プロローグ’, 드럼과 베이스의 리듬 파트만으로 최대한의 역동성을 이끌어내는 리드 트랙 ‘Hatch I need’, 현악 세션이 가미를 통해 러닝타임 중 가장 감동적인 한 컷을 만들어 내는 ‘春が来てぼくら’ 등 자신들만의 스탠다드를 가진 팀만이 발할 수 있는 자신감이 앨범 전체에 걸쳐 있다. 새로운 여정의 시작, 앞으로의 15년도 문제 없을 것만 같은 수작.



야바이티샤츠야상(ヤバイTシャツ屋さん) < You need the Tank-top >

크리에이티브함 측면에서 조금은 기세가 떨어진 듯한 전작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는 신작. 첫 곡 ‘Give me the Tank-top’이 뿜어내는 팀 특유의 페스티벌 분위기와 이에 부응하는 캐치한 선율이 우선 맘에 든다. 베이스의 다운튜닝으로 보다 타격감과 무게감을 자아낸 ‘泡 Our Music’, 드럼을 맡고 있는 모리모토가 ‘모리 환타지의 요정’으로서 발군의 존재감으로 드러내는 또 하나의 페스티벌 레퍼토리로 정착할 것 같은 ‘げんきもりもり!モーリーファンタジー’ 등 스튜디오 앨범만으로도 이들의 진가를 알려주는 트랙들이 즐비. 


그런가하면, 중고 찾아보면 얼마 안하니 그걸 사고 빌려간 내 DVD는 이제 그만 돌려달라는 가사의 ‘はやく返してDVD’, 인생을 자신들만의 철학으로 풀어내는 ‘はたちのうた’와 ‘寿命で死ぬまで’ 등 이들 특유의 유머감각과 긍정적인 마인드를 보여주는 곡들도 건재하다. 이들의 라이브를 체험해 본 나 같은 사람이라면, 이 앨범을 듣고선 내년 이들의 라이브에 꼭 참전하리라 맘먹은 이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이 작품에 담겨 있는 노래들과 함께 탁 트인 야외에서 관객들과 함께 뛰어노는 모습, 상상만해도 엔도르핀이 솟아오를 지경. 내년엔 제발 코로나가 진정되기를!


산가츠노판타시아(三月のパンタシア) < ブルーポップは鳴りやまない >

이번 신보 역시 보컬 미아가 써 내려간 소설을 축으로 노래와 일러스트를 제작, 미래에 대한 불안과 희망이 교차하는 청춘의 한 단면을 그려낸 작품으로 완성되어 있다. 제작 방식에 있어서는 세밀화된 분업체제로 활동 중인 사요나라 포니테일(さよならポニーテール), 사운드 측면에서는 본  프로젝트의 참가 뮤지션인 나부나가 역시 작업에 관여하고 있는 요아소비나 요루시카 등이 많이 떠오를 듯. 


독특한 박자의 리듬감이 머릿속에 맴도는 ‘恋はキライだ, 키보드와 마림바 조합의 인트로가 단숨에 시원한 바람이 부는 탁 트인 언덕으로 듣는 이를 데려가는 ‘逆さまのLady’, EDM 기조의 부유감 있는 비트들이 대기를 떠도는 그 느낌이 싫지만은 않은 ‘ミッドナイトプル-’ 등 밝은 듯 한편으로는 외로움을 한껏 품은 듯한 미아의 보컬이 여러 음악적 시도들과 함께 그려내는 청춘의 또 다른 이름 ‘블루’. 그 진정성으로 하여금 많은 이들에게 분명 위로의 메시지로 정착할 듯.


미키(MIKI) < 217 >

우리나라의 90년대 붐뱁 래퍼들을 연상시키는 장대한 스케일의 ‘Ghetto Gospel’부터 그 비장미가 듣는 이를 압도한다. 배드 합과 일본의 힙합 신을 양분하고 있는 힙합 크루 캔디타운의 대표 트랙메이커가 뉴욕의 래퍼들과의 협업을 통해 완성한 작품으로, 트렌드보단 힙합 본연의 매력을 쫓으려 한 트랙들로 장식되어 있다. 


4인조 그룹 로프 뮤직(Loaf Muzik), 언더아카이버스(Underarchievers)의 멤버이기도 한 브루클린 출신의 에이케이더세이비어(AKTHESAVIOR), 전작 < 137 >에도 참여했던 첼시 리젝트(Chealsea Reject), 2인조 프로듀서 듀오 더 백코트(THE BACKCOURT)가 피처링으로 참여. 길지 않은 러닝타임임에도 과거와 현재를 적절히 활용한 멜로우하고 무드 있는 힙한 사운드가 적절히 귀에 감긴다. 조금 강하게 어프로치하는 트랙들도 있지만, 비가 오는 어느 흐린 날 아침에 틀어 놓고 커피 한 잔 하면서 감상하기에 좋은 앨범이다. 


니시카타 리호(西片 梨帆) < 彼女がいなければ孤独だった >

수많은 음악더미 속에서 발견한 빛나는 원석. 팬으로부터 받은 편지에 쓰여진 문장을 타이틀로 한 이 메이저 데뷔작은, 어떻게 타인과 공존해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자신만의 표현법으로 풀어낸 작품이기도. 인디즈 시절의 곡을 리어레인지한 다섯 트랙과 하나의 신곡을 얹어 친절하지는 않지만 차마 그것을 거절할 수 없게 만드는 독특한 매력을 자아내는 앨범을 탄생시켰다. 투명하면서도 떨림이 있는 목소리와 정제하지 않은 록 사운드의 공존은 그것만으로도 범상치 않은 존재감을 드러낸다. 지난주의 리스트에선 제외했으나 자꾸 머리 속에 맴도는 바, 소개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 분명 색다른 감흥을 가져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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