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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Oct 10. 2020

[20-10-02] 주간제이팝

아이코, 아지캉, 나카시마 미카, 글림 스팽키 등

[Single] 


아시안 쿵푸 제너레이션(ASIAN KUNG-FU GENERATION) ‘ダイアローグ’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마자 들려오는 익숙한 대기의 록 사운드. 정말 이름표를 붙여놔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 특유의 질감은 이제 많은 록 팬들의 청각 어딘가에 깊게 새겨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반적으로 확 끌어당기거나 자극적인 부분은 없지만, 조금은 심심하기에 자주 찾게 되는 그런 미덕을 담아낸 곡이다. 정말 최근의 고토 마사후미를 보자면, 베테랑을 넘어 도인이 되어버린 듯한 생각이 든다. 절제의 매력을 지속적으로 탐구한다는 느낌이랄까. 


아이코(aiko) ‘ハニーメモリー’

일본의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로 오랜 시간 편안한 노래를 선사하는 아이코의 새 싱글. 사랑에 대한 섬세한 감정 묘사, 평범한 듯 쉬이 질리지 않는 멜로디와 가창은 여전. Verse와 후렴의 조바꿈에서 조금은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좋은 음악을 들려준다는 반가움에 모두 상쇄될 만한 사소한 불만들이다. 과거 히트곡에 매이지 않는 그의 꾸준함을 엿볼 수 있는 노래. 


이브(eve) ‘廻廻奇譚’

또 한 명의 우타이테 출신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이브. 만화 < 주술회전 >의 애니메이션화에 맞춰 오프닝 곡으로 기용된 노래로, 독자이기도 했던 아티스트 본인 역시 제안에 큰 감명을 받았다는 후문이. 명쾌한 어퍼 록 튠으로,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그의 유연한 가창이 유난히 돋보인다. 편곡을 맡은 누마의 절제된 사운드 메이킹 역시 돋보이는 트랙이다. 


빗케블랑카(ビッケブランカ) & 오카자키 타이이쿠(岡崎 体育) ‘化かしHOUR NIGHT’

남다른 크리에이티브함을 보여주는 두 아티스트의 태그. 공동작사 및 빗케블랑카 작/편곡으로 완성된 이 노래는, 원체 음악으로도 게임으로도 친분을 과시하던 두 사람의 ‘우정송’이다. 경쾌한 무드의 EDM 사운드가 따스하면서도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 캐릭터와 음악성이 분명한 두 사람이기에 그 조합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터.


[ALBUM]


와가키밴드(和楽器バンド) < TOKYO SINGING >

샤쿠하치, 소우, 츠가루샤미센, 와다이코 등 전통악기를 도입한 록 뮤직으로 많은 고정팬을 보유하고 있는 밴드의 2년 반만의 신보. 사운드의 오리엔탈 터치는 여전히 매력적으로 노래에 색을 불어넣으며, 그 외에 록으로서의 에너지도 놓치지 않고 있는 작품이다. ‘Sakura Rising’에는 에반에센스의 에이미 리가 참여해 동서양의 새로운 하모니를 담아내기도.


스즈하나 유코의 꺾는 창법이 전통악기의 바이브와 묘한 합을 이루는 하드록 ‘Ignite’, 인트로의 샤쿠하치 소리가 유난히 애달프게 들려오는 슬로우 넘버 ‘月下美人’, 기존의 편곡을 탈피해 보다 전통악기들의 존재감을 강조한 ‘Eclipse’, 그들의 루츠를 쫓아 보컬로이드의 곡을 커버한 ‘ロキ’ 등 농후한 매력의 결과물을 수록하고 있다. 자신들만의 장점을 극대화함과 동시에 대중들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은 영리한 한 장.



나카시마 미카(中島 美嘉) < JOKER >

요 몇 년간 불안정한 라이브를 통해 야기되던 우려를 딛고, 레코딩 작품에서만큼은 전성기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노래를 들려주는 나카시마 미카의 새 앨범이다. 이전의 앨범들에서 단점으로 지적했던 일관성 없는 트랙 구성은 여전하긴 하나, 그의 노래들을 듣고 싶은 이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리얼 세션의 생동감이 그대로 담겨 있는 특유의 애수가 넘치는 ‘ノクターン’, 하이도 프로듀싱의 신스 록이 갑작스러운 아드레날린을 주입하는 ‘KISS OF DEATH’, 초창기 비즈를 보는 듯한 곡조에 중독적인 후렴을 담아낸 ‘JUSTICE’, 코바야시 타케시 작곡 – 사류 듀엣으로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Happy Llife’ 등 너무나도 다른 방향성의 트랙들이 수록되어 있어 조금은 정신이 없을 것 같기도. 그래도 그 하면 생각나는 고퀄리티의 발라드 ‘innocent’가 후반부를 말끔히 정리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 나카시마 미카를 좋아했던 팬이라면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후지와라 히로시(藤原 ヒロシ) < slumbers 2 >

일본의 스트리트 컬쳐를 이끄는 크리에이터의 3년만의 작품으로, 특유의 멜로우한 감성이 러닝타임 전반에 걸쳐 있다. 64년생이라는 나이에 상관없이, 굉장히 세련된 신스팝/일렉트로니카 기조의 칠한 노래들이 수록되어 있으며 지금 세대의 트렌드와도 부합하고 있다는 점은 그가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가에 대한 반증이 될 수 있을 터. 참고로 후지와라 히로시는 도쿄에 여러 컨셉트 샵을 런칭하기도 하고, 최근 개점한 도쿄 시부야 스타벅스 미야싵타 파크점을 디자인하는가 하면, 작년엔 < 오! 라이카 오프 더 로드 >라는 전시회에 박찬욱 감독 및 오혁과 함께 참여했던 이력이 있을 정도로 다방면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발하는 중.


마치 전시회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 듯한 나레이션이 키보드 중심의 칠한 일렉트로니카와 함께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BERLIN’, 인트로의 베이스를 필두로 한 레트로한 디스코 리듬을 나즈막한 보컬에 얹어낸 ‘TERRITORY’와 더불어, 와우페달을 적극 활용한 기타 사운드와 몽환적인 일렉트로니카로 주조함으로서 자신만의 유니크한 느낌을 살려낸 사카낙션의 리메이크 ‘新宝島’가 특히 인상적. 아직까지 문화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그만의 정체성이 가득 담겨 있는 노래들에서 그의 트렌디하고 힙한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글림 스팽키(GLIM SPANKY) < Walking On Fire >

보다 장르 및 사운드 중심이었던 < LOOKING FOR THE MAGIC >을 지나,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마인드를 통해 보다 대중적인 결과물들을 담아낸 정규 5번째 작품. 실내악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타고 매력적인 가창을 뿜어내는 ‘By Myself Again’, 블루스 록을 재해석하는 솜씨가 이제 물이 올랐음을 생각케 하는 묵직한 그루브의 ‘東京は燃えてる’, 기타와 베이스의 무게감과 레이의 고음이 듣는 이를 쾌감으로 짓누르는 ‘道化は吠える’, 프로듀서 마바누아의 도움을 받아 보다 미디의 존재감을 부각시킨 ‘Up To Me’ 등 갈수록 농익어가는 듀오의 음악세계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앨범 단위로 봤을 땐 3집과 더불어 첫 손가락을 앞다투게 되는 느낌. 더불어 레미의 전매특허인, 그 목소리를 긁는 창법이 상당부분 사라졌다는 점도 주목해 들어보도록 하자.


소코니나루(そこに鳴る) < 超超 >

초절기교의 연주 스킬과 정말 함부로 흉내낼 수 없는 구성의 록 튠을 보여주는 오사카 출신 밴드의 첫번째 작품으로, 첫 곡 ‘Lament moment’의 초반 2~30초만으로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리라 생각되는 앨범이다. 예측할 수 없는 구성으로 혼을 빼놓는 매스락이라고 한다면 보통 토리코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쪽은 보다 멜로디컬하고 팝적인 측면도 강해 카테고리의 범위를 더욱 넓히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소절마다 변화하는 악기의 구성과 패턴, 리듬이 흥미롭게 다가오나, 이것이 과한 면도 없지 않아 있어 적응하는 이들에게는 이전에는 본적 없던 카타르시스를, 적응이 안되는 이들에게는 정신 사나운 음악을 하는 팀으로 비춰질 우려도 다분하다. 자신의 성향을 시험해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 앨범을 통해 직접 시험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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