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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Oct 25. 2020

[20-10-03] 주간제이팝

백 넘버, 세카이 노 오와리, 카나분, 후지와라 사쿠라 등

[Single]

백 넘버(back number) ‘エメラルド’

우리나라에서도 꽤 고정층을 확보하고 있는 밴드 백 넘버. 이번 신곡도 그들의 기대감에 한껏 부응한 노래가 될 듯 하다. 여느 때보다 강하게 어프로치 않는 디스토션을 등에 업고, 대중성을 한껏 품은 멜로디가 시미즈 이요리 특유의 음색과 맞물려 팀 특유의 시너지와 매력을 어김없이 내뿜고 있다. 대중이 밴드에게 기대하는 그 곳을 정확하게 채워주고 있는 영리한 트랙이며, 그러한 점이 팀 인기의 가장 큰 요인임을 재차 깨닫게 하는 노래다. 개인적으로 백 넘버의 업템포를 좋아하기에 평소보다 더욱 만족스러운 곡. 


세카이 노 오와리(SEKAI NO OWARI) ‘Silent’

드라마 < この恋あたためますか >의 주제가로, ‘Rain’을 떠오르게 하는 좋은 선율과 장대한 편곡의 발라드 곡이다. < eye/lip >을 기점으로 변화를 감행한 음악 스타일에 대해 ‘옛날이 더 좋았는데’하는 팬들을 종종 보곤 하는데, 지난 싱글이었던 ‘umbrella’와 이 노래가 어느 정도 그 위안이 될 법 하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편곡과 직선적으로 울려퍼지는 퍼즈 섞인 디스토션 기타, 다양한 음색의 신시사이저가 맞물려 세카오와 스타일의 슬로우 템포를 어김없이 성공적으로 완성시키고 있다. 


야마(yama) ‘真っ白

데뷔곡 ‘春を告げる’의 히트로 최근 넷 기반 뮤지션 붐을 견인한 아티스트의 신곡으로, 소니뮤직과 메이저 계약이 성사된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이기도. 리드미컬한 신스팝 기조의 ‘春を告げる’와 달리 보다 감성적이고 멜로우한 곡조가 우선 귀에 들어온다. 반주 전반적으로 보컬의 표현력을 보조하는 느낌이 들며, 와우 페달을 활용한 팜 뮤트 피킹이 깔리며 독특한 무드를 형성하는 것이 인상적. 다만 데뷔곡 만큼의 임팩트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아쉽다. 뭔가 획기적인 메인스트림 파훼법이 필요하지 않나 싶은 시점.


메가 신노스케(Megfa Shinnosuke) ‘Midnight Routine’

리버브를 통한 공간감이 마치 안개가 자욱히 깔린 풍경을 연출하는 듯하다. 전반적인 기조는 시티팝의 대기를 살짝 캐치해 담아낸 레트로 신스팝이며, 정서 또한 화려하고 바쁘지만 한편으로는 공허하기 짝이 없는 현대인의 모습을 설득력있게 담아내고 있다. 힘을 빼고 담아내는 소리들이 한곳을 향해 유영하는 느낌이 강하며, 키치한 느낌에선 시부야 케이의 흔적이 느껴지기도. 


카나분(KANA-BOON) 'Torch of Liberty'

어느 순간부터 굉장히 정돈된 록 트랙을 들려주고 있는 카나분. 이 노래 역시 밴드 특유의 캐치한 느낌은 여전하지만, 변화된 기타 톤과 헐겁지 않게 꽉 조여진 리듬파트, 풍성한 소리를 담보하는 보컬의 오버더빙 등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려는 팀의 의지가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곡이다. 전체가 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프레이즈가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으며, 중간중간 리듬에 변화를 주어 지루함을 상쇄하는 등 들을 거리가 많다. 그런데 저번부터 이상하게 유니즌 스퀘어 가든의 느낌이 난단 말이지…


사나바건.(SANABAGUN.) ‘☆チョップマン☆’

밴드 편성을 기반으로 순도 높은 리얼세션 펑크(Funk) 힙합을 들려주는 8인조의 밴드의 신곡. 우리나라의 술탄 오브 더 디스코가 생각나는, 자신들의 유쾌함을 다채로운 구성으로 극대화 한 즉흥성 충만한 트랙이다. 곡에 있어 거의 반복되는 부분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프레이즈마다 각기 다른 악기구성을 보이며, 그럼에도 곡의 흐름이 끊김 없이 유려하게 이어진다는 점이 놀랍다. 짧은 4분간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승전결 뚜렷한 전개도 이 노래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게 되는 요인. 그리고 무엇보다, 라이브에서 보면 미쳐버릴 것 같은 노래!


에이토(瑛人) ‘ライナウ’

어쿠스틱 기타 하나에 의존해 진솔한 목소리를 들려준 데뷔곡 ‘香水’가 SNS를 타고 역주행 신화를 이뤄낸 지도 몇 달이 흐른 지금, 그것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하려는 듯 야심차게 내놓은 신곡이다. 몇가지 악기가 더 붙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담백하게 접근하려는 기조를 잇고 있으며, ‘음악의 보편성’을 놓치지 않으려는 구성과 선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때문에 아주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지만, 반면 쉽게 휘발될 수 있다는 리스크도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 흠. 


[ALBUM]



후지와라 사쿠라(藤原 さくら) < SUPERMARKET >

모타운의 정취가 느껴지는 첫 곡 ‘Super good’부터 그의 넓어진 외연을 확인할 수 있을 터. 자연스러우면서도 어딘가 미스터리어스한 존재감을 내뿜는 그의 어느덧 세번째 정규작이다. 여러 유명 뮤지션들이 편곡자/세션 명단을 빼곡히 채우고 있으며, 이를 비교하며 서로 다른 테이스트를 맛보는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영미 인디 록의 풍경을 살포시 그려내는 본인 편곡의 ‘Ami’, 특유의 스모키한 음색이 더욱 깊은 몽환의 숲으로 이끄는 ‘Waver’, 리얼 세션에서 벗어나 전자음악과의 이색적인 태그를 선보이는 ‘生活’, 그 특유의 로우파이함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마바누아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Right and light’ 등 역시나 ‘믿고 듣는 후지와라 사쿠라’라는 말을 아낄 필요가 없는 작품으로 자리하고 있다. 


센 모리모토(Sen Morimoto) < Sen Morimoto >

어릴 적부터 메사추세스에서 거주해왔으며, 일본으로 돌아온 후 본인이 하고 싶은 음악을 위해 다시금 시카고로 이주해 이방인이자 뮤지션으로 활동해 온 그의 두번째 작품. 재즈 기반의 자유로운 즉흥성을 무기로, 틀에 얽매이지 않은 칠한 감성의 랩과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이미 유수의 해외매체에서 그의 음악에 주목한 바 있으며, 그 역시 기반을 시카고에 두고 < Super Records >를 설립해 또 다른 싱어송라이터 은남디와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상황.
 

그의 음악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것은 일본 음악의 범주에도, 팝의 범주에도 들어가지 않는 유니크한 영역의 작품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색소폰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잘게 쪼갠 비트를 얹고 자신의 목소리를 쌓아나가는 ‘Woof’, 라틴 네오 소울를 구사하는 카이나와의 협업으로 이국적인 리드미컬함을 자아내는 ‘Butterflies’, 이와 반대로 템팔레이의 멤버이기도 한 에이미와의 합작으로 현 제이팝 트렌드와의 만남을 추진한 ‘Deep Down’ 등 모든 트랙에 그의 아이덴티티가 듬뿍 담겨있다. 쉽게 경험하기 힘든 음악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



토리코(tricot) < 10 >

메이저 데뷔 앨범 < 真っ黒 > 이후 9개월만에 선보이는 작품. 첫 곡 ‘おまえ’를 들어보면, 그 복잡하고 난해한 리듬구조는 유지하되, 보다 대중적인 선율을 통해 새로운 팬층을 유입시키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듯 하다. 그러한 느낌은 명확한 보컬라인을 보여주는 ‘サマーナイトタウン’에서 더욱 명확해지며, 뒤이어지는 곡들도 다소 ‘순한맛’ 버전의 토리코를 연출하고 있다.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팀 특유의 ‘매운 맛’은 프로모션 트랙으로 선정된 ‘悪戯’ 같은 곡에서 맛볼 수 있을 터. 하지만 이 곡 역시 이전의 파격에 견주기에는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대중적인 측면을 강조하되 팀의 개성은 유지되어야 하는데, 과도기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로토 바트 바론(ROTH BART BARON) < 極彩色の祝祭 >

슈게이징/드림팝 사운드를 주축으로 새로운 팝 뮤직을 정의하는 미후네 마사야의 원맨밴드가 던지는 두번째 앨범. 새로운 탐구의 여정이 여실히 드러난 작품으로 범상치 않은 사운드 스케이프가 듣는 이를 압도한다. 일렉트로닉을 기반으로 하되 여러 악기를 도입해 해체와 합체를 반복하며 울려퍼지는 송가 ‘極彩IGL(S)’, 같은 음으로 반복되는 피아노와 원초적인 리듬감을 강조한 퍼커션 및 거대한 관악 세션의 조합이 와일드함을 내포하는 ‘dEsTroY’, 음악을 논하기 전 그것이 가져다주는 위대함과 아득함에 대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일종의 의식과 같이 듣는 이의 의식을 잠식해가는 ‘000Big Bird000’과 같은 노래들은 대중음악의 가능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결과물들이다. 자유를 동경한 나머지 제로에서 시작해 치열한 고민과 범접할 수 없는 재능, 끝없는 노력의 삼각기둥이 빚어낸 수작.


긴난보이즈(銀杏BOYZ) < ねえみんな大好きだよ >

소음에 가까운 로큰롤로 강렬하게 포문을 여는 슈게이징 트랙 ‘DO YOU LIKE ME’처럼, 그의 음악은 극단으로 치달으며 그 곳에 있는 아름다움을 탐닉한다. 6년 만에 앨범은 사운드의 고출력으로 정평이 난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의 음악을 듣는 것과 같은 느낌을 동반한다. 더불어 그의 처절한 보컬, 도무지 중간이 없는 연주와 편곡은 처음 이들의 음악을 접하는 이들에게는 아마 꽤 높은 벽으로 작용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 소음에 정면으로 마주해 한꺼풀 한꺼풀씩 그 안으로 들어가다 보면, 높은 순도의 여러 감정들과 마주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조금의 꾸밈이 없는, 처절하기에 덧없으면서도 아름다운 삶의 순간순간들. 미네타 카즈노부라는 사람이 그 수많은 마니아들을 거느릴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것을 벗어나기가 참으로 어렵기 때문일 터. 오래간만의 작품임에도 그의 에너지나 애티튜드는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목격할 수 있는 순간이 될 것이다. 15년만에 합을 맞추는 유키와의 듀엣곡 ‘恋は永遠’은 그 변하지 않은 아티스트들이 변하지 않은 팬들에게 선사하는 선물 같은 노래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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