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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Nov 02. 2020

[20-10-04] 주간제이팝

만위즈, 킹 누, 후지이 카제, 미유나 등

[Single]


맨 위드 어 미션(MAN WITH A MISSIOIN) ‘Telescope’

3개월 연속 릴리즈 프로젝트의 포문을 여는 첫번째 싱글. 뉴 노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있어 진짜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노래로, 조금은 진중하면서도 따뜻함을 가미한 곡조를 보여주고 있다. 디스토션 또한 전면에 싣기 보다는 살짝 뒤로 뺀 듯한 느낌을 보여주며, 따라부르기 좋은 음역대로 후렴을 꾸림으로서 모두와 함께 부르고픈 멤버들의 의향을 반영하고 있다. 마냥 신나기보다는, 듣고 나면 무언가 아련하게 마음에 남는 노래.


킹 누(King Gnu) ‘三文小説’

그룹만의 독자적인 음악성향을 전면에 드러내고 있는 여섯번째 싱글의 선공개곡. 사토루 이구치의 섬세한 가성을 축으로, 폭풍이 불어닥치는 듯한 격렬한 편곡을 통해 또다른 ‘킹누식 오케스트라’를 제시하는 듯한 노래다, 잔잔한 파도와 같은 현악세션과 키보드 연주로 시작해, 후렴에 가까워질수록 더해지는 비장미야말로 그들 음악이 가진 미학의 정점을 보는 듯하다. 전체적으로는 웅장한 사운드 구축에서 클래식과의 접점이 느껴지기도 하며, 그 안에서도 연주멤버들을 부각시키며 ‘밴드’로서의 정체성도 잃지 않는 영리함 또한 동반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함으로는 최근 만나본 곡 중에서는 첫 손가락에 꼽을 만한 노래. 



후지이 카제(藤井 風) ‘青春病’ / ‘へでもねーよ’

올해 가장 큰 활약을 보여준 신예 아티스트 중 한 명인 후지이 카제의 신곡. 보통은 싱글 하나에 두세곡을 함께 수록해 선보이기 마련인데, 위 두 곡은 특이하게 별도 작품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 리얼세션 기반의 기분 좋은 팝록 스타일인 ‘青春病’은 보다 팝적인 방향에 포커싱한, 듣다보면 기분 좋아지는 트랙이며, 후반부에 티스퀘어의 EWI 연주가 떠오르는 레트로한 신시사이저 톤이 특히 인상적이다. 반면에 ‘へでもねーよ’는 KPOP의 프로덕션이 떠오를 법한 노래. 트렌디한 비트와 싱잉 랩 중심의 만듦새를 통해 명확히 상반된 스타일을 보여준다. 자신의 넓은 스펙트럼과 재능을 겸손하게 과시하는 듯한 이 두 곡을 통해 아티스트의 매력을 충분히 느껴볼 수 있을 듯. 


널바리치(Nulbarich) ‘ASH feat. Vaundy’

후지이 카제만큼이나 두각을 보여준 신인 바운디와 합을 맞춘 널바리치의 새 싱글은 기존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인 사운드 톤에서 보다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은 느낌을 준다. 다채로운 신시사이저 톤이 노래에 다양한 표정을 부여하는 덕분에 다소 고착화된 듯 했던 널바리치의 레트로 사운드가 다시금 생명력을 부여받은 덕분. 날카로운 기타의 디스토션과 두 보컬리스트의 콜 앤 리즈폰스를 통해 빚어내는 여운으로 마무리되는 곡의 말미가 다시 한번 이 노래의 플레이버튼을 누르게 만들지도. 


네크라이토키(ネクライトーキー) ‘誰が為にCHAKAPOCOは鳴る’

싱어롱을 유도하는 프레이즈가 페스티벌에서 한껏 흥을 띄우기에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신진 밴드 중에서 팝 센스가 뛰어난 팀이라고 생각하는 5인조의 신곡은 모두의 참여를 유도하는 듯한 흥겨운 업템포 넘버다. 전체적인 합주 사운드의 밸런스가 잘 잡혀 있으며, 캐치한 선율을 기반으로 보컬의 풍부한 표현력이 곡 전반에 흘러넘치는 덕분에 처음 들어도 단번에 귀에 꽂히는 느낌을 받을 터. 연주 사운드를 제외하고 프레이즈 반복만으로 끌고 나가는 후반부 역시 흥미로운 부분이며, 이를 통해 곡이 가진 매력과 활용 목적이 극대화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루(uru) ‘振り子’

절제된 감정과 애수어린 음색. 시대를 타지 않는 담백한 음색을 통해 새로운 발라드 신성으로 떠오르는 중인 우루의 신곡은 올 초 プロローグ’의 히트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노래로 자리한다. 최소한의 피아노 반주만으로 진행되는 1절은 그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를 맘껏 즐길 수 있으며, 점차 살을 붙여 나가는 2절 이후에는 그 감정이 고조되는 과정을 명확히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시바타 준의 목소리가 많이 떠오르기도. 


[ALBUM]

디 엔기(the engy) < Hold us together >

장르라는 고정된 형식을 타파하고 보다 자유로운 음악활동을 전개중인 밴드 디 엔기. 이번 작품 역시 록과 힙합, 일렉트로니카 등을 중심으로 한 크로스오버 뮤직, 보컬과 랩을 오가는 가창을 통해 자신들의 음악을 구축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하이햇을 강조한 드럼 루프를 기반으로 만들어 낸 독특한 어반 알앤비 트랙 ‘Fade’, 에너저틱한 비트와 그루브한 연주가 맞물려 발하는 역동성이 인상적인 ‘hold us together’ 등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순간들이 모여 순도 높은 창작물을 이루고 있다. 조금씩 폼이 올라오고 있는 밴드의 궤적, 다음 번에는 무언가 사고를 내도 큰 사고 한 번 내겠다 싶은 느낌이 든다. 


미유나(みゆな) < reply >

첫 곡을 듣자마자 귀에 들어오는 것은, 그 안이 꽉 차 있는 듯한 밀도 있는 음색. 미시아나 크리스탈 케이와 같은 윗세대의 알앤비 싱어, 그리고 지금의 트렌드인 우타이테와도 교집합을 이루고 있는 듯한 독특한 감성에 우선 주목. 더불어 이 작품은 기타를 동반해 멜로디를 공개한 후 불러줬으면 하는 에피소드 신청을 받아 완성된 트랙이 수록되어 있기도.


리드미컬한 레트로 알앤비를 그려내고 있는 ‘あのねこの話’, 신시사이저를 통해 공간감을 부여해 분위기를 고조시킨 후 강한 비트로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歌おうよ’, 자신이 가진 매력 중 알앤비 보컬리스트로서의 측면을 극대화 시킨 감성트랙 ‘乙女の声は天津風’ 등 자신의 장점을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흩뿌려 주고 있는 앨범. 


쉬즈 곤(the shes gone) < FACE >

섬세하게 약동하는 감성을 우리들의 일상에 발신하는 밴드 쉬즈 곤. 어쿠스틱한 느낌의 리프와 디스토션의 아르페지오가 조심스레 합을 맞춰보는 ‘春の中に’, 리버브의 공간감이 습기찬 마음의 정중앙을 노리는 ‘Orange’, 지금 들으면 딱 좋을, 왠지 레미오로멘이 떠오르기도 하는 겨울 무드의 ‘ディセンバーフールー’와 같이 사계절을 테마로 각 시기에 맞는 정서의 트랙들을 수록해 다채로움을 더하고 있다. 다만 이쪽은 사우시 도그가 확확 치고 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 ㅠㅠ


하프 타임 올드(Half Time Old) < CRISP YELLOW >

코로나 블루로 인해 괜시리 우울하다면 이 앨범을 플레이해보자. 단순명료하면서도 핵심을 꿰뚫는 팝 펑크 기반의 수록곡들이 단숨에 기분을 업 시켜줄 것이다. 나고야 출신의 4인조 밴드가 선사하는,지금 분위기에서 더더욱 필요한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는 7곡 들이 EP다. 러닝타임 전체를 시종일관 타이트하게 밀어붙이는 ‘my^2’, 보다 리듬을 중시한 레트로한 느낌의 ‘2020’, 감성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하나의 동화와 같은 스토리텔링의 ‘ツキノトモ’ 등 러닝타임 전반을 다양한 방향의 곡들로 지루하지 않게 꾸몄다는 점이 좋은 점수를 주게끔 하는 요인. 


미호로*(mihoro*) < Re: >

이 주의 발견. 기타 한 대에 목소리를 얹는 심플한 스타일부터 밴드 사운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록 사운드를 보여주며, 심하게 생활에 밀착해 있는 가사 및 곡에 따라 느슨하게 하지만 확연한 변화를 주는 표현력에 점수를 주고 싶다. 개인적으로 챠토몬치, 특히 하시모토 에리코의 광팬이었어서 그런지 음색에서는 언뜻 그 잔상이 느껴지기도. 흥겨운 셔플 리듬을 기반으로 광활한 풍경을 그려나가는 반주와 이를 타고 그루브한 가창을 보여주는 ‘コドモノママデ’, 질주감 넘치는 직선적인 기타 리프를 타고 달리는 후렴의 화음이 선명한 대중성을 그려가는 ‘ルサンチマン’, 기타 한 대에 희망찬 메시지를 흘려보내는 ‘いつか、’까지. 평범한 듯 하지만 담백하게 자신의 매력을 전달할 줄 아는 그 표현방식에 마음이 간다. 부담스럽지 않아 자주 플레이하게 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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