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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Nov 08. 2020

[20-11-01] 주간제이팝

즛토마요, 레오루, 하이도, 마카로니엔피츠 등

어느덧 겨울이네요.

라디오헤드의 2집을 꺼내 듣게 되는 계절입니다.

연말결산도 슬슬 준비를 해야될 시기가 됐네요.

올해도 모두들 잘 버텨내고 계십니다요!


[Single]

즛토마요나카데이이노니. (ずっと真夜中でいいのに。) ‘暗く黒く’

전반부와 후반부의 흐름이 완전히 다른 독특한 구성의 신곡. 감성적인 발라드로 시작하는 탓에 슬로우 템포 곡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중반 이후 급변하는 사운드에서 나름의 실험이 펼쳐지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현악세션과 피아노 위주의 1절이 끝나자마자 타이트한 비트가 난입해 일거의 분위기를 바꾸는 그 순간이 바로 이 곡의 주요 포인트. 갑작스러움이나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게 곡의 연결고리로 작용하며 듣는 재미를 배가. 후반부의 바이올린 솔로 삽입이나 다시 한 번 템포를 올려 절정으로 끌고가는 엔딩 등 아직 음악적으로 여전히 할 게 많음을 자신감있게 피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20년이 아직은 ‘한밤 중’임을 피력하는 트랙. 


하이도(HYDE) ‘LET IT OUT’

슬립 낫과 린킨 파크를 합쳐 놓은 듯한 누메틀 사운드가 핵심. 조금씩 월드와이드 노선을 지향하는 아티스트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그의 14번째 솔로명의 싱글로, 몰아치는 하드 록 기조의 사운드를 통해 밴드와는 명확히 선을 그으려 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다만 러닝타임 동안 여러 밴드들의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가며, 스타일 또한 조금은 올드한 탓에 타깃 층도 조금은 애매하지 않나 싶은 느낌. 뭐 누메틀 빠돌이였던 본인이야 너무 만족하며 듣고 있지만 ㅎㅎ


레오루(Reol)  ‘Q?’

애니메이션 < 디지몬 어드벤쳐 >의 엔딩곡으로 낙점되어 선보이는 레오루의 신곡은, 드럼앤베이스 기반의 타이트한 리듬에 힘을 실은 트렌디한 EDM 사운드로 장식되어 있다. 틈을 보이지 않는 사나운 맹수와 같은 가창은 빠른 BPM과 자극적인 사운드에 더욱이 부합하는 느낌. 간주와 후주에 휘몰아치는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의 변주나 랩과 보컬을 오가는 퍼포먼스를 보고 있자면, 확실히 다른 넷 기반 아티스트와 비교했을 때 역량 면에서 좀 더 우위에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올 한해 꾸준함 만큼이나 작품으로서도 좋은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는 그 연장선상 위 트랙. 


사키야마 소우시(崎山 蒼志) ‘Samidare’

말 그대로 폭주한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격정적이면서도 화려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 위로, 테크닉이나 완숙미 대신 순수함과 광기로 채운 그 가창이 많은 이들의 가던 걸음을 멈춰 세울 노래다. 기타와 키보드가 함께 그려내는 풍경은 일견 서정적이나, 여기에 아티스트의 목소리가 들어가는 순간 마치 혼돈의 장으로 변해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독특한 음악 세계를 경험하게 해준다. ‘best’ 보다는 ‘only’라는 단어가 어울릴 그의 노래를 한 번 쯤은 겪어보기를 권한다. 그 자유로움에 담겨 있는 잠재력을 증명하듯 소니뮤직과 메이저 계약을 맺고 내년 1월 메인스트림을 앞두고 있기도. 개인적으로는 이런 음악을 품을 수 있는 일본시장이 다시 한 번 부러워지기도. 


리틀 크리쳐스(Little Creatures) ‘速報音楽’

인트로부터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로우파이 기타리프와 그루브한 베이스가 작렬. 서프 뮤직과 시티 팝의 경계 어딘가에서 자신들의 궤적으로 그리는 듯한 낭만적인 트랙으로, 어느덧 데뷔 30주년을 맞은 밴드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세련됨을 선사하고 있다. 단숨에 이목을 집중시키는 화려함은 없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그 물리지 않는 담백함에 자꾸 리플레이를 하게 만드는 곡으로, 탄탄한 리듬 파트 위에 메인 테마 몇가지로 곡을 풍성하게 만드는 그 솜씨가 역시 예사 팀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끔 한다. 내년 초에 신작과 베스트 앨범을 두장의 CD로 묶은 작품이 발매될 예정이라고 하니, 이 노래가 좋았던 이들은 체크를 해두도록 하자. 



[ALBUM] 


https://www.youtube.com/watch?v=daSp4-opaLk

아노니무즈(Anonymouz) < Addiction >

올해 3월에 막 활동을 시작했을 뿐인, 아직은 베일에 쌓여있는 여성 싱어의 두번째 EP. 수록곡들의 사운드가 신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과감하며, 보컬 역시 전통적인 일본의 보컬리스트 스타일에서 벗어나고 있어 여러모로 흥미롭게 들었던 작품이다. 둔탁한 비트로 조금씩 청자를 막다른 곳으로 몰고가 훅 밀어버리는 듯한 긴장감 있는 구성과 보컬의 ‘Thrill’, 2000년대 초 영미권 여성 알앤비 싱어의 리바이벌을 목격하는 듯한 뛰어난 가창력의 ‘Don’t Need the Pain’,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수록곡을 듣는 듯한 감동적인 무드의 발라드 ‘eyes’까지. 미레이(milet)의 < eyes >를 통해 느꼈던 2020년대, 그리고 레이와로의 진입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작품이다. 제이팝 팬 뿐만 아니라, 모든 음악 애호가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앨범. 


에일(eill) < LOVE/LIKE/HATE >

전작 < Spotlight >의 노선을 잇고 있는 작품으로, JPOP과 KPOP의 요소를 두루 담아내고 있어 우리나라 대중들에게도 보다 접근성 있게 다가갈 여지가 충분한 수록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정직한 8비트 피아노 연주에 반복되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편안함을 안겨주는 ‘片っぽ’, 리드미컬함을 중시하면서도 감성의 섬세함 또한 놓치지 않은 트렌디한 사운드의 ‘Into your dream’, 두아 리파 발 디스코를 레퍼런스 삼아 탄생시킨 역동적인 ‘Night D’, 단촐한 어쿠스틱 기타 반주에 좋은 목소리와 선율을 호소력있게 담아낸 ‘2025’ 등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보편적인 매력은 그 매력대로 채집해 낸 영리한 작품. 작품이 거듭되면서 그 균형감에 대한 시야가 더더욱 넓어진듯한 인상이다. 


마카로니엔피츠(マカロニエンピツ) < 愛を知らずに魔法は使えない > 

메이저 데뷔 이후 처음 선보이는 작품으로, 밴드의 의욕과 재능으로 완성된 6개의 수록곡들이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다. 후렴구의 오버 더빙이 속이 뻥 뚫리는 상쾌함을 전달하는 선공개곡 ‘生きるをする’ 외에도, 미디를 적극 도입해 리얼 세션과의 접합을 시도한 버라이어티한 구성의 ‘ノンシュガ’, 인트로의 신스리프와 갑작스레 등장하는 굉음의 디스토션을 기반으로 예측할 수 없는 사운드 전개를 보이는 ‘ カーペット夜想曲’ 등 여러 아이디어와 연주력에 기반한 변화무쌍함이 본인들의 지향점을 명확히 알려주고 있다. 록 밴드 보다는 음악집단에 가까움을 보여주고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이 가득 담겨 있는 한 장.


오렌지스파이니클럽(オレンジスパイ二クラブ) < 非日常 >

올 초 발표했던 첫 미니앨범의 수록곡 ‘キンモクセイ’가 10대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후, 더더욱 그 기세에 박차를 가하는 두번째 EP. 어른이 되어가면서 느끼는 감정이나 성장통을 설득력있게 그려낸 여덟개의 트랙들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준비를 마쳤다. 어른이 되어가는 그 과정에서의 불안함을 시리어스한 록 사운드로 그려낸 ‘リンス’, 나이대의 감수성을 가감없이 담아낸 ‘駅、南口にて’, 아직은 아무것도 속단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그래도 사랑을 믿고 나아가는 연인을 그려낸 러브송 ‘コーヒーとコート’ 등 청춘이기에 써내려갈 수 있는 섬세하고도 솔직한 이야기들이 지금의, 혹은 과거의 기억들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게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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