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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Nov 15. 2020

[20-11-02] 주간제이팝

스다 마사키, 후쿠야마 마사하루, [알렉산드로스], 시미즈 쇼타 등 

[Single]


스다 마사키(菅田 将暉) ‘虹’

‘さよならエレジー’의 작사작곡을 맡기도 했던 친구 이시카와 휴이의 힘을 다시 한번 빌렸다. 다만 곡조가 이전 싱글이었던 ‘まちがいさがし’와 크게 다르지 않은 슬로우 템포의 곡이라는 건 조금 아쉬운 부분. 스다 마사키 본인의 호소력은 충분히 발휘되고 있으나, 너무 정석적인 흐름과 멜로디, 반주 등 조금 심심한 측면도 없지 않아 느껴지는 곡이다. 좋은 노래긴 한데, 이런 건 스다가 아니라도 할 수 있을 텐데. 


후쿠야마 마사하루(福山 雅治) ‘心音’

실로 오랜만에 음악활동을 재개하는 일본 최강의 중년 멀티테이너 후쿠야마 마사하루. 싱글로는 2년 전 ‘甲子園’이, 앨범으로는 6년 전 ‘HUMAN’이 마지막이었으니, 그의 음악을 기다리던 이들에게는 올 연말이 그야말로 선물처럼 다가오리라 생각한다. 오래간만의 신곡은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을 절절히 노래하는 러브 송. 굉장히 사실적인 가사, 점차 세를 불려가는 반주와 이에 맞춰 고조되는 아티스트의 절창이 아름답게 울려퍼지며, 곡조로 미루어보건대 결혼식 축가로도 많이 불리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일본 결혼식에서도 축가를 하나요? 


[알렉산드로스]([Alexandros]) ‘Beast’

쇼무라 사토야스의 용퇴 발표 이후 다시금 전열을 가다듬고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는 밴드의 기개가 가득 담겨 있는 노래다. 어느 때보다 공격적인 리프와 리듬이 지금의 의욕과 애티튜드를 엿보게 하며, 갈데까지 가보자는 듯 끝까지 거칠게 몰아붙이는 후주에는 소름이 돋을 정도. 내년 1월에 예정되어 있는 10주년 공연, 쇼무라 사토야스의 마지막과 함께 새로이 시작되는 밴드의 2장을 보다 앞서 선전포고하는, 그들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일면을 보여주고 있는 듯한 노래다.


썸네일은 이게 최선이었니?  ㅠㅠ

미레이(milet) ‘Who I Am’

데뷔곡 ‘inside you’와 합을 맞췄던 원 오크 록의 토루와 함께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한 곡으로, 이전 싱글들에 비해 확연하게 강조된 록 어프로치의 편곡이 우선적으로 귀에 들어온다. 레이와 시대로의 진입을 알렸던 그의 독특한 음색과 창법은 여전히 생생하나, 록 기반의 반주가 조금은 진부하게 들리는 것도 사실. 개인적으로 ‘inside you’도 비슷한 인상이었던 만큼, 사운드 측면에서는 좀 더 다른 방향을 모색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미우라 다이치(三浦 大知) ‘Not Today’

일본의 댄스뮤직 신을 하드캐리하고 있는 미우라 다이치의 감각적이면서도 트렌디한 신곡. 시시각각 변화하는 리듬의 구조, 정박과 삼연음을 오가는 바리에이션 넓은 가창파트, 무엇보다 노래만 들어도 그가 펼쳐보일 퍼포먼스가 그려진다는 점에서 이 노래의 가치가 증명된다. 열도 댄스뮤직의 지금을 보고 싶다면, 반드시 경험해야 할 높은 완성도의 트랙. 


[Album]


시미즈 쇼타(清水 翔太) < period >

첫 곡 ‘princess’의 멜랑콜리하고도 아름다운 선율이 귀에 훅 꽂힌다. 간결한 비트를 타고 흐르는 그루비한 가창은, 적절한 코러스 워크와 함께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하고 있다. 이처럼 달콤한 러브 튠을 지나 맞닥뜨리는 것은 보다 리듬감을 강조한 ‘Breathe Again’. 자신만의 트로피컬 하우스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한 트랙 메이킹이 인상적이며, 어쿠스틱 기타가 그의 목소리를 더욱 감성적으로 덥혀주는 ‘416’은 그의 표현력을 볼 수 있는 이 앨범의 키 트랙이기도. 점점 쌀쌀해지는 겨울에, 당신의 몸을 덥혀줄 따뜻한 커피 한 잔과 같은 작품이다. 


요나오(yonawo) < 明日は当然来ないでしょ >

앞으로 등장할 밴드들의 경향을 대표로 제시해주고 있는 듯한 작품. 블랙뮤직과 시티 팝 리바이벌, 팀 특유의 서정성이 뭉쳐 만들어 내는 뭉근한 무드가 러닝타임 전반의 밑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절대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절묘하게 맞추어 내는 밴드 사운드가 팀의 섬세한 감각을 엿보게 한다. 건조한 미디 드럼 루프와 단출한 이펙터의 기타 리프가 멜로우한 풍경을 보여주는 ‘トキメキ’, 신시사이저의 활용이 돋보이는 와중에 보컬에 거칠거칠한 효과를 줌으로서 보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rendez-vous’, 담백하면서도 센치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어쿠스틱 사운드 중심의 ‘天神’ 등 온종일 긴장에 위축되어 있었던 몸을 풀어주는 반신욕 같은 노래들로 가득하다. 휴식이 필요할 때 멍하니 이 앨범을 들으면서 있어보는 것은 어떨지.


키미시마 오오조라(君島 大空) < 縫層 >

‘傘の中の手’의 다채로운 사운드 운용은 흡사 토쿠마루 슈고를 떠오르게 하고, 초반 어쿠스틱 인트로를 뒤집는 하드록 기조의 디스토션과 시시각각 변화하는 구성의 ‘笑止’은 날카로운 창작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그는 좀처럼 결과물을 예상할 수 없는 천재성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신예 아티스트이다. 록, 팝, 일렉트로니카,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버무려 자신만의 표현방식으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냄에 있어서는 최근에 만나본 그 어떤 뮤지션보다 우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로우파이 질감의 기타가 불안한 1차선 도로를 질주하는 듯한 느낌의 ‘火傷に雨’, 와우페달을 기조로 마치 테이프를 백매스킹하는 것 같은 사운드를 연출하는 ‘花曇’까지. ‘이렇지 않을까’하는 섣부른 기대와 예상은 바로 오만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며 미래의 음악을 그려내는 키미시마 오오조라의 신보. 지금도 충분히 인상적이나, 현재보다 앞으로의 행보에 더욱 주목해달라 말하는 듯한 작품이다. 


오츄니즘(Ochunism) < INSIDE >

장르를 가리지 않는 크로스오버 뮤직으로 자신들만의 블루지한 댄스뮤직을 만들어 내는 밴드의 신보. 초반의 다소 정적인 무드를 단번에 전복시키는 후반부 디스토션의 맹공이 듣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daydream’, 2020년 댄서블 록에 스탠다드를 정립하는 영리한 구성의 ‘BLUE’, 영롱하면서도 쓸쓸한 신스 톤이 이별에 대한 후회를 선명히 그려내는 ‘anohi’ 등 커리어가 얼마 되지 않은 팀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 싱글을 통해 가졌던 기대감을 보상받은 느낌이랄까. 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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