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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Nov 30. 2020

[20-11-04] 주간제이팝

아카이코엔, 니쥬, 럭키 테잎스, 엔드 오브 더 월드, 호테이 토모야스

[Single]


아카이코엔(赤い公園) ‘オレンジ’

정말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지만, 츠노 마이사의 유작이 되어버린 그들의 싱글. 곡조에서 느껴지는 생명력과 온기는 여전하고, 점점 팀과의 시너지에 박차를 가하는 이시노 리코의 보컬 또한 확연히 발전했다는 것이 느껴지는 트랙이다. 곡 중간 구성의 변화를 주어 기타와 킥드럼, 키보드와 가창의 조합으로 빚어내는 서정성이 이 곡이 클라이막스로 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도맡으며 곡에 보다 풍성한 정서를 덧댄다. 뮤직비디오 안 아무렇지도 않게 화면을 채우고 있는 그의 모습. 가사 부분부분 떠나는 그가 남기는 이야기인 것 같아 괜히 마음이 아리다. 그런 와중에 밴드는 연말 페스티벌 출연을 결정하기도. 모두 아카이코엔의 활동을 계속해서 따뜻하게 지켜봐주기를. 


니쥬(NiziU) ‘Step and a step'

정식 데뷔를 앞두고 홍백가합전 출장이 결정된 전대미문의 케이스를 만들어 낸 돌풍의 주역 니쥬. 프리 데뷔였던 ‘Make you happy’에 이어 다시금 박진영이 작사/작곡에 적극 참여한 곡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보다 역동적인 리듬이 돋보이는 곡으로, 곡 전체적인 밸런스로 하여금 ‘팀’으로서의 존재감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Make you happy’에서 보여준 특유의 발랄함은 약간 사라진 탓에 너무 급하게 여러 모습을 보여주려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약간의 우려가 들기도. 



이리(iri) ‘言えない’

허스키한 음색을 통해 알앤비신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이리의 신곡은, 신스 루프를 강조한 음울한 무드 속 자신의 매력을 한껏 드러내고 있는 트랙이다. 장점이라 할만한 단단한 중저음에 이어 가성과 진성을 오가는 후렴의 유려한 가창이 라이징 스타가 응당 해내야 할 임무를 손쉽게 처리해내고 있는 느낌. 올 초에 나온 정규작 < Sparkle >의 기세를 그대로 이어가는, 깊고 진한 테이스트의 블랙뮤직 한 잔.


오오하라 사쿠라코(大原 櫻子) ‘透ケルトン’

녹황색사회(그냥 한국어 고대로 쓰는게 편하네요 역시 ㅠ)의 나가야 하루코가 작사작곡을 도맡으며 화제가 된 오오하라 사쿠라코의 새 싱글. 사실 인트로만 들어도 너무 녹황색사회 스타일이라 노래가 좋고 나쁨을 떠나서 아티스트 본인의 매력이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느낌이다. 전작만 해도 보다 트렌디한 사운드로 노선을 튼 지 알았는데, 다시금 이런 팝록으로 돌아와버려 개인적으로는 좀 당황스럽기도. 이럴거면 그냥 1집을 같이 했던 카메다 세이지를 붙여주지. 전반적으로 좋은 가창을 보여주고 있으나, 작곡자의 흔적이 너무 강하게 남아 있다는 것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좀 더 중심을 잡을 때가 되지 않았나. 


더 핀.(The fin.) ‘Sapphire’

반복적인 리듬과 여러 갈래로 다가오는 신시 사이저. 이 위를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목소리. 드림팝/슈게이저를 기반으로 자신들만의 심상을 록 신에 펼쳐보이는 2인조 밴드는, 이번 역시 신비하면서도 직관적인 자신들의 음악스타일을 가감 없이 풀어헤치고 있다. 가창과 신시사이저가 번갈아가며 주도권을 잡는 사이 조금씩 조금씩 듣는 이의 마음에 맺혀가는 물방울의 수가 많아지는 듯한 느낌. 오롯이 음악에 몰두하고 싶을 때, 이 노래를 틀어놓고 가만히 앉아 먼 곳을 응시해보자. 다른 차원으로 진입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지도.


리그렛걸(reGretGirl) ‘pudding’. (뮤비 좀 풀어줘 ㅠㅠ)

이 노래 역시 지극히 그들다운 노래. 시원스레 터져나오는 연주와 캐치한 멜로디, 여기에 청춘이라는 단어가 서려 있는 사랑얘기 한 스푼. 같은 공식이 반복되면 살짝 질릴법도 하건만, 기본 틀 안에서 지속적으로 빚어내는 그 결과물들은 듣는 이들에게 한눈 팔 시간을 좀처럼 주지 않는다. 길지 않은 러닝타임 동안 중독적인 프레이즈와 타이트한 연주, 텐션을 유지하며 돌입하는 후렴구까지. 전주에서 획득한 대중의 주의를 자신들만의 해법으로 쭉 끌고가는 그 구성과 편곡의 솜씨가 특히 눈에 들어온다. 라이브에서 보고 싶구나. 


[ALBUM]


럭키 테잎스(LUCKY TAPES) < Blend >

낭만적인 알앤비 뮤직을 들려주는 밴드의 메이저 두번째 작품. 여러가지 색을 지고 있는 사람들의 섞여 환경과 시대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다. 역시나 극강의 음색을 보유하고 있는 kojikoji와의 협연을 통해 꿈결을 거니는 듯한 하모니를 들려주는 ‘Blue’, 기타의 이펙트 활용과 신시사이저의 조합이 멜로우한 무드를 발하는 ‘No Sense’, 리드미컬한 연주를 타고 각자의 행복을 염원하는 보컬 퍼포먼스가 사랑스럽게 다가오는 ‘Happiness’ 등 그들 특유의 섬세한 감성이 음악적 깊이를 동반한 탄탄한 연주를 타고 우리의 마음 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전작 < dressing >과 비교해 보다 차분해진 그들의 모습, 이를 통해 또 다른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 


엔드 오브 더 월드(End of the World) < Chameleon >

세카이 노 오와리의 해외진출 버전인 엔드 오브 더 월드 명의의 첫 앨범. 정말 몇 년 전부터 나온다 나온다 말만 많았는데, 드디어 선을 보이게 되는 작품이다. 그들이 조금씩 시도하던 ‘트렌디한 영미팝 + 그룹 특유의 음악성’의 실험이 일정 수준에 도달해 있음을 이 앨범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오랜 기간 동안 곡을 차곡차곡 쌓아왔기에 이들의 여정을 충실히 따라온 이들이라면 반가운 노래들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감각적인 피트와 피아노 루프, 중독적인 후렴구를 통해 팀 특유의 습기를 훌륭한 월드와이드 팝 뮤직으로 체화해내는 ‘Dropout Boulevard’, 클린 밴디트의 조력을 통해 완성한 디스코 기반의 멜로디컬한 댄스음악 ‘Lost’, 로맨틱한 사운드가 인상적인 DNCE와의 콜라보레이션 ‘Hollow’, < 지산 록 페스티벌 >에서도 선보인 바 있는 레트로 느낌이 물씬 풍기는 EDM 트랙 ‘Rollerskates’ 등 그들이 감행한 모험이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는 훌륭항 트랙들이 가득한 작품. 잠시 우리가 알던 그 페르소나는 잊자. 그러면 보다 더 광활한 ‘세상의 끝’을 목격할 수 있을지도. 


료후(Ryohu) < DEBUT >

지금 현재 가장 존재감을 드높이고 있는 힙합 크루 중 하나인 칸디타운(KANDYTOWN)의 멤버이자, MC/프로듀서로서도 활동중인 그의 커리어를 집대성한 솔로 데뷔작. 장대한 코러스와 밝은 느낌의 곡조를 통해 자신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리드 곡 ‘The Moment’, 펑크(Funk) 기반의 스피디한 반주 위에 타이트한 랩으로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GMC’, 단출한 기타 연주를 벗 삼아 자신의 목소리로 여백을 가득 채우는 ‘Somebody Loves You’, 다채로운 비트의 향연이 그의 랩을 더욱 빛나게 하는 ‘True North’ 등 어느 곡을 틀어도 실패가 없을 정도의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다. 비트메이킹 측면에서나, 랩 퍼포먼스 측면에서나, 메시지 측면에서나 어느 하나 모자란 것이 없는, 삼각기둥의 꼭지점을 향하는 뛰어난 작품. 


레이(Rei) < HONEY >

서부의 황야를 연상시키는 기타연주가 그의 귀환을 알린다! 어린 나이임에도 루츠 뮤직을 기저에 둔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 레이. 코로나 시대를 맞아 대부분을 자택에서 작업, 보다 프라이빗한 분위기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듯 완성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인상적인 기타 연주 위로 자신을 어느 한 틀에 가두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슬로우 트랙 ‘Categorizing Me’, ㅌ본인의 포부를 화려한 기타 플레이에 담아 대중에게 흩뜨리는 ‘What Do You Want?’, SOIL & “PIMP” SESSIONS과 협연을 통해 빚어낸 밀도 있는 열정적인 블루스 록 ‘Lovely Dance Club’, 이전의 ‘Silver Shoes’가 떠오르는 찬란한 햇빛이 연상되는 ‘Today!’ 등. 다양한 방향성을 담은 음악을 펼쳐 보이면서도 그 안에 단단한 구심점이 느껴지고, 어느 순간에서도 기타를 소홀히 하지 않는 애티튜드까지 담아내고 있다. 정말 ‘믿고 듣는’ 아티스트로 단단히 자리잡은 듯한 그의 여정을 앞으로도 놓치지 말하야 겠다는 생각 뿐.


호테이 토모야스(布袋 寅泰) < Soul to Soul >

일본을 대표하는 기타리스트 호테이 토모야스가 지금과 같은 코로나 시국에서 ‘음악으로 세계를 잇는다’는 컨셉 하에 만들어진 14년 만의 콜라보레이션 앨범. 코부쿠로나 요시이 카즈야, 히카와 키요시와 글림 스팽키와 같은 장르와 세대를 가리지 않는 자국 아티스트 외에도, 영국의 애시드 재즈 그룹 인코그니토, 이탈리아의 국보급 가수 주케로, 브라질의 카를리뇨스 브라운 등 7개국의 다채로운 뮤지션들과 그야말로 화합의 장을 만들고 있다. 


각 가수들의 역량과 특기에 맞춰 다채로운 스타일의 노래를 들려주고 있으나, 그 안에서도 눈부시도록 존재감을 발하고 있는 호테이 토모야스의 연주는 이제 장인의 그것이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 최근 트렌디한 음악에 지친 이들이라면, 4번 트랙인 주케로의 ‘Lotus Flower’를 반드시 들어보기를 바란다. 음악이 주는 감동이 이런것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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