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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Jan 11. 2021

[21-01-01] 주간제이팝

요아소비, 

[Single]


요아소비(YOASOBI) ‘怪物’

작년을 최고의 한 해로 보낸 듀오의 의욕충만한 신곡. 거친 톤의 신시사이저와 이쿠라의 보컬이 겹쳐지는 인트로의 흐름이 이전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선보이고 있다. 중간에 힙합에 가까운 악기 구성으로 변주를 주고, 흐름 전체엔 댄스뮤직의 터치를 강하게 가져가며 자가복제라는 함정 또한 영리하게 비껴가고 있다. 애니메이션 < BEASTARS >의 주제곡으로 기용되었으며, < BEASTARS >의 작가인 이타가키 파루의 소설 < 自分の胸に自分の耳を押し当てて >를 모티브로 하여 제작된 악곡이라는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기도. 


카미와사이코로오후라나이(神はサイコロを振らない) ‘クロノグラフ彗星’

드라마 < 星になりたかった君と >의 주제곡으로, 작년 한 해 유망주로서 주목받은 이들의 활약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노래로 완성되어 있다. 탄탄한 밴드편성의 사운드를 기반으로, 감정을 순수히 관철하는 야니가타 슌사쿠의 보컬이 꼼수 없는 정직하고 단단한 형태로서 결합되어 있다. 기타와 키보드의 투명한 울림 소리가 앨범 재킷과 같은 아릿한 감정을 전해주는 듯한 노래.


안리(Anly) ‘星瞬~Star Wink~’

트렌디한 업템포 위주의 앨범이었던 < Sweet Crusin’ >의 분위기를 일신하는, 정석적인 흐름의 발라드 곡. 사운드와의 밸런스를 꾀했던 그의 보컬 역량을 눈여겨 볼 수 있는 곡이다. 웅장한 현악 오케스트레이션과 퍼커션의 하모니가 살짝 뒤로 빠져 그를 지원하며, 어느 때보다 노래 자체에 집중한 그의 호소력이 절제된 표현과 함께 부담스럽지 않게 스며든다. 점점 절정으로 치닫는 와중에도 무리하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는 그의 퍼포먼스가 듣는 이를 반복 청취로 이끌 듯.


오야마다 소헤이(小山田 壮平) ‘恋はマーブルの海へ’

그만의 낭만이 넘실대는 찰랑찰랑한 팝 록 튠. 중간에 고개를 드는 신시사이저의 음색으로 레트로를 살짝 가미하는가 하면, 전주나 후렴의 리버브나 전개 방식은 1960년대 필 스펙터가 프로듀싱한 로넷츠의 노래를 듣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언뜻 들으면 서프 팝의 향기가 느껴지기도 하고. 언뜻 쉽게 들리는 듯 하지만, 여러가지 요소를 섞어 한방향으로 멋지게 구현해 낸 그 솜씨가 만만치 않게 다가오는 곡. 


스파이에어(SPYAIR) ‘轍~Wadachi~’

애니메이션 < 은혼 >의 주제가를 줄곧 맡아왔던 그들에게 있어서도 마지막 은혼 주제곡이 될 노래. 어쿠스틱 기조의 기타와 적당한 텐션으로 울려퍼지는 드럼의 합 아래, 넓은 궤적을 그려내는 현악 세션과 그 궤적을 타고 하늘로 뻗어가는 청량한 이케의 보컬이 멋진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릴리즈가 꾸준했음에도 최근 2년간 지지부진했던 느낌을 주는 그들. 그간의 걱정과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 주는, 그들의 건재함을 알려주고 있는 밴드의 재시동.


오카모토 쇼(オカモトショウ) 'GLASS(feat. AAAMYYY)'

밴드 오카모토즈의 보컬 오카모토 쇼의 솔로싱글. 기존의 에너저틱한 로큰롤과는 잠시 거리를 두고, 솔로로서 할 수 있는 폭넓은 음악세계를 구축하는 그 단계에 있는 곡이다. 템팔레이의 에이미의 지원사격하에, 여러 신시사이저의 톤을 겹쳐 생성한 몽환적이면서도 광활한 느낌의 일렉트로니카 세계가 인상적으로 펼쳐진다. 사운드에 힘을 실으면서도 보컬 라인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은 덕분에 대중적인 느낌을 잘 녹여냈다는 점에서 그 밸런스가 굉장히 바람직하게 다가오기도. 


도쿄쇼넨쿠라부(東京少年俱楽部) ‘夢中飛行’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독특한 멜로디의 기타리프를 필두로, 패기 넘치는 디스토션 사운드가 괜찮은 신예밴드가 나왔음을 예감케 하는 노래다. 처음부터 끝까지 틈을 주지 않고 내지르는 연주와 보컬의 합이 가만히 앉아있던 사람의 몸마저 들썩이게 할 기세. 날카로움이나 섬세함은 좀 부족할지 몰라도, 한 덩어리로 뭉쳐서 모든 방해물을 태클해 쳐내는 그런 이미지의 이 노래가 나쁘지 않다, 5분의 러닝타임이 언제 지나갔냐는 듯 집중력을 잃지 않는 구성과 흐름 역시 의욕에 매몰되어 잠시 망각할 수 있는 완급조절에도 성공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ALBUM]

키드 프레시노(KID FRESINO) < 20, Stop it. >

“2020년 1월에 본 이베어의 라이브를 보고, 좋은 음악이 무엇인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작품은 그 ‘좋은 음악’을 구현화한 최초의 초안이 되는 앨범이다.” 자신감이 묻어나는 그의 5번째 정규작은, 그야말로 한 곳에 머물지 않는 무경계의 미학을 선보인다. 힙합을 ‘속성’으로만 활용하고 있을 뿐, 댄스뮤직과 일렉트로니카, 록 등 다양한 장르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며 자기파괴를 서슴지 않는 모습은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이국적인 샘플링을 필두로 깔리는 오리엔탈의 무드를 담아냄과 동시에 영어가사의 비중이 대폭 늘어났음을 알리는 ‘dejavu’가 말해주는 것은, 의미보다는 사운드와의 합을 더욱 중시했다는 사실이다. 그런가하면 그루비한 비트위에 복잡한 박자의 래핑을 얹은 컴플렉서티가 인상적인 ‘No Sun’의 밴드편성은 또다른 변화의 일면을 보여주며, 천재 뮤지션으로 각광받는 하세가와 하쿠시와의 협연이 또다른 세계의 문을 여는 ‘youth’ 또한 주목해야 할 트랙. 다른 뮤지션으로부터 받은 영감이 자신의 역량으로 고스란히 환원된 듯한, 사운드와 언어의 조합에 대해 또다른 이론을 제시하는 작품이다. 힙합이라는 테두리를 넘어, 그는 다시 한 걸음 나아갔다. 


그린(GReeeeN) < ボクたちの電光石火 >

오랜 시간 동안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보편적이고 따스한 노래들로 꾸준히 사랑받아온 팀의 어느덧 정규 열번째 작품. 정규작임에도 7곡, 23분의 러닝타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요즘 많은 일본 아티스트들이 정규작임에도 30분이 채 되지 않는 분량을 싣는 경우가 늘어나는 등 점점 정규작에 힘을 쏟는 정도가 줄어들고 있음을 체감하는 중이다.


편곡에 베테랑 프로듀서 시마다 마사노리가 참여해 감동적인 기승전결을 연출하는 ‘星影のエール’, 나지막한 피아노 아르페지오를 배경으로 사랑을 키워나가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넣는 ‘相思相愛’, 코로나라는 어두운 밤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래도 언젠간 새로운 아침이 올 거라 마음을 담아 외치는 ‘ボクたちの電光石火‘까지. 지금이기에 더욱 필요한 믿음과 희망의 메시지가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머물려 새로운 삶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 같은 작품이다. 음악의 순기능을 차별없이 동등하게 전달하는 이들의 행보, 더 이상 ‘모두를 아우를 음악은 나오지 않는다’는 세간의 예측을 비웃는 것만 같다. 


사카이 유우(さかいゆう) < thanks to >

그 역시 힘겨운 한해를 보낸 듯, 코로나로 혼란스러웠던 2020년의 순간순간을 찍어 놓은 듯한 작품의 정서가 괜히 애달프게 다가온다. 전반적으로 다소 쓸쓸하고 적적하긴 하지만, 그래도 겨울에,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그런 계절감 어린 작품들로 장식되어 있다. 마치 사람이 없는 곳에 우뚝 서있는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 같달까.


그의 미성이 물길을 트고 아내 쏟아지는 고풍스러운 오케스트레이션이 왠지 모르게 따스한 ‘崇高な果実’, 마치 재즈밴드가 잼을 하는 듯한 자유로움이 물씬 풍겨나는 ‘His Story’, 서로가 서로에게 버팀목임을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가스펠 스타일의 코러스로 전달하는 ‘Back Stay’, 여기에 팬들에게는 선물처럼 느껴지는 데뷔곡 ‘ストーリー’의 새로운 버전까지. 주춤하는 한 해였을 뿐, 우리는 결국 모두 함께 행복해질 수 있음을 유려한 음악으로 웅변하는 그만의 연설과 같은 한 장.  


문 드롭(moon drop) < 拝啓 悲劇のヒロイン >

새로 듣는 이름이지만, 역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조금씩 자신들의 세계를 펼쳐나가고 있는 밴드의 3번째 미니앨범. 2014년에 결성된 만큼 오랫동안 함께해 온 호흡이 고스란히 팀워크로 스며있는 듯한 탄탄한 연주와, 화려하진 않아도 명확히 자신들의 멜로디와 언어를 들려주는 높은 완성도가 은근히 손을 이끈다.


넘침 없이 조금은 싱거운 듯 부족한 듯 자주 찾게 만드는 듯한 연주와 노래가 자꾸만 플레이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Seventeen film’, 배킹기타와 메인기타, 보컬이 함께 3중창 마냥 하모니를 보여주는 듯한 모던/얼터너티브 록의 정답을 살포시 제시하는 ‘僕といた方がいいんじゃない’, 마지막을 클라이막스의 여운으로 장식하는 업템포 록 튠 ‘誰でもいいのだ’ 등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적재적소에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켜켜이 자신들의 매력을 얹어놓은 그 모습에 괜시리 호감이 간다. 좋은 록 밴드를 찾고 있다면, 잠깐 이 곳을 들러봐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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