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선업 Jan 18. 2021

[21-01-02] 주간제이팝

히게단, 요루시카, 이에이리 레오, 큐소네코카미 등

[Single]


오피셜히게단디즘(Official髭男dism) ‘Universe’

현 대세라고 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밴드의 이번 신곡은 도라에몽 극장판의 주제가. 인트로의화려한 키보드 연주, 시원스레 터져 나오는 브라스와 개방감을 선사하는 후지와라 사토시의 보컬을 축으로 운영되는 모습은, 그간 봐왔던 그들의 모습과 유사하다. 무언가 새로움은 없지만, 이미 수차례 검증된 밴드만의 개성과 대중성은 단단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점. 이것이 바로 이번 신곡을 챙겨 들어야 할 이유이지 않을까.


요루시카(ヨルシカ) ‘春泥棒’

이전 노래들에 비하면 확실히 여백이 많다. 전체적인 사운드의 무게를 줄이고, 대신 강조해야 할 부분(1절 후렴 시작 부분이라던가)에 편곡적인 장치를 심어놓음으로서 보다 가볍고 경쾌한 걸음을 만들어 낸 모습이다. 기타의 코드 스트록으로만 진행되는 초반이나, 간주를 책임지는 어쿠스틱 느낌의 기타 솔로잉 등 한결 가벼워진 소리들이 스이의 청정한 음색과 좋은 시너지를 발휘. 인생에 봄과 같은 따뜻한 날만이 이어지지 않음을 에둘러 표현하는 은유적인 가사 역시 밴드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제이피 더 웨이비(JP THE WAVY) ‘I WANT ONE(feat. Kid Milli & Psy.P)

작년 앨범을 통해 그가 창의적이면서 트렌디한 사운드, 언어의 어감을 산 채로 잡아내는 중독적인 훅 제조가 장점이라는 것을 여실히 느껴왔던 터였다. 더불어 그의 작업이 더욱 의미를 가지는 지점은, 국경을 넘어 세계 각국의 뮤지션과 콜라보레이션를 적극 감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정규작에 박재범과 식케이와의 작업물을 실었던 것에 이어, 이번엔 키드 밀리가 참여해 한국어와 일본어, 영어가 사방에서 교차하는 그런 이색적인 광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비장함을 강조한 심플한 비트 위에 각자가 자신의 최대치를 펼쳐 보이며 경쟁을 하는 듯한 그런 구도가 흥미롭게 다가올 밀도 높은 힙합 트랙. 


이에이리 레오(家入 レオ) '空と青'

대중적인 노심의 디스코그라피를 꾸준히 쌓아온 보컬리스트의 17번째 싱글. 업템포의 팝록 튠으로, 드라마 < ウチの娘は、彼氏が出来ない > 주제가로 낙점되었다. 보컬의 강약을 폭넓은 범위에서 자유로이 조정하는 그의 역량을 맘껏 느껴볼 수 있는 곡이기는 하나, 곡 자체가 살짝 평이한 감이 있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 


죠오바치(女王蜂) ‘夜行’

평소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는 달리 너무나도 밝아진 분위기에 우선 놀라게 된다. 1절은 가성으로, 2절은 진성으로 한 옥타브 차이를 둔 채 현격하게 다른 느낌을 주는 아부쨩의 보컬과 맞물려 합창과 함께 절정으로 나아가는 구성이 카타르시스를 안겨줄 만하다. 극대화된 서정성을 러닝타임 동한 받쳐주는 것은 다양하게 펼쳐지는 키보드 프레이즈 덕분일 터. 여태까지 선보인 그들의 음악 중 어떤 노래보다도 허들이 낮다고 여겨지는 곡으로, 만약 관심이 있던 이들이라면 이 곡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지 싶다.


베이스 볼 베어(Base Ball Bear) ‘ドライブ’

3인 체제 이후 조금은 고전하고 있는 듯한 밴드의 신곡은 왠지 모르게 가슴 한편을 아리게 하는 곡이다. 심장의 고동소리와 같이 규칙적으로 울리는 두꺼운 베이스, 아련한 감정의 궤적을 그려내는 단순하지만 임팩트 있는 기타 솔로잉의 인트로부터가 마음을 쿡쿡 찌른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고, 다시금 일상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내용의 가사가 곡조와 적확히 들어맞는 듯한 느낌. 후반부의 왠지 모르게 흐느끼는 듯한 기타 연주가 괜시리 더 가슴에 와닿기도. 


나나마루산고시츠(703号室) ‘僕らの未来計画’ 

작년 발매했던 ‘偽物勇者’가 틱톡을 중심으로 큰 반향을 이끌어 냈던 만큼, 팀의 신곡에도 이번 작품에도 나름의 기대가 몰리는 중이다. 다만 당시에는 쓰리피스 밴드였던 것이 지금은 오카야 유나 중심의 1인 프로젝트로 그 체제를 바꾼 만큼 음악적인 변화는 감안해야 할 것. 노래에서 확연히 눈에 띄는 것은 여린듯 하면서도 그 안에 의지를 응축하고 있는 듯한 군더더기 없는 오카야 유나의 보컬. 밴드편성에서 현악 중심의 팝튠으로 그 스타일을 바꾸었음에도 가창에서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자신만의 ‘희망’을 규정짓는 그 과정이 4분여의 러닝타임에 충실히 표현되어 있는 주목할 만한 신예의 신곡이다. 


[ALBUM]


큐소네코카미(キュウソネコカミ) < モルモットラボ >

전작 < ハリネズミズム >에 이은 10주년 작품 그 2탄이나, 보여주는 내용물의 방향성은 꽤 다르다. < ハリネズミズム >가 원점회귀에 가까웠다면, 이번 작품은 야마사키 세이야 외 다른 멤버들이 돌아가며 곡을 프로듀싱함으로서 보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 그로 인해 영화 주제가로 쓰이기도 한 그들의 전매특허 사운드가 엿보이는 ‘おいしい怪獣’도 있는가 하면, 보다 복합적인 구성을 기반으로 그루브함을 강조한 ‘囚’, 이들이 이런 이모셔널한 레트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는 것이 영 이색적인 ‘薄波’ 같은 노래들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음을 느껴볼 수 있다. 언제나 라이브형 밴드라는 칭찬과 핀잔이 동시에 섞인 평가를 들어왔던 이들의 눈에 띄는 변화를 느껴볼 수 있는, 10주년을 맞아 새출발하는 팀의 의지와 기개가 가득 담긴 한 장.  


밴드-메이드(BAND-MAID) < Unseen World >

메이드 복장이 트레이드 마크이나, 그런 의상이 주는 편견을 완벽히 전복시키는 빡세고 정교한 메탈 사운드를 선보이는 그들. 메이저 4번째 작품이자 레이블을 포니캐년으로 옮긴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풀렝스 앨범이다. 탄탄한 연주와 노래를 넘어 편곡까지 외부 도움없이 완벽히 해내는 음악 전반에 걸친 이들의 역량이 빛나는 러닝타임을 주조하고 있다.


중간의 베이스 슬랩이 사람들의 숨소리를 캐치할 법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NO GOD’, 바로크 메탈 느낌의 기타 솔로잉이 싱커페이션을 적극 활용한 후렴구와 적절한 밀당을 선사하는 ‘Afet Life’, 작렬하는 킥 드럼이 쫀쫀한 텐션을 인트로부터 끌고 가는 ‘I still seek revenge’ 등 좀처럼 집중력을 잃지 않는 화려하면서도 안정된 연주와 대중과의 접점을 자신의 사명과 같이 선율에 새겨내는 송 메이킹의 하모니가 일품인 곡들이 즐비하다. 록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쉽사리 거부하기 힘든 그 유혹의 순간들로 꽉 차 있는 작품.

매거진의 이전글 [21-01-01] 주간제이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