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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Jan 25. 2021

[21-01-03] 주간제이팝

요아소비, 이키모노가카리, 파이브 뉴 올드, 린토시테시구레

[Single]
 

요아소비(YOASOBI) ‘優しい彗星’

기세를 타고 무서울 정도의 릴리즈 릴레이를 보여주고 있는 요아소비. 이번 역시 애니메이션 < BEASTARS >의 엔딩 곡으로 타이업 되었으며, 해당 애니메이션의 작가 이타가키 파루의 다른 소설 < 獅子座流星群のままに >를 원작으로한 노래다. 디스코그라피가 쌓일 수록 아야세의 송 라이팅과 이쿠라의 보컬이 주는 보편적 매력이 예상 보다 훨씬 큼을 깨닫게 되는데, 이번 노래 역시 이전의 작법을 이어가면서도 외면할래야 외면할 수 없는 짜임새 있는 편곡과 멜로디, 점점 이 듀오의 보컬로 적응해가는 이쿠라의 잠재력이 더욱 깊은 표현력과 대중성으로 환원되고 있다. 어느 노래를 들어도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으며, 소설을 읽은 이들에게는 그 장면 하나하나가 스쳐지나가는 보너스 컨텐츠로서의 역할도 겸하고 있으니. 적어도 올해까지는 요아소비의 해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 


이키모노가카리(いきものがかり) ‘BAKU’

< 나루토 > 시절 타이업인 ‘ブルーバード’(2008) 이래 12년만에 성사된 < 보루토 > 타이업으로, 혼 세션이 가미된 화려한 브로드웨이 튠으로 완성되어 있다. 초반 준비운동도 없이 단번에 몰아치는 긴박한 연주와 요시오카 키요에의 보컬이 단숨에 듣는 이를 휘어 감으며, 중간중간 라틴음악, 탱고와 같은 요소들을 반영해 이국적인 느낌도 살짝 가미해 자신들만의 다이나믹함을 아낌없이 흩뿌리고 있다. ‘ブルーバード’ 재킷 사진을 애니메이션의 등장인물로 어레인지 한 싱글 이미지에도 주목. 


파이브 뉴 올드(FIVE NEW OLD) ‘Hallelujah’

이런 곡을 지속적으로 뽑아내는 것 자체가 놀라울 뿐. 이번엔 블랙뮤직의 기운을 살짝 빼고 현악 세션을 가미한 소프하면서도 러블리한 록 밴드로 회귀. 느낌만으로 언급하자면 버브의 ‘Bittersweet Symphony’를 떠오르게 하는 스트링 사운드, 어느 하나 튀지 않는 완벽한 밸런싱을 보여주는 합주와 보컬로 하여금 밴드의 또다른 정체성을 보여주는 데 성공하고 있다. 어서 빨리 잘되어야 하는 팀, 더더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하는 팀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자신작. 


코 슈 니에(Cö shu Nie) ‘give it back’

보컬 나카무라 미라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영화 스코어 느낌의 트랙으로, 애니메이션화와 함께 인기를 가속화하고 있는 < 주술회전 >의 2기 엔딩곡으로 타이업. 강렬하면서도 복잡다단한 밴드 사운드를 기반으로 해 온 팀이 다소 힘을 빼고 접근한 슬로우 넘버인 만큼 기승전결의 곡선을 뚜렷이 그려내는 구성과, 가사가 담아 내는 정서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풀어낸 느낌이다. 후반부로 치달을 수록 점점 볼륨을 높여가는 노래와 연주의 파장이 꽤나 큰 여운을 남기는 곡. 


료쿠오쇼쿠샤카이(緑黄色社会) ‘結証’

무조건 지르기 보다는 흐름에 따라 능숙하게 자신이 가진 목소리의 강약을 조절하는 나가야 하루코의 퍼포먼스가 전체적인 ‘극’을 이끄는 듯한 느낌을 주는 팀의 신곡이다. 피아노 한대와 단출하게 시작에 급격히 살을 붙여나가는 흐름의 긴장감과 소절에 따라 변하는 악기의 구성과 변칙적인 박자의 드럼 연주가 보다 입체적인 감상을 가능하게 해준다. 전체적으로 보다 완숙해졌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며, 밴드보다는 하나의 음악집단으로서의 정체성을 좀 더 강하게 피력하는 듯한 노래다. 


더 핀.(The fin.) ‘Deepest Ocean’

이 어찌 보면 굉장히 쌈마이로 들릴 수도 있는 신시사이저 톤과 비트의 조합인데… 이걸 살리네. 역시 프로뮤지션은 프로뮤지션인가 싶은 노래. 약간 레트로를 지향하다 못해 한국으로 치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들을 수 있는 트로트 메들리에 들어갈 법한 톤을 중심으로, 유토 우치노의 몽환적인 보컬이 가세하며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후반부에 붙는 타이트한 베이스와 여러 음색의 신시사이저 레이어를 만들어 절정을 만들어나가는 구성은 몇번을 반복해 들어도 매력적. 이색적이면서도 칠한 음악을 원한다면 좋은 선택지가 될 듯. 


린토시테시구레(凛として時雨) ‘Perfake Perfect’

팀으로서의 작품은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은, 그래서 더욱 칼을 갈고 나온 듯한 싱글. 소음과 음악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어그레시브한 사운드 메이킹은 여전하며, 하이톤의 음색으로 그 소리더미를 뚫고 나오는 TK의 노래 역시 여전. 더불어 곡의 전-중-후에 따라 편곡을 다르게 가져감으로서 한 곡 안에서도 다채로운 구성의 묘미를 맛 볼 수 있는 곡이다. 구성/노래/연주 어느 부분에 포커싱을 하느냐에 따라 굉장히 다른 느낌을 주는 곡으로, 밴드의 저력과 음악적 역량이 한껏 버무려진 높은 완성도의 트랙. 


린네(Rin音) ‘overzone’

대중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음악과 랩으로 지지층을 탄탄히 쌓아나가고 있는 뮤지션의 신곡은, 스피디한 비트와 촘촘한 래핑을 대동해 불확실함 속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려는 한 아티스트의 각오를 흥겹게 담아내고 있다. 점점 행동반경을 좁혀오는 구성의 비트 메이킹이 인상적이며, 멜로디어스한 구성으로 한번 듣기 시작하면 좀처럼 귀를 뗄 수 없는 중독성을 선사하고 있다는 것이 장점. 


아타라시이각코노리다즈(新しい学校のリーダーズ) ‘NAINAINAI’

이들은 미국을 거점으로 아시아의 컬쳐신을 적극 소개하고 있는 < 88 rising >에서 픽업하기도 한 팀으로, 교복을 입은 모습으로 미루어 보아 언뜻 보기엔 아이돌 그룹 같으나 엄연히 댄스-보컬 퍼포먼스 팀을 지향하고 있는 그룹이다. 나도 처음엔 레이블의 선택이 좀 의아하게 생각되기도 했으나,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보면 이만큼 힙한 느낌을 주는 팀도 없겠다 싶다. 


< 88 rising >과 계약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은, 이전의 기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블랙뮤직이 가미된 레트로 사운드. 러닝타임에 걸쳐 있는 그루브가 기분 좋게 듣는 이를 설레게 하며, 조금은 비어보이는 듯 심플하게 가져간 전반의 구성이 오히려 각 멤버들의 목소리를 부각시켜 주고 있어 ‘자기소개’의 느낌으로는 적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노래를 듣고 관심이 생겼다면, 반드시 퍼포먼스 영상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사실 이들의 매력은 퍼포먼스에서 나오는지라.  


조쿠(ZOC) ‘AGE OF ZOC’

오오모리 세이코가 이끎과 동시에 자신도 멤버로 들어가 있는 6인조 아이돌 그룹의 메이저 데뷔 싱글로, 사실 오늘 소개하는 앨범 중 린토시테시구레와 더불어 가장 파워풀한 록 사운드를 들려주는 곡이기도. 그만큼 센 디스토션이 곡 전반을 강타하면서도 선율은 놀랄만치 아이돌 팝을 지향하고 있어 오오모리 세이코의 역량에 다시 한번 엄지를 치켜올리게 된다. 기존의 아이돌 상을 오묘하게 뒤트는 팀의 주목할 가치가 있는 행보. 같은 싱글에 실려 있는 ‘DON’T TRUST TEENAGER’도 꼭 들어보기를. 


[ALBUM]


미호 하토리(miho hatori) < Between Isekai and Slice of Life >

치보 마토(Cibo Matto)로 데뷔해 근 25년이 넘는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는 그의 근 15년만의 정규작. 비스티 보이즈나 숀 레논, 고릴라즈 등 영미권 아티스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쌓아온 독자적인 세계가 한 곳에서 거대한 에너지를 터뜨리는 광경을 목격할 것이다. 기본적인 토대는 그가 뉴욕에 체류할 시 록 다운 기간 중 빠져 있었던 이세계계 애니와 일상계 애니로, 그 중간지점을 그려내는 예상치 못한 상상력 만재의 비트가 흥미롭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수록곡들은 마치 의식의 흐름을 그대로 그려내는 듯한 구성을 보여주며, 일관성보다는 직감과 본능에 의존하는 듯한 인상인 탓에 조금은 감상이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보다 말초적이고 왠지 모르게 종교적인 느낌도 들고, 여러 곡을 잘게 쪼개 한꺼번에 뿌려놓은 듯한 느낌이 들기도. 집중한 자만이 맞출 수 있는 퍼즐처럼, 일상과 비현실을 소리로 연결하는 그의 예술작품은 이처럼 범상치 않다.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코바야시 와타시(小林 私) < 健康を患う >

미대생이자 유튜버로도 활동 중인 신예 싱어송라이터 코바야시 와타시의 첫번째 정규작. 전반적으로 일본음악의 일반적인 대중적인 노선을 따라가는 팝록 사운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듣기에 특별히 거부감 없는 수록곡들이나 그만의 개성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약간 대답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것 같은 작품이기도. 어쿠스틱 기타에 이어 선 굵은 솔로잉과 단단한 노래를 함께 툭 하고 던지는 듯한 ‘風邪’, 멜로우한 사운드가 계절감을 부각시키는 ‘スープは冷めても’, 뉴잭스윙 느낌의 레트로 스타일을 적극 차용해 익숙함 속 새로움을 만들어 낸 ‘生活’ 등 이제 막 자신의 것들을 찾아나가기 시작한 그의 첫 흥미로운 첫 발걸음.

오사게(osage) < root(s) >

‘許して’ 같은 노래엔 굴복할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상승기조의 멜로우한 선율. 하지만 꼭 내 취향에 맞아서가 아니라, 이 밴드는 충분히 대중들에게 사랑받을 만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이 곡 안에서도 서정적인 측면과 함께 왜곡시킨 기타를 전면에 부각시켜 상반된 흐름을 하나의 곡으로 엮어내는 그 재기가 호감있게 다기오기 때문. 리드곡 ‘letter’도 과하지 않게 자신들만의 업템포 록을 수수하면서도 진정성있게 풀어내고 있으며, 경쾌한 느낌의 인트로가 속도를 붙여나가며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려나가는 느낌을 선사하는 ‘移ろう季節に花束を’ 등 준수하면서도 ‘킥’을 하나씩 첨가한 평범치 않은 록 넘버들로 러닝타임을 채워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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