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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Jan 31. 2021

[21-01-04] 주간제이팝

유리, 도쿄지헨, 널바리치, 사우시 도그, 요루시카, 알리 등

[Single]


유리(優理) ‘インフィニティ’

작년 하반기 최고 히트곡임과 동시에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시점에 애플뮤직 싱글차트에서 요아소비와 BTS를 제치고 1위에 랭크되어 있는 ‘ドライフラワー’로 자신의 이름을 만방에 알린 유리의 신곡. 정석적인 슬로우 록 넘버였던 ‘ドライフラワー’와는 다르게, 레게 곡조와 리드미컬한 보컬이 맞물려 의외의 경쾌함을 자아내는 곡이다. 제이슨 므라즈, 히라이 다이 등이 떠오르는 블랙뮤직의 뉘앙스는 전작과 확연히 차별화되는 부분. 단순히 ‘록 뮤지션’으로 단정짓고 있던 이들에게 ‘보다 자유로운 싱어송라이터’임을 알리는, 자신의 바운더리를 대중들이 재정립하게 만드는 노래.



도쿄지헨(東京事変) ‘闇なる白’

이번엔 키보드를 맡고 있는 이자와 이치요의 곡으로, 자신이 만든 곡은 왠만하면 피아노 선율 중심의 어레인지를 펼쳐 보이는 그 성향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약간의 오토튠을 가미한 시이나 링고의 보컬과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남자 멤버들간의 하모니가 팀의 기존에 발표했던 곡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며, 소절마다 큰 변동을 보이는 편곡 및 절정으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신시사이저의 질주 등 3분이 좀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시도들을 꽉꽉 눌러담은 느낌이다. 어느 한 순간도 허투루 넘길 수 없는 밀도 높은 러닝타임이 듣는 이를 기다릴 것이다.  



널바리치(Nulbarich) ‘TOKYO’

널바리치 결성 이전 JQ의 심경을 담아 썼던 곡으로, 여러가지 갈등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을 투영해 만든 곡이다. 복잡한 구성을 버리고 두가지 톤의 신시사이저를 통해 편안하면서도 영롱한 파장을 자아내는 후렴구가 특히 인상적이며, 느긋하면서도 강렬하게 더해지는 비트가 자신의 힘찬 발걸음을 상징하는 듯한 댐핑감을 선사한다. 적재적소에 스며 있는 현악 세션은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흐름을 팽팽히 잡아당기는 역할을 수행 중. 멜로우한 감성과 진취적인 기상을 함께 느껴보고 싶다면, 꼭 한 번 들어보시기를.



사우시 도그(Saucy Dog) ‘sugar’

보다 따뜻하게 다듬어진 드럼 소리가 듣는 이를 무방비 태세로 전환시킬 기세. 후렴 직전의 브릿지에도 탐 중심의 연주를 통해 절정으로의 연결고리를 보다 이색적으로 들려주고자 한 의도가 엿보인다. 어쿠스틱 사운드를 살짝 덧칠한 그룹 특유의 섬세한 감정선은 여전하며, 많은 이들이 공감할만한 남녀 사이의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 이런 슬로우 템포의 사랑 이야기로 완전히 자리잡은 듯한 3인조 밴드의 완숙함이 엿보이는 러브송.



아키야마 키이로(秋山 黄色) ‘アイデンティティ’

그의 음악은 굳이 편하게 들리기를 고집하지 않는다. 노이즈가 낀 듯한 조금은 날카로운 소리와 음압. 이를 토대로 송곳과 같은 보컬 퍼포먼스를 통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아키야마 키이로의 스타일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는 신곡이다. 이전과 같이 필요없는 소리의 개입 없이 스트레이트한 록 사운드를 기반으로 삶에 대한 자신의 애티튜드를 세밀한 표현으로 새겨넣은 특유의 스타일이 그대로 살아있는 노래. 인기 애니메이션 < 약속의 네버랜드 > 2기 오프닝으로 타이업, 조금 더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어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에이엠피엠(AmPm) ‘On The Black and White’(feat. Doul)

가면을 쓰고 다니는 일본의 EDM 듀오의 신곡은, 작사작곡보컬을 도맡은 Doul과의 만남으로 발현된 커다란 가능성의 산물. 자신 내면의 갈등을 토해내는 듯한 퍼포머의 보컬이 칠하고도 몽환적인 사운드와 만나 신비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심상을 제시하고 있다. 딱히 일본음악 팬이 아니더라도, 장르의 팬들에게 많은 호감을 불러일으킬만한, 자신들만의 감성을 매력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 하다.



[ALBUM]

요루시카(ヨルシカ) < 創作 >

“< 盗作 > 다음에 < 創作 >를 낸다는 건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습니다. 이 두 작품은 동시에 같은 방법으로 제작하고 있었거든요” 이처럼 연계성을 통해 자신들만의 스토리성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은, 요루시카 만이 가진 특기이자 장점이 아닐까 싶다. 기본적인 음악의 기조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자신들만의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유지한 채 항상 평타 이상의 퀄리티를 유지한다는 점에선 정말 박수가 아깝지 않은 부분.


스이의 중저음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함과 동시에 타이트한 리듬감을 십분 살려내는 보컬 퍼포먼스가 촘촘한 록 사운드에 촉촉히 스며드는 ‘強盗と花束’, 계절감을 듬뿍 담아낸 특유의 서정성을 멋지게 살려낸 ‘春泥棒’, 애니메이션 <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 >의 OST로 사용되며 큰 인기를 얻은 보름달이 뜬 밤풍경을 떠오르게 하는 ‘嘘月’ 등. 발매주기가 결코 길지 않은 데도 항상 일정 수준의 작품을 선보이는 듀오, 특히 나부나의 창작력에 대해선 시간이 갈수록 더욱 높게 평가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커지는 중. 이 작품을 접하기 전 < 盗作 >을 한번 복습해보는 것도 좋다. 우선 나부터.



크로이(kroi) < STRUCTURE DECK >

첫 곡 ‘Page’를 들으면 어딘가 YMO와 1980년대 뉴웨이브 사조, 프린스, 마이클 잭슨 등이 뒤섞여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레트로한 신시사이저 톤과 그루브가 넘실대는 베이스 라인, 여기에 알앤비 기조의 유려한 보컬이 합쳐지며 새로운 ‘네오 믹스쳐’를 선보이는 이들의 첫인상은 결코 범상치 않다. 최근 몇년간 불어닥친 시티팝 리바이벌과 블랙뮤직의 부상이 이전의 ‘기타록’과는 다른 크로스오버 밴드의 대규모 출현을 예견했던지라 이들의 등장이 소스라치게 놀랍지는 않지만, 그래도 첫만남에 듣는 이를 휘어잡는 매력과 역량을 가지고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첫 곡으로 이들의 정체성을 속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몰아치는 랩과 공격적인 연주가 뉴메틀의 뉘앙스를 뿜어내는 ‘dart’, 말 그대로 즉흥적인 ‘잼’을 통해 탄생한 라운지 뮤직 느낌의 인스트루멘탈 ‘marmalade’, 보다 블랙뮤직의 에센스를 담아 냄과 동시에 보컬 우치다 레오의 가성이 반주에 착 달라붙는 ‘risk’ 등 여섯개의 트랙 안에서 차고 넘칠만큼의 매력을 선보이는데 성공하고 있기 때문. 일신한 일본음악신의 흐름에 가속도를 붙일 만한 팀의 주목할 만한 작품.



알리(ALI) < LOVE, MUSIC AND DANCE >

외견을 보면 전혀 일본그룹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7인조 다국적 음악집단의 메이저 데뷔작이다. 워낙 다양한 국가의 출신들이 모여 있기에 애초에 보여주는 음악의 결이나 에너지가 확실히 차별화되는 느낌이며,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 FIRST TAKE >를 통해 기대감을 한껏 높여놓았던 지라 많은 이들이 이 작품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앨범은 굉장히 숨가쁘게 듣는 이들을 몰아붙인다. ‘FIGHT DUB CLUB’은 무언가 민속적인 느낌을 가미함과 동시에 스케일 큰 혼 세션과 라틴 리듬을 가미해 본능에 소구하는 유니크한 댄스뮤직을 창조해내고 있으며, 펑키함을 강조한 기타 스트로킹과 웅장한 트럼펫으로 혼을 빼놓은 뒤 피아노와 코러스로 쉬어갈 구간을 만들어 내는 등 완급조절해도 능함을 보여주는 ‘MUZIK CITY’, 약간 텐션을 가라앉히고 플룻을 대동해 보컬과 멜로디의 캐치함을 극대화시키는 ‘METROPOLIS’와 같은 곡들을 듣다보면 이들이 정말 차세대 록스타임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이르게도 자신들의 포텐셜을 뻥 하고 터뜨려 버린 듯한, 어떤 음악 팬이라도 반드시 들어볼 가치가 있는 한 장.



리그렛걸(reGretGirl) < カーテンコール >

직관적인 연주와 멜로디로 청춘을 노래하는 밴드 리그렛걸의 새 앨범. 첫 곡 ‘ルート26’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스탠스는 여전히 하이텐션으로 여물지 않은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Pudding’ 역시 초반에 후렴을 꽂아넣는 에두름 없는 스타트로 단숨에 귀를 사로잡으며 그 흐름을 끝까지 가져가는 데에 성공하고 있는 완성도 있는 트랙. 조금 더 리드미컬함을 살려보고자 한 의도가 엿보이는 ‘グッドバイ’, 묵직한 선율과 탄탄한 구성 및 합주로 선사하는 흡입력 있는 슬로우 넘버 ‘Longdays’, 지나간 이별에 대한 가슴 아린 노랫말이 공감가는 ‘スプリング’ 등 팀 특유의 대중성과 정서가 여느 때와 같이 가득 차 있는 앨범이다.



낫 웡크(NOT WONK) < dimen >

보다 ‘믹스쳐’로서의 음악을 강조한 3인조 밴드의 근 1년 만의 네번째 정규작. 단순한 악기구성이나 곡 흐름을 배제한 채, 예상치 못한 갈래로 뻗어나가는 그들의 음악은 순간 어렵게 느껴지면서도 파고들고 싶은 욕구 역시 동시에 자아내게 한다. 전작에 비해 장르리스 적인 면이 강조되었고, 본래 있던 대중음악신의 공식을 최대한 피하고자 한 의도에서 비롯되는 여러 사운드적인 실험을 아주 매끈하게 구사하고 있다. 보다 야생에 가까운 음악을 들려준다고나 할까.


드럼 앤 베이스를 기조로 리버브가 잔뜩 걸려 있는 기타소리가 음속으로 대기 중을 파고 드는 듯한 ‘200530’, 강한 퍼커션과 한껏 공간감을 준 악기, 그 안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듯한 보컬이 서로 난장을 벌이다 갑작스레 사이키델릭한 클라이막스를 거쳐 목가적인 아웃트로로 마무리되는 ‘split in the sun’, 마치 퀸의 음악을 듯는 듯한 기타의 질감과 코러스 활용이 또 다른 가능성을 발현하는 ‘in our time’, 코로나 시대의 복잡한 감성을 역동적 구성안에 담아내는 ‘slow burning’, 시종일관 강한 어프로치의 박자와 보컬로 일관하다 후반부의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dimension’ 등 어느 하나 1차원적으로 전개되지 않는 복합적이면서도 유기적인 각 트랙의 완성도가 정말 대단하다. 음악에 대한 의욕을 완벽한 작품미학으로 치환해 냈다는 점에서 찬사가 아깝지 않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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