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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Feb 14. 2021

[21-02-02] 주간제이팝

범프 오브 치킨, 우루, 밀레니엄퍼레이드, 즛토마요 등

[Single]


범프 오브 치킨(BUMP OF CHICKEN) ‘Flare’

결성 25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신곡. 마냥 소년같던 그들이었는데, 곡을 논하기에 앞서 참으로 시간이 빠르구나 싶다. 블루스 느낌의 인트로를 지나면, 커리어 초반의 풋풋함이 서려 있는 반가운 록 사운드가 들려온다.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진 않지만, 은유적인 표현을 통해 앞으로도 꿋꿋하게 음악을 해나가겠다는 각오를 보여주고 있다. 여러가지 기타 사운드가 오밀조밀하게 자신의 사운드를 발하는 그 발란스와 어느 때보다 명징하게 들려오는 드러밍, 여기에 또박또박 읊어나가는 후지와라 모토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반갑게 느껴지는 노래. 


우루(Uru) ‘ファーストラブ’

호소력 짙은 음색을 통해 새로운 발라드 신성으로 떠오른 우루의 신곡으로,  동명의 영화 < ファーストラブ >의 주제곡을 겸하고 있는 노래다, 현악 세션과 피아노, 미니멀한 퍼커션이 클래시컬한 무드를 자아내는 가운데, 마음을 적시든 들려오는 그의 담담한 목소리가 언제나 설레고 아련하게 다가오는 첫사랑의 추억을 불러온다. 자칫 뻔하게 다가올 수 있는 소재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거리를 탈바꿈시키는 아티스트로서의 역량. 겨울에 어울리는 발라드를 찾는다면,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후지패브릭(フジファブリック) ‘赤い果実’

기존의 후지패브릭을 즐겨 들었던 이라면, 이 노래가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블랙뮤직 기반의 끈적한 그루브가 곡을 지배하고 있으니. 8비트의 리드미컬한 드럼과 연주자의 스타일이 드러나는 피아노와 기타의 솔로잉, 알앤비 싱어 주주와의 태그를 통한 시너지와 풍성하게 곡을 감싸는 코러스 워크까지. 파이브 뉴 올드나 럭키 테잎스를 듣는 건 아닌가 착각이 들 법도 하지만, 이러한 능숙한 스타일 변화가 대중을 설득하기에 부족함이 없으니 우려는 거둬두도록 하자. ‘후지패브릭 식 시티팝’, 여기에 있다. 


아나츠메(A夏目) ‘東京の冬’

싱잉-랩을 무기로 장착한 채 힙합을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재기가 돋보이는 현역 고교생 래퍼 아나츠메. 린네(Rin音)의 히트로 주목받고 있는 레이블 < ROOFTOP >의 신예이기도 한 그가 선보이는 계절감으로 가득한 러브송이다. 중간에 삽입된 샘플링이 곡의 뼈대로서 완성도를 올리는데 일조하고 있는 느낌이며, 선율감을 강조해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두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노래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그 장점을 등에 업고 현재 빠르게 스트리밍 상위권 차트로 진입 중.


마카로니엔피츠(マカロニえんぴつ) ‘メレンゲ’

전체적인 구성과 더불어 사운드의 배치와 음량, 믹싱의 상태가 극히 훌륭하게 느껴지는 노래. 레트로한 로큰롤로 시작해 불쑥 들려오는 현악 세션. 후렴의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클래시컬한 스트링 편곡, 클래식한 기타 톤과 신시사이저, 디스토션 솔로잉이 쉴새 없이 교차하는, 그야말로 여러 아이디어들이 쉴새 없이 쏟아지는 4분여간의 믿을 수 없는 음악여행. 전반적으로 퀸의 ‘Bohemian rhapsody’가 떠오르기도 하나, 그런 생각을 단박에 사라지게 할 오리지널리티가 단단히 박혀 있는 트랙이기도. 최근 들은 어떤 노래보다도 큰 임팩트를 안겨준, 연말 올해의 싱글을 뽑는다면 한자리는 해야하지 않나 싶을 정도의 만듦새를 보여주는 싱글. 


뮤비만 봐도 딱히 숨기고 싶어하는 느낌은 아닌데

십(siip) ‘2’

수수께끼의 싱어송라이터를 표방하고 있는 정체불명 아티스트의 범상치 않은 신곡이다. 짙게 깔린 퍼즈한 기타와 저음부를 강조한 키보드, 심벌 위주의 드러밍이 반복되는 보컬의 멜로디와 만나 ‘록으로 주조한 일렉트로니카’의 느낌을 내고 있다는 점이 이채롭게 다가온다. 사실 별 생각 없이 듣다가 목소리가 그 밴드의 그 프론트맨 아니야? 라고 생각해 찾아봤는데 아직 제대로 정체를 드러내진 않은것 같아 여기서는 함구하기로.      


어나니모즈(Anonymouz) ‘足りないよ’

지난 EP를 통해 폭넓은 수용력을 보여준 신예 아티스트의 싱글. 키보드와 비트의 단촐한 구성을 보여주는 반주를 동반해, 자신의 보컬과 멜로디 중심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후렴구에서 보여주는 나즈막하면서도 포인트가 명확한 감정표현이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을 가늠하게 만든다. 뭔가 올해 좋은 활약을 보여줄 것 같은 예감이. 


하쿠비(Hakubi) ‘在る日々’

구성이 굉장히 독특한 곡이다. 1절은 탐 중심의 드러밍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키더니, 막상 후렴에서는 모든 악기를 빼고 보컬 중심의 구성으로 전환한 뒤, 중간중간 낯설지 않게 끼어드는 신시사이저의 레트로한 질감을 거쳐 하나의 밴드뮤직으로 완성되는 그 과정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 중심에 밴드의 정체성을 부여하는 카타기리의 부유감 어린 보컬이 단단히 자리를 잡고 있어 범상치 않은 만듦새를 보여주는 노래. 


[ALBUM]

밀레니엄 퍼레이드(millennium parade) <  THE MILLENNIUM PARADE >

킹 누(king gnu)의 츠네다 다이키가 이끄는 음악집단의 첫번째 정규작으로, 킹 누의 유명세로 하여금 굉장한 기대를 불러모았던 작품이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조의를 표하고, 새로운 해를 맞은 축제”를 주제로 콘셉트 앨범으로, 수록곡들의 면면에서 힙합, 록, 일렉트로니카, 재즈, 클래식 등 장르를 섞어 장르를 무너뜨리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아주 칼을 갈았다는 느낌과 동시에, 디자이너와 영상 디렉터, CG 크리에이터, 일러스트레이터가 모여 음악을 둘러싼 다양하고 감각적인 콘텐츠로 발전시키는 그 모습이 현 시점의 도쿄 컬쳐의 경향을 가리키고 있기도, 


선공개되었던 복잡다단한 혼돈의 크로스오버 트랙 ‘Fly with me’를 지나, 그대로 흐름을 이어 그루비한 비트를 토대로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 ermhoi의 존재감이 본격적으로 부각되는 ‘Bon Dance’, 뒤에 깔리는 스산한 신시사이저의 음색에 맞받아치는 프라이데이 나잇 플랜스의 보컬 퍼포먼스가 인상적인 트랩 기반의 알앤비 ‘Trepanation’, 100년도 아닌 무려 1000년 후 미래를 향해 메시지를 던지는 클래시컬 록 오페라 ‘2992’, 킹 누의 파트너인 이구치와 츠네다의 트윈보컬로 기존 팬들을 포섭하는 이모셔널한 슬로우 트랙 ‘FAMILIA’까지. 츠네다 다이키를 중심으로 모인 이 음악집단이 보여주는 새로운 문화의 흐름. 그 물꼬를 트는 실험과 도전이 부딪혀 내는 그 파열음이 대중문화 전반에 임팩트를 남길 만한,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작품이다.  


즛토마요나카데이이노니。(ずっと真夜中でいいのに。) < ぐされ >

초반의 싱글라인을 지나서 후반부로 갈수록 팀의 의도가 드러난다. 블랙뮤직과의 결합, 쇼와가요풍의 작법, 랩 퍼포먼스가 동반된 힙합 트랙 등. 현악 세션을 중심으로 이전과는 방향성이 다른 팝 센스를 선보이는 첫 곡 ‘胸の煙’ 부터 베이스의 슬랩에서 펑크(Funk)의 개입이 이뤄지기도 하는 등, 자신의 세계에 안주할 생각이 없다는 의사표명이 확실하게 이뤄지는 작품. 


‘勘ぐれい’의 레트로한 선율라인, 샤미센을 적극 활용해 주조한 비트를 타고 자신만의 라임을 차곡차곡 구축하는 ‘機械油’, 전반까지의 평안한 흐름을 단번에 뒤집는 반전이 듣는 이에게 쾌감을 자아내는 ‘暗く黒く’, 필리 소울이 감지되기도 하는 유려한 디스코 팝 스타일의 ‘MILABO’, 재즈의 문법을 삽입함으로서 연주나 멜로디 모두 이전과는 다른 색을 발하고 있는 ‘ろんりねす’ 등. 이전의 작품들이 일정한 틀 안에서 조금씩의 변형을 꾀했다면, 이번 작품은 아예 다른 형틀을 제조함으로서 보다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욕심이 긍정적으로 발현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이전까지 자신의 취향이 아니었다고 생각했던 이들에게도 어필할만한, 중요한 변곡점이 될 한 장. 


쿠지라요루노마치(クジラ夜の町) < 海と歌詞入り瓶 >

작년 선보인 EP < 星に願いを込めて > 를 통해 준비운동을 끝마친 밴드의 본격적인 항해가 시작되는 데뷔 정규작. 보코더를 활용한 보컬과 키보드와 기타가 왼쪽과 오른쪽의 이어폰으로부터 중앙으로 합치되어 펼쳐지는 장면이 광활한 풍경을 그려내는 ‘言葉より’, 직선적이고 스피디한 펑크(Punk) 곡조와 테크니컬한 기타 연주의 공존이 왠지 모르게 안디모리(andymori)를 떠올리게 하는 ‘インカーネーション’, 피아노와 클라리넷의 하모니가 안락한 동화 속 한 장면에 들어가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クロージュと夜の合図’ 마칭밴드의 개선곡이 연상되는 편곡이 또다른 결을 보여주는 ‘オロカモノ美学’ 등 기본적인 록의 문법 안에서의 여러 변주와 시도를 통해 상상의 세계를 음율로 구현하는 팀의 역량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작품이다. 기대했던 것의 120%를 보여주고 있어 대만족. 


어썸 시티 클럽(Awesome City Club) < Grower >

3인조로 재편성된 후 선보이는 첫 작품으로, 여러 편곡자들을 적극적으로 맞아들여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자신들의 매력을 풀어내고자 한 의도가 충실히 반영되어 있는 결과물로 완성되어 있다. 자신들의 블랙뮤직 스타일을 기반으로 록과 클래식을 끌어들임과 동시에 아타기와 포린의 트윈 보컬 하모니가 가감없이 뿜어져 나오는 ‘勿忘’, 아카펠라로 주조한 비트에 시원스러운 후렴구가 잘 버무려진 ‘Sing out loud, Bring it on down’, 래퍼 PES와 함께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는 리드미컬한 여름 트랙 ‘湾岸で会いましょう’, 치밀한 비트구성이 쫄깃한 감상을 자아내는 ‘Fractal’ 등 자신들의 장점에 집중하면서도 이를 다채롭게 풀어내는 프로듀서로서의 시선 또한 한층 성장해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앨범 제목인 < Grower >는, 능동적으로 성장해가는 자신들의 모습을 반영한 타이틀이 아닐지.


나키무시(泣き虫) < rendez-vous >

본명이나 연령 등을 모두 비공개로 하고 있는 신비주의 콘셉트를 기반으로, 허스키한 보이스와 독창적인 시세계를 기반으로 중고생 중심의 팬층을 확보해나가고 있는 솔로 아티스트의 첫 정규작이다. 역동적인 록 사운드가 초장부터 혼을 빼놓는 어쿠스틱과 디스토션의 오묘한 조화가 엿보이는 ‘からくりドール。’, 후반부로 갈수록 힘을 붙여나가며 하이라이트를 구축하는 서정적인 슬로우 템포 ‘くしゃくしゃ。’, 시티팝의 기운을 빌어 자신의 폭넓은 음악적 역량을 증명하는 ‘アルコール。’, 최근 ‘うっせぇわ’의 히트를 통해 인기 아티스트로 급상승중인 아도(Ado)와의 듀엣이 이목을 집중시키는 ‘Shake It Now’ 등 다양한 스타일의 수록곡을 통해 한 단어로는 형용불가한 자신만의 입체적인 매력을 탄탄히 구축하고 있는 모양새다. 슥 봐서는 이쪽도 우타이테/보카로P 출신인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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