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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Feb 21. 2021

[21-02-03] 주간제이팝

호시노 겐, 아이묭,  아도, 사류, 인디고 라 엔드, 히토리에 등

[Single]


호시노 겐(星野 源) ‘創造'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35주년 기념의 의미를 담아 선보이는 호시노 겐의 신곡. 블랙뮤직과 일렉트로니카가 절묘하게 뒤엉켜 그만의 음악 양식을 흥미롭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자세히 들어보면 여러 슈퍼마리오 브라더스에서 들을 수 있는 독특한 BGM이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으며, 가사에서도 닌텐도의 여러 경영철학 등을 유려하게 녹여내는 등 제목에 걸맞는 ‘크리에이티브함’이 빛난다. 자신의 음악인생과 선배들의 족적, 닌텐도에 대한 존경을 한 곡에 무리없이 담아낸 그 역량이 놀랍게 다가오는 노래.


아이묭(あいみょん) ‘桜が降る夜は’

꾸준한 활동으로 어느덧 지금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로 자리를 굳힌 아이묭. 뭔가 간만에 선보이는 듯한 업템포의 러브송으로, 봄의 기운이 충만한 무드가 계절의 변화를 재촉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컨트리를 살짝 덧칠한 찰랑찰랑한 사운드를 동반해 어느때보다도 밝고 명랑한 톤으로 노래하는 그지만, 가사를 보다보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아, 삶에 대한 아티스트의 태도 또한 살짝 엿볼 수 있는 결과물로 완성되어 있다.


아도(Ado) ‘ギラギラ’

‘うっせぇわ’의 히트가 한국 내 일본음악 팬들에게도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요즘이다. 여기에 대해 대충 짧게나마 글을 써보고 싶기도 한데.. 여튼 그 논란(?)의 중심에 있는 아도의 신곡이 등장. 확실한 건 이 아티스트의 보컬 스타일이 하나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うっせぇわ’가 우타이테/니코동 특유의 마니악하고 과한 느낌이었다면, 이번 곡은 힘을 빼고 리듬을 타는 모습이 보다 대중친화적으로 다가온다. 예상을 비껴가는 코드 진행과 멜로디 전개 또한 귀기울여야 할 부분. ‘うっせぇわ’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이 노래까지 피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역량과 재능을 겸비한 보컬리스트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노벨브라이트(Novelbright) ‘フェアリーテール’

타케나카 유다이의 시원스러운 보컬이 인트로부터 기선을 제압한다. 상승조의 선율과 시원스러우면서도 서정성을 놓치지 않은 연주 및 편곡이 흡사 애니메이션 주제곡으로 타이업 되었을 법한 느낌을 준다.(실상은 CM송 타이업) 밴드 특유의 대중성이 잘 녹아들어 있으며, 어느때보다도 스트레이트한 전법으로 대중을 상대하고 있어 그 흡입력 만큼은 어느때보다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가슴이 뻥 뚫리는 명쾌한 록 넘버가 듣고 싶다면.


마에시마 소시 & 쿠라게(maeshima Soshi & kurage’ ‘Lost’

린네, 소라네 등 신예 아티스트들과의 작업으로 유명세를 탄 프로듀서 마에시마 소시가 이번엔 실력파 알앤비 싱어 쿠라게와 손을 잡았다. 특유의 로우파이 비트와 명확한 강조점을 만드는 강한 신시사이저의 음색, 일본어/영어/중국어를 오가며 자신만의 색채를 발하는 보컬이 긍정적인 시너지를 발하는 트랙이다. 역동적이면서도 칠한, 상반되는 감상을 동시에 전해주는 입체적인 매력이 인상적.


사류(Salyu) ‘Taxi’

20년 이상 활동해 온 베테랑 싱어와 각광받는 신예 프로듀서와의 태그. 사류와 오부쿠로 나리아키, Yaffle의 만남은 좀처럼 그 결과물을 예상할 수 없는,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조합이다. 특히 작년 후지이 카제의 정규앨범의 사운드 프로듀싱을 맡으며 그를 성공적으로 메이저에 안착시킨 Yaffle의 비트 메이킹 감각은 여기에서도 빛을 발하는 느낌.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로 시작해 살을 붙여가며 점차 광활한 우주로 듣는 이를 이끄는 듯한 예측불허 사운드가 신비스러운 사류의 보이스 컬러와 만나 펼쳐보이는 미지의 세계가 가히 인상적이다.


[ALBUM] 


인디고 라 엔드(indigo la end) < 夜行秘密 >

결성 10주년을 넘어 완성한 어느덧 여섯번째 정규작. 항상 라이브를 진행하며 곡을 쓰고 녹음을 했던 지난 앨범들과 달리, 코로나 시대를 맞아 ‘곡은 곡으로’ 라는 마인드로 작업한 첫 결과물이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곡마다 연주 사운드의 경향을 다르게 가져간다거나, 사랑노래에서 벗어나 카와타니 에논 본인의 인생관이 담긴 가사를 써내려가는 등 운신의 폭을 더욱 넓힌 작품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프레이즈에 따라 달라지는 악기들의 울림이 변화무쌍한 감정표현을 도모하는 ‘夜行’, 빈티지한 신시사이저의 음색과 크런치한 디스토션, 카와타니 에논의 목소리와 맞물려 특유의 애수를 자아내는 ‘夜風とハヤブサ’, 서정적인 초반부를 뒤엎는 듯 맹렬히 포효하는 기타 연주가 인상적인 ‘不思議なまんま’,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서 본 루틴 영상에서 모티브를 얻은 가사를 활용한 ’夜光虫’ 등 이전과 다른 접근법으로 더욱 밀도 있는 러닝타임을 주조해 냈다. 게스노키와미오토메가 다소 주춤했던 이유, 인디고 라 엔드의 이 작품 때문이었다고 하면 용서해 줄 법도 한 듯.


코코(Cocco) < クチナシ >

코로나로 인한 외출자숙기간 중 인터넷 상으로 공개해왔던, 자택에서 작업한 데모 트랙을 계기로 탄생한 열한번째 정규작이다. 전반적으로 스케일 큰 록 기반의 작품이며, 무엇보다 아티스트 본인의 풍부하고도 섬세한 감정표현을 세세하게 느껴볼 수 있는 한 장으로 완성되어 있다.


거대한 스케일의 편곡이 아티스트의 가창력과 맞물려 드라마틱한 전개를 일궈내는 ‘女一代宵の内’, 즉흥적이고도 파괴적인 합주 사운드가 밴드 편성의 매력을 한가득 느끼게 해주는 ‘Supernova’, 탱고의 정열을 자신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悲しい微熱’, 날 것의 헤비 록 사운드가 앞으로 나아가려는 아티스트의 각오를 보여주는 듯한 ‘ひとひら’, 마칭 밴드 스타일의 드러밍이 감성적인 피아노/현악 연주를 동반하는 보다 상냥해진 자신의 페르소나를 풀어놓는 ‘朝満ちぬ’ 등. 다 듣고 나면 메말라 있던 감정이 살아나 마음 속 이름 모를 꽃 한송이가 피어날지도.


칸디타운(KANDYTOWN) < LOCAL SERVICE 2 >

2년 전 선보였던 < LOCAL SERVICE >의 속편으로, 지난 번과 같이 같은 크루였던 YUSHI의 기일인 2월 14일에 맞춰 발매한 작품이기도 하다. 정적인 듯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비트에 특색 있는 신시사이저가 중독적인 훅과 환상의 호흡을 보이는 ‘One More Dance’, 유일하게 료후(Ryohu)가 비트를 도맡아 좀 더 멜로우한 정서를 흘뿌리는 ‘Sunday Drive’, 보다 과거로 시계를 돌리는 듯한 비트와 샘플링의 활용이 오히려 현재에 맞닿은 트렌디한 느낌을 자아내는 ‘Sky’ 등 메이저 데뷔 5년차로 접어든 그들의 커리어가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한 장.


히토리에(ヒトリエ) < REAMP >

밴드의 핵심이엇던 오와카(wowaka)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후, 남겨진 이들이 다시금 의기투합해 ‘히토리에’라는 이름을 이어가겠다는 의지하에 태어난 밴드의 새 전기가 되는 작품. 기존에 기타/코러스를 담당했던 시노다가 메인 보컬과 작사로 포지션을 변경함과 동시에 작곡은 세 멤버가 비슷한 비율로 담당. 오와카 특유의 치밀하고 스피디하며, 마치 미디음악을 방불케 하는 정교한 느낌은 사라졌지만, 보다 록 본연의 에너지를 발산함과 동시에 팀의 음악이 주던 특유의 타이트한 느낌은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반갑게 다가온다.


후렴구의 속도감 있는 워딩과 폭발할 듯한 열기의 연주가 밴드의 귀환을 선언하는 ‘ハイゲイン’, 기타리프 대신 키보드의 선율감을 얹음으로서 이전과는 다른 표현방식을 추구하는 ‘faceless enemy’, 보다 차분히 슬픔과 애달픔을 리얼하게 묘사하는 ‘うつつ’, 파스피에의 나리타 하네다가 피아노로 참가해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업템포 록 튠 ‘YUBIKIRI’와 같은 곡들을 들으면, 확실히 이전의 히토리에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터. 그래도 어려운 결정을 통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한 그들의 결의에 찬 음악들은 나름의 설득력과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또한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에이티키즈(80KIDS) < ANGLE >

IZM에 < Weekend Warrior > 앨범 리뷰를 썼던게 벌써 11년 전. 이제는 일본 일렉트로니카의 베테랑이라고 불려도 손색없을 듀오 에이티키즈의 이야기다. 5년만에 선보이는 작품은, 자신들의 기본인 하우스와 브레이크 비트를 다시 한 번 파고드는 동시에, 신예 아티스트들과의 합작으로 다른 파장의 빛을 발하고자 하는 의도로 가득하다.


차곡차곡 비트와 신시사이저를 쌓아가는 점층적인 구조의 댄스뮤직이 자신들이 돌아왔음을 알리는 ‘Subject’, 다이나믹하게 짜여진 사운드 위로 마바누아의 유려한 보컬이 의외의 조합을 선보이는 ‘Glasses’, 에이미(AAAMYYY)의 보컬이 전면에 나서는 구조로 반전을 꾀하는 소울풀한 넘버 ‘Magic’, 퓨쳐베이스 기반의 짜임이 트렌디함과 대중성을 동시에 담보하는 ‘Grand’ 등 러닝타임 어느 곳을 들어도 에이티키즈의 정체성이 살아 숨쉬는 느낌이다. 자신들의 것을 지켜가며 진화해 나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더더욱 절감하게 되는 요즘, 그들의 행보가 실로 대단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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