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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Apr 25. 2021

[21-04-03] 주간제이팝

원 오크 록, 유리, 무카이 다이치, 널바리치 등

부득이하게 한 주 건너 뛴 주간제이팝입니다. ;; ㅠㅠ



[Single]


원 오크 록(ONE OK ROCK) ‘Renegades’

올해 초 아뮤즈로부터 독립, 해외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밴드가 자신있게 제시하는 새로운 막의 출사표다. 에드 시런의 참여로 일찌감치 화제가 된 노래로, 간만에 록적인 테이스트를 강하게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 우선적으로 귀에 들어온다. 다만 그 방향성이 이 전의 < Niche シンドローム >이 아닌, 어디까지나 최근 스타일의 연장선상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유의. 선 굵은 기타리프를 중심으로,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을 준수한 선율과 웅장한 느낌의 퍼커션 및 코러스 라인 등 다시금 출발선에 선 자신들의 비장함이 곳곳에 서려있는 넘버. 곧 개봉되는 < 바람의 검심 최종장 > 극장판 주제가이기도 한 만큼, 자국 팬들 역시 잊지 않는 모습.


유리(優里) ‘飛行船’

서정적인 목소리를 앞세웠던 이전까지의 그를 일신하는, 격정적이고도 폭발력 있는 업템포 튠. 단순히 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님을 대중들에게 선언하는 듯한 모습이다. 사실 곡 자체는 그렇게 특별할 것이 없는 일반적인 편성의 팝 록이나, 워낙 그의 음색이 제시하는 입체적인 감성이 ‘그저 그런 곡’에 머무는 것을 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어썸 시티 클럽(Awesome City Club) ‘またたき’

‘勿忘’의 메가히트로 드디어 자신들의 인생 곡을 탄생시킨 밴드의 신곡. 확실히 흐름을 타면 작품의 완성도도 한 단계 올라간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트랙이기도 하다. 아타기와 포린의 하모니를 강조한 보컬 운용은 하나의 구심점을 만들어내며, 후주의 일그러진 기타 디스토션과 간결한 현악 세션의 어우러짐은 재차 부스터를 걸어주며 절정으로 나아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 점점 힘을 붙여가며 마지막으로 나아가는 두 사람의 보컬이 그려내는 풍경은 그야말로 황홀할 지경. 


다울(Doul) ‘We Will Drive Next’

작년 9월에 ‘16yrs’로 데뷔, 세계적으로 그 존재감을 알림과 동시에 스포티파이에서 주목해야 할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 Early Noise >에도 소개된 바 있는 다울의 신곡. 음울하면서도 몽환적인 사운드 스케이프를 기저에 두고, 노래와 랩을 오고가는 그의 허스키하면서도 자유로운 보컬 퍼포먼스가 좌중을 휘어잡는다. 후반부로 갈수록 기타 디스토션과 드럼 등 록의 적극적인 개입이 눈에 띄며, 조금씩 점층적으로 퍼져나가는 멜로디 라인 역시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다. 보다 넓은 곳을 타깃으로 하는 젊은 신예 뮤지션의 임팩트 있는 한 곡. 


대니 메이(Dannie May) ‘メロディーが浮かばなくても’

서두부터 치고 나오는 마사의 리드미컬한 노래가 왠지 축 쳐져 있는 기분을 산뜻하게 만들어준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밝은 곡조와 흥겨운 그루브를 통해 전파하는 노래로, 쉬운 선율과 딱 적정한 만큼의 연주 사운드의 어우러짐이 듣는 이의 긴장을 풀어줄 법하다. 이런저런 일이 있어도 술과 사랑이 있으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냐는 이들의 메시지에 적극 공감!


세이카츠와와스레테(生活は忘れて) ‘22’

초반에 울려퍼지는 날카로운 기타 리프에 스톱. 작년 초부터 SNS와 유튜브를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해, 젊은 세대에게 조금씩 자신의 이름을 알려가고 있는 솔로 아티스트의 신곡. 리얼 세션과 미디의 절묘한 조합이 요네즈 켄시의 초창기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지만, 한 옥타브를 내려 겹쳐내는 오버더빙이라던가 기승전결보다는 전체적인 긴장감을 부여하는 퍼커션 사용 등에서 그만의 아이디어와 재기를 엿볼 수 있는 노래이기도. 


덴파구미 잉크(でんぱ組.inc) プリセンスでんぱパワー!シャインオン!’

10인조로 재편된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싱글은 더욱 비비드하고, 다채로운 구성으로 하여금 듣는 이를 정신 못 차리게 만들 공산이 농후. 듣기에는 딱 놀이공원 주제가로 쓰이면 좋을 그런 감성을 뿜뿜한데, 아마 듣는 분들은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현악 세션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초반을 지나 점점 살을 붙여나가며 완벽한 기승전결의 흐름이 뮤지컬 넘버를 연상케 한다. 크레딧을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런 아이돌 송 제작에 도가 튼 햐다인, 마에야마다 켄이치의 이름이. 이런 스케일 큰 넘버에 10명이나 되는 멤버들의 캐릭터를 잘 살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프로듀싱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최근에 만나본 아이돌 뮤직 중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지점에 근접한 넘버. 



[ALBUM]


무카이 다이치(向井 太一) < COLORESS >

흑인음악과 제이팝의 절묘한 조화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싱어송라이터의 네번째 정규작. T.Kura, 마바누아를 비롯, 국내외에서 맹활약하는 뮤지션을 불러모아 호화 프로듀서진을 갖춘 작품이기도 하다. 브라스가 힘차게 뻗어나가는 경쾌한 느낌의 ‘Love Is Life’, 마바누아 특유의 키보드 터치가 적극 반영되어 있는 ‘Ups & Downs’, 복합적이면서도 디테일한 비트의 생동감이 극대화된 ‘BABY CAKES’, 무겁게 가라앉은 대기를 은근하게 데우는 음색이 돋보이는 ‘Don’t Lie’ 등 지향점이 명확한 트랙들과 함께 자신의 정체성을 더욱 선명히 구축하고 있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다양한 취향의 대중을 포섭할 퀄리티 있는 결과물.


널바리치(Nulbarich) < NEW GRAVITY >

로스앤젤레스로 거취를 옮겨, 밴드의 제2막을 열 듯 무려 19곡이라는 방대한 볼륨으로 돌아온 널바리치의 2년 2개월만의 신보다. 전반부는 초창기부터 최근까지의 모습을 총망라한 밴드 본연의 음악들을 들려주고 있으며, 후반부는 여러 아티스트들과의 합작을 통해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너지를 보여주는데 주력하고 있다.


밴드결성 이전에 제작된 ‘TOKYO’의 아련한 스케이프를 통해 자신의 원점을 돌아보는 시간을 거친 후, 보다 록적인 테이스트를 가미해 그 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Twilight’, 리듬에 대한 고찰에 보다 깊게 접근한 ‘Mumble Cast #000’, 기존의 정체성을 한데 모아 장대하게 구축해 낸 사운드가 인상적인 ‘Lost Game’과 같은 곡들을 듣다 보면 이전 앨범들의 하이라이트를 추린 듯한 느낌이. 


그런가 하면 작년 한해를 휩쓴 신예 바운디와 함께 한 곡을 요루시카의 나부나가 다시 한번 매만져 또 다른 숨결을 불어넣은 ‘Ash feat. Vaundy(n-buna from ヨルシカ Remix’, 태국의 밴드 품 비푸릿의 도움을 받아 뉴 웨이브 사조를 공간감 있게 재현한 ‘A New Day’, 그의 최고 히트곡 중 하나에 랩과 비트를 얹어 재창조해낸 ‘It’s Who We Are(CraftBeatz Remix) 까지. 널바리치의 음악을 들어왔던 이들이라면, 종합선물세트와도 느껴질 들을거리가 너무나도 풍성한 앨범. 


키미시마 오오조라(君島 大空) < 袖の汀 >

그의 음악엔 들으면 들을수록 오묘한 빛이 감지되고,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그 빛으로 빨려드는 듯한 느낌을 갖게끔 하는 마력이 있다. 선공개 된 가녀린 그의 음색이 가늘고 찬란하게 뻗어나오는 ‘光暈(Halo)’지나, 기타리스트로서의 역량이 보컬과의 인상적인 하모나이즈를 선보이는 ‘向こう髪’, 다양한 악기들이 새로운 체험으로 유도하는 ‘星の降るひと’ 등 싱글로는 깊게 알기 힘들었던 그의 세계를 보다 지긋이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작품이다. 조금씩 비상하는 아티스트의 상승세, 그 궤도가 잘 그려져 있는 여섯개의 트랙들. 


브라디오(BRADIO) < Joyful Style >

‘흑인음악 X 밴드편성’이라는 최근의 트렌드에 있어 둘째 가라면 서러운 숨은 강자. 브라디오의 두번째 메이저 정규작은 자신들의 장점을 러닝타임에 걸쳐 감칠맛 있게 살려내고 있는 좋은 작품으로 자리한다. 커팅 스트로크의 펑키함이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Time Flies’, 스피디함을 더해 격정적인 댄서블함을 얹어낸 ‘サバイブレーション’, 예전 그룹사운드의 맛을 살려낸 레트로한 로큰롤 트랙 ‘Be Bold’ 등 머리를 비우고 춤추기에 좋은 트랙들이 산재한 앨범. 


카네코아야노(カネコアヤノ) < よすが >

음악적으로 꾸준히 인정받아온 유망주 시절을 넘어, 지지층을 본격적으로 결집시키기 시작한 카네코아야노의 두번째 정규작. 아날로그틱한, 꾸밈 없는 담백한 록 사운드가 우리나라의 인디 록 신이 가진 정서와도 이어지는 느낌이다. 단촐한 구성의 연주를 업고 진솔하고 담담하게 읊어나가는 그의 목소리가 진정성이라는 덕목으로 이어지며, 많은 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듯한 노래들이 빼곡이 수록되어 있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지만, 내실이 단단하면서도 쉽게 질리지 않고 오래 들을 음악을 찾고 있다면 이 작품이 그에 상응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우메다 사이퍼(梅田サイファー) < ビッグジャンボジェット >

최근 일본 힙합 신 역시 크루 중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강한데, 그 축을 떠올려보면 아무래도 칸디타운(KANDYTOWN)과 배드 합(BAD HOP)의 이름이 가장 먼저 언급될 만하다. 이들은 트렌디한 사운드를 동반해 극도로 세련되고 힙한 모습을 보이는 데 주력하며 지금 10대들이 열광하는 힙합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과언이 아니다. 사실 나도 이 두 크루를 생각하며 이 앨범을 들었는데, 갑작스레 치고 들어오는 파퓰러함과 위트, 재기가 굉장히 의외이면서도 흥미롭게 다가오더라 이 말이다.


크루명에서 보면 알겠지만, 이들은 오사카 태생의 래퍼로 이루어진 집단으로 크리피 넛츠의 알-시테이나 솔로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KZ 등이 대표 멤버. 앞서 언급한 크루들과 달리 보다 친숙하고 팝적인 사운드의 개입이 많은 편이며, 랩 스타일에서도 ‘SPACE INVADER’와 같이 레트로한 사운드에 붐뱁을 얹는가 하면 이어지는 ‘無敵ライクセブンティーン’에서는 트랩비트를 기반으로 타이트한 플로우가 듣는 이를 압도하는 등 보다 넓은 범위에서의 힙합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중독적인 프레이즈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그 트랩에 걸려 앨범을 반복 재생하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최근 들은 힙합 앨범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게 즐겼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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