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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May 03. 2021

[21-05-01] 주간제이팝

호시노 겐, 아도, 미레이, 유키, 쿠루리 등

[Single]


호시노 겐(星野 源) ‘不思議‘

점차 트렌드한 사운드를 이식해 새로운 막으로 더욱 깊게 진입하는 그의 새 싱글. 뭉근하게 퍼지는 신시사이저 소리와 생동감 있게 울리는 베이스를 필두로, 자유롭게 대화하는 듯한 악기들과 아티스트의 목소리가 따스하게 전해진다. 레트로한 요소들을 꽤 도입했는데도 도리어 세련되게 다가오는 여러 음율들이 그의 역량과 뮤지션십을 함께 돋보이게 하는 듯한, 새로운 지향점을 가리키는 멋진 트랙.


아도(Ado) ‘踊’

처음 듣는 순간 엄청 오루(Reol) 스러운데?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크레디트를 보니 오루의 단짝 뮤지션인 기가(Giga) 이름이 떡하니. 여기에 테디로이드라는 일렉트로니카의 강자까지 더해지며 보다 농후하고 밀도 있는 전자음악이 완성. 다채롭게 펼쳐지는 연주 사운드와 그에 지지 않는 변화무쌍한 아도의 보컬이 혼란 속의 질서를 만들어내는 형국. 역시 보통내기 뮤지션은 아닌 .


[알렉산드로스]([Alexandros]) ‘閃光’

쇼무라 사토야스의 정식적인 ‘용퇴’와, 서포트 멤버로 그 뒤를 단단하게 받쳐주고 있었던 밴드 빅마마(BIGMAMA) 출신의 리아도 이브의 가입. 밴드의 새 시작을 알리는 시점에서 선보이는 심플하고도 스트레이트한, 원점을 돌아보게 만드는 노래다. 시원스러운 질주감 기반의 연주와 귀에 쏙쏙 꽂히는 대중적인 선율이 가장 기본적인 음악의 매력을 되새기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 준다.


미레이(milet) ‘chekmate’

보다 도발적인 접근방식을 보이는 인트로가 우선 이목을 끈다. 곡 초반 리듬을 부각시킨 뒤 자연스럽게 보컬을 전면으로 가져와 그 음색의 매력을 지긋이 느끼도록 한다거나, 벌스와 후렴간의 흐름이 타이트하게 이어져 몰입을 배가시키는 구성이 확실히 매력적. 옥타브를 겹쳐낸 보컬 퍼포먼스, 중간중간 단촐하면서도 확실하게 곡을 리드하는 일렉기타의 쓰임새 등 들으면 들을수록 즐길거리가 많아지는 노래이기도.


아이나·디·엔드(アイナ·ジ·エンド) ‘ワタシハココニイマス for 雨’

일본 소식에 관심이 많은 이라면, 카카오가 일본에 진출해 대성공을 거둔 웹툰/웹소설 플랫폼 픽코마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곡은 아티스트 본인이 직접 출연하는 픽코마의 CM을 위해 직접 작사/작곡한 곡. 그의 거침없는 보컬 퍼포먼스와 독특한 기타 톤이 흥미로운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일견 평범할 수 있는 곡조와 멜로디도 특색있게 변주하는 그의 음색이 또 한 번 ‘아이나가 아이나했다’라는 인상을 주는 곡이기도.


맨 위드 어 미션(MAN WITH A MISSION) ‘Perfect Clarity’

6월 9일에 발매될 싱글 ‘INTO THE DEEP’에 수록될 신곡으로, 슬로우 템포의 곡조에 웅장함을 강조한 편곡이 완성시킨 그 모습으로 하여금 만위즈 스타일의 록 오페라라 할만한 노래다. 후반부에 치닫을수록 살을 붙여가는 로킹함이 무언가 가슴을 끓어오르게 만들며, 아웃트로를 장식하는 합창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을 여유를 남긴다.


크로이(kroi) ‘shift command’

또 하나의 힙한 음악집단, 크로이의 신곡은 넓게 번지며 겹쳐가는 여러 신시사이저의 음색이 영롱하게 빛나는 트랙이다. 랩과 노래를 오가는 우치다 레오의 퍼포먼스, 중간중간 주역이 되는 악기를 바꿔가며 주는 멤버들의 변주가 예상을 뒤엎는 흥미로운 순간들을 유발한다. 역시 어느 순간 이름이 여기저기 보이는 것은, 분명 그들이 그만큼 재기넘치는 유망주 때문일 터.



[ALBUM]


유키(YUKI) < Terminal >

첫 곡 ‘My lovely ghost’에서 느껴지는 시티팝의 기운이 적지 않은 폭의 변화를 예고한다. 어느덧 솔로로서 10번째 작품이 되는 본 정규작은, 트렌드를 온 몸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아이덴티티로 치환하겠다는 아티스트의 의지가 강하게 느껴지는 결과물이다. 선공개된 ‘Baby it’s you’를 지나, 리듬감이 극대화 된 비트가 역동적인 그림을 그려내는 ‘good girl’, 본격적인 유키의 랩을 들어볼 수 있는 몽환적인 힙합 트랙 ‘ご·く·ら·く terminal’, 여전한 그의 팝 센스를 느껴볼 수 있는 ‘ベイビーベイビー’, 고즈넉한 바에 앉아 위스키 한잔을 홀짝이며 들을 법한 무드를 선사하는 ‘泣かない女はない’ 등 기존의 자신과 새로운 자신 사이의 절충점을 절묘하게 구현한 러닝타임이 여전한 믿음을 선사할 것이다.


쿠루리(くるり) < 天才の愛 >

부분적으로는 팡팡이 참여하고 있지만, 다시 2인조로 돌아간 후의 첫 정규작이자, 2년 반만에 발표하는 13번째 앨범. 특별히 한계를 두지 않는 아이디어와 스타일이 밴드의 자유로움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한 러닝타임으로 구성되어 있다. 간주의 뭉근한 신시사이저와 아련하게 들려오는 트럼펫 소리가 다른 차원의 심상을 불러오는 ‘I Love You’, 탐 위주의 드러밍과 클라리넷의 조화가 생경하고도 푸근한 ‘潮風のアリア’, 코믹한 분위기가 괜시리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益荒男さん’, 피처링을 활용해 스위트한 느낌을 자아내는 미니멀한 일렉트로니카 트랙 ‘コトコトことでん’ 등 그들의 크리에이티브함은 그 끝이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작품으로 자리하고 있다.


노벨브라이트(novelbright) < 開幕宣言 >

최근 록 신의 유망주가 누구냐 물어본다면 자신에게 대답해 줄 밴드가 바로 노벨브라이트다. 사실 인디 신에서의 활동기간이 꽤 되는지라 유망주라는 말이 무색하긴 하지만, 그렇게 긴 세월을 헤쳐 드디어 선보이는 메이저 데뷔앨범이 바로 본작 되시겠다. 본인들이 전체 과정을 지휘하되 트랙마다 다양한 프로듀서를 맞아들여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고자 했으며, 러닝타임 전반적으로 현악세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 최근 기세가 기세인지라 오리콘 데일리 2위를 기록하기도 한 앨범이다.


앨범과 같은 타이틀인 ‘開幕宣言’을 들으면 느껴지겠지만, 기본적으로 이들의 음악은 멜로디를 중심축으로 한다. 때문에 보컬이자 모든 곡의 작곡을 오키 소지로와 분담하고 있는 타케나카 유다이의 역량이 우선적으로 다가오는 부분. 카메다 세이지가 거들어 팝록의 전형을 보여주는 ‘Sunny drop’, 웅장한 스트링 세션이 곡의 비장미를 더하는 ‘あなたを求めただけなのに’, 피아노 반주만을 의지해 들려주는 감성적인 러브송 ‘愛結び’ 등, 대중성을 축으로 둔 상태에서 다각도로 전개해 나가는 밴드의 음악세계가 자뭇 흥미롭게 다가온다. 새로운 록스타에 굶주려 있었다면 반드시 챙겨야 할 작품.


페이스(FAITH) < Sweet Error >

갑작스런 멤버 탈퇴로 인한 발매 연기를 거쳐 겨우내 발매된 밴드의 두번째 정규작으로, 여전히 선명한 청춘의 궤적을 그려냄과 동시에 삶에 대한 고민과 무게를 담아내려 한 시도가 역력한 작품이다. 타이틀인 < Sweet Error >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실패를 미워하지만 하지 말고, 성장의 단초가 될 ‘달콤한 것’으로 여기자는 생각을 담아내고 있는 단어이기도.


이전의 록적인 테이스트를 살짝 덜어내고, 밴드 편성에 국한되지 않은 트렌디한 사운드가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먼저 체감되는 음악적 변화. 1집에 수록된 ‘19’를 리믹스 해 재수록한 ‘19(CELSIOR COUPLE Remix)’를 들어본다면 그 차이가 보다 직관적으로 감지될 것이다. 보다 큰 스케일을 그려내고자 한 아레나 록 지향의 ‘Soul’, 그들 본연의 컬러감이 살아있는 경쾌한 ‘Headphone’ 등은 안정과 변화를 함께 느껴볼 수 있는 트랙들. 꾸준히 진화하고 있음을 대중들 앞에 선언하는 팀의 모습이 그려진다.


프라이데이 나잇 플랜스(Friday Night Plans) < Embers >

쭉 그의 행보를 쫓으며 응원해왔지만, 이번 EP는 ‘이렇게 어렵게 갈 일이야?’라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의 래디컬한 결과물로 완성되어 있다. 물위를 부유하는 듯한 공감각적인 느낌의 첫 트랙 ‘Can’t resist’ 부터 듣는 이를 시험하는 듯한 시도가 전면에 부각되어 있으며, 보컬 외의 사운드를 최소화함과 동시에 맥락 자체를 삭제한 듯한 자유로운 보컬 퍼포먼스가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Daydream’, 별다른 반주 없이 리버브 걸린 목소리가 대기를 떠도는 ‘Before I knew’, 모호한 요소들로 만들어낸 뿌연 안개 속을 거니는 듯한 6분이 넘는 ‘Still there but I’ve changed’ 등. 러닝타임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정말 노래를 듣고 있는 것인지 의심이 될 정도로, 대중음악을 넘어 ‘음악’ 이라는 개념 자체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는 인상을 받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물론 시도나 실험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조금만 더 쉽게 가면 좋지 않았을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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