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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May 25. 2021

[21-05-04] 주간제이팝

세카이 노 오와리, 범프 오브 치킨, 차이, 리사 등

[Single]


세카이 노 오와리(SEKAI NO OWARI) ‘バードマン’

7월에 선보일 새앨범으로부터 선공개 되는 곡으로, 전반에 퍼져있는 가스펠의 기운이 팀 특유의 선율감과 만나 ‘세카오와 팝’으로 회귀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노래다. 규칙적으로 울려퍼지는 키보드 터치와 성가대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코러스 워크가 곡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으며, 속이 비추어 보이는 듯한 투명한 서정성이 신보의 방향을 조심스레 가리키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블랙뮤직을 자신들의 스타일로 잘 녹여 낸, 트렌디함을 중시하던 행보에서 ‘silnet’와 함께 다시금 예전의 그들을 발견하게 만드는 트랙. 


범프 오브 치킨(BUMP OF CHICKEN) ‘なないろ’

실제 드럼세션 대신 ‘ray’에서 쓰였던 듯한 반복적인 비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웅장한 현악세션과 유려하게 흘러가는 기타 솔로잉으로 하여금 보다 목가적인 분위기가 강조되는 것이 인상적. 여기에 간주에는 피리와 트럼펫과 같은 관악기까지 가세해 이전과는 또다른 ‘범프만의 대중성’을 획득해내고 있다. 이젠 밴드세션만으로 만든 로킹한 곡이든, 미디를 적극 활용한 리드미컬한 곡이든 팀만의 정체성을 자유자재로 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봤을때, 최근 몇 년의 시도가 자신들의 자산으로 착실히 쌓여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셈. 


시미즈 쇼타(清水 翔太) ‘恋唄’

빈티지하게 매만진 무게있는 비트와 포근한 음색을 들려주는 키보드, 여기에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기타의 교차가 그의 보컬을 비추어주는 조명 역할을 톡톡히 하는 느낌이다. 차분하고도 명료하게 내뱉는 그의 애수 어린 음색은 보편적인 이별 이야기를 자신의 것으로 느끼게끔 하는 마법과 같은 느낌을 주기도. 장르적인 부분 보다는 ‘발라드’로서의 성격이 강한, 팝과 블랙뮤직의 경계에서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그의 장점이 잘 드러난 노래.


메종데(MAISONdes) ‘ヨワネハキ(feat.和ねか& asmi)

아직 자세히 밝혀진 것은 없지만, 현재까지는 ‘메종데’라는 아파트의 각 호실에 거주하는 이들의 노래를 여러 아티스트 및 제작자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선보인다는 콘셉트의 프로젝트. 지금까지 야마, 나키무시, 쿠지라와 같은 서브컬쳐 신의 아티스트 뿐만 아니라, GeG와 같은 블랙뮤직 프로듀서와 태그를 맺기도 하는 등 스펙트럼의 제한 없이 여러 가능성 있는 결과물들을 선보이는 중. 


이번엔 두 신예 싱어송라이터들과 함께 옛 일본의 정서를 빌어온 오밀조밀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팝튠을 내놓았다. 두 가창자들은 마치 따로 또 같이 일관된 정서와 흐름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풀어놓고 있으며, 다이나믹하게 퍼져나가는 리듬은 2분 40여초라는 짧은 시간동안 잊혀지지 않는 확실한 임팩트를 선사한다. 과연 그의 ‘메종데’의 정체는 무엇인지? 프로젝트인지? 프로듀서인지?


데이글로(DYGL) ‘Did We Forget How to Dream in the Daytime?’

영미의 록 사조를 기반으로 한 사운드와 영어가사를 통해 탈일본 음악을 선보이는 4인조 밴드의 신곡은 오아시스와 스미스, 매닉 스트리트 프리쳐스와 같은 영국 록밴드와 언니네이발관, 델리스파이스같은 국내 인디 밴드들의 실루엣이 동시에 스쳐가는 만듦새를 보여주고 있다. 정직한 드러밍과 잔잔한 기타리프의 흐름 속 어딘가 도사리고 있는 열정과 광기가 느껴지는 듯한 노래로, 넓은 범위의 록 뮤직을 구사하는 이들의 재능이 다시 한 번 번뜩이는 작품이기도.


오카모토스(OKAMOTO’S) ‘Band Music’

로큰롤과 시티팝이 절묘하게 결합해 탄생한 하이브리드 뮤직. 밴드의 공력이 그대로 느껴지는 노래이기도 하다. 쫀쫀하게 들러붙는 베이스와 드럼에 이어 세게 치고 들어오는 디스토션, 여기에 갑작스레 분위기를 바꾸는 키보드와 여기에 이어지는 코러스가 만들어내는 시티팝 무드까지. 이러한 반전의 반전과 같은 흐름을 하나로 묶는 것은 그 안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듯한 오카모토 쇼의 보컬 퍼포먼스.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장르들을 묶어 완벽하게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시키는 그들의 솜씨엔, 정말 엄지손가락을 세울 수 밖에 없구나. 


비테키케이카쿠(美的計画) ‘ピーナッツバターシークレット(feat. CLR)’

매번 새로운 여성 보컬리스트를 초빙해 앨범 하나를 완성시키겠다는 목적으로 진행중인 카와타니 에논의 솔로 프로젝트로, 이번엔 클레어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허스키하면서도 매력적인 아티스트를 초청해 예전 영미 알앤비의 무드를 살짝이 얹어낸 흥미로운 트랙을 완성. 이런 멋진 목소리를 가진 가수가 누구인지 검색을 해봤더니, 그의 정체는 2014년부터 소속사 없이 프리로 활동해오다 최근 소속사를 차린 혼성개그콤비 라란도의 야사.(뭔가 복면가왕스러운데) 강약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보컬 뿐만 아니라 저돌적으로 접근하는 래핑 또한 수준급으로, 보이스 컬러에서 느껴지는 그 독특한 분위기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새로운 얼굴의 발굴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가지는 곡이라는 생각이.


[ALBUM]


차이(CHAI) < WINK >

일본보다는 영미권을 위주로 활동하며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밴드의 세번째 작품으로, 로컬적인 특성은 완전히 벗어버림과 동시에 월드와이드 팝 뮤직으로의 진화를 완성하고 있다. 미국의 인디 레이블 < Sub Pop Records >와의 계약 후 나온 첫 작품이기도 한 만큼, 음악적 방향이 보다 명확해진 느낌이다. 


레트로한 느낌의 몽환적인 신스팝 ‘Donuts Mind If I Do’, 이펙터를 적극 활용한 감각적인 사운드메이킹과 시카고 출신 래퍼 릭 윌슨(Rick Wilson)의 참여가 곡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드는 ‘チョコチップかもね‘, 칩튠에 정통한 YMCK의 참여가 밴드의 새로운 경지를 만들어 가는 디스코팝 ‘PING PONG!’, LA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마인드디자인(Mndsgn)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목소리로 쌓아올리는 오밀조밀한 레고블럭 ‘IN PINK’ 등. 이전의 밴드 사운드는 거의 느껴볼 수 없는, 센서티브하고도 트렌디한 비트 중심의 팝송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것이 그들의 정체성을 내려놓은 것이 아닌, 초창기 그 격렬했던 크로스오버의 연장선상으로 다가온다는 점이 이 작품이 획득한 가장 큰 성과가 아닐지. 


리사(LiSA) < LADYBUG >

< 귀멸의 칼날 >의 주제가로 쓰였던 ‘紅蓮華’가 애니와 함께 동반히트하며 가수 인생의 절정기를 맞은 그의 새 EP는, 여러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일본 특유의 팝록에 기반함과 동시에 그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작품으로 자리한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비즈의 마츠모토 타카히로가 작곡과 편곡을 도맡은 육중한 기타 사운드의 ‘Another Great Day!!’으로, 기타의 음압에 전혀 밀리지 않는 보컬의 기세가 인상적인 트랙. 


그런가 하면 죠오바치(女王蜂)의 아부가 작사작곡편곡을 담당한 ‘GL’은 본인이 직접 인트로를 장식함과 동시에, 팀 특유의 이국적인 댄서블함이 온몸을 자극하는 노래라고 할만하다. 유즈의 기타가와 유진이 참여한 ‘ノンノン’엔 그 특유의 유머러스함과 경쾌함이 곡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해피함이 충만하며, 직접 써내려간 만큼 자신의 각오가 정통 팝록 사운드로 마감질되어 있는 ‘Letters to ME’까지. 어찌 보면 일본의 정석적인 팝록을 지향하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요즘은 이런 스타일을 구사하는 팀이 현격하게 줄어든 탓에 도리어 반갑게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자신의 대중성이 강한 정체성의 뮤지션을 만나 한계를 돌파하는 수작. 


네크라이토키(ネクライトーキー) < FREAK >

작년에 이어 확실히 브레이크의 해를 맞이한 밴드의 두번째 정규작으로, 전작 < ZOO >를 통해 자신들의 스타일을 정립했다면 이번 신보에서는 그 세계를 확장시켜 더 많은 이들을 포섭하려는 의욕을 가득 담아낸 듯한 느낌이다. 연주 뿐만 아니라 보컬 프로덕션에도 심혈을 기울인 티가 나는 ‘気になっていく’, 후렴구의 후크가 록 페스티벌에서 떼창을 유도할 듯한 ‘はよファズ踏めや’, 일상의 희로애락을 경쾌한 로큰롤 뮤직에 담아낸 ‘おれにとっちゃあ全部がクソに思えるよ’ 등 어느 한 곡 빠지지 않는 탄탄한 완성도가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작품.  


어나니모즈(Anonymouz) < Greedy >

아직도 정체를 드러나지 않은 19살의 ‘이름 없는 아티스트’ 어나니모즈. 짧은 러닝 타임 동안 다채로운 색깔을 보여주었던 < Addiction >(2020)에 이어, 이번 미니앨범 역시 종잡을 수 없는 흐름을 보여주며 어느 한 곳에 머무름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클래시컬하고도 광활한 느낌의 팝튠 ‘In Our Hearts’, 리듬을 보다 강조하며 앞선 곡과 완전히 다른 보컬을 보여주는 ‘Homesick’, 심플한 비트와 피아노의 조합으로 자신의 감수성을 뽐내는 로컬 지향의 ‘足りないよ’, 사운드가 타이트하게 짜여져 있는 트렌디한 ‘4D’까지. 아직은 자신에게 맞는 옷을 탐색하는 듯한 퍼포먼스가 전작으로부터 이어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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