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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May 30. 2021

[21-05-05] 주간제이팝

백 넘버, 마카로니엔피트, 오자와 켄지, 그레이프바인 등

[Single]


백 넘버(back number) ‘怪盜’

레트로한 신시사이저가 동반되는 인트로와 키보드 사운드가 주도하는 초반부가 이전의 곡들과는 확실한 차별점을 만들어 낸다. 살짝 밴드의 색을 빼고 그 공백을 다른 악기들로 메워 놓은 접근방식이 인상적인 신곡으로, 밴드의 기본적인 정서는 가져가되 다른 음악적 활로를 꾀하고 있는 의도가 엿보인다. 매력의 중추인 송라이팅은 여전히 빼어나며, 후렴에 한옥타브를 올려 살짝 코러스로 얹는 보컬 디렉팅도 노래를 풍성하게 하는 데 한 몫하고 있다. 


마카로니엔피츠(マカロニえんぴつ) ‘八月の陽炎’

입체적이고 큰 스케일의 편곡으로 많은 지지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팀의 신곡. 파트마다 악기의 구성이나 연주를 다르게 가져가고 있으며, verse – 후렴의 일반적인 흐름이 아닌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이 없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작렬하는 디스토션 후 볼륨을 줄이고 잠시 키보드 하나로 일관한다거나, 후렴 역시 그 연주방식은 온전히 다르게 가져간 덕분에 반복청취할수록 새로운 부분이 발견되는 것이 흥미로운 트랙. 본인들의 색을 확실히 굳혀가는 최근의 행보에 주목해 볼 만하다.


오자와 켄지(小沢 健二) ‘泣いちゃう’

어쿠스틱한 느낌의 기타연주에 조금씩 살을 붙여나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풀어놓는 그의 노래가 괜시리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구성은 비교적 심플하나 빠지는 것 없이 촘촘하게 반주의 그물을 짜놓았으며, 후반부의 이국적인 코러스 워크는 마치 어느 광활한 대지의 한가운데 있는 듯한 광경을 제공한다. 어려운 것을 쉽게 들리도록 하는 것이 보통 가장 어렵다고는 하는데, 이 노래를 들으면 일견 편안하고 친숙하게 다가오나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음악적인 측면에서의 감탄이 나도 모르게 새어나오는 노래이기도.


오모이노타케(Omoinotake) ‘彼方’

피아노 트리오 밴드라는 장점을 멋드러지게 살려낸 곡으로, 인트로부터 피아노 주도의 어레인지가 귀를 사로잡는다. 후지이 레오의 소울 가득한 보컬이 시원하게 갈 길을 뚫어주며, 화려한 건반 플레이와 유려한 현악 세션의 조화가 그 뒤를 단단하게 받쳐주는 모습이다. 이전의 곡들에서는 다소 다른 팀과의 유사성이 느껴졌다면, 이번만큼은 그 오리지널리티를 확실하게 심어놓은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 


그린(GReeeeN) ‘たけてん’

그들의 이중생활이 이렇게 오래 이어질 줄 본인들도 알고 있었을까. 전원 치과의사임과 동시에 전국민에게 사랑받는 아티스트이기도 한 팀의 신곡엔 흘러간 세월과 관계없이 그들 특유의 감수성을 생생하게 담겨 있다. 역동적이고도 풍성한 현악세션과 합을 맞추는 후렴의 보컬 퍼포먼스는 대중적인 선율과 함께 여전한 감동을 선사하는 중. 시간이 갈수록 힘이 떨어지기는커녕 더욱 자신들다운 모습을 굳혀나가는 행보가 참으로 인상적.



[ALBUM]


그레이프바인(GRAPEVINE) < 新しい果実 >

1993년 결성해 어느덧 팀 탄생 30주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베테랑 밴드의 17번째 정규작. 팀 특유의 소울풀한 스타일이 러닝타임 전반에 녹아있으며, 이로 인해 밴드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음에도 블랙뮤직의 흔적이 여기저기 깊게 남아있는 작품으로 완성되어 있다. 타나카 카즈마사와 카메이 토오루가 사이 좋게 5곡씩 작곡에 참여하고 있으며, 두 작품만에 다시금 셀프프로듀싱 체제로 회귀하고 있는 결과물이기도. 


여유와 관록을 동시에 보여주는 탄탄한 합주의 目覚ましはいつも鳴りやまない‘, 반복되는 신시사이저 루프를 타고 안개처럼 뿌연 얼터너티브 록을 선사하는 ‘Gifted’, 미디를 적극 개입시켜 레트로한 일렉트로니카의 느낌을 가져온 ‘josh’ 등 지금의 그레이프바인을 정의하는 알찬 결과물들이 그들의 공력을 재확인시켜 줄터. 



폴카돗 스팅레이(ポルカドットスティングレ) < 赤裸々 >

초장부터 터져나오는 시원스러운 디스토션에서 칼을 간듯한 그들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테크니컬한 연주를 중심으로 리드미컬하게 진행되는 그들의 디폴트 스타일과는 조금 다르게, 하나의 덩어리로 몰아친다는 인상이 강하게 드는 좋은 선율의 ‘青い’는 최근 들었던 그들의 노래 중 가장 귀에 꽂히는 노래이기도. 그런가 하면 어레인지와 보컬 운용에서 예전 하나자와 카나가 불렀던 ‘恋愛サーキュレーション’이 떠오르는 ‘トーキョーモーヴ’,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부분에 집중한 가장 그들스러운 트랙 ‘ダイバー’까지. 짧은 시간동안 굉장한 응집력을 보여주는 EP.


아지코(AJICO) < 接続 >

자그마치 20년만에 부활하는, UA와 아사이 켄이치 주축의 4인조 밴드 아지코. 이 작품은 그들의 귀환을 알리는 첫 작품으로, 시간을 초월해 과거의 그 바이브를 성공적으로 소환해내고 있다. 얼터너티브, 뉴메틀, 사이키델릭 등 여러 록 사조를 한데 뭉쳐 자신들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방대한 구성의 ‘地平線 Ma’, UA의 호소력 있는 절창이 잊고 있던 감성을 일깨우는 ‘惑星のベンチ’, 후렴의 캐치한 멜로디가 프로모션 트랙에 딱 어울리는 ‘L.L.M.S.D’와 같은 트랙들에서 보다 밝고 온화해진 이들의 새로운 일면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테스라와나카나이(テスラは泣かない) < MOON >

간만에 만나보는 앞뒤재지 않고 쭉 뻗어나가는 스트레이트한 팝록앨범으로, 러닝타임 전반에 깔려 있는 질주감이 상당하다. 그 와중에도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의 활로 또한 함께 구축하려 하는 약간의 변주가 양념처럼 작용해 더욱 감칠맛을 자아 내고 있다. 첫 곡 ‘CHOOSE R’부터 시작해 ‘CALL’, ‘new era’, ‘恋と幻’ 까지 이어지는 쾌속질주가 어느 앨범에서도 쉽게 만나보고 힘든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고 있다. 전체적인 완성도가 괜찮아 이제 좀 궤도에 들어오는가 싶었는데, 아쉽게도 곧 시작될 신보 투어를 마지막으로 활동중단에 들어간다는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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