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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Jun 07. 2021

[21-06-01] 주간제이팝

요네즈 켄시, 우타다 히카루, 라르크 앙시엘, 캡슐 등

[Single]


요네즈 켄시(米津 玄師) ‘Pale Blue’

시디 싱글로는 약 1년 9개월만에 선보임과 동시에 드라마 < 리코카츠(リコカツ) >의 주제가로 타이업된 그의 신곡이다. 이제는 명실상부 지금의 일본을 대표하는 뮤지션이 된 만큼, 그에 걸맞는 스케일 큰 편곡이 뒷받침된 비장한 러브송을 선보이고 있다, 특유의 말을 하듯 읊어 내려가는 워딩이나 후렴에 멜로디를 개방시켜 얻어내는 카타르시스 등은 여전, 후반부 4/4박자에서 6/8박자의 왈츠로 전환되어 끝맺음하는 시도는 결과물의 품격을 한차원 끌어올리기에 충분하다. 다만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너무 정제되고 마감질된 ‘프로 뮤지션’이 모습이 보다 투영되어 있어, 그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무드가 많이 깎여 나간 듯한 느낌이 조금은 아쉬운 부분.


우타다 히카루(宇多田 ヒカル) ‘PINK BLOOD’

오오이마 오시토키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에니메이션 < 不滅のあなたへ >의 오프닝 테마로 낙점되며 커리어 최초의 애니메이션 주제가 타이업을 완수. 감각적인 비트 사용을 기반으로 한 트렌디한 사운드로 완성되어 있으며, 이 지점에서 공동 프로듀서를 맡은 오부쿠로 나리아키의 존재감이 크게 다가온다. 전체적인 구조는 힙합이나 알앤비와 같은 블랙뮤직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일렉트로니카 느낌에 가까운 소스를 적극 도입해 두 장르간의 흥미로운 결합을 빚어내고 있는 트랙. 정박이 아닌 박자를 끄는 싱커페이션 위주의 보컬도 곡의 쫀쫀함을 배가시키는 데에 큰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이 노래를 듣고 나니, 정말 우타다 히카루가 다룰 수 있는 음악적 범위는 거의 무한대에 가까워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히라이 다이(平井 大) ‘Buddy’

올해 들어 벌써 네번째 싱글. 작년에도 달마다 신곡을 발표했을 정도로 숨가쁘게 커리어를 이어가는 싱어송라이터의 신곡은, 언제나 그렇듯 노을이 져가는 바닷가의 풍경을 그려내듯 여유있는 비트와 감성적인 보컬로 적당히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알앤비-레게 조의 트랙이다. 일본어 가창의 틀을 흔들어놓았다고 일컬어지는 그의 보컬은 여전히 히라가나에서 획득하기 힘든 그루브함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고 있으며, 진성과 가성을 오가며 그 로맨스의 황홀함을 퍼뜨리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작임에도 한 번도 실망스러운 퍼포먼스를 가져다준 적이 없는, 그의 꾸준함이 ‘좋은 노래’로 환원되어 있음을 느껴볼 수 있다. 


메가 신노스케(Mega Shinnosuke) ‘Thinking Boyz!!!’

디스토션 기타와 베이스, 기타로 단촐하게 구성된 밴드 편성의 연주 위로 펼쳐지는 직관적인 메시지와 멜로디. 10대 시절을 돌아보는 이런 가사에는 역시 록이 제격인가 싶기도. 앞뒤로 심어놓은 샘플 사운드가 그의 재치를 엿보게 하며, 한편으로는 전체적인 사운드 메이킹에서 빅뱅의 ‘We like 2 party’가 떠오르기도 한다. 일렉트로니카 위주의 작풍과는 다른 방향으로 풀어낸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 역량이 한 부분으로 집중되어 있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으며, 머리 비우고 편하게 듣다가고 ‘나의 10대는 어땠더라’하고 골똘히 생각에 잠기게 되는 노래. 


라르크 앙 시엘(L’Arc~en~Ciel) ‘ミライ’

싱글로는 무려 4년 반 만에 선보이는 싱글로, 정말 클래스는 어디 안간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는 노래다. 현악세션과 함께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한 하이도의 가창은 ‘이래서 우리가 라르크의 노래를 오랜시간 들어왔지’ 싶을 정도로, 세월에 조금도 구애받지 않는 그 작풍은 다시금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감동을 선사한다. ‘언제적 라르크야’ 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래도 시험삼아 4분여를 투자해 볼 이유가 충분할 노래라고 생각한다. 이 노래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과거의 그들을 복기하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료쿠오쇼쿠샤카이(緑黄色社会) ‘ずっとずっとずっと’

나가야 하루코 작사작곡의 신곡. 전체적으로 그만의 대중성이 팟 하고 스트레이트하게 와닿는 노래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것은 아사히 맥주 CM 송으로 타이업됨과 동시에 본인 역시 광고에 출연하고 있다는 사실. 아… 어느새 아사히 맥주 모델이 될 정도로 성장했구나 ㅠㅠ. ‘인생에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항상 있지만, 그 탓에 나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 좋을지, 하고 생각하는 부분을 가사로 했다’라는 부분은 정말 나가야 하루코 다운 코멘트. 페페의 키보드 연주를 다른 멤버들이 잘 받쳐주는 구성을 택해 풍성한 멜로디감을 선사하고 있다는 점, 베이스-드럼의 리듬감이 보다 강조되어 있다는 점, 나가야 하루코의 호소력 짙은 보컬은 여전하다는 점 등 료쿠샤카 팬이라면 거부할 수가 없는 매력이 한가득!


나카무라 카호(中村 佳穂) ‘アイミル’

독특한 사운드메이킹과 예측이 가지 않는 구성, 듣는 이를 단숨에 휘감는 매력적인 보이스 컬러. 첫 정규작 < AINOU >(2018)가 평단과 뮤지션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으며 화려하게 커리어의 시작을 장식했으나 왜인지 모르게 활동이 많지 않았던 지난 2년. 그 시간을 지나 다시금 선보인 그의 작품엔 여전히 반짝반짝한 크리에이티브함이 잔뜩 묻어있다. 클랩 소리에 자신의 목소리를 겹쳐내 만들어 낸 흡입력 있는 후렴, 일그러진 톤의 기타 솔로잉이 오랜 시간 이어지는 간주 등 그만의 아이디어로 가득한 음악세계가 함축적으로 담겨 있는 노래. 꼭 들어보기를 권한다.


캡슐(CAPSULE) ‘ひかりのディスコ’

크, 얼마만의 신곡 발표인지. 6년만에 발표하는 노래로, 나카타 야스타카와 코시지마 토시코의 태그를 정말 오랜만에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다. 퍼퓸이나 캬리파뮤파뮤과는 결이 다른 캡슐 특유의 하드한 전자사운드가 가득 담겨 있다는 점이 반가우며, 특히 코시지마 토시코의 보컬이 정말 나카타 야스타카의 사운드와 찰떡궁합이구나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만든다. 그 특유의 걸쭉한 일렉트로니카가 듣고 싶었던 이들이라면 반드시 챙겨봐야할 트랙. 


[ALBUM]

시빌리안(CIVILIAN) < 灯命 >

2016년 7월 류류(Lyu:Lyu)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개명한 후, 4년이라는 세월을 거쳐 자신있게 내미는 쓰리피스 밴드의 두번째 정규작. 현대사회의 모순을 꿰뚫는 시니컬한 언어가 기저에 도사리고 있으며, 여러 바리에이션으로 확장해 나가는 록사운드의 다채로움이 맞물려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대중음악신에 깊게 새겨내는 작품을 자리한다.


지구의 생명이 다해가는 미래로부터의 메시지를 로킹하게 그려낸 ‘遥か先の君へ’, 오리엔탈 사운드를 적절히 삽입해 또다른 결의 소리를 들려주는 ‘千夜想歌’, 코야마히데카즈의 섬세한 보컬이 곡의 감수성을 증폭시키는 ‘本当’, 명쾌하게 울려퍼지는 기타리프가 대중과의 접점을 만드는 ‘世界の果て’ 등 한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유니크한 정서를 담아낸 수준급 스토리텔링을 수놓는 작품. 


오돗테바카리노쿠니(踊ってばかりの国) < moana >

정말 어떤 하나의 장르로 포괄하는 것이 불가능할정도의 자유도를 자랑하는 밴드의 신보로, 2008년에 활동을 시작해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긴 그 경험치만큼의 공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뚜렷하게 시작해 점점 뿌옇게 변해가는 듯한 이미지를 사이키델릭과 아프리칸 비트, 로큰롤을 한데 넣고 섞어 그려낸 ‘Hey Human’, 언뜻 듣기에는 모던록의 공식을 따르고 있으나 약간의 불협화음을 의도함으로서 그 독특한 느낌을 배가시키는 ‘Lemuria’, 한껏 늘어뜨린 연주 위로 미끌거리는 음색에 빨려들어 버릴 것만 같은 ‘風’와 같은 노래를 듣다보면 확실히 생경하다는 느낌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그 생경함이 독특함으로, 독특함이 새로운 자신의 취향으로 바뀌는 것도 순식간. 오랜 시간 아이덴티티를 지켜온 이들이 내뿜는 좀처럼 목격하기 힘든 소용돌이의 한복판 같은 노래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아이비 투 프로듈런트 게임(Ivy to Fraudulent Game) < 再生する >

어느덧 세번째 정규작이나, 이들이 처음으로 두각을 보였던 때가 2013년의 < 閃光ライオット >이었던 것을 떠올려보면 꽤나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온 셈이다. 포스트록, 슈게이저, 얼터너티브를 지향하면서도 제이팝 특유의 선율을 잊지 않는 이들의 음악융합은 이번 작품에서도 그 빛을 발하고 있다, 굵디 굵은 악기의 톤들이 일제히 파도처럼 몰려오는 ‘檻の中から’, 날카로운 소리들이 아름다운 소음으로 분해 러닝타임을 상냥하게 감싸는 ‘Twilight’, 사이키델릭과 브릿팝이 만나 마치 초기 라디오헤드를 떠오르게 만드는 사운드 주조의 ‘共鳴’ 등. 자신들의 창작열을 높은 완성도의 결과물로 연결시키는 방법을 체득해가고 있는,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밴드의 의욕작.


퓨쳐 파운데이션(FUTURE FOUNDATION) < TRINITY >

한때 뉴메틀에 빠져 살았던 이들의 향수를 세게 자극하는 넘버들이 산재. 크리스탈 레이크, 노이즈메이커, 섀도우, 이렇게 세 밴드가 힘을 모아 구축해 낸 이 연합전선의 공력이 만만치 않다. 샤우팅, 그로울링이 교차하며 듣는 이의 피를 끓게 만드는 아웃트로가 인상적인 ‘FUTURE FOUNDATION’, 역동적인 연주와 보컬의 조합이 팽팽한 텐션을 이끌어내는 ‘WHO WE ARE’, 시원스레 때려대는 초반의 8비트 드러밍이 묵직한 무게감을 예고하는 ‘GETAWAY’ 등 본인의 취향에 헤드샷을 갈기는 그런 시원스러운 미니앨범이다. 1+1+1은 3이 아닌 10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이 작품을 통해 증명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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