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선업 Jun 20. 2021

[21-06-03] 주간제이팝

[Single]

스캔달(SCANDAL) ‘アイボリー’

아마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듣는다면 누구인지 쉬이 알아채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메인보컬인 하루나 대신 마미가 마이크를 잡고 있기 때문. 슬로우 템포 기조의 서정적인 선율이 강조된 노래로, 한음한음 천천히 그리고 명확히 노래하는 그의 목소리가 실패해도 계속 도전하자는 메시지와 좋은 합을 보여주고 있다. 작사/작곡까지 마미 본인이 담당해서 그런지 밴드 보다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페르소나가 도드라져 보이기는 느낌을 주기도. 


즛토마요나카데이이노니.(ずっと真夜中でいいのに。) ‘あいつら全員同窓会’

음악적 스펙트럼을 한껏 넓힌 두번째 정규작 발매 후 선보이는 첫 싱글로, verse와 후렴의 편곡구조에 차이를 줌과 동시에 현악 세션을 과감하게 도입하는 등 여전히 발전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작품이다. 펑크(Funk)나 소울 뮤직을 연상케하는 리얼세션의 촘촘한 짜임, 보다 복합적인 구성과 선율로 자신의 목소리에 보다 집중하게 만드는 송 라이팅 등 여전히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눈에 띄는 결과물. 


아도(Ado) ‘夜のピエロ’

커리어를 쫓으며 확실히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면, 그는 확실히 역량 있는 보컬리스트라는 것이다. 남/녀의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중성적인 보이스 컬러, 미묘한 감정을 음절 단위로 새겨내는 표현력과 테크닉. 이 노래 역시 수많은 보컬 바리에이션을 통해 듣는 이의 감성을 툭툭 건드리는 도발을 여전히 감행하고 있는 트랙이다. ‘うっせぇわ’로 강하게 덧씌워졌던 서브컬처의 색채를 조금씩 벗어 던지고 온전한 하나의 아티스트로 음악 신에 자리잡는 여정. 그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는, 펑키한 그루브가 돋보이는 디스코 넘버. 


바운디(Vaundy) ‘benefits’

로우파이한 록 사운드가 굉장히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첫 정규작 < strobe >(2020)에서도 밴드 형식의 어레인지를 적지 않게 활용하는 모습을 목격했지만, 이렇게 브릿팝이 떠오르는 날 것의 거친 기타리프가 전면에 부각되니 말이다. 모두 영어가사로 이루어져 있어 정보가 없이 들으면 빼박 영미권 밴드라고 생각될 정도로 그 쪽의 정서를 잘 살려내고 있다. 다만 이전보다 바운디 개인의 정체성이 다소 옅게 느껴지는 것은 아쉬운 부분. 


이리(iri) ‘渦’

소용돌이라는 제목에 맞춰 독특한 아트워크를 동반한 아티스트의 신곡. 러닝타임을 이끄는 허스키하면서도 리드미컬한 보컬 퍼포먼스는 여전. 비트의 타격감을 강조함과 동시에 신시사이저를 양념처럼 얹어낸 댄서블한 무드가 그의 정체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피치를 올리고 소리를 쌓아나가며 클라이막스를 형성하는 그 과정에 보다 귀 기울여 볼 것.


[ALBUM]


아듀(adieu) < adieu 2 >

< 너의 이름은. >의 성우로 열연해 우리나라에도 제법 이름이 알려진 성우 카모시라이시 모네의 동생이기도 한, 카모시라이시 모카의 가수 활동명인 아듀의 두번째 미니앨범이다. 현 시점에서 일본 대중음악의 트렌드를 이끄는 집단 < Tokyo Recording >의 설립인 중 한 명이자, 작년 혜성처럼 등장한 후지이 카제의 데뷔작을 프로듀싱하며 존재감을 드높인 야플(Yaffle)이 프로듀싱을 맡기도. 


수록곡 또한 최근 주목받는 여러 뮤지션들이 제공. 최근 솔로 아티스트로서 두각을 보이는 키미시라 오오조라의 섬세한 감성이 잘 녹아있는 어쿠스틱 기조의 ‘愛の羅針’, 배우와 가수를 겸업하는 후루타치 유타로의 아름다운 가사와 멜로디가 그의 목소리와 좋은 합을 보이는 ‘愛って‘, 역시 한참 라이징 중인 카네코아야노의 심플한 곡조와 특유의 가사가 돋보이는 ‘天使’, 이제는 시오이리 후유코의 솔로 프로젝트가 된 핀란드의 공격적인 사운드가 인상적인 ‘シンクロナイズ’ 등 색이 뚜려한 아티스트들이 한 명의 뮤즈를 통해 구현하는 음악적 색채를 목격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만 그가 선보인 이전의 디스코그라피와 같이, ‘자신만의 무언가’가 이번에도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반드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다이치 야마모토(Daichi Yamamoto) < WHITECUBE >

래퍼이자 미술가로서 활동중인 일본-자메이카 혼혈 아티스트로, 레게와 빅 비트가 절묘하게 맞물린 ‘Love+’를 들어보면 그의 색깔을 조금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지도. 투스텝 트랙을 깔아둔 채 시카고 출신의 믹 젠킨스(Mick Jenkins)와 호흡을 맞춰보는 몽환적인 느낌의 ‘Kill Me’, 멜로우한 무드의 비트 구성이 고풍스러운 고전의 풍경을 그려내는 ‘Simple’, 자신다운 모습의 유지가 가능한 곳을 추구하고자 하는 자신들만의 철학이 담겨 있는 또 하나의 앤섬 ‘Paradise Remix’ 등. 힙합을 기반에 두고 있지만, 딱히 제한이나 경계선 없이 모든 소재와 스타일을 대상으로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긍정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심지 곧은 작품으로 완성되어 있다.


드레스코즈(ドレスコーズ) < バイエル >

혹시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에 걸쳐 마니아들을 결집시키며 꽤 인기를 끌었던 케가와노마리즈(毛皮のマリーズ)라는 밴드를 기억하는 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2011년 해체 후 프론트맨인 시마 료헤이가 다시금 결성한 팀이 바로 이 드레스코즈이며, 2014년부터 솔로 프로젝트로 전환해 자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번 신보 역시 아티스트 특유의 컬트스러운 음악과 무대, 아날로그틱한 느낌의 레코딩 등 자신만의 특징을 고집있게 밀고 나가는 그의 뚝심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피아노의 강한 터치감과 그 울림이 가슴을 파고드는, 그룹사운드 시절의 로큰롤이 떠오르기도 하는 ‘ちがいをみとめる’, 레트로한 감성을 그대로 가져가는 조금 빛바랜듯 고즈넉한 느낌의 ‘不良になる’ 등 초반의 몇 곡만 들어봐도 선율을 가능한 대중적으로 가져가려 한 의도가 엿보이기도. 엘튼 존이 떠오를 법한 피아노 전주가 인상적인 ‘ローレライ’, 피아노 한대에 목소리만을 태워 자신의 가장 내밀한 정서를 공유하는 ‘ぼくをすきなきみ’에서도 그렇듯 최소한의 악기만을 활용한 덕분에 노래 자체에 귀 기울이기에 더없이 좋은 ‘본질에 충실한 작품’으로 완성되어 있다. 예전에 보았던 시마 료헤이라는 파격적인 정체성을 기억하시는 분들에게는 조금 심심하게 다가올수도.


매거진의 이전글 [21-06-02] 주간제이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