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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Jul 11. 2021

[21-07-02] 주간제이팝

니쥬, 유리, 바운디, 데이글로, 아사키 등

[Single]


니쥬(NiziU) ‘Super Summer’

아주 충실하게 트와이스의 정체성을 이식받고 있는 팀의 여름을 겨냥한 시즌 송. 그룹이 가진 건강함과 발랄함이 음악으로 잘 구현되어 있는 노래다. 러닝타임에 전반에 깔려 있는 기타 소리나, 타격감 있는 비트 등의 요소들이 휴가철 한낮의 해변가를 연상케 하며, 멤버들의 가창 역시 그러한 무드를 한껏 살려내고 있다. 다만 비슷한 이미지를 연속적으로 소모하고 있어서 그런지 이 전의 노래들에 비해 흥미는 좀 덜한 편.


유리(優里) ‘シャッター’

처음엔 히라이 다이의 노래를 플레이한 줄 알았다. 그만큼 그의 목소리에 스며 있는 블랙뮤직의 기운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이 전의 곡들이 보다 록 뮤직에 포커싱하고 있었다면, 이 노래는 가창에 있어 리듬과 그루브를 중요시하고 있다는 인상이 확연하게 느껴진다. 뭔가 한창 때의 제이슨 므라즈를 듣는 것 같기도. 호소력 있는 음색과 대중적인 선율, 무난하다고 하면 무난할 수 있지만, 기본에 충실하고 있기에 많은 이들에게 다시 한번 많은 관심을 모을 것 같은 트랙. 


바운디(Vaundy) ‘花占い’

키보드가 먼저 치고 나간 뒤 혼과 현악세션이 이를 뒤쫓는 듯한 긴박하면서도 타이트한 초반에 집중헤보자. 록 베이스에 1960~70년대 소울뮤직을 무리없이 접목한 음악 스타일이 다시 한 번 이 신예 뮤지션의 역량을 실감케 하는 신곡이다. 터져야 할 곳에서 시원스럽게 터져 나오는 그의 가창, 클라이막스로 인도하는 스케일 큰 코러스 워크까지. 방심의 여지를 주지 않는 곡의 짜임새가 러닝타임 동안 귀를 뗄 수 없게 만들 것이다.


A_o, ROTH BART BARON & 아이나 디 엔드(アイナ·ジ·エンド) ‘BLUE SOULS’

로스 바트 바론의 미후네 마사야가 작사/작곡/편곡을, 빗슈의 멤버이자 활발하게 솔로활동을 전개 중인 아이나 디 엔드가 노래를 맡은 작품으로, 포카리스웨트의 CM 송으로 삽입되어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곡이다. 광활한 이미지를 선사하는 특유의 사운드 메이킹을 기반으로, 코러스를 동반한 합창에 가까운 후렴구, 중간중간에 삽입된 트럼펫 등이 개선가 같은 느낌을 주기도. 개성이 강한 두 아티스트의 합작임에도, 서로의 장점이 매몰되는 일 없이 원래 팀이었다는 듯이 완벽에 가까운 호흡과 시너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 주목.


하세가와 하쿠시(長谷川 白紙) ‘わたしをみて’

‘백지’라는 아티스트명처럼, 정말 어떠한 레퍼런스도 두지 않은 하얀 도화지에서 만드는 듯한 새로운 감각의 음악을 선사해주는 하세가와 하쿠시. 이번 역시 듣도 보도 못한 전개와 사운드 메이킹으로 이제껏 겪어보지 못했던 체험을 선사해 줄 채비를 끝낸 모습이다. 잡음처럼 느껴지는 노이즈 낀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를 축으로, 지속적으로 끼어드는 불필요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소리들과 한번 듣고는 좀처럼 맥락을 잡기 어려운 구성과 선율이 그의 개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것이 음악인가 아니면 소음인가라는 느낌을 줄 정도의 실험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후반부는 일반적인 대중음악의 범주를 벗어나는 듯한 아스트랄한 소리세계를 선사할 것이다.


키린지(KIRINJI) ‘爆ぜる心臓’

< cherish >(2019) 이후 다시 호리고메 타카키 1인 체제로 돌아간 키린지의 신곡. 오키나와 출신래퍼 에이위치(Awich)를 게스트로 초빙, 재즈에 기반한 스피디한 퓨전 록 사운드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음악을 맘껏 구현하고 있는 음악가의 자유로움이 담겨 있는 트랙이다. 리듬을 잘게 쪼개는 속사포 같은 드러밍, 다채로운 음색으로 곳곳을 장식하는 신시사이저, 팽팽한 텐션을 주고 받는 두 아티스트의 보컬 호흡. 그룹 시절의 키린지와는 명확히 선을 긋는, 음악적 창작열이 여전함을 보여주고 있는 흥미로운 결과물.


마유무라 치아키(眉村 ちあき) ‘Individual’

‘기타치며 노래하는 트랙메이커 아이돌’이라는 캐치프라이즈를 내걸고 활동하는 그의 버라이어티한 면모를 엿볼 수 있는 5분 32초의 대곡. ‘개인’, ‘개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담아낸 가사와 함께, 랩과 노래, 리얼 세션과 미디가 오가는 사운드 메이킹이라던가 클래식을 재미있게 벤치마킹한 성악 파트까지 조금도 지루할 새가 없이 휘몰아치는 음악 세계가 날 것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이 꽤나 흥미롭다. 약간 정신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듣다 보면 이 아티스트가 어떤 아티스트인지는 확실하게 각인되는, 정말로 ‘Individual’한 노래라는 생각이 들기도. 


분게이텐고쿠(文藝天国)’シュノーケル’

보컬/작사작곡/영상을 각각 담당하는 19살의 멤버 3명이 뭉친 음악집단의 신곡은, 활동기간과 비례하지 않는 의외의 완숙함을 담아내고 있다. 보컬과 연주에 있어 요루시카의 영향이 느껴지기는 하나, 보다 정통 록 사운드에 부합하는 연주와 청명한 목소리로 읊어 내려가는 서정적인 가사에서 그들만의 독자적인 투명함이 충분히 묻어나오고 있는 노래.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을 듯. 


[ALBUM]


데이글로(DYGL) < A Daze In A Haze >

코로나로 인해 활동거점이던 영국을 떠나 일본으로 일시귀국한 후 현재의 심경과 “우리는 어떤 걸 해야 즐거울까”라는 고민을 거쳐 탄생한 세번째 정규작이다. 이전의 작품들이 일관성을 담아내려 했다면, 이번엔 보다 다양한 테이스트의 음악을 통해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컬러감 있게 풀어내는 데 주력한 인상이다.


스트록스 스타일의 UK 개러지를 충실하게 재현한 ‘Banger’, 2000년대 초의 감성을 지금 새롭게 해석해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심플한 구성의 ‘Half of me’, 익숙한 코드 진행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Did We Forget How to Dream in the Daytime?’, 언젠가 만날 공연장에서의 관객의 몫을 남겨둔 듯한 프레이즈가 인상적인 ‘Wanderlust’ 등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UK 록의 재해석이 어렵지 않게 몸 속으로 스며드는 작품이다. 브릿팝 팬이라면 수록곡들의 공기가 친숙하게 느껴질지도.


아사키(4s4ki) < Castle in Madness >

장르 구분이 무의미한 믹스쳐 음악, 풍부한 표현력과 독특한 가창으로 순식간에 유망주로 떠오른 아사키의 메이저 데뷔앨범으로, 그가 존경하는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적극 참여 하에 완성된 작품이기도 하다. 어그레시브한 록-EDM 사운드가 가슴을 두드리는 선공개곡 ‘gemstone’, 뉴웨이브 사조가 떠오르는 레트로한 신시사이저와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비트로 자신의 자아가 뛰어노는 공간을 마련하는 ‘FAIRYTALE’, 오토튠을 거쳐 왜곡시킨 목소리가 무겁게 내려앉은 반주와 함께 미묘한 대기를 연출하는 ‘ALICE’, 정제나 필터링 없이 일상에서의 무력함을 이야기하는 슬로우 넘버 ‘kkkk’과 같은 노래를 듣다 보면, 조금씩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궁금해져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쿠로키나기사(黒木渚) < 死に損ないのパレード >

밴드 시절까지 합하면 그도 어느덧 데뷔 10년을 훌쩍 넘긴 베테랑 뮤지션인 셈이다. 금번 선보이는 4번째 정규작은, 그간 쌓아온 그만의 아이덴티티를 대중적으로 잘 풀어내고 있는 충실한 러닝타임으로 완성되어 있다. 사운드 측면에서 새롭다거나 트렌디한 면은 좀 떨어질지 몰라도, 선율과 가사로 하여금 노래가 선사할 수 있는 울림과 감동에 주목한다면 그만한 가치를 보여줄 작품이다.


후렴의 웅장한 마칭밴드 스타일의 연주가 앞으로 함께 살아갈 부부의 맹세를 가슴 뭉클하게 그려내는 ‘合わせ鏡’, 퍼지한 기타 톤이 내는 그루브로 삶의 태도를 관철하는 ‘像に踏まれても’, 초반 현악세션 파트가 스탠드한 팝록으로 전개되는 ‘心がイエスと言ったなら’ 등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이 좋은 울림을 가진 목소리와 멜로디를 타고 세상에 흩뿌려질 준비를 마쳤다. 본인 역시 간만에 좋은 음악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된 작품. 


디 엔기(the engy) < On weekdays >

신시사이저로 만든 가스펠 뮤직을 듣는 듯한 첫 곡 ‘Love is Gravity’에서 이전보다 온화해지고 친절해진 그들의 실루엣이 엿보인다. 하이브리드 록 밴드를 표방하며, 범상치 않은 크로스오버 뮤직을 차례차례 선보여 왔던 그들의 메이저 데뷔 후 첫 정규작으로, 15곡이라는 큰 볼륨 아래 자신들이 가진 운신의 폭을 모두 담으려 한 의도가 역력하다. 


낮게 깔린 키보드와 약간은 늘어지는 듯한 느낌의 비트 들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개념의 댄스뮤직 ‘We Dance’, 디스코를 기반으로 하되 강렬한 록 사운드를 왜곡시켜 얹어낸 ‘Funny ghost’, 다채로운 소리들을 곳곳에 삽입해 청각적인 재미를 극대화한 ‘Words on the paper’, 앨범을 마무리하는 듯한 블루지한 정서가 마음에 여유를 제공하는 ‘Lay me down’ 등. 이전보다는 조금 더 쉽게 자신들의 음악을 풀어낸 느낌이며, 덕분에 이들을 잘 몰랐던 이들이 입문하기에 안성맞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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