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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Jul 18. 2021

[21-07-03] 주간제이팝

밀레니엄 퍼레이드, 미레이, 쿠와타 케이스케, 마하라 쟌 등

[Single]


밀레니엄 퍼레이드 & 벨(millennium parade & Belle) ‘U’

킹 누(King Gnu)의 츠네다 다이키가 진두지휘하는 음악집단 밀레니엄 퍼레이드의 신곡으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 벨 >의 주제가로 기용된 노래이기도 하다. 참고로 주연인 벨 역으로는 < AINOU >(2018)로 일약 주목받은 싱어송라이터 나카무라 카호가 낙점되어 첫 성우연기에 도전했으며, 이번 노래에서도 ‘벨’ 명의로 보컬에 참여하고 있다. 


여느 장대한 스케이프를 그려내는 듯한 클래식 기반의 웅장한 편곡, 팽팽한 텐션을 끝까지 유지하는 타이트한 퍼커션 리듬이 탄탄한 뼈대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이전과는 다른 시너지를 보여주는 나카무라 카호의 결의에 찬 표현력이 아직 그 전모가 드러나지 않은 애니메이션의 이미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해주는 듯 하기도. 그룹 특유의 실험적인 면모는 여전하나, 선율에 있어 대중적인 측면을 놓치지 않고 있는 영리한 타이업 곡이다. 전체 OST를 맡은 것은 아니지만, 신카이 마코토 X 래드윔프스 조합에 맞서는 듯이 느껴지기도. 


미레이(milet) ‘Ordinary days’

팝 보컬 운용 모드로 전환. 개방감 넘치는 선율의 후렴이 어느때보다도 ‘제이팝’의 영역에 다가가 있는 트랙으로, 전반부는 자신만의 트렌디한 스타일 기반으로 전개해 나가다가, 후렴에 이러한 파퓰러한 무드로의 전환해 나가는 그 과정이 굉장히 자연스럽다. 규칙적으로 울리는 키보드와 부담스럽지 않게 들어간 현악 세션의 조화가 팔색조 같은 보컬과 맞물려 시시각각 다른 파장의 빛을 내뿜는 듯한 광경을 연출한다. 두말하면 입 아프다만, 정말 작년과 올해 2년 여에 걸쳐 선보인 어느 작품하나 쉬이 흘려들을 수 없는 꾸준한 완성도가 놀라울 따름. 


쿠와타 케이스케(桑田 佳祐) ‘SMILE ~ 晴れる渡る空のように’

5개의 민영방송사가 함께 하는 도쿄 올림픽 공동기획의 테마송으로, 관계자들이 ‘주제가에 어울리는 사람은 쿠와타 케이스케 밖에 없다’라는 의견에 따라 작년 일찌감치 공개되었던 곡이기도 하다. 코로나로 인해 정식 음원공개가 되지 않고 있던 상태에서, 9월로 정해진 그의 미니앨범 발매에 맞춰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시한 셈. 노래 자체는 전형적인 응원 송으로, 그만의 복고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스타일이 잘 서려있는 감동적인 결과물로 완성되어 있다. 큰 기교나 고음 없이 잔잔하지만 단단하게 울려 퍼지는 그의 목소리가 이미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이들을 위로해 온 만큼, 노래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큰 의심을 하지 않아도 될 듯. 


카미와사이코로오후라나이(神はサイコロを振らない) x 아유니·D(アユニ·D)(BiSH/PEDRO) x 나부나(n-buna) from ヨルシカ ‘初恋’

4인조 밴드 카미사이의 첫 콜라보레이션 곡. 보컬에는 한참 상종가를 치고 있는 빗슈의 아유니·D, 작곡과 프로듀싱에는 요루시카의 나부나가 참여하는 등 ‘호화 콜라보레이션’으로 완성되어 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빗슈나 페드로의 업템포 곡들 위주로 들어왔던 이들이라면 차분한 무드 속 텐션을 낮춘 아유니·D의 섬세한 목소리에 새삼 놀라게 될지도. 전체적인 연주와 구성 또한 밴드와 나부나가 각자의 장점을 잘 녹여내 중간점을 잘 잡아냈다는 인상을 준다. 어쿠스틱 기반의 록 사운드와 보컬의 화음이 촉촉히 마음을 적시는 감성 트랙. 


다다레이(DADARAY) ‘Ordinary days’

공교롭게 미레이와 같은 주에 같은 타이틀로 싱글을 발표하는 다다레이의 신곡. 베이스를 맡고 있는 큐지츠카쵸가 직접 쓴 요리 레시피 책 < ホメられるとまた作りたくなる!妄想ごはん >를 원안으로 한 드라마 < ホメられたい僕の妄想ごはん >의 주제가로, 그들로서는 첫 드라마 타이업 이기도 하다. 초반과 명확히 선을 긋는 잼과 같은 구성의 간주가 곡의 하이라이트이며, 여기에 살짝 양념을 더한 랩이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와우페달 기반의 기타 사운드, 레트로한 신시사이저 음색, 딱딱 떨어지는 8박 비트가 두 보컬의 주는 감칠맛을 더욱 배가시키는 듯한 느낌이다.


타쿠 이노우에(TAKU INOUE) x 호시마치스이세이(星街すいせい) ‘3時12分‘

반다이남코 소속으로 철권, 릿지 레이서, 아이돌 마스터 시리즈 등의 음악작업에 참여했던 그가 토이즈 팩토리로 이적한 후 선보이는 메이저 데뷔작. 보컬은 V Tuber로 맹활약중인 호시마치스이세이가 맡아, 멜로우한 감성에 걸맞는 고혹적인 알앤비 음색을 들려주고 있다. 리얼세션의 매력이 극대화되는 간주의 합주가 곡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며, 후렴의 타격감 있는 비트는 어느 곳에 포인트를 두어야 되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아티스트의 표현력이 도드라지는 부분이기도.


[ALBUM]


마하라 쟌(マハラージャン) < 僕のスピな人 >

디스코, 펑크(Funk), 소울, 시티팝 등 블랙뮤직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그루브한 댄스뮤직을 의욕적으로 전개해 나가는 중인 마하라 쟌의 새 EP. 위트 있는 가사와 역량 있는 세션들을 동반한 탄탄한 합주 사운드가 러닝타임을 충실히 채우고 있다. 16비트 드러밍을 축으로 경쾌한 드라이브 감이 일품인 ‘僕のスピな人’, 인트로의 베이스 연주를 필두로 퓨젼재즈의 리드미컬함을 부각시킨 ‘次いくよ’, 신시사이저와 코러스 워크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한 풍부한 선율감의 ‘地獄 Part2’ 등 터번을 쓰고 활동하는 다소 코믹해보이는 외관으로만 판단하기엔 수록곡들의 완성도가 수준급이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신예 아티스트의 고품격 댄스뮤직. 


SMTK < SIREN PROPAGANDA >

앞서 소개한 마하라 쟌의 세션을 비롯해 밀레니엄 퍼레이드, 키드 프레시노, 키미시마 오오조라 등 동료 뮤지션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드러머 이시와카 슌을 주축으로 결성된 4인조 밴드의 2번째 정규작. 멤버 모두가 재즈를 축으로 하고 있는 만큼 높은 수준의 연주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자유로움과 즉흥성을 중시한 색다른 음악이 러닝타임동안 펼쳐진다.


플레이버튼을 누르자 마자 정리되지 않은 연주소리가 쏟아져 나오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는 리드곡 ‘Headhunters’에서는 힙합 크루 도스 모노스가 참여해 밴드편성 기반의 멋진 랩 뮤직을 선보이고 있으며, 이어지는 ‘マルデシカク’에선 잼과 같은 정해지지 않은 형식의 합주 안에서 그 피치의 변화를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게 따라가는 타이탄의 퍼포먼스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그런가 하면 인스트루멘탈 트랙인 ‘Genkai Mentaiko’, ‘Minna No Uta’에선 역시나 어떠한 한계를 두지 않고 각 연주자가 마음껏 뛰노는 듯한 역동적인 모습이 색다르면서도 흥미롭게 담겨 있는 덕분에 기존의 대중음악과는 다른 새로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연주실력과 프로듀싱 역량, 멤버간의 호흡, 이 좀처럼 구축되기 힘든 삼각기둥을 세워 구현해 낸 결과물.


도쿄쇼넨쿠라부(東京少年俱楽部) < 自明の理 >

교토 출신의 4인조 록 밴드로, 순도 높은 패기와 열정이 가득 담긴 2번째 EP. 로큰롤을 기반으로 정제되지 않은 감정을 연주와 노래로 설득력있게 표현하는 솜씨가 수준급이다. 첫번째 작품과 달리 합숙을 통해 서로의 호흡을 맞춰가며 완성도를 높였다는 후문. 터프한 밴드 사운드와 서정적인 키보드의 하모니가 격정적으로 표출되는 ‘白昼堂々’, 4명의 합이 분출하는 폭발적 에너지가 순식간에 풍경을 물들이는 ‘僕の中に住んでる女の子’, 앞만 보고 미친듯이 달려나가는 스트레이트함이 앨범의 테마를 관통하는 ‘ばいばい‘ 등 눈치 보지 않는 화끈한 록 사운드가 광폭하면서도 섬세하게 담겨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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