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선업 Jul 26. 2021

[21-07-04] 주간제이팝

래드윔프스, 노벨브라이트, 세카이 노 오와리, 시미즈 쇼타

[Single] 


래드윔프스(RADWIMPS) ‘TWILIGHT’

버추얼 라이브, 영화 OST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 중인 밴드의 신곡. 10월에 나올 신보에 앞서 선공개되는 트랙으로, 만화 < 원피스 >의 코믹스 100권/애니메이션 1,000화를 기념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잔뜩 왜곡시킨 보컬 파트와 정제되지 않은 신시사이저와 퍼지한 기타의 부딪힘이 마치 어딘가에 부딪힌 행성의 파편이 눈 앞에 다가오는 듯한 생생한 풍경을 그려내는 듯. 제목처럼 광활한 우주를 그려내는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최근 발표한 곡 중엔 그나마 밴드의 어프로치가 담겨 있어 더욱 반갑게 느껴지며, 더불어 끊임없이 진화하는 세 멤버의 일면을 확인할 수 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노벨브라이트(novelbright) ‘ライフスコール’

폭풍과 같이 몰아치는 후렴의 통렬함이 맘에 든다. 초반의 정적인 분위기를 일신하는 현악세션과 기타의 협연이 광활한 고속도로를 자처하고 있으며,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다케나카 유다의 보컬이 쭉 뻗은 그 공간을 시원스레 질주한다. 어설픈 기교나 장식 없이 정면돌파하는 팀의 기개를 기반으로, 러닝타임 동안 조금이라도 딴짓할 새가 없는 꽉 짜인 구성을 보여준다. 새 시대의 록스타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은, 메이저 데뷔 이후의 기세를 이어가는 작품.  


긴난보이즈(銀杏BOYZ) ‘少年少女’

미네타 카즈노부의 프로젝트 밴드 긴난보이즈의 신곡. 처음 듣는 이들에겐 노이즈와 같은 자글자글한 소리들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런 거칠거칠한 사포 같은 느낌이야말로 이들이 가진 전매특허 사운드니 조금만 참고 들어보도록 하자. 그런 폭발할 것 같은 소리들 속에 살포시 숨겨놓은 섬세하고 서정적인 노랫소리가 숨어있으니 말이다.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는 감정을 높은 순도의 덩어리로 정제한 듯한, 여전한 창작열을 보여주는 신곡. 참고로 미네타 카즈노부는 드라마 < 타카네노하나 ~ 그림의 떡 ~ >에서 남자주인공을 맡는 등 배우로서의 입지도 탄탄한 편.


펄 센터(PEARL CENTER) ‘Flutter’

파에리야즈(PAELLAS)의 보컬 매튼(MATTON)과 마사다(msd)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 4인조 밴드로,레트로한 신시사이저가 향수를 자극하는 도입부만 들어도 여러 밴드들이 떠오른다. 왬이나 듀란듀란이나, 폴리스, 가깝게는 THE 1975 등등. 사노 모토하루의 < SOMEDAY > 앨범에 많이 기대고 있는 느낌도 나고. 이처럼 1970~80년대의 여러 팝 사조를 마구 뒤흔든 다음 자신들 마음대로 요리해, 일견 익숙하다가도 무리 없이 이들만의 스타일로 납득하게 되는 설득력을 갖추어 냈다. 요 몇 년간 유행중인 뉴트로에 관심이 있다면 그야말로 취향을 저격할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나나오아카리(ナナヲアカリ) ‘電火‘

기관총과 같이 발사되는 비트와 기타연주를 랩과 노래를 오가며 남김 없이 방어하는 나나오아카리의 가공할 만한 매력. 워낙에 반주가 강하게 치고 들어오는지라 가창으로 리드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가창자로서의 지배력을 무리없이 발휘해 내고 있다. 발랄한 업템포에 걸맞는 보컬 퍼포먼스가 맞물려 어디서도 맛보기 힘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흥미로운 트랙. 


[ALBUM]

세카이 노 오와리(SEKAI NO OWARI) < scent of memory >

음악스타일의 변화를 실감케 했던 더블앨범 < Eye >와 < Lip >. 그리고 엔드 오브 더 월드(end of the world) 명의로 세계를 겨냥했던 < Chameleon >까지. 최근 몇 년간의 활동은, 콘셉트나 세계관에서 잠시 벗어나 하고 싶은 음악을 자유롭게 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인상을 준다. 밴드에겐 새로운 영역으로의 도전이 당연한 수순이었겠지만, 기존 팬들에겐 그 변화된 모습이 마냥 살갑게 다가오지 만은 않았으리라 생각이 든다. 


레이블 이적 후 첫 작품이 되는 네번째 정규작은, 팀이 가진 대중성을 강조하며 어느 때보다도 듣는 이들을 배려하고 있는 결과물로 자리한다. 이와 함께 멤버들의 가창 참여, 타 뮤지션들과의 협업을 통해 또 다른 매력을 한껏 담아내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후카세의 랩이 러닝타임을 꽉채우는 힙합 트랙 ‘Like a scent’엔 사카모토 류이치가 작곡에 참여했으며, ‘陽炎’은 사오리가 보컬을 맡음과 동시에 편곡에는 후지이 카제의 데뷔앨범을 도맡았던 트랙 메이커 야플(Yaffle)이 참여해 멜로우함을 한껏 살리고 있다.


역시 현 시점 최고의 프로듀서 중 한명인 츠타야 코이치가 참여한 ‘周波数’은 플룻과 현악세션, 피아노 등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조합을 멋지게 구현해 내고 있으며, 이번에도 목소리로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나카진 보컬의 ‘正夢’는 여전한 그 서정성이 빛을 발하는 트랙이다. 여기에 이미 공개된 싱글들까지 더해져 어느때보다 ‘선율감이 풍성한’, 멜로디 측면에서 강점을 가진 작품으로 완성되어 있다. ‘노래’라는 본질에 충실했기에 나올 수 있던 러닝타임, 웅장하고 거대하게만 다가왔던 그들이 장식을 벗어던지고 친근하게 손을 내미는 듯한 작품.


시미즈 쇼타(清水 翔太) < HOPE >

로컬 지향의 알앤비 싱어에서 영미권 블랙뮤직의 트렌드를 받아들이며 비로소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은 듯한 시미즈 쇼타. 인트로 후 타카와의 리드미컬한 호흡을 주고받는 ‘Curtain Call’에서의 편안함과 여유는, 비로소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추구할 수 있게 되었음을 알려주는 증표처럼 느껴진다. 데뷔 후 7, 8년간은 모두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는 그의 말처럼, 하고 싶은 음악에 집중하는 현재의 커리어에 그의 자아가 보다 짙게 투영되어 있음을 알게 해주는 9번째 정규작이다.


스트리밍 차트에서 순항 중인 러브 송 ‘恋唄’, 비트와 피아노, 랩-싱잉의 삼위일체에 게스트과의 시너지 역시 빛을 발하는 ‘Lazy’, 나른하게 퍼져 나가는 시티팝 스타일의 연주를 능수능란하게 서핑하는 보컬운용이 인상적인 ‘Tokyo Night’ 등 스타일은 다양하지만 모두 아티스트를 구심점으로 파생된 덕분에 산만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사실 그렇게 선호하는 뮤지션은 아니었는데, 최근의 작품들엔 확실히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 같다. 역시 사람은 누군가가 자신에게 기대하는 것 보다는 본인이 실제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행복과 성취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듯.


리메(理芽) < NEW ROMANCER >

이주의 발견. 버추얼 유튜버로 활동 중인 리메의 첫 정규작으로,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날카로운 음색이 강한 어프로치의 록 사운드와 버무려져 범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고 있다. 주로 해외 히트 곡을 커버하다 오리지널 곡을 처음 선보인 것이 2019년 12월이었으니, 본격적으로 활동한지 1년 반만에 선보이는 데뷔작인 셈. 


틱톡을 통한 바이럴 히트로 현재 3천만 조회수를 넘긴 ‘食虫植物’가 상징적이긴 하지만, 5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집중력 있게 끌고 가는 가수의 역량이 선명히 새겨져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싱어송라이터로 활동 중인 사사가와 마오가 곡 제작 전반을 담당하고 있는데, 트랙마다 다르게 접근하며 리메의 여러가지 색깔을 잘 끌어내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올드한 로큰롤의 기운이 서려 있는 ‘ラブソング’, 자꾸 머리속을 맴도는 선율의 짜임이 인상적인 ‘さみしいひと’, 몽환적인 무드 또한 무리없이 소화해 내는 레트로 신스팝 ‘NEUROMANCE’, 강성의 디스토션을 일거에 터뜨리는 ‘クライベイビー’까지. 넓은 범위를 아우르는 아티스트의 역량이 데뷔작의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고 있는 느낌이다.


사실 최근 보컬로이드 및 우타이테, 버추얼 유튜버 등 온라인과 SNS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의 음악기조가 알게 모르게 유사해 조금 질리는 감도 없지 않아 있었는데, 확실히 이 작품은 다르다는 느낌. 앞으로도 유튜브 중심으로 활동할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많은 곳에서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나카무라에미(NakamuraEmi) < Momi >

강한 메시지성을 담아냈던 전작들과는 달리 일상생활에서 느낀 소소한 감정을 솔직하고 편안하게 담아낸 6번째 정규작. 랩과 같은 리드미컬함을 부각한 가창 스타일은 여전하나, 보다 ‘노래를 부르는’ 인상을 주는 트랙들이 늘어난 느낌이다. 늘 곁에 있던 친숙한 것들에서 새로운 영감과 삶의 동기를 얻을 수 있음을 노래하는 ‘drop by drop’, 독특한 신시사이저 독특한 음색을 십분 활용함과 동시에 기타 연주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코로나 시대의 응원송 ‘投げキッス’, 삶이 힘든 순간에도 소소한 행복은 얼마든지 우리 주위에 있음을 노래하는 ‘いただきます’ 등 그만의 재기가 넘치는 트랙들이 수록되어 있다. 코로나 블루로 모두가 힘든 시기이지만, 주변을 돌아보고 일상을 더욱 소중히 돌보는 삶이 되기를 희망하는 아티스트의 진심이 따스하게 나가오는 작품. 


인시스트(韻シスト) < HARVEST >

1998년 결성했으니 어느덧 20주년을 훌쩍 넘긴 리얼세션 기반의 힙합그룹 인시스트. 레게 리듬이 마음에 평안함을 선사하는 리드곡 ‘風にのせて’는 그들의 관조적인 애티튜드를 특유의 무드로 담아내고 있어 첫 곡으로 안성맞춤이구나 싶다. 촘촘히 짜여진 리듬파트의 합이 튼튼한 지지대 역할을 하는 ‘RHYME&MEATS(LIME&BEETS)’, 피아노와 베이스, 기타를 같은 음으로 중첩시킨 두터운 질감의 리프가 타이트한 래핑과 좋은 합을 보이는 ‘Junk Food’, 어깨에 들어간 힘을 빼고 고즈넉한 연주에 맞춰 읊어나가는 본인들만의 철학이 부담없이 다가오는 ‘Bee’와 같은 노래들을 듣다 보면 오랜 시간 쌓아온 그들만의 바이브가 슬며시 몸 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터. 

매거진의 이전글 [21-07-03] 주간제이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