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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Aug 09. 2021

[21-08-02] 주간제이팝

아지캉, 오오모리 모토키, 빗슈, 프렌즈

언제는 안그랬겠냐만은,

록 다운 록 뮤직이 특히나 가득했던 한주였습니다.


[Single]


아시안 쿵푸 제너레이션(ASIAN KUNG-FU GENERATION) ‘エンパシー’

개인적으로 아지캉은 평소엔 정말 하고 싶은대로 하다가 타이업, 특히 애니메이션 타이업만큼은 언제 그랬냐는 듯 대중친화적 모드로 전환하는 그 갭이 흥미롭게 느껴지는 밴드다. 뭔가 평소보다 보편적이고 캐치한 후렴을 들려오면, 그건 높은 확률로 어딘가의 주제가로 삽입되었다는 증거. 이번 신곡 역시 그런 기운이 들어 기사를 찾아보니 무려 <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 극장판의 주제가로 기용된 싱글이다. 초반의 정적인 대기를 지나 브릿지의 빌드업을 통해 명쾌하게 터뜨리는 한 방이 참으로 유구한 역사를 가졌음에도 결코 질리지 않는 그들만의 파퓰러함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어떨 때는 타협없이 자신들의 것 만을 추구하는 듯 하다가도, 이렇게 대중들의 기호도 놓치지 않는 팀의 보폭이 놀라울 뿐. 


오오모리 모토키(大森 基貴) ‘Midnight’

미세스 그린애플의 다음 항해가 내년부터 본격화됨을 선포한 후 선보이는 프론트맨의 새 싱글. 놀랍게도 록 기운을 싹 뺀 감각적인 댄스 튠이다. 약간의 리얼세션을 가미한 EDM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팝 뮤직을 새롭게 전개해나가는 느낌으로, 워낙에 출중하면서도 트렌디한 가창력 덕분에 마치 KPOP에서 감지할 만한 세련됨이 러닝타임 전반에 스며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그의 춤! 뮤직비디오를 보면 꽤나 수준급의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그를 만나볼 수 있다. 


코디·리(Cody·Lee(李)) ‘異星人と熱帯夜’

최근 독특하면서도 힙한 무드의 록 뮤직으로 많은 이들을 팬으로 흡수하고 있는 5인조 밴드 코디·리. 초반에 등장해 곡을 끌고 가는 플루트, 같은 가사로 다른 온도를 보여주는 남녀의 보컬, 후반부를 장식하는 색스폰과 기타의 합주까지. 한 곡 안에 다양한 아이디어와 시도들이 엉켜 어디에도 없는 유니크한 곡조를 발하고 있다. 악기들의 소리가 섬세하게 살아있어, 믹싱 등 후반 작업에 꽤나 공수가 많이 들어가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노기자카46 출신의 배우 이토 마리카가 출연한 영화 < サマーフィルムにのって >의 주제가이기도. 


리갈 리리(リーガルリリー) ‘風にとどけ’

리갈 리리에 입문하고 싶은 자, 이번이 기회일지어니. 특유의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로 인해 뭔가 접근하기 어려웠던 이들에게 희소식이 될만한 리걸 리리만의 팝 록으로 마감질 된 곡이다. 질주감 넘치는 연주와 청량한 선율이 맺혀있는 다카하시 호노카의 보컬을 듣다 보면 여느 창공으로 휘이 하고 날려갈 것만 같은 느낌이. 개인적으로는 이번 곡에서 유난히 챠토몬치의 실루엣이 강하게 감지되기도 했다. 그래도 바람을 칭하는 여러 표현을 묶어 사랑을 표현하는 다카하시 호노카의 표현력이 온전히 그의 재능임은 두말할 것 없는 사실.


어 크라우드 오브 리벨리온(a crowd of rebellion) ‘ZENITH’

나도 취향이 변했는지 라우드 계열의 음악을 예전만큼 즐겨찾게 되지는 않는데, 그래도 여전히 순간적으로 가장 강렬한 자극을 전해주는 건 역시 닥치는 대로 때려 부수고 소리 지르는 이런 넘버들이다. 어느덧 데뷔 10년이 넘는 구력을 보유하게 된 밴드의 강렬한 메탈코어 사운드는 그간 꾸준히 모아온 ‘경험’이라는 실로 자신들이 가진 장점을 촘촘하게 엮어낸 탄탄한 구성을 보여주는 수작으로 자리한다. 스크리밍과 샤우팅 / 하이톤을 오가는 두 보컬의 하모니가 마치 피어 앤 로딩 인 라스 베가스를 보는 듯 같기도 하지만, 그와는 다른 서정적인 측면이 엿보인다는 점이 흥미롭다. 다양한 요소를 일관성 있게 배치해서 그런지 ‘믹스쳐라면 응당 이정도는 돼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내면의 응어리를 불식시키는 멋진 넘버다.  


세로(cero) ‘Nemesis’

무려 1년 반만의 신. 크랙락스(CRCK/LCKS)의 카쿠도 우마나미가 코러스로 참여, 두 보컬이 맞부딪히며 발하는 서늘한 불꽃에 주목하면 좋을 노래다. 전반적으로 보컬을 겹쳐 완성한 입체적인 멜로디의 흐름이 인상적이며, 중반부 이후 전자음처럼 왜곡시킨 기타 솔로잉을 두고 비트와 신시사이저를 서로 부각시키며 만들어가는 사운드가 이색적이면서도 흡입력 있게 다가온다. 밴드의 팬이라면 절대 실망하지 않을, 대중성과 음악성을 기가 막히게 섞어내는 밴드의 역량이 다시 한 번 빛나는 트랙. 


[ALBUM]


빗슈(BiSH) < GOiNG TO DESTRUCTION >

좋은 음악은 자신다움이 무엇인지를 증명하는 가운데 탄생한다는 것. 이 작품은 누구나 알면서도 해결하기는 힘든 이 난제를 단숨에 풀어낸다. ‘악기가 없는 펑크 밴드’라는 콘셉트에 충실한 격렬한 팝록 사운드를 기반으로, 자칫 클리셰로 흘러가기 쉬운 흐름을 꾸미지 않은 날 것의 표현을 통해 명확히 ‘자신들 만의 것’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같은 소절을 불러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멤버들간의 개성과 아이덴티티가 듣는 재미를 배가. 


언제나 그렇듯 총괄 프로듀싱을 담당한 마츠쿠마 켄타의 지휘봉에 맞춰 숨쉴 틈 없이 몰아붙이는 역동적인 팀의 퍼포먼스가 압도적인 에너지를 분출한다. 특징적인 이펙트를 덧씌워 인상적인 인트로를 연출하는 ‘in case…’, 2분이 채 되지 않는 러닝타임 동안 앞만 보고 미친듯이 달려나가는 ‘ZENSHIN ZENREI’, 웅장한 현악 세션과의 만남이 전매특허의 비장미를 발현하는 ‘NATURAL BORN LOVER’, 개인적인 베스트 트랙임과 동시에 ‘Beautiful’ 만큼이나 페스티벌에서 자주 불리게 될 것 같은 중독성 있는 훅이 인상적인 ‘I have no idea.’ 등. 작사의 참여 지분이 늘어남과 동시에 전체적으로도 특유의 색이 더욱 짙어진, 절정의 기세를 보여주는 네번째 정규작. 


프렌즈(フレンズ) < SOLAR >

MC 포지션으로 특히 라이브에서 존재감을 어필해왔던 히로세히로세의 탈퇴 이후 4인 체제로 선보이는 세번째 정규작. 블랙뮤직을 파퓰러하게 해석하는 발군의 편곡과 연주, 오카모토 에미의 온기가 넘치면서도 은근히 테크니컬한 보컬은 여전하나, 아무래도 한 축을 탄탄하게 받쳐주었던 히로세히로세의 공백이 느껴지는 건... 각자의 역할이 고르게 분배된 느낌을 주었던 전작들과 달리, 오카모토 에미 중심으로 포커싱 되었다는 감상을 지울 수 없다. 


초반의 고풍스러운 현악 세션을 기반으로 팀 특유의 멜로우한 감성과 그루브가 돋보이는 ‘東京今夜’, 신스팝에 무게추를 둔 곡 스타일과 동시에 리드미컬한 가창이 좋은 합을 보이는 ‘FUTURE PEOPLE’, 오타키 에이치의 < LONG VACATION > 수록곡을 가져다가 팀의 작법으로 재해석한 듯한 감상을 가져다 주는 시원스러운 느낌의 ‘いつものサタデー’, 후렴구의 선율로 하여금 ‘킬링 프레이즈’를 완성시키는 사랑스러운 곡조의 ‘楽しもう’ 등 다채로운 ‘프렌즈 월드’가 높은 수준의 악곡들로 구성. 떠나간 자의 빈자리는 아쉽지만, 그들의 몽글몽글한 매력을 재차 깨닫게 된다는 점에서 이번 역시 믿고 들을 작품으로 자리하고 있다.


테토(teto) < 愛と例話 >

첫 곡을 플레이하자 들려오는 차분한 곡조. 아, 이 팀도 세번째 앨범 정도 오니 다른 게 하고 싶었나보다… 싶던 찰나에 급반전되어 들려오는 그들만의 노이즈 낀 광폭한 록 사운드. 1분 18초의 ‘宣誓’에 이어 다시금 시속 300km의 전차가 달려오는 듯한 기세의 ‘もしもし?もしもさあ’에 온몸을 쾅하고 부딪히고 나니 ‘아, 내가 테토의 신보를 듣고 있었지’라는 생각과 함께 정신이 팍 든다. 


정말 이것저것 재지 않고 무식하게 전진해 자신들만의 길을 결국에는 개척하고야 마는,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폭주의 대서사시를 이번에도 40분에 가까운 시간동안 흥미롭게 펼쳐내고 있다. 얼핏 들으면 마구잡이로 연주하고 노래하는 것 같지만, 그 안에서 명확히 질서를 잡음과 동시에 캐치한 선율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이번 신보에도 여전히 유효. 더불어 4명의 멤버로 남긴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닌겐이스(人間椅子) < 苦楽 >

1990년 첫 정규작 발매 이후 거의 2년에 한번씩은 앨범을 내며 꾸준하게 활동해 온 노장밴드의 무려 22번째 앨범. 기본적으로는 블랙 사바스가 떠오르는 1970년대 브리티시 하드 록을 구사하고 있으며, 특히 베이스를 담당하는 스즈키 켄이치의 강렬한 비주얼로 하여금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존재감을 선보이는 팀이기도 하다. 참 재미있는 것이, 물론 록 자체를 좀 올드하게 보는 이들이라면 옛날 음악인데? 하겠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나 록 사운드에선 시대를 초월한 그 무언가가 느껴진다는 점이다. 솔직히 초창기 앨범을 들어보진 않았는데, 확신하건데 지금과 거의 차이가 없는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지 않을까 싶다. 특이한 외양에 제대로 된 음악이 색다르게 다가왔는지, 의외로 해외 팬들이 많으며 유튜브 구독자나 조회수도 꽤 나온다는 것도 신기.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1920년에 발표했던 단편소설 제목을 따와 8분여에 달하는 하드록 대서사시로 재탄생시킨 ‘杜子春’은 밴드의 색깔을 고스란히 담아냄과 동시에 대중적인 흡입력 또한 절대로 놓치지 않고 있다. 묵직한 베이스와 팽팽한 텐션을 제공하는 드러밍, 폭주하는 기타 솔로잉을 조합해 강철과 같은 단단한 한방을 5분이 넘게 유지해 가는’ ‘悪魔の処方箋’ 등 메탈리카의 여느 인트로를 듣는 듯한 타이트한 합주로 시작해 능수능란한 밀당의 전개를 보여주는 ‘暗黑王’, 리프운영이 오프스프링의 ‘Original Prankster’를 연상케 하는 ‘人間ロボット’ 등 어느 트랙을 플레이해도 높은 수준의 하드 록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뭔가 과하게 진지한 가사가 나름대로의 유머 포인트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도 밴드의 매력 중 하나가 아닐지. 


사야시 리호(鞘師 里保) < DAYBREAK >

모닝구 무스메의 에이스로 활약, 졸업 후 얼마간의 공백을 깨고 컴백한 후 선보이는 첫번째 미니앨범. 자주 레이블인 < Savor >를 통해 발매한 작품이며, ‘재시작’,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자’라는 의미의 타이틀명을 내걸고 음악활동 재개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어두운 거리를 밝히는 듯한 시티팝 사운드가 인상적인 ‘Find Me Out’, 신시사이저의 물결이 보컬의 풍랑과 맞물려 거대한 파도를 이루는 ‘BUTAI’, 공간감을 극대화 한 반주를 능수능란하게 타고 넘는 그의 가창력이 돋보이는 ‘LAZER’ 등 다양한 장르 속에서 동시에 자신이 가진 시원스러운 보이스 컬러의 장점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이제 영점을 잡았으니 앞으론 명확한 자신만의 조준점을 찾아야 할 시기. 


험프 백(Hump Back) < ACHATTER >

험프 백의 두 번째 앨범 발매! 근데 스트리밍 서비스는 미개시 상태… 언제까지 음원 서비스 안할건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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