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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Aug 16. 2021

[21-08-03] 주간제이팝

요아소비, 아도, 라르크, 료쿠샤카, 요나오 등

[Single]

요아소비(YOASOBI) ‘ラブレター

주로 소설을 청각화하는 작업에 몰두해 왔던 그들이 이번엔 ‘편지’를 음악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에 새로이 도전했다. 소학교 6학년에 다니는 한 소년이 보낸 ‘음악에의 감사’라는 제목의 편지를 원작으로, 언제 어디서나 나에게 힘을 주는 ‘음악’에 대한 사랑을 가슴뭉클한 하나의 음악시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대부분 리얼세션으로 이루어진 웅장한 연주 사운드가 이전과는 다른 방향의 요아소비를 제시하고 있으며, 평범한 단어들로 엮어 내려간 가볍지 않은 메시지가 음악 애호가들에게 작지 않은 울림을 선사한다. 언제나 좋은 노래를 선보여왔던 그들이지만, 이번 노래에서 유독 이쿠라의 목소리가 더욱 반짝반짝 빛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그 역시 그만큼 음악에 있어 진심이기 때문일 터.


아도(Ado) ‘会いたくて’

어느덧 메이저 데뷔 후 6번째 작품이 되는 신곡은 보다 보편적인 감성을 겨냥하고 있다. 실사화 되는 <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 천재들의 연애 두뇌전 >에도 삽입되는 등, 다소 마니악한 이미지를 희석하고 보컬리스트로서의 존재감을 선명히 하고자 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제목에서도 엿보이듯 노래 자체는 오케스트레이션이 가미된 정석적인 슬로우 록 넘버인데, 어찌보면 클리셰라고 느껴질 법한 스타일도 무리 없이 소화해 내며 자신이 가진 가창의 스펙트럼이 대중의 생각보다 넓음을 자랑하고 있는 트랙이기도 하다. 저번에도 한번 이야기한 바 있지만, 아도는 절대 ‘うっせぇわ’ 한 곡만으로 평가할 가수가 아님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만드는 싱글. 작사작곡은 싱어송라이터를 활동 중인 미유항이 도맡기도 했다.


라르크 앙 시엘(L’arc~en~Ciel) ‘FOREVER’

애니메이션 < EDENS ZERO > 의 오프닝 테마로 타이업 된 관록 있는 현재진행형 레전드 밴드의 신곡. 개방감넘치는 사운드와 코러스 워크로 희망이라는 벅참을 한가득 안겨주고 있는 노래다. 단단히 짜여진 합주가 일체감을 선사하면서도, 기타 솔로잉 등 각자가 존재감을 드러내야 할 때는 확실히 한 몫을 해내는 팀워크가 특히나 인상깊게 다가온다. 데뷔 30주년 맞았음에도 그 때와 별반 다를게 없는 보컬을 들려주는 하이도의 프로의식과 자기관리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기도. 긴 시간 동안 지침 없이 소구력 있는 디스코그라피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밴드의 저력이 담겨 있는 신곡이다.


료쿠오쇼쿠샤카이(緑黄色社会) ‘LITMUS’

약간은 어둡고 가라앉는 분위기 속에서 긴장감 있게 전개되는 연주와 보컬의 하모니. 크레디트를 봤더니 역시나 코바야시 잇세이/아나미 싱고가 작사/작곡을 맡은 작품이다. 이들의 작품을 쭉 들어오면서 느끼는 거지만, 나가야 하루코가 작곡한 다이나믹하면서도 쭉쭉 뻗어나가는 업템포와 코바야시 잇세이 주도의 조금은 습기를 머금은 우울한 곡조의 대비가 참으로 재미있게 다가온다. 멤버들이 균등하게 작사/작곡의 비율을 가져가면서도 그 스타일이 워낙 다른 탓에, 그것이 작품의 다채로움과 풍성함을 만들어낸다고 할까. 이번 작품 역시 조금은 심오하고도 어려운 테마를 중심으로 좀 더 차분하고도 밀도 있는 합주를 보여주고 있으며, 나가야 하루코의 보컬 역시 중저음 위주의 단단한 감성을 러닝타임동안 흘려보내고 있다. 이러나 저러나 좋은 노래들만 우후죽순 쏟아내고 있는 밴드의 믿고 들을 수 있는 신곡.


류 마츠야마(Ryu Matsuyama) ‘Snail feat. Daichi Yamamoto’

이탈리아에서 오랜 기간 일본인으로 살아온 류가 일본과 자메이카 혼혈로 일본에서 래퍼로 활동하고 있는 다이치 야마모토를 게스트로 맞이해 이전에는 없던 바이브를 보여주고 있는 넘버다. 남들과 다른 ‘마이너리티’로서 자신을 여겨 왔지만, 실은 모두가 다르고, 결국 모두가 마이너리티임을 깨달은 순간 마음이 평온해진 그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다. 피아노와 드럼, 베이스의 세 악기만으로 빚어내는 촘촘한 연주가 제대로 판을 깔아주며, 여기에 주고받는 랩과 보컬의 조화가 언어를 몰라도 그 메시지가 전해지는 듯한 그런 감정의 파고를 선사한다. 서로의 경험에 기반하고 있기에 전해지는 리얼리티, 그 생생함이 음악과 함께 생명력으로 직결되는 트랙.


타케우치 안나(竹内 アンナ) ‘ICE CREAM.’

밝은 분위기의 포퓰러한 곡조가 단번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싱어송라이터의 신곡. 트렌디한 사운드와 제이팝 특유의 선율감을 잘 섞어 놓아서 그런지 밸런스 좋은 칵테일을 마시는 느낌을 준다. 어떻게 보면 익숙하게 다가올 수 있는 곡조지만, 리드미컬한 가창과 캐치한 선율을 통해 ‘타케우치 안나’라는 정체성을 확실하게 새겨 놓은 영리한 넘버이기도 하다. 이 곡에 한정해서 본다면 마치 니시노 카나의 업데이트 버전을 보는 것 같기도.


클루포(cluppo) ‘Flapping wings’

밴드-메이드(BAND-MAID)의 기타/보컬을 담당하는 코바토 미쿠의 솔로 프로젝트 클루포. 첫 CD 작품이 되는 본작은 밴드와는 달리 록 사운드는 쏙 뺀 타이트한 리듬의 일렉트로니카 팝으로 완성되어 있다. 밴드-메이드의 팬이라면 솔로 프로젝트에서 선보이는 보컬과의 갭에 적잖이 당황하게 될지도. 현악세션, 기타 디스토션, 비트가 어우러져 화려한 풍경을 연출하며, 명확히 밴드와는 다른 방향성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아이덴티티 또한 적절하게 스며들어 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소속되어 있는 팀이 전혀 연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선은 합격점을 주고 싶은 의욕적인 노래.


에이루(eill) ‘花のように’

종종 가는 라멘집 사장님의 원픽인 듯한 에이루의 신곡은, 자신의 가창력을 아쉬움없이 펼쳐 보이는 리드미컬한 알앤비 넘버. 그루브한 비트와 고풍스러운 현악을 중심으로, 낙차 큰 선율을 아름답게 그려내는 그의 가창력이 어느 때보다 두드러지는 느낌을 준다. 오케스트레이션과 보컬로 시작해 키보드와 비트가 붙으며 확장되어 가는 곡 초반의 흐름이 특히 인상적인 노래기도 하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MAKUAKE’ 이후 그만큼의 임팩트를 주는 곡을 만나보기 어렵다는 게 조금은 아쉽기도.


[ALBUM]


요나오(yonawo) < 遥かいま >

굳이 분류하자면 시티팝 리바이벌 계열의 신예라고 할 수 있는 밴드의 두번째 정규작은, 일상에 스며든 상실감과 생사를 좌우할 정도의 고독을 음악화한 결과물로 채워져 있다. 블루지한 기타연주를 타고 겹쳐지는 여러 보컬 트랙들이 인간 내면의 혼란을 청각화 한 듯한 ‘The Buzz Cafe’, 속이 텅 비어버린 현대인의 자신에게 보내는 한 통의 편지와 같이 느껴지는 서정적인 무드의 ‘恋文’, 공간감 있는 신시사이저에 슬며시 밀려나가는 체념의 정서가 옷을 적시듯 마음에 서서히 스며드는 ‘sofu’ 등, 우울과 공허함이 앨범 전반에 걸쳐 있다. 후반부의 ‘beautiful Day to Die’이 확인사살하는, 겉으로 표현하진 않지만 누구든 가지고 있을 내면의 아픔. 현실에 등돌리지 않는 그들의 용기가 빚어낸 이 시대의 주제가들.


영상 속 드러머는 토리코에서 활동하기도 했던 komaki

닛쇼쿠 나츠코(日食 なつこ) < アンチ·フリーズ >

피아노를 주특기로 하는 싱어송 라이터의 세번째 정규작. 건반소리를 단순한 반주가 아닌 기타와 같이, 베이스와 같이, 현악세션과 같이 활용하며 악기의 잠재력을 개방하는 독특한 플레이 스타일이 이번 작품에도 좋은 색감을 발현하고 있다. 아티스트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라도 건반 특유의 선율감이 풍성하고 캐치한 사운드에 단숨에 빠져들 만큼 대중성 측면에서도 강점을 발휘하는 러닝타임을 보여주는 것이 강점.


인트로의 경쾌한 피아노 연주에 실어낸 산들바람과 같은 아티스트의 목소리가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なだれ‘, 역시나 역동적인 건반 플레이를 축으로 쌓아올린 피아노 록이 살갑게 들려오는 ‘真夏のダイナソー’, 단출한 피아노 연주에 성가대 스타일의 코러스가 겹쳐져 가스펠을 연상케 하는 소리풍경을 그리는 ‘四十路’ 등 자신의 장점을 전면에 내세운 다양한 팝 트랙들이 아기자기하게 러닝타임을 채우고 있다.


시즈쿠노메(シズクノメ) < 単純的希望 >

유튜브와 틱톡 등 SNS을 적극적으로 활용, 신인이 오리지널 작품을 내도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현 시대에 적합한 전략으로 음악신에 뛰어든 5인조 밴드의 첫 정규작이다. 그간 꾸준히 쌓아온 매시업/커버 영상 등으로 증명된 수준급의 연주/보컬 역량 및 팀워크가 듣기 좋은 탄탄한 팝 록 사운드를 구축하고 있다. 어쿠스틱 사운드를 가미함과 동시에 어감의 묘미를 살린 리드 곡 ‘バッと咲いて’, 관악기와 피아노, 코러스 워크 등 블랙뮤직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Never Looking Back’, 그루브를 강조함과 동시에 현악세션과 비트의 활용으로 구성된 하이브리드 록 ‘君の良いところ’ 등 넓은 음악적 바리에이션을 뽐내고 있는 작품이기도. 다만 곡의 구성이나 흐름 측면에서 다른 밴드들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아쉬운 점. 그래도 기본에 충실한 결과물이기에, 디스코그라피가 겹쳐지며 더욱 자신들의 색채가 진해질 것이라 확신한다.


한글자막 뭐여

피노키오피(ピノキオピー) < ラヴ >

이 오밀조밀하게 짜여진 일렉트로니카 팝. 혹자는 이거 하츠네 미쿠 아니야? 라고 생각할 법 한데, 맞다. 어느덧 메이저 데뷔 10년을 넘긴 프로듀서 겸 일러스트레이터의 다섯번째 정규작으로, 보통 실제 보컬리스트를 섭외해 팀을 결성하는 통상적인 사례들과 다르게 아직도 하츠네 미쿠와 카가미네 린 등 여전히 보컬로이드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보컬로이드 이야기만 들어봤지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면 이 신보로 대략적인 감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레이블을 옮긴 후 첫 작품이지만 기본적인 방향성은 그대로이며, 흔히 이야기하는 칩튠(8비트 게임음악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를 듯 싶다)에도 그 맥이 맞닿아 있는 흥미로운 작품으로 완성되어 있다. 틱톡 조회 수 3억회를 넘기며 화제에 오른 ‘ラヴィット’도 수록되어 있으니 해당 노래를 괜찮게 들었던 이들이라면 이 앨범에 실망하지는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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