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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Aug 23. 2021

[21-08-04] 주간제이팝

스미카, 와니마, 히게단, 에이미 등

[Single]


스미카(sumika) ‘リタルダンド’

인트로만 들어도 여름휴가를 떠나 어느 한적한 곳에 머물러 여유를 즐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다. 밴드 특유의 대중적인 선율과 피아노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적당한 템포의 곡조가 잘 맞물려 ‘스미카만의 느긋함’을 선사해주고 있는 노래. 중간에 플룻 소리를 삽입해 클래식의 무드를 어렵지 않게 자신들의 품으로 끌어안은 솜씨도 일품이라 할 만.


와니마(WANIMA) ‘離れていても’

직선적인 펑크록으로 자신들의 유쾌함과 긍정적인 마인드를 전파하는 밴드의 신곡. 코로나를 염두에 두고 써내려 간 가사가 다시금 일상으로의 복귀를 외치게 만드는 노래이기도 하다. 그들하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단순하고 명쾌한 전매특허 팝 펑크 스타일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들만의 에너지가 다시금 세상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캬리파뮤파뮤(きゃりーぱみゅぱみゅ) ‘原点回避’

가요계의 상징적인 존재로 군림하며 어느덧 메이저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아티스트의 새 싱글. 한자를 잘 보면 원점회귀가 아니라 원점회피. 보통 이런 시점에서 흔히 말하고 하는 ‘초심찾기’를 정면에서 반박하는 듯한 제목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여전히 나카타 야스타카가 프로듀싱을 도맡고 있지만, 그 안에서 같은 문법이 좀처럼 반복되지 않는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


이번엔 보다 리얼세션 합주에 가까운 구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기타의 메인 테마를 잡아 정교하게 살을 붙여 나가는 과정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사 역시 ‘옛날이 좋았다는 건 추억보정이 심하잖아’라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고자 하는 아티스트의 메시지가 잘 반영되어 있다. 단순한 유행의 심볼에서 어느덧 자신만의 ‘아티스트십’을 가진 가수로 성장한 그의 확신에 찬 현재를 명확히 알려주는 노래.


아오야마 테루마(青山 テルマ) ‘Yours Forever feat. Aisho Nakajima’

신시사이저 중심의 정적이고 심플한 반주를 가운데 놓고 순전히 보컬의 힘만으로 러닝타임을 끌고 가는 두 보컬리스트의 노래를 지긋이 감상할 수 있는 신곡이다. 아오야마 테루마 로서는 1년 반만의 신곡이며, 평소 눈여겨보던 아이쇼 나카지마에게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 성사된 합작이기도 하다. 인위적인 클라이막스나 불필요한 하이노트 없이, 가사와 멜로디를 진정성 있게 흘려보내는 두 아티스트의 호흡이 굉장히 이상적으로 들려온다.


필로소피노댄스(フィロソフィーのダンス) ‘ダブルスタンダード’

1960년대 흑인음악신을 장악했던 모타운의 작법을 적극 반영한 음악 스타일로 많은 마니아들을 끌어 모은 4인조 아이돌 그룹의 오랜만의 신곡. 리듬감을 극대화한 그루브한 곡조는 여전하며, 특히 쇼와가요 특유의 정서를 담아낸 멜로디가 일종의 킥으로 자리하고 있다. 발군의 가창력을 잘하는 히나타 하루를 중심으로 발현하는 뉴트로의 멋이 그야말로 폭발. 완성도 높은 합주와 포인트 있게 곡을 전개해 나가는 편곡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와츠(Wurts) ‘リトルダンサーfeat. Ito(PEOPLE 1)’

바운디의 성공을 통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멀티 크리에이터. 지금 소개하는 와츠 역시 음악부터 영상, 디자인까지 스스로 해내는 역량 있는 솔로 아티스트다. 경쾌한 록 사운드를 바탕으로, 중간에 피아노를 과감하게 삽입하는 등 여러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모습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6월에 선보였던 ‘分かってないよ’가 틱톡을 중심으로 화제몰이한 후 공개하는 신곡인만큼, 이전보다 많은 이들에게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노래.
 

[ALBUM]



오피셜히게단디즘(Official髭男dism) < Editorial >

순식간에 현 대중음악신에 대세가 되어버린 밴드의 많은 이들이 기다렸을 세번째 정규작으로, 여러 역경을 통해 지금의 자신, 새로운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그려낸 14개의 수록곡들이 러닝타임을 꽉 채우고 있다. 우선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후지하라 사토시의 송 메이킹.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첫번째로 생각하겠다”라는 마음으로 제작에 임해서 그런지, 좀 더 선율과 구성 측면에서 과감하게 접근한 시도한 부분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アポトーシス’를 들어보면, verse-후렴의 구분이 모호하며, 각 파트마다의 분위기도 꽤나 상이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空っぽ同士の胸の中’ 부터 시작하는 소절은 보통이라면 난해해서 쓰지 않을 법한 멜로디와 코드 전개지만, 이를 밀어붙여 결국 색다른 대중성을 갖춘 6분 30초 짜리 대곡을 완성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이미 싱글로 선보였던, 말도 안되는 전조의 연속인 ‘Cry Baby’의 기조를 이어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고 할까.


구성 역시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U2가 연상되는 일정한 텐션을 이어가다 그간 응축한 에너지를 막판에 폭발시켜 하이라이트를 만들어 내는 ‘フィラメント’ 역시 일반적인 공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쿠스틱한 진행을 일거에 뒤집는 스케일 큰 편곡이 파도처럼 몰려오는 ‘Shower’, 후반부에 거대한 코러스가 붙어 큰 여운을 남기는 ‘Laughter’의 짜임새 역시 그렇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러한 시도들이 잠시간의 어색함을 거쳐 금새 친숙하게 듣는 이들에게 정착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편곡에 있어 멤버들간의 고민과 노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완성하는 것은 역시 후지하라 사토시의 보컬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그냥 이전에 하던 것들을 반복해도 성과가 보장되는 상황에서 그들은 또 한 번의 업데이트를 아주 완벽하게 일궈낸 셈이다. 그야말로 전작을 뛰어 넘어 새로운 방향의 대중성을 제시하는 의미있는 작품. 이 한 장의 앨범을 통해 단순히 팀의 성과를 넘어 음악신에 새로운 씨앗을 심은 선구자로서의 존재감도 획득해 낸 셈. 정말로 대단한 팀임을 이 신보를 통해 재차 확인한다.


에이미(AAAMYYY) < Annihilation >

나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들으면서 브릴리언트 그린의 카와세 토모코와 음색이 굉장히 비슷하다는 생각을… 템팔레이의 멤버이기도 한 에이미의 새앨범으로, 자신만의 가치관과 철학을 충실히 담아낸 작품으로 자리하고 있다. 텐더, 오드 풋 워크, 모노 노 아와레 등 친분 있는 동료 뮤지션과의 파트너십도 엿볼 수 있는 결과물이며, 일견 차가운 기계음 위주의 음악이라고 생각이 들 수 있으나 조금 집중해 듣다보면 그 안에 스며있는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과거와 현재 그 사이 어딘가의 신스팝을 들려주는 ‘Elsewhere’, 너르게 퍼져나가는 신시사이저의 공간감이 아티스트의 음색과 좋은 합을 보이는 ‘不思議’, 중독적인 후크와 함께 랩과 노래를 오가며 보컬리스트로서의 존재감을 어필하는 ‘TAKES TIME’ 등 완성도 높은 일렉트로니카-신스팝으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이전보다 대중친화적인 측면이 강조되어 있는 느낌이라 좀 더 많은 대중들을 포섭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


요니게(yonige) < 三千世界 >

언제나처럼 조금은 시니컬하면서도 어두운 무드의 록 뮤직이 왠지 코로나로 인해 불확실해진 현재와 더욱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는 것만 같다. < 健全な社会 >(2020) 이후 약 1년여만에 선보이는 미니앨범으로, 특유의 섬세한 감성이 일관성 있게 담겨있는 작품이다. 기타 한 대에 의존해 나아가는 초반부를 지나 일거에 디스토션을 터뜨리며 반전을 노리는 ‘対岸の彼女’, 오리엔탈 풍 멜로디가 방황하는 내면을 이색적으로 그려내는 ‘催眠療法’, 지금 나이에 느끼는 솔직한 마음 모두를 토해내듯 노래하는 ‘27歳’ 등 방향은 그대로이되 더욱 깊어진 향기에 매료되어 버릴 것만 같은 매력적인 수록곡들의 향연.


아이 돈 라이크 먼데이즈.(I Don’t Like Mondays.) < Black Humor >

어휴, 요즘 세상에 트랙이 17개나 되는 앨범을 내다니. 우리나라였으면 한 미니앨범 세개로 내도 아쉽지 않을 양이긴 한데,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려니 한다. 블랙뮤직 기반의 그루브한 밴드음악을 펼쳐 보이는 팀의 어느덧 5번째 정규작. 리듬감이 넘실대는 베이스 중심의 탄탄한 합주가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MR.CLEVER’, 공간감 있는 신시사이저가 꿈결을 떠도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주는 시티팝 기조의 ‘MOON NIGHT’, 강한 어프로치의 디스토션이 댄스 플로어를 달구는 ‘モンスター’등 듣기 좋은 레트로 팝 록이 러닝타임을 꽉 채우고 있다. 럭키 테잎스나 파이브 뉴 올드, 어썸 시티 클럽 같은 이들이 취향이라면


스즈키 마미코(鈴木 真海子) < ms >

그룹 첼미코(chelmico)의 마미코가 자신의 명의로 선보이는 첫 솔로앨범으로, 일상의 모습을 자신만의 그루브로 그려내려 간 아홉개의 트랙이 자리하고 있다. 비트와 피아노, 몇 개의 신스 음색으로 겹쳐낸 심플한 반주를 따라 나지막이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Lazy river’, 친분있는 동료인 이리(iri)와의 느긋한 콜라보레이션이 이색적인 ‘じゃむ’, 긴장감있는 사운드 구성을 통해 더욱 말하는 이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게 하는 ‘R’까지. 전반적으로 화려한 사운드 메이킹을 배제하고, 최대한 단출한 구성으로 진정성 있는 아티스트의 모습을 연출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이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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