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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Sep 06. 2021

[21-09-01] 주간제이팝

아키야마 키이로, 노벨브라이트, 크리피 넛츠, 야마

[Single]

아키야마 키이로(秋山 黄色) ‘ナイトダンサー’

크로스오버가 횡행하는 시대에 우직한 정공법으로 승부하는 아키야마 키이로. 펑크 록이 전세계의 10대를 중심으로 다시금 힘을 얻어가는 시점에, 일본에서만큼은 그 기수역할을 한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신곡이다. 꿈을 향해 끊임없이 전진하는 그 매서운 기세가 사운드와 가사에 그대로 묻어나와, 듣는 것만으로도 피를 끓게 만드는 그런 작품으로 완성되어 있다. 직설적인 것을 쿨하지 못하다 말하는 요즘, 그 경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요즘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그만의 정체성이 출실하게 담겨 있는 신곡.


노벨브라이트(Novelbright) ‘優しさの剣‘

올 해 첫 메이저 정규작을 통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인 그들. 그 기세를 몰아 선보이는 신곡은 성공의 반증이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 타이업이다. 보컬인 타케나카 유다이가 주도하는 선율을 따라, 파워풀한 합주와 웅장한 현악세션이 더해져 드라마틱한 순간을 펼쳐 보이고 있다. 하이노트를 쉴새 없이 쏟아내는 특유의 쫀쫀한 멜로디가 여전하며, 숨 고를 틈 없이 계속 치고 나가는 구성이 듣는 이를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자아내고 있다. 살짝 자가복제의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대중성이라면 자신들의 스타일로 밀고 나가는 것 역시 좋은 방법일 듯.


포 리미티드 사자비스(04 Limited Sazabys) ‘fade’

여러 굿즈와 함께 음원을 직판으로 공급하는 가공의 운송회사 ‘Yon Express’를 콘셉트로 한 신곡으로, 그들다운 질주감 넘치는 시원스러운 팝 펑크 사운드가 여름의 뜨거운 태양처럼 작렬하듯 다가오는 노래다. 어느덧 10년이 넘어가는 경력이 증명하듯 스피디한 합주에서도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고 있으며, 잠시 숨을 고르듯 리듬을 탈 수 있는 구간을 만들어주는 완급조절 역시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페스티벌에서 관객과 함께 할 만한 포인트가 자연스레 떠오는 곡이기도.


후지와라 사쿠라(藤原 さくら) ‘mother’ 

만국공통의 소재인 ‘사랑’을 주제로 써 내려간 노래이나, 뻔하게 풀어내지 않아 좋다. 자신의 스모키한 음색과 포크 조의 음악적 기조는 유지하고 있으나, 적극적으로 도입한 소소한 전자음악의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 몽환적인 느낌을 효과적으로 구현. 편곡은 꽤 오랜 시간 손발을 맞춰온 세키구치 싱고의 작품으로, 아티스트와 편곡자의 에고가 한 곡 안에서 잘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쿠스틱하고 재지한 후지와라 사쿠라의 대표곡들을 위주로 들어온 이들이라면, 이 노래를 통해 ‘의외의 사이키델릭함’을 보여주는 그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아다치 카나(足立 佳奈) ‘Film’

2014년 소니와 라인이 주최한 오디션에서 약 12만 5천 : 1의 경쟁률을 뚫고 그랑프리를 거머쥐었던 아다치 카나의 신곡. 현재 동거하고 있는 친구를 테마로 하였으며, 그 안에 켜켜이 쌓여 있는 추억들이 아련하게 다가오는 노래다. 평소와는 달리 보다 속삭이는 듯한 느낌을 강조했으며, 그것이 보다 자신의 진정성을 표현하는 좋은 방식으로 곡 안에 발현되어 있다. 어쿠스틱, 컨트리 등의 느낌을 자아내는 곡조이지만, 그 안에 팝발라드의 세련된 편곡이 잘 스며들어 있어 그의 호소력을 더욱 배가하고 있다는 점도 맘에 든다. 


[ALBUM] 

크리피 넛츠(Creepy Nuts) < Case >

현재 힙합 신에서 가장 대중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고 있는 듀오의 3년 반 만의 정규작. 삶에 대한 특유의 유쾌하면서도 가볍지만은 않은 시선을 기반으로, 일상과 맞닿아 있는 여러 생각들을 넓은 음악적 바리에이션을 통해 풀어낸 수작이다. 사실 래퍼를 맡고 있는 알-시테(R-指定)는 따지자면 지금의 트렌드와는 살짝 어긋나 있는 라임 중심의 타이트한 래핑을 보여주지만, 그러한 빈틈없는 플로우에서 비롯되는 팽팽한 텐션이야말로 그들이 가진 가장 큰 차별점이 아닐까 싶다. 


전체적으로 보면 록적인 요소를 도입한 초반 트랙들이 우선적으로 귀에 들어온다. ‘バレル!’와 ‘顔役’ 두 곡 모두 기타의 디스토션 사운드를 강조해 보다 다이나믹함을 강조한 트랙들. 싱잉-랩의 캐치함이 간결한 어쿠스틱 기조의 기타 스트로크를 타고 흐르는 담백한 곡조의 ‘のびしろ’, 레트로 소울의 진한 풍미를 그대로 보존해 낸 ‘Who am I’, 과거를 회고함과 동시에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애티튜드를 고즈넉한 붐뱁 비트로 풀어낸 ‘土産話’ 등 자신들만의 캐치한 힙합 뮤직을 해상도 높게 구현함과 동시에 모두가 공감할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기도. 


야마(yama) < the meaning of life >

‘春を告げる’의 대히트를 통해 현 가요계의 흐름을 명확하게 보여준 또 한명의 트렌드세터 야마. 그가 선보이는 첫 정규작은 그간 활동했던 곡을 한데 모은 베스트 앨범에 가깝게 구성되어 있으며, 그만큼 신곡은 얼마 되지 않지만 새롭게 그를 알게 된 이들에겐 좋은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라 확신한다. 쿠지라, 니오, 에스메 모리 등 인기 크리에이터 등을 중심으로 여러 신진 송라이터들이 참가, 트랙별 색은 뚜렷하면서도 하나의 앨범 안에서 이질감 없이 이어지는 덕분에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다. 


작곡가들도 워낙 다들 좋은 곡들을 선사했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뛰어난 보컬 역량이다. 중성적인 음색을 활용해 넓은 폭의 표현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리드미컬한 곡도, 로킹한 곡도, 슬로우 템포의 발라드도 모두 무리 없이 소화해내는 멀티 플레이어의 자질 역시 부족함 없이 뽐내고 있는 노래. 개인적으로는 흔치 않은 멜로디 전개와 이를 호소력있게 표현하는 가수의 역량이 잘 맞물린 ‘名前のない日々へ’가 최애 트랙. 


제니 하이(ジェニーハイ) < ジェニースター >

단발성으로 그칠 것이라는 본인의 생각을 뒤엎고 꾸준히 활동중인 음악예능발 밴드의 두번째 정규작. 카와타니 에논이 지휘하는 만큼 음악적 색깔은 크게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으나, 그 안에서 만들어가는 밴드만의 아이덴티티가 나름 흥미롭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챤미나의 피처링을 통해 상반되는 음색의 하모니를 시험해보는 ‘華奢なリップ’, 피아노와 현악 세션이 가을의 쓸쓸한 계절감을 엿보게 하는 ‘夏嵐’, 여러 얽매임으로부터 벗어난 아침의 풍경을 희망적으로 그려내는 ‘シャンディ’, 다섯 명의 개성이 옹기종기 모여 자신들만의 유머와 여유를 선사하는 ‘ジェニーハイボックス’ 등 구성원들의 면모가 어느 때 보다도 강조되어 있는 덕분에 듣는 재미가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더불어 게스노키와미오토메, 인디고 라 엔드, 다다레이 등의 적지 않게 떠오른다는 점에서, 카와타니 에논의 프로젝트들은 이제 어느덧 일련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으며 딱히 본인도 팀별로 간극을 둬야 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듯 보인다. 유사한 스타일이라도 결국 부르는 이에 따라, 붙이는 가사에 따라 그 팀에 최적화 된, 그리고 정체성이 반영된 작품이 나오는 법이니.


빗케블랑카(ビッケブランカ) < FATE >

뮤지션으로 데뷔한지 어느덧 햇수로 8년, 오랜 기간을 거쳐 음악 신을 이끌 새로운 팝 메이커로서 자리잡아 가는 중인 빗케블랑카의 4번째 정규작이다. 이전까지는 전체적인 흐름을 바라보고 앨범을 만들었다면, 이번엔 2장의 EP를 먼저 낸 후 이 둘을 연결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 보다 개별 트랙 하나하나에 집중해서 만들었다고.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트렌디한 팝 사운드에 제이팝 특유의 정서를 혼합한 트랙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모호한 부분 없이 명확한 대중성을 향해 달려가는 그의 작법이 ‘보편성’을 지금 시대에 맞게 재구축하고 있는 중. 


니(NEE) < NEE >

현역 보컬로이드 프로듀서 보컬과 존 프루시안테를 추조하는 기타, 블루 하츠를 좋아하는 베이스와 키무라 카에라를 흠모하며 밴드에 관심을 가지게 된 드럼. 이 네 명이 모여서 만들어 내는 시너지가 어떨지 감히 상상이 가실런지. 이처럼 출신성분이 너무나도 다른 멤버가 모여 세상에 선보인 메이저 데뷔작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럭비공과 같은 매력을 무기로 듣는 이를 올가미처럼 휘어감는다. 굳이 다듬지 않은 퍼지한 기타 사운드, 디스토션과 대등한 볼륨을 가져가는 베이스와 드럼, 러닝타임 전반에 묻어있는 미디음악의 질감까지. 이러한 전에 없던 자신들의 음악을 설명하기 위해 스스로 붙인 명칭이 있다. 바로 엑조틱 록밴드.


초반부의 비트를 필두로 록과 전자음악의 융합이 그들만의 유니크함을 구축하는 ‘第一次世界’, 질주하는 얼터너티브 록을 기반으로 여러 효과음들을 통해 색다른 광경을 연출하고자 한 ‘九鬼’, 왜곡된 기타소리와 빈티지한 키보드가 만나 시티팝/신스팝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려나가는 ‘本当になきそうです。’과 같은 트랙들을 하나 둘 지나다 보면 그 범상치 않음에 흠칫 놀라고 만다. 동일한 재료로도 얼마든지 새로운 맛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 개성의 충돌과 과감한 시도를 통해 이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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