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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Sep 19. 2021

[21-09-02] 주간제이팝

쿠와타 케이스케, 미와, 사토 치아키, 미야비 등

얼렁뚱땅 한주 건너뛰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모두 추석 연휴 잘 보내시고요~~


[Single] 


미와(miwa) ‘アイヲトウ’ 

드라마 <  総理の夫 >의 주제가로 낙점된 미와의 신곡은, 이제까지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강렬한 팝록! 시원스레 퍼져나가는 기타연주와 맞물려 이전과는 다른 공격적인 보컬을 들려주는 그의 퍼포먼스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아직 여름의 열기가 남아있는 계절과도 제법 어울리며, 제대로 몸을 던져 정면승부한다는 인상이 강하게 느껴지는 트랙이기도 하다. 강한 어프로치로 하여금 새로운 페스티벌 넘버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모사오.( もさを。) ‘恋色’

‘여성의 시선에서 바라본 러브송’이라는 콘셉트로 활동중인 싱어송라이터 모사오.의 신곡. ‘ぎゅっと’의 히트가 인지도의 기폭제로 작용했던 만큼, 이번 노래 역시 그 감정선을 이어가는 듯한 친숙한 손길을 건네고 있다. 일상적인 언어로 써내려가는 공감대 어린 가사를 주축으로, 어쿠스틱 사운드에 살포시 얹어내는 그의 음색이 곡의 구심점을 만들어내는 느낌이다. 일견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반복해 듣다 보면 그만의 보편성에 어느덧 흠뻑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농후. 그만큼 일상성을 예민하게 포착해 내는 뮤지션의 센스가 돋보이는 노래이기도. 


카미와사이코로오후라나이(神はサイコロを振らない) X 키타니타츠야(キタニタツヤ) ‘愛のけだもの’

펑크(Funk)의 기운이 서려있는 그루브함이 듣는 이의 어깨를 은연중에 들썩이게 만드는 노래다. 밴드가 진행 중이 콜라보레이션의 두번째 파트너는 보카로P로도 활동중에 있는 베이시스트 키타니타츠야. 곡 전반을 지배하는 리드미컬한 기타와 베이스의 향연은 그가 있었기에 발현될 수 있었던 장점이기도. 그만큼 연주 측면에서의 매력이 도드라지는 노래이기도 하며, 그러한 연주가 보컬과 무리 없이 어우러지며 이색적인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여태까지 들었던 밴드의 이미지와 분명 거리가 있음에도, 그것이 자연스레 또 하나의 방향성으로 발현되고 있는 바람직한 합작의 예시.


아노(ano) ‘アパシ’

전체적인 사운드 운용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곡이다. 한껏 일그러뜨린 기타 디스토션과 이에 따라붙는 신비스러운 코러스 비스무리한 소리. 소절에 따라 어쿠스틱 -> 일렉트릭 기타로 이어지는 사운드의 중심축이 듣는 이를 정신 못차리게 만드는 소위 광기를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다. 이처럼 어느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변화무쌍한 전개의 곡조가 듣는 재미를 다양하게 파생하는 중. 참고로 이 노래를 부른 아티스트는 2019년가지 아이돌그룹 유루메루모!의 멤버로 활동한바 있으며, 작사/작곡/편곡은 차세대 보카로P로 주목받는 히이라기 키라이가 담당.


[ALBUM]


쿠와타 케이스케(桑田 佳祐) < ごはん味噌汁海苔お漬物卵焼き feat. 梅干し >

본인 명의로는 < がらくた >(2017) 이후 4년만에 선보이는 작품이자 그의 커리어 첫 EP. 그가 생각하는 ‘궁극의 식단’을 모티브로, 일본인들의 보편적인 정서를 공감대 있게 그려낸 6개의 트랙들이 자리하고 있다. 작년 한 해 여기저기서 울려퍼졌던 ‘SMILE~晴れ渡る空のように~’을 필두로, 인생이 결코 녹록하지 만은 않음을 활기찬 곡조를 통해 상반되게 녹여낸 ‘Soulコブラツイスト~魂の悶絶’, 코로나로 힘들더라도 일상에 감사하고 웃으며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담은 ‘金目鯛の煮つけ’ 등 오랫동안 열도의 대중들과 함께 동고동락해 온 그이기에 전할 수 있는 노래들로 가득하다. 어느덧 인생과 동기화 되는 사잔 올스타즈와 쿠와타 케이스케, 단순한 음악에서 벗어나 누군가의 살아갈 이유로 분하는 그 특유의 에너지가 잔잔히 어려있는 작품.


사토 치아키(佐藤 千亜妃) < KOE >

많은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었던 키노코테이코쿠의 해산 이후 활발히 전개해나가고 있는 사토 치아키의 두번째 정규작. 수많은 뮤지션들의 프로듀서를 도맡아 왔던 베테랑 카와노 케이와 손을 맞잡고 자신만의 풍경을 그려나가고 있는 작품이다. 여러 프로듀서들을 맞아들임과 동시에 트렌디한 팝을 갑작스레 수용해 다소 산만함을 야기했던 솔로 데뷔작과 달리, 두명의 지휘자가 총괄해서 그런지 일관성을 갖추고 있어 풀렝스로서의 유기성은 전보다 단단해진 느낌이다. 
    

밴드 시절을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그 서늘함과 온화함이 공존하는 특유의 정서가 적극 수용되어 있는 이 앨범에 보다 애착이 갈지도 모르겠다. 팝록+스트링의 정석을 지향함과 동시에 서서히 그 멜로디의 피치를 올려가는 ‘リナリア’, 미묘한 타이밍의 비트를 통해 불안정하면서도 몽환적인 감성을 표현한 ‘Love her…’, 클래시컬한 현악세션과 기타 대신 하프를 활용한 특색있는 사운드가 그만의 러브송을 완성시키는 ‘愛が通り過ぎて’, 말로 할 수 없는 생각을 표현하고 싶다, 소리가 나지 않는 목소리를 내겠다는 그의 의지와 철학이 담겨 있는 앨범의 타이틀곡 ‘声’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보다 완숙하게 세상에 풀어놓을 수 있게 된, 솔로 뮤지션으로서의 성장이 엿보이는 결과물이다.


미야비(MIYAVI) < Imaginary >

세계를 무대로 한 하이브리드 뮤직으로서의 콘셉트는 여전. 이번에 리메이크한 ‘Smell Like Teen Spirit’의 광폭한 사운드에서 그 지향점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디스토션이 가미된 EDM 스럽기도 하며, 어떤 트랙들에서는 이매진 드래곤스의 트랙들에 현란한 기타연주를 가미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2010년 이후 그의 족적을 열심히 쫓아온 이들이라면 그렇게 낯설지 않은 방향성이다. 


재미있는 것은 강다니엘의 참여. 리드미컬한 기타리프 위로 무리 없이 스며드는 그의 보컬로 인해 마치 잘 매만져진 케이팝을 듣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청량한 사운드와 캐치한 멜로디가 대중적인 매력을 담보하는 ‘I Swear’, 이펙트가 강하게 걸린 기타 인트로에 이은 타이트한 비트가 질주감을 맛보게하는 ‘New Gravity’, 뉴질랜드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킴브라의 참여로 인해 색다른 파장의 보컬 하모니를 보여주는 신스팝 스타일의 ‘Imaginary’ 등 어느 때보다도 완성도 높은 트랙들이 자리하고 있다. 자신만의 길을 꾸준히 걸어온 자만이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는 작품으로, 방향전환 이후 어느덧 완성된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칠즈스팟(chilldspot) < ingredients >

도쿄 출신의 2002년생 네명으로 구성된 신예 밴드의 첫 정규작. 스포티파이가 2021년 약진을 기대하는 차세대 아티스트로 뽑혀 주목을 받는 차에 이들의 상승세에 부스터를 달아 줄 작품이다. 기본적으로는 그루브 있는 블랙뮤직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느낌이나, 멤버마다 다른 음악적 루츠로 하이브리드/장르리스 음악들이 이들의 아이덴티티라고 보는게 더 좋을 듯 싶다. 곡마다의 편차가 나름 있는 편이라서.


시티팝 리바이벌의 전형을 재해석한 느낌의 ‘ 夜の探検’을 지나 리듬감 있는 기타 연주가 분위기를 일신하는 ‘未定’, 재즈의 어프로치가 살포시 가미된 ‘ネオンを消して’, 베이스가 주축으로 곡을 이끄는 가운데 보컬 히유네의 습기 어린 음색이 비오는 날씨를 연상케 하는 ‘Weekender’ 등. 트랙들을 쭉 듣다보면 부담스럽지 않게, 차분히 손을 내미는 그들의 매력에 어느덧 푹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명확한 임팩트나, 확실한 킬링 트랙이 없는 것은 아쉽지만, 앨범 전체 완성도가 탄탄하다는 점에 이들의 가능성을 본다. 


가도로(GADORO) < 韻贅生活 > 

전작 < 1LDK > 이후 1년 반만에 선보이는 5번째 정규작으로, 앨범 타이틀에 쓰여있는 운(韻, 라임)을 중심 콘셉트로 잡고 작업한 결과물이다. 배틀 MC로서 이름을 드높였던 그이기에, 어떻게 보면 자신의 원점을 돌아보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간 갈고 닦아 자연스럽게 스며있는 시세계와 인지도와 상관없이 평범한 삶을 추구하는 그의 라이프스타일과 맞물려, 테크니컬하고도 감성적인 트랙들이 탄탄하게 자리잡고 있다. 


록적인 테이스트가 포문을 열기에 알맞는 에너지를 자아내는 'Get The Glory', 붐뱁 비트와 기타 솔로잉으로 써내려가는 그간의 족적 'Greatful Days',  코오(KOHH)의 '貧乏なんで気にしない'를 오마주함과 동시에 자신이 생각하는 삶의 의미를 꾸밈없이 읊어내는 '貧乏なんで気にする’ 등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내는 그만의 생활감이 오롯이 묻어있어 진솔한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현재 앨범 스트리밍 차트 상위권에서 순항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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