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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Oct 11. 2021

[21-10-02] 주간제이팝

요루시카, 글레이, 유니즌 스퀘어 가든, 오리사카 유타 등

[Single]


요루시카(ヨルシカ) ‘月に吠えろ’

평소보다 힘을 빼고 공백을 많이 준 사운드, 중저음을 중심으로 차분히 읊어나가는 스이의 가창. 이전과는 다른 스타일로 일신해 선보이는 듀오의 새 싱글. 일본 근대시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하기와라 사쿠타로가 쓴 동명의 시 ‘月に吠えろ’를 모티브로 삼은 노래이기도 하다. 중간에 신비스러운 음계의 간주가 특유의 시세계를 극대화하고 있으며, 한껏 절제한 스탠스에서 나오는 매력이 여태까지의 그들에게서 보지 못했던 모습을 감지하게끔 한다.


(sic)boy & lil aaron ’Creepy Nightmare’

얼터너티브, 이모, 라우드 록을 포함한 영미 록의 요소를 힙힙과 접목시켜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해 온 식보이가 이번엔 ‘이모 랩’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릴 아론과 손을 잡고 그 오리진을 탐험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하이노트의 싱잉-랩 퍼포먼스가 두껍게 깔려 있는 록 사운드와 버무러져 구현하고자 하는 바를 적확히 표현하고 있는 느낌이다. 록과 힙합 팬 모두에게 소구력을 갖춘 곡으로, 쉬이 연상이 되지 않는 다면 머신 건 켈리의 음악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보다 빠를 듯 싶다.


TK from 凛として時雨 ‘will-ill’

베스트 앨범 발매를 앞두고 선보이는 싱글로, < 코드기어스 반역의 를르슈 > 엔딩 테마로 타이업된 노래다. TK 특유의 폭주하는 듯한 강렬한 터치의 사운드는 이번에도 여전하나, 보다 보편적인 보컬과 선율의 운용을 가져가며 나름의 대중성 역시 확보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여러 악기가 뒤섞여 ‘무질서한듯한’ 질서를 구현하는 간주와 후주는 그야말로 압권. 그 광폭함에서 비롯되는 카타르시스야말로 TK를 계속해서 듣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지.


유니즌 스퀘어 가든(UNISON SQUARE GARDEN) ‘Nihil Pip Viper’(뮤비는 아직 없네요)

밴드하면 연상되는 초절기교의 연주 사운드와 탁 트인 듯한 느낌을 주는 청량한 선율감이 어김없이 들어차 있는 밴드의 새 싱글. 멈추지 않을 기세로 달려나가다 가도 중간중간 브레이크 포인트를 주며 듣는 이를 밀었다 당겼다 하는 편곡엔 정말 두손 두발 다 들어야 할 기세다. 역시나 라이브에서 더욱 빛을 발할 노래며,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스피디한 팝 록의 정수가 충실히 담겨 있어서 그런지 곡의 매력을 거부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을 터. 


프레데릭크(フレデリック) ‘サイカ’

댄서블 록에서 벗어난 듯한 곡조가 왠지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나뿐인가. 항상 방방 뜨는 업템포 곡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던 팀이 다른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노래로, 신시사이저를 적극 활용한 그루브한 곡조가 나쁘지 않게 다가온다. 뭔가 콘셉트에 얽매인 강박에서 벗어나서 그런지 보다 자유로워진 것 같기도 하고, 특히 전체적으로 ‘노래’ 자체에 대한 매력이 최근 작품들 중 가장 크게 느껴지기도. 


[ALBUM]


글레이(GLAY) < FREEDOM ONLY > 

“저희들 자신, 상냥한 앨범을 이 시기에 듣고 싶다고 생각했다.” 카펜터즈가 부른 ‘I need to be in love’ 속 가사 한구절에서 따온 타이틀처럼, 통산 16번째 정규작이 되는 신보는 어느 때보다도 따스한 온기와 자유로움이 물씬 풍겨나오는 앨범으로 완성되어 있다. 특히 < HEAVY GAUGE >(1999) 이후 22년 만에 타쿠로가 전곡을 작사작곡한 작품이며, 재킷은 킹누의 츠네다 다이키가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팀 페리메트론(PERIMETRON)이 맡아 이제까지의 경력을 일신하는 새로움을 불어넣고 있다. 


신보이긴 하지만 곡들은 1997년부터 2020년 사이에 만들어진 내용을 수록했기 때문에 그들의 음악이 낯설게 느껴지는 일은 없을 터. 전후주의 피아노 선율이 자신들의 대중성을 극대화함과 동시에 포근함을 자아내는 ‘BETTY BLUE’,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살아나갈 것인가에 대한 자신들만의 해답을 담아낸 스피디한 록 트랙 ‘Winter Moon Winter Stars’, 20년 전에 만든 곡이라 그런지 글레이 특유의 멜로디어스한 측면이 직선적으로 다가오는 ‘FRIED GREEN TOMATOES’ 등 시대를 타지 않는 그들만의 영속성이 잔뜩 묻어있는, 그러면서도 여태까지의 정규작 중에서도 편안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작품이다. 베테랑 프로듀서인 카메다 세이지도 이번 앨범에 힘을 보탰으며, 멤버들 또한 타쿠로를 적극 지지하며 만들어진 강한 연대의 결과물이기도. 


쉬즈(SHE’S) < Amulet >

결성 10주년, 메이저 데뷔 5주년에 맞춰 선보이는 그들의 5번째 정규작. 조금씩 자신들의 사운드 스케일을 키워나가는 발전상이 투영되어 있어 밴드의 성장을 즉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약간의 EDM 터치를 통해 록 사운드의 확장을 꾀한 ‘追い風’. 이를 넘어 완연한 하이브리드 뮤직을 선보이는 독자적인 신스 팝록 트랙 ‘Delete/Enter’, 가스펠 조의 코러스가 멋지게 곡을 보조하는 블랙뮤직 기반의 ‘Imperfect’, 드라마틱한 전개와 이노우에 료마의 호소력 있는 가창이 돋보이는 슬로우 넘버 ‘Chained’, 부적을 의미하는 제목의 감동적인 라스트 넘버 ‘Amulet’까지. 완벽하지 않기에 더욱 소중한 인생의 의미를 다시금 돌아보고 싶다면, 빼곡히 자리한 열 한개의 트랙들이 그 의지를 적극 북돋아 줄 것이다. 


오리사카 유타(折坂 悠太) < 心理 >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한글을 그대로 가져다 쓴 12번째 트랙 ‘윤슬’.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의미하는 이 단어를 테마로, 최근 앨범 < 늑대가 나타났다 >로 잔잔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의 뮤지션 이랑과 함께 각자의 감정을 세밀하면서도 거짓없이 풀어 흩뜨리는 4분 40여초간의 소리체험은 그야말로 듣는 이를 다른 차원의 세계로 가져다 놓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처럼 이번 작품 역시 민요, 클래식, 라틴음악 등이 버무려진 크로스오버 뮤직에, 자신의 삶을 한발짝 먼 발치에서 스스로 내려다보는 듯한 관조적인 자세는 조금도 변하지 않은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새겨 놓고 있다.


혼 세션과 디스토션의 조화로 새로운 스타일의 민요를 구축하는 ‘爆発’, 은유가 스며든 하나의 단편소설이나 시를 읽는 듯한 가사가 어둑한 밤에 슬며시 흐르는 강을 연상케 하는 ‘トーチ’, 하나의 프레이즈를 반복하며 조금씩 감정을 고조시키는, 가장 민요적인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春’, 의도적으로 해상도를 낮춘 사운드를 통해 마치 흑백영화를 보는 듯한 빈티지함을 강조한 ‘鯨’ 등 한층 그 깊어진 그만의 음악세계가 여전히 매력적이면서도 유니크하게 다가오는 러닝타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엔 약간 낯설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잠시, 조금이라도 익숙해지면 한없이 빠져들게 될 것이다. 전작 < 平成 >과 비교하자면 조금 더 재즈와 클래식의 터치가 강해진 느낌이랄까.


진 도그(Jin Dogg) < You Don’t know >

일본도 한국처럼 10대 중심의 힙합 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상황. 앨범 스트리밍 차트 상위권에 트렌디한 래퍼들이 자리하고 있는 것을 최근들어 자주 목격하게 된다. 진 도그 역시 직설적인 가사와 퍼포먼스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아티스트 중 한 명. 흥미로운 사실은 그가 재일교포 2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두고 있는 재일 3세이며, 작품에서도 한국어/영어/일본어를 모두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걸 보면 확실히 일본 대중들은 한국어 삽입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는것 처럼 느껴지기도. 


자신과 비슷한 정체성을 가진, 한국에서 태어나 현재 뉴욕을 거점으로 삼고 있는 릴 포기(Lil Foggy)와 한국계 미국인 래퍼 파기앳더바텀(Foggyatthebottom)과 함께 한 ’22’는 상징적인 트랙. 3개 국어를 오가며 펼치는 독자적인 스웩이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좀 더 클래식한 비트에 목소리를 얹은 ‘Virus’, 영 코코(Young Coco)와 함께 아버지가 되고 나서의 소회를 진솔하게 풀어 놓는 ‘Father’ 등 짧은 러닝타임에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밀도 있고도 선명하게 새겨 놓은 작품이다. 참고로 ‘진 도그’라는 아티스트 명은 ‘진돗개’에서 따온 것이라고.


오츄니즘(Ochunism) < Leave The Gate Open > 

블랙뮤직 기반의 트렌디한 밴드 사운드가 주류로 부상한지도 어느덧 몇 년. 올해 그 흐름을 주도하는 팀은 아무래도 크로이(kroi)와 지금 소개하는 오츄니즘, 이렇게 두 집단이 아닌가 싶다. 이번에 선보이는 오츄니즘의 두번째 정규작은 보다 대중적으로 접근하면서도 음악적인 깊이 또한 충실히 구현해내고 있는 수작으로 자리한다. 곡 전반에 스며있는 그루브함이 몸을 들썩이게 하는 리드 트랙 ‘Leave’만 들어봐도 이 작품이 어떤 방향성을 띄고 있는지 금새 알 수 있을 것. 


베이스와 기타의 하모니가 펑크(Funk)의 매력을 스트레이트하게 보여주는 ‘Ghost Ninja’, 키보드와 보컬만으로 시작되는 인트로에 이어지는 레트로한 사운드가 자신들의 감성을 십분 표현하고 있는 ‘Bed’, 현악 세션을 중시한 필리 소울 스타일 역시 무리 없이 소화하는 ‘Mirror’ 등. 명확한 스타일을 보여줌과 동시에 접근성 또한 굉장히 좋아 누가 들어도 부담 없이 적응할 수 있을 작품이다. 요 몇년 간 유사한 스타일의 밴드들이 많아 명확한 차별화가 되지 않는 점은 좀 아쉽지만, 대중적인 측면에서의 장점은 그러한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는 앨범.


카네요리마사루(カネヨリマサル) < 突き動かされて僕たちは、> 

인상적인 멜로디라인과 풋풋한 가사가 좋은 합을 보이는 첫 곡 ‘南十字星’에서 밴드의 장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쓰리피스 이기에 가능한 스트레이트한 합주, 예민한 송라이팅 감각,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주는 보컬까지. 개인적으로 열심히 응원중인 3인조 걸밴드의 새 EP. 전반적으로 특별할 것은 없지만, 밴드라는 고정된 형식에서 자신들만의 아이덴티티를 영민하게 보여주는 6개의 트랙이 사랑스럽게 러닝타임을 장식하고 있다. 계절의 변화와 이별의 감정을 절묘하게 교차시킨 가사가 인상적인 ‘春’, 삶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을 명쾌하게 표현하고 있는 ‘今日の歌’ 등 젊음의 패기로 발현한 청춘의 눈부심이 앨범에 한가득. 


아타라요(あたらよ) < 夜明け前 >

‘슬픔을 먹고 자라는 밴드’ 아타라요의 첫번째 EP. 올해 순차적으로 선보였던 싱글 다섯 곡에 신곡 두 곡을 추가한 총 7개의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는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는 일상의 고독과 슬픔을 보컬 히토미가 가진 특유의 애절한 음색으로 구현한 트랙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이번 작품을 통해 확실히 대중들에게 자기소개를 완수하고자 하는 인상을 건네주기도. 이미 틱톡을 통해 큰 히트를 기록한 ‘10月無口な君を忘れる’를 필두로, 초반의 가성과 어쿠스틱 기타로 자신들의 감수성을 극대화 한 후 다이나믹하게 사운드를 확장해 나가는 ‘ピアス’, 러닝타임을 마무리하는 ‘嘘つき’ 등 기존의 흐름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두 노래로 자신들의 지향점을 확실히 하는 느낌이다.  약간 비슷한 어법이 반복된다는 느낌은 있지만, 정체성 굳히기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기도.  


좋은 라이브 영상이 있어서 요걸로

마히나(mahina) < TORCH >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신예 싱어송라이터의 등장. 첫 정규작이 되는 본작은 2020년부터 선보인 모든 싱글과 신곡 ‘Sis’를 수록한 작품으로, 그가 음악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나서의 여정을 간접체험할 수 있는 결과물로 완성되어 있다. 시작한다는 것은 곧 무언가를 태운 연기를 통해 자신을 주위에 알리는 것과 같다는 의미에서 앨범 타이틀을 < TORCH >로 지었다고.


긴장감 있는 퍼커션 위로 기타와 피아노를 겹쳐낸 뒤 그 위로 자신의 파워풀한 보컬을 태운 큰 스케일의 의욕작 ‘everyday’를 필두로, 널바리치의 JQ가 프로듀싱을 맡아 새로운 일면을 이끌어 낸 ‘Lamplighter’, 클래시컬한 편곡을 동반해 ‘노래’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 하고 싶은 이야기를 호소력 있게 풀어내는 ‘Sis’ 등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운 높은 완성도와 독자적인 색채가 공존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음악세계를 펼쳐나갈지 기대되는 아티스트의 그 성공적인 출발점이 될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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