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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Oct 17. 2021

[21-10-03] 주간제이팝

킹 누, 리사, 챤미나, 미야모토 히로지 등

며칠 전 밴드 서치모스의

베이시스트 HSU의 사망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사인은 불명, 몇년 전 앓았던 병이 

다시 도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소속사에서 공식 발표한 내용에서는

딱히 그런 뉘앙스가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최근 들려오는 몇몇 뮤지션들의 부고 소식이

너무나 슬프고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특히 HSU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로 한국을 찾았을 때

누구보다도 열심히 인터뷰에 임해주고

유독 친밀하게 말을 걸어 주던 이였습니다. 

꼭 다시 한 번 만나서 이야기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아티스트였죠. 


슬프게도 그 바람은 이뤄질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그가 흩뿌린 음악은 평생 남아

많은 사람들이 가진 생명력의 한 부분으로

이 세상에 남아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 지면을 빌어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Single]


킹 누(King Gnu) ‘BOY’

애니메이션 < 王様ランキング >의 오프닝이기도 한 새 싱글로, 그룹으로서는 2번째가 되는 애니메이션 타이업 곡이기도 하다. 이구치 사토루가 시작하는 도입부가 다른 곡들을 연상케도 하지만, 클래식, 힙합, 록, 일렉트로니카 등이 마구 뒤섞여 새롭게 창조해내는 그 믹스쳐 월드는 아직까지 그 생생한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같은 소절이라도 1절이냐 2절이냐, 전반부냐 후반부냐에 따라 명확히 달라지는 악기구성은 곡에 역동성을 더하며, 특히 간주에서의 기타 솔로잉은 분위기를 급전환시키면서도 어색하기는 커녕 곡을 클라이막스로 끌고 가는 일등공신으로 분한다. 이렇게 다양한 요소들을 매끈하게 엮어 상상치도 못한 전개로 현실화 시키는 그들. 정말 그룹의 역량은 어디까지인가를 의심케 하는 결과물이다.


리사(LiSA) ‘往け’

최근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다시금 활동의 의욕을 불태우는 신곡. 작사는 리사 본인이, 작곡은 요아소비의 아야세가 담당해 더욱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리사의 오랜 팬이라면 애니메이션 < 소드 아트 온라인 >의 주제가를 2년만에 담당한다는 것에 더욱 이목이 갈 수도 있겠다. 구성 상으로는 팝록의 전형을 따르고 있으나, 아야세 특유의 멜로디감이 분명이 잔존해 있으며, 어느 한 쪽으로 주도권이 가지 않도록 둘 간의 개성을 잘 조화시킨 편곡자 에구치 료의 역량이 더욱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무카이 타이치(向井 太一) < Bravest >

리듬 앤 블루스를 축으로 한 댄스 뮤직을 통해 자신만의 영역을 단단히 구축하고 있는 무카이 타이치. 이번 신곡은 타이트함이 느껴지는 비트 운용과 스케일 큰 현악 세션, 코러스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듣기만 해도 여러 댄서들과 함께하는 퍼포먼스가 그려질 법한 선명한 이미지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최근 그가 해왔던 노선과 크게 다르지 않아 그의 행보를 쫓아왔던 이들에게는 확실한 보증수표 같은 한 곡이 될듯. 


레이(Rei) & 후지와라 사쿠라(藤原 さくら) ‘Smile!’

생각지도 못한 조합. 레이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 QUILT >의 시동을 거는 것은, 바로 평소에도 친교가 있는 싱어송라이터 후지와라 사쿠라와의 협업. 작사/곡은 레이가 담당하고 있으며, 활기찬 어쿠스틱 사운드 안에서 두 명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그 광경이 참으로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무언가 둘간의 부딪힘을 통한 시너지를 의도했다기 보다는, 1절과 2절을 명확히 나눠 부르며 각자의 매력을 정갈하게 곡 안에 나열하려한 느낌이 강한 노래이기도. 


마카로니엔피츠(マカロニえんぴつ) ‘トマソン’

올해 선보인 싱글들 모두 새로운 충격과 동시에 밴드의 잠재력을 엿보게 했던 만큼 이번 싱글은 어떤 노래일지 꽤나 궁금했는데, 적어도 올해만큼은 나를 실망시킬 계획이 없는 것 같다. 4분이 좀 넘는 시간 동안 정말로 다양한 아이디어가 들어간 구성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그것들이 어렵지 않게 녹아들어가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 


스윙에서 들을 법한 드러밍으로 시작해, 키보드의 터치감이 물씬 묻어나는 후렴을 지나, 갑작스레 레게와 재즈를 끌어들여 이어나가는 전개의 변화무쌍함은 어색함은 커녕 듣는 재미를 배가시키는 요소로 자리한다. 여기에 여운을 남기는, 마치 비틀즈의 ‘Obladi oblada’를 연상시키는 발랄한 키보드 연주의 후반부에 이어 아웃트로처럼 느껴지는 로우파이한 어쿠스틱 기타/노래까지. 이 모두가 한 곡에 담겨 거부할 수 없는 몰입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낸다. 다시금 마카로니엔피츠의 작품들을 복습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노래. 


[ALBUM]


챤미나(ちゃんみな) < ハレンチ >

“ハレンチ(파렴치)라는 단어를 타이틀로 결정한 것은, 마이너스적인 이미지도 있지만, 그 단어 자체는 굉장히 심지있는 강한 이미의 단어라고 생각해서”라고 이야기하는 챤미나의 어느덧 세번째 앨범. 순간적인 임팩트에 중점을 둔 힙합 트랙 위주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앨범은 전체적으로 보컬 비중이 늘어난 팝 뮤직 모음집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 


베이스가 리드미컬하게 깔려 있는 가운데 한 번 들어도 기억에 남을 만한 캐치한 멜로디를 실어낸 ‘Angel’, 기타의 펑키한 스트로크로 시작해 자신이 가진 보컬역량으로 텐션을 쥐었다놨다 하는 ‘ハレンチ’, 자신의 솔직한 심경을 약간의 상상력을 빌어 표현해 낸 ‘想像力’, 트렌디한 비트를 동반해 선보이는 싱잉-랩 스타일의 보컬 퍼포먼스가 조화를 이루는 ‘Morning mood’ 등 뭔가 파격적이고 다이나믹한 이미지를 선보였던 이전과는 다른, 조금은 차분하면서도 진솔한 자신의 모습을 보다 넓은 바리에이션의 결과물을 통해 펼쳐보이고 있는 작품이다.


요기 뉴 웨이브스(Yogee New Waves) < WINDORGAN >

조금 템포를 낮추었던 전작 < BLUEHARLEM >으로부터 2년 반. 첫 곡 ‘SISSOU’는 옛 것과 이별하며 다시금 새롭게 시작하는 그들만의 질주감을 가득 담아 내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금 자신들만의 여정을 시작하는 각오가 12개의 트랙에 선명히 새겨져 있는 작품. 와우페달을 적극 활용한 기타 사운드와 빈티지한 신시사이저의 음색으로 하여금 자신들만의 시티팝을 다시금 정의하는 ‘to the moon’, 각 악기들의 소리들의 명확한 존재감이 멋진 화합으로 이어지는 슬로우 넘버 ‘Night Sliders’, 슬라이드 기타로 목가적인 분위기를 담아낸 편안한 분위기의 ‘Ana no Mujina’와 같은 수록곡들을 듣다보면, 어느덧 자연스레 그들의 음악에 동화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터. 스타일 측면에서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만, 경험에 따른 여유와 관록이 덧붙여져 더욱 단단히 그 뿌리를 내리고 있는 모습이다.


미야모토 히로지(宮本 浩次) < 縦横無尽 >

2019년 솔로데뷔 이후, 활발한 활동을 거쳐 선보이는 어느덧 세번째 풀렝스. 거침없이 뮤직 비즈니스 신을 헤쳐와 지금과 같은 입지전적의 위치에 이르기까지 쌓아온 자신감과 열정이 어김없이 한가득 투영되어 있는 작품이다. 직선적인 록 트랙을 한차례 뒤틀어 댄스 트랙과 같은 대기를 연출하는 ‘stranger’, 아티스트 특유의 통렬한 대중성이 선율에 그대로 녹아나 있는 ‘この道で先で’, 좀 더 무게를 덜어내고 현악세션과 손을 잡고 발 맞추어 걷는 듯한 서정적인 보컬 퍼포먼스가 인상적인 ‘十六夜の月’, 페스티벌 무대에서 관객들과 싱어롱하기에 적격인 프레이즈가 대중으로부터 호응을 얻을 듯한 ‘sha la la la’와 같은 노래들에 걸쳐 솔로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대중들에게 각인시키는 작업을 성공리에 해내고 있다. 엘레펀트 카시마시라는 밴드로 수십년을 살아왔음에도 몇년 만에 이렇게 미야모토 히로지 본인의 정체성을 단번에 분리해내는 그의 음악 역량. 실로 대단할 따름.


오부쿠로 나리아키(小袋 成彬) < Strides >

음악 레이블 < TOKA >(구 Tokyo Recordings)의 대표로 자리하며 일본 블랙뮤직 신의 큰 전환점을 마련한 오부쿠로 나리아키. 프로듀서나 작사/작곡 등의 활동이 솔로 커리어의 존재감을 앞서는 상황에서 타이밍 좋게 선보인 세번째 정규작엔 트렌드에 타협하지 않는 그만의 작법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음습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신시사이저 루프를 기반으로 역동적인 연주와 타이트한 랩/보컬 퍼포먼스가 특유의 바이브를 자아내는 ‘Rally’, 비트와 베이스, 키보드의 단촐한 조합과 그의 팔세토 가창만으로도 전혀 부족하지 않은 음상을 그려내는 ‘Formula’, 어느 재즈 클럽에 들어간 듯한 감미로운 무드가 곡 전반에 깔려 있는 ‘Strides’ 등 서두름 없이 조금씩 자신의 것을 쌓아가는 그만의 뮤지션십을 마주할 수 있는 러닝타임이 될 것이다.  


도미코(ドミコ) < 血を嫌い肉を好む >

퍼즈가 가득한 기타사운드로 블루스와 사이키델릭의 접점을 멋들어지게 구현하는 첫 곡 ’間違いは発生しない’부터가 심상치 않다. 2인조 밴드가 2년 8개월만에 세상에 내놓는 새 정규작은, 음악성과 대중을 동시에 잡으려는 욕심이 엿보이는 의욕작이다. 변칙적인 리듬 운용에 기반한 사운드 덩어리가 거세게 몰아치는 ‘解毒して’, 그루브한 드러밍에 중독성 있는 워딩, 곡에 착 달라붙는 기타 연주가 삼위일체를 이루는 ‘とけました’ 등은 접근성을 위해 볼륨을 낮추긴 커녕 자신들의 매력을 극대화해 정공법으로 돌파하겠다는 그 의지가 꽉 차 있는 결과물. 그 공격적인 일면으로부터는 일본 사이키델릭의 레전드이기도 한 유라유라테이코쿠가 슬며시 떠오르기도. 앨범 타이틀과 동명의 곡 ‘血を嫌い肉を好む’는 가장 또렷한 선율을 통해 승부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진득한 음악 세계로 본격 돌입하기 전 워밍업으로 좋을 듯 싶으니 과격한 록 사운드에 친숙하지 않은 이들은 이쪽부터 공략하는 것을 추천.


참 파크(THE CHARM PARK) < Floating Forever >

한국계 미국인이자 밴드 헤멘웨이의 기타리스트였던 그가 솔로활동을 오롯이 쌓아올려온지도 어느덧 6년 여.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듯 올해만 해도 < Bedroom Revelations >에 이어 두번째 풀렝스를 선보이고 있다. 록과 팝에 종속되지 않은 자유로운 그만의 음악이 꿈결과 같은 소리들을 그려지고 있으며, 세계적인 트렌드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는 작품이기에 많은 이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 여지가 큰 작품이기도. 


장중한 현악 세션이 포문을 여는 ‘Look Up’, 오리엔탈의 요소를 담아 이국적인 매력을 담아낸 ‘A New Wind’, 멀리는 제이슨 므라즈 가까이는 히라이 다이가 떠오를 법한 어쿠스틱 기반의 팝 넘버 ‘浮き輪’, 멜로우하고도 도회적인 곡조에 공감가는 메시지를 기교 없이 읊어 내려가는 ’33 1/3’ 등 갑자기 차가워진 바람에 떨어진 체온을 올려주기에 좋은 충실한 완성도의 트랙들로 구성되어 있다. 날선 창작력과 쉬지 않는 성실함이 빚어낸 좋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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