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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Oct 25. 2021

[21-10-04] 주간제이팝

호시노 겐, 원 오크 록, 아이묭, 더 페기즈 등

[Single]


호시노 겐(星野 源) ‘Cube’

아라가키 유이와의 결혼을 발표한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신곡. 최근 몇개월 간 일어 공부한답시고 <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를 무한 리피트하고 있는 상황에서, 호시노 겐과 아라가키 유이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전과 다르게 보이는 것은 사실이긴 한데… 여튼 음악과 관련없는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음악 자체를 보자면 확실히 < POP VIRUS > 이후로 다른 방향을 모색하려는 모습이 감지되던 와중에 이를 더욱 전면에 드러내는 싱글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보다 역동적인 비트와 레트로한 오르간, 현란한 베이스 연주까지. 본인의 송라이팅도 그렇지만, 마바누아나 나가오카 료스케와 같은 연주세션과의 호흡도 곡의 완성도에 크게 영향을 미친듯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이 노래의 핵심이 되는 비트 파트는 호시노 겐 본인이 프로그래밍 했다는 점에서 그가 지금 어떠한 풍경을 지향하고 있는지 조금은 예측해볼 수 있을지도.


원 오크 록(ONE OK ROCK) ‘Wonder’

작년 10월 ZOZO 마린 스타디움에서 개최했던 온라인 라이브. 그 공연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던 곡이 1년을 거쳐 음원으로 대중들을 찾아간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그들의 다큐멘터리 영상 < Flip a coin >에 맞춰 선보이는 만큼, 두 콘텐츠를 함께 즐기면 그 즐거움이 배가 될 것이라고 생각.(현 시점에서 한국은 아직 감상이 불가능한 상황)


이전과 같은 화끈한 록 사운드가 상당부분 배제된 < Eye of the Storm >(2019)에 실망했던 이들에겐, 노래 전반에 걸쳐 있는 디스토션의 지글지글함이 굉장히 반갑게 느껴질 것이다. Verse는 드럼을 통해 그루브를 부각하는 느낌이나, 이후 후렴으로 전개해 나가는 과정에서 곡을 이끄는 일렉트릭 기타의 통렬함은 이전의 그것과는 조금 다를지언정, 이들의 뿌리를 상기시키기엔 부족함이 없는 트랙.


아이묭(あいみょん) ‘ハート’

’裸の心’도 그랬지만, 이 노래를 듣고나니 아이묭이란 아티스트는 새 시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시작했지만 결국에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싱어송라이터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점점 커져간다. 아티스트의 색깔이 분명이 담겨 있지만, 누가 들어도 부담없이 받아들이고 공감할 수 있는 결과물. 이 싱글 역시 조금은 낮게 깔려 있는 분위기 속에서, 보편적인 것을 다르게 바라보는 그의 시각을 거쳐 결국에는 모두가 납득할만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묭이라는 아티스트의 힘을 재차 깨닫게 만드는 결과물이다. 여러가지 갈래로 자신의 정체성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단기간의 화제성으로 판단할 뮤지션은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만든다. 굉장히 오래 여정을 함께 할 것만 같은 그런 인상을, 이 노래를 통해 강하게 받는다.


하세가와 하쿠시(長谷川 白紙) ‘ユニ’

그의 고집만큼은 인정. 개인적으로 이 아티스트를 정말 추천해주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이유는 발표하는 노래 자체가 굉장히 마니악하기 때문. 작품을 다수 발표한 지금 시점에도 본인의 홈페이지 하나 없는 이 뮤지션을 어찌해야 할 것인가. 이번 싱글 역시 그만의 무질서한 사운드가 의식의 흐름을 따라 전개되어 나가는 느낌이며, 그래도 다행인 것은 명확한 선율과 예측할만한 흐름을 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파격적인 사운드 구성이 중간중간 붙어 ‘이거 잘못 녹음된거 아니야’ 싶은 부분을 중간중간 만나게 되며, 5분 30여초의 러닝타임 또한 약간의 장벽으로 다가올 공산이 크다. 특히 후반부를 담당하는 거친 퍼커션 사운드는 그러한 인상에 방점을 찍을 지도. 그럼에도 견뎌낼 수 있다면, 경험해보지 못한 매력적인 신세계를 경험해볼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바운디(Vaundy) ‘泣き地蔵’

최근 좋은 기세를 보여주고 있는 대세 아티스트의 신곡. 2분 30여초 동안 시원스레 뻗어나가는 디스토션이 뻥 뚫린 도로를 달리는 듯한 질주감을 선사해 준다. 참고로 한발 앞서 라이브에서 공개한 노래이며, 신곡 발매 주기가 짧음에도 지속적으로 준수한 결과물을 선보이는 모습에서 재능 뿐 아니라 성실함 또한 겸비하고 있는 뮤지션임을 새삼 깨닫게 만든다. 그루브 있는 알앤비도, 스트레이트한 록 튠도 다 잘하는 그는 진정 실력파.


크로이(kroi) ‘Juden’

신시사이저 폭풍에 이은 베이스의 독주가 몸을 들썩이게 만든다. 멋진 펑크(Funk) 튠을 만들고자 한 의도가 느껴지는 신곡으로, 보컬도 보컬이지만 각 악기의 연주가 서로 바톤을 주고 받는 듯한 구성이 듣는 이를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마치 어느 클럽에서 잼을 하고 있는 밴드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할까. 레트로의 멋과 밴드만의 세련됨을 한 부대에 성공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싱글.


하루카미라이(ハルカミライ) ‘ベターハーフ’

맹렬하게 돌진하던 기세를 잠시 숨기고, 조금은 차분하게 자신들의 열기를 뿜어내는 밴드의 신곡. 좋은 멜로디와 굳이 에둘러 가지 않는 솔직한 가사, 여기에 쉬이 지루해지지 않도록 조금씩의 변주를 주는 구성까지. 이 노래를 듣고 있자면 팀의 역량을 다시금 확인하게 됨과 동시에 어느덧 완숙미를 갖춘 팀으로 거듭났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곡이 담긴 EP가 앨범차트 20위 안에 머물고 있는 등 팀의 기세도 엿볼 수 있는 노래.


[ALBUM]


더 페기즈(the peggies) < The GARDEN >

메이저 데뷔 이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쳐 선보이는 신보. 타이업 등 프로모션 측면에서의 활동이 활발했던 덕분인지 팝적인 면모가 더욱 부각되어 있는 느낌이며, 항상 밝지만은 않은 ‘같은 삶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의 희노애락’이 가볍지 않게 담겨 있는 작품으로 완성되어 있다. 리더인 키타자와 유호의 송라이팅 감각이 물에 오른 듯 좋은 멜로디가 앨범 전체를 관통하며, ‘ドラマチック’와 같은 디스코 기반의 곡이나 ‘Contrast’와 같은 록의 기운을 뺀 발라드를 통해 팀의 스펙트럼을 넓히고자 한 의도가 전해져오기도. 인디 시절부터 지켜본 이들이라면, 거의 유일하게 음원으로 서비스되고 있지 않던 ‘スプートニク(2021)’가 수록된다는 사실에 환호성을 질렀을지도. < Hell like Heaven >(2019)에 이은 연타석 홈런. 과연 어디까지 성장하려고 이러는 건지.


오카자키 타이이쿠(岡崎 体育) < FIGHT CLUB >

“일본에서 fight라는 단어는 싸운다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사람을 응원할때 사용하는 말이기도 하지요” 어느덧 4번째 정규작을 선보이는 그는, 이처럼 혐오로 가득찬 사회에서 서로를 이해하며 평화롭게 살아갔으면 하는 메시지를 담아 이 작품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싱글로 선보였던 ‘Fight on the Web’에서의 ‘인터넷에서 싸우지마(インターネットで喧嘩すんな)’라는 가사에서 이미 앨범의 주제를 전면에 드러냈던 셈. 이처럼 타인과의 싸움도 그렇지만,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는 응원의 말들이 담겨 있기도 한 작품이다.


시대의 조류를 따라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성세대를 응원하는 ‘おっさん’, 공연 취재기를 콘셉트로 한 가사라 그런지 라이브 레포트를 써본 입장에서 여러 가지로 실소를 머금게 만들었던 ‘Quick Report’, 트렌디한 트랩 비트를 적극 활용하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새겨낸 ‘Okazaki Little Opera’ 등 그만의 재기넘치는 표현이 가득한 넘버들이 러닝타임을 채우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정규작 중 가장 취향에 맞았던 앨범이기도. 가능하다면 가사의 번역을 찾아 함께 들어보기를 권한다. 오카자키 타이이쿠의 음악은 가사 없이는 그 매력을 100% 느끼기 힘드니.


칼마(KALMA) < ミレニアムヒーロー >

조금도 에둘러 가지 않는, 스트레이트한 메시지와 사운드로 승부하는 홋카이도 출신 쓰리피스 밴드의 첫 정규작. 듣다 보면 너무 평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탄탄한 합주와 송 메이킹, 그 안에 스며있는 일상에서의 감정들이 보편성 있게 담겨 있어 누가 들어도 공감할 수 있을 법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명쾌한 쓰리 코드 진행이 자신들의 색을 선명히 하는 ‘Millenium hero’, 젊은 세대를 휘감고 있는 좌절감과는 정반대에 있을 법한 근거 없는 희망가가 조금은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希望の唄’, 조금은 낯뜨겁지만 그래도 친구에 대한 고마움을 솔직히 풀어놓는 진심 어린 ‘親友’ 등 누구든지 마음 속에 품고 있을, 하지만 잠시 잊고 있었던 감정들을 일깨워주는 트랙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 정도로 꾸미지 않은 표현을 만나본 적이 근래 있었나 싶을 정도로, 듣다보면 너무 내 마음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끔 하기도.


더스트셀(DUSTCELL) < 自白 >

최근 주목받는 또 하나의 우타이테 + 보카로P 구성의 듀오가 내놓는 두번째 풀렝스로, 사운드적인 측면으로 보자면 K-POP의 영향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기승전결을 고려하기 보다는 각 소절 자체를 독립적으로 간주한 뒤 이를 연결해 전개해 나가는 구성도 그렇고, 트렌드를 적극 활용한 무국적 스타일을 지향한다는 점은 그만큼 멤버들이 K-POP의 영향권에 있음을 알려주는 반증일 터.
 

‘火焔’에서 보여주는 변화무쌍한 비트의 변주라던가, 소절마다 다른 무드로 접근하면서도 하나의 곡으로 매끈히엮어내는 ‘堕落生活’의 흐름이라던가. 재미있는 것은 그 와중에도 제이팝 특유의 선율감은 잃지 않다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나의 조류를 받아들여 자신들만의 것으로 체화해 냈다는 인상은, 이처럼 단순한 추종에서 나아가 이를 통해 완벽히 자신들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일 터. 다소 많다고 생각되는 14개의 트랙임에도 좀처럼 지루함이 껴들지 못한다는 점이 이 작품의 완성도를 증명해주고 있기도 하다. 제이팝이 낯선 이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만한, 치열한 음악적 고민이 투영된 작품.


쿠우하쿠곳코(空白ごっこ) < 開花 >

이 팀 역시 두 명의 보카로P 출신 뮤지션과 보컬리스트가 만나 결성된 3인조 밴드. 사실 우타이테/버추얼유튜버/보카로P 들의 메인스트림 진출이 어느 시점을 기점으로 다소 정체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추세로 보자면 더더더욱 가속화되는 형국. 이 팀은 정석적인 록 사운드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흩뿌리고 있으며, 무엇보다 멤버 3명 모두 송라이터 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피디하면서도 직관적인 합주와 함께 상승 곡선을 그리는 세츠코의 음색이 찬란히 빛나는 ‘ストロボ’, 진지함을 한스푼 빼고 보다 경쾌한 곡조를 들려주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カレーフェスティバル~パパティア賛歌~’, 밴드가 가진 대중성을 가장 전면에 드러내는 전개가 돋보이는 ‘シャウりータイム’과 같은 트랙들이 어느 정도 준수한 완성도를 담보하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전반적으로 무난한 인상을 주는 탓에 자신들만의 무언가를 보여주기에는 살짝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


오렌지스파이니클럽(オレンジスパイニクラブ) < アンメジャラブル >

재작년 ‘キンモクセイ’로 소소한 반향을 일으켰던 밴드가, 와신상담을 거쳐 야심차게 선보인 메이져 첫 정규작. 로우파이의 느낌이 서려있는 록 사운드를 기반으로, 탄탄한 송 라이팅이 자아내는 이들만의 애틋한 정서에 주목해보자. 나즈막이 자신들의 속내를 꺼내놓는 듯한 무드에 괜시리 귀기울이게 되는 ’ガマズミ’, 1분 40여초 동안 몰아치는 로큰롤 리듬의 ‘はくビシンのユメ’, 초반부에서 조금은 안디모리(andymori)의 기운이 느껴지기도 하는 ‘睫毛’ 등 오래 끓여 깊이 우러나는 그들만의 매력이 러닝타임을 가득 채우고 있다. 들으면 들을 수록 왠지 정이 가는, 2012년 결성 이후 여러 경험이 밀도 있게 녹아들어 있는 이들의 자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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