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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Nov 13. 2021

[21-11-01] 주간제이팝

니쥬, 스다 마사키, 엘라이자, 도쿄스카 등

[Single]


니쥬(NiziU) ‘Chopstick’

박진영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공동작곡이긴 하지만, 젓가락행진곡을 요긴하게 활용한 이 아기자기하면서도 중독적인 KPOP튠을 이토록 매끈하게 만들어 내다니. 최근 약간 감이 떨어진 듯한 행보를 보이던 그라 이러한 곡의 완성도가 놀랍기만 하다. 11월 24일에 발매될 그룹의 첫 정규작 < U >의 선공개 곡으로, 노래와 안무, 뮤비까지 본인의 취향을 정확히 저격한 노래. 흔히 알려진 멜로디를 사용하면 본 노래의 선율이 먹혀버릴수도 있는데, 약간의 변주와 볼륨 조절로 영리하게 극복해 낸 멋지고도 감각적인 트랙.


스다 마사키(菅田 将暉) ‘ラストシーン’

드라마 < 일본침몰 ~ 희망의 사람 ~ >의 주제가로, ‘さよならエレジー’, ‘虹’와 같은 히트곡을 제공했던 친교가 깊은 뮤지션 이시카와 휴이가 다시금 팔을 걷어붙인 노래다. 현악 세션이 웅장하게 따라 붙는 슬로우 록 넘버로, 기교가 있거나 세련되진 않지만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진정성 있게 내뱉는 스다 마사키 특유의 가창이 이번에도 빛을 발하고 있다. 참고로 재킷은 화가 미토베 나나에가 곡의 테마를 형상화한 작품이기도.


유즈(ゆず) ’奇々怪界-KIKIKAIKAI-’

지난 싱글인 ‘NATSUMONOGATARI’ 이후 5개월만의 싱글로 주로 곡을 쓰는 키타가와 유진이 잠시 크레딧에서 빠지고 이와사와 코지가 작사 작곡에 참여하고 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여기에 EDM 신에서 명망 높은 테디로이드와 레오루의 곡을 주로 담당하며 자신만의 변화무쌍한 스타일을 만방에 알린 기가를 끌어들여 유즈 특유의 선율감과 강렬한 전자음의 융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유즈의 계속되는 음악적 실험, 어찌 보면 그 절정에 있다고 생각되는 노래.


에이루(eill) ’23’

간결한 키보드와 기타리프에 실어내는 청량한 목소리가 살갑게 다가온다. 구성 자체는 어디서 많이 들어봄직한 만듦새이나 여러 연주와 가창이 뭉쳐 위풍당당히 전진해 나가는 그 이미지가 극적으로 구현되어 있어서 그런지 이에 대한 거부감은 그닥 들지 않는듯. 더불어 전반적으로 일본 보다는 영미권 감성의 곡이기도.


유이니시오(ゆいにしお) ‘tasty tasks’

투명함 안에 깊은 감성을 가지고 있는 듯한 목소리, 시티팝과 시부야계를 활용한 모던한 음악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뮤지션의 신곡. 경쾌하게 울려퍼지는 펑키한 합주에 살포시 얹히는 그의 포근한 목소리가 어떠한 저항감도 튕겨낼 듯한 매력을 발휘하고 있는 노래이다. 그의 루츠라고 밝힌 피치카토 파이브나 카지 히데키, 야마시타 타츠로에서 비롯된 요소들도 은은하게 스며 있으나, 그걸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뮤지션의 역량이 훨씬 도드라져 보인다는 것이 흥미롭다. 


카미사마, 보쿠와키즈이테시맛타(神様、僕は気づいてしまった) ‘青春のふりをした’

올해 6월, 소설과 만화, 음악, 뮤직 비디오를 연동해 진행하겠다고 발표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선보이는 노래. 잡지 < ゲッサン >에 연재중인 오리지널 만화 < 神様、僕は気づいてしまった >의 삽입곡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곡으로, 그들 특유의 철학적이면서도 염세적인 가사와 탄탄한 합주, 보컬의 표현력이 균형있게 삼각형을 그리고 있다.특히 이전의 가창이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든 전부 발산해야 속이 풀리는 스타일이었다면, 이 곡에서 만큼은 절제의 미학을 발휘하며 반복청취에도 적합한 결과물을 완성하고 있다는 점이 포인트.


죠쵸(JYOCHO) ‘みんなおなじ’

지난 8월 드럼을 맡은 해치의 탈퇴로 인해 4인 체제가 된지 3개월만에 선보이는 싱글로, 어쿠스틱한 느낌의 목가적인 정서가 러닝타임 전반에 걸쳐 유니크함을 자아내고 있다. 마치 클래식 기타 연주를 듣는 듯한 느낌의 솔로잉이 특히 인상적이며, 디스토션 없이 탄탄하게 자신들만의 사운드를 쌓아나가는 팀워크가 어느덧 데뷔한지 5년을 훌쩍 넘은 이들의 경력을 대변하는 듯 하다.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디스코그라피를 쭉 훑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노래. 


[ALBUM]


엘라이자(ELAIZA) < 失楽園 >

배우로 이미 유명한 이케다 엘라이자가 본격적으로 가수생활을 스타트. 디스토피아를 주제로 한 총 11곡의 스펙트럼 넓은 수록곡들이 러닝타임을 충실히 채우고 있다. 우리나라의 90년대 가요를 듣는 듯한 댄스 넘버 ‘Close to you’와 스모키한 음색의 장점을 십분 살린 어반 알앤비 트랙 ‘AYAYAY’가 초반의 기선을 잡는데 성공하는 듯한 인상. 우리에게 익숙한 호두까기 인형의 피아노 연주로 시작, 소일 앤 핌프 세션의 도움을 받아 농밀하고도 숨가쁜 장면을 연출하는 재즈 기반의 ‘夢街’, 잔잔하게 울려퍼지는 디스코를 타고 흘러나오는 달콤한 사랑 노래 ‘愛だの恋だの’, 무게감 있는 하드록으로 재해석한 ‘Oh Pretty Woman’ 등 첫 작품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능숙한 가창과 완성도 높은 트랙들이 담겨 있다.


후-야 익스텐디드(Who-ya Extended) < WII >

보컬인 후-야를 중심으로 한 크리에이터즈 유닛의 두번째 작품으로, 자신들만의 공식으로 짜넣은 독자적인 팝 록 사운드가 다채롭게 펼쳐져 있다. 애니메이션 < 주술회전 >의 오프닝 ‘VIVID VICE’와 < NIGHT HEAD 2041 >의 오프닝 ‘Icy Ivy’에 친숙함을 표하는 이들이 많을 터. 앨범의 축으로서 넓은 공간감을 주는 만듦새가 일품인 ‘Wander Wraith’, 복잡하게 짜여진 드럼과 웅장한 현악 세션의 융합을 통해 코로나 시기의 도리를 다하지 않는 현상을 꼬집은 ‘MESSY WORLD’, 실 세션과 미디가 절묘하게 맞물려 색다른 질주감을 자아내는 ‘The master mind’과 같은 트랙들이 러닝타임의 완성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1년 반만에 선보이는 괄목할 만한 성장.


도쿄 스카 파라다이스 오케스트라(東京スカパラダイスオーケストラ) < S.O.S >

올 초 선보였던 정규작 < SKA=ALMIGHTY > 이후 약 8개월만에 선보이는 미니 앨범. 평소에도 친분이 있고 몇차례 협업한바 있는 맨 위드 어 미션과 다시 한번 성공적인 콜라보를 이뤄낸 ’S.O.S’, 쿵짝쿵짝하는 리듬을 관악세션이 멋들어지게 타고 들어가며 스카 본연의 매력을 한 껏 내뿜는 인스트루멘탈 트랙 ‘SKA! BON-DANCE ~We Welcome The Spirits’, 배우인 무로 츠요시가 참여해 유쾌함을 자아내는 ‘めでたしソング’ 등 여전히 신나고 활기찬 팀만의 음악이 세월과 거리를 둔 채 사람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콘튼 캔디(Conton Candy) < PURE >

평균 연령 18세의 쓰리피스 밴드가 의욕적으로 내놓는 미니 앨범. 아직 때묻지 않은 순수한 감정들이 합주와 함께 하늘하늘 날리는 듯한 감상을 준달까. 다만 전체적으로 보컬 트랙의 볼륨이 떨어져 있다는 점은 아쉽다. 후렴구에 확실한 훅을 통해 송라이터로서의 재능을 엿보게 만드는 ‘102号室’. 8비트의 정직한 질주감이 괜스레 미소를 띄게 만드는 ‘ロングスカートは靡いて’ 등 아직 만개하지 않은 잠재력을 기대하게 만드는 앨범.


이스트오케이라보(EASTOKLAB)  < Ai >

신시사이저를 대동해 신감각의 얼터너티브 사운드를 선보이는 밴드의 EP. 드럼의 킥을 심장의 고동과 같이 울림으로서 인간의 감정과 같은 흔들림 있는 사운드를 구현하겠다는 테마로 만들어진 ‘Sapiens’, 템포를 낮추고 각 악기의 연주를 단순화 함으로서 그 소리들에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秘密’, 대중적인 선율로 무장해 밴드만의 소구력을 극대화해 보여주는 ‘虹の袂’과 같은 트랙들에서 이들의 지향점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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