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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Dec 14. 2021

[21-12-02] 주간제이팝

[Single]


킹 누(King Gnu) ‘一途

이전에 선보였던 ‘Flash’를 능가하는 스피디함과 질주감. < 극장판 주술회전 0 >의 주제가로 타이업된 이들의 신곡은 자신들의 색을 잃지 않은 범위 내에서 최대한 대중성을 확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두 보컬 멤버가 쉴 틈 없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노래를 이어가는 흐름에서의 합이 듣는 이를 홀딱 빠져들게 만든다. 곡의 스트레이트함을 무리 없이 받쳐주는 연주력 또한 특히나 도드라지는 부분. 언제나 그렇듯 ‘믿고 들을 수 있는’ 이들의 창작력엔 엄지를 치켜들 수 밖에.


미우라 다이치(三浦 大知) ‘新呼吸’

그의 가성과 리듬감이 특히나 강조되어 있는 따사로운 팝튠으로, 작곡에는 본인가 UTA가 함께 참여. 간결하게 딱딱 떨어지는 포인트가 중독성 있게 다가오며, 다시 새로운 기분으로 시간의 흐름을 느끼며 나아가고 싶다는 그의 긍정적인 메시지 또한 확실히 투영되어 있는 노래이기도.


[ALBUM]

(식)보이((sic)boy) < vanitas >

트랩과 얼터너티브, 라우드 록 등을 융합한 강렬한 사운드를 기반으로 감성적인 싱잉-랩을 선보이는 차세대 래퍼의 두번재 정규작. 뿌리는 힙합이나 록 팬들이 들어도 호감을 가질 만한 문법이 러닝타임 전반에 깔려 있으며, 어느 한 곡 빠지지 않을 정도로 응집력 있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2주간의 LA 체류 동안 모든 레코딩을 끝냈을 정도로 몰입해 진행한 작업물의 결과가 듣는 이에게도 그 감흥을 전달하는 데 성공하고 있는 모양새. 즉시 소비되고 사라지는 것들과 달리 계속 살아남을 생명력있는 사운드를 추구했다는 그의 말처럼, 굉장히 광범위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의외로 스탠다드한 사운드를 정립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크리프하이프(クリープハイプ) < 夜にしがみついて, 朝で溶かして >

밴드의 작품도 어느덧 6번째. 개인적으로는 전작 < 泣きたくなるほど嬉しい日々に >을 들으며 대중성이 한결 파워업된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 작품은 그러한 모습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리드해가는 모습이 엿보이는 결과물로 완성되어 있다. 팀 특유의 스피디하면서도 꽉 차여진 사운드가 돋보이는 초반의 ‘料理’, ‘ポリコ’를 지나 미디와 리얼세션의 조화가 좋은 합을 보여주는 ‘二人の間’, 와우 페달을 적극 활용한 기타 사운드와 함께 느긋한 비트를 깔고 랩인듯 노래인듯 나레이션인듯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ナイトオンザポプラネット’, 마치 동요를 듣는 듯한 전개가 전작의 ‘おばけでいいからはやくきて’를 떠오르게 만드는 ‘しらす’ 등 특별한 콘셉트 없이 자신들의 음악을 자유롭게 발하고 있는 이들의 현재가 강하게 묻어있는 신보.


오오츠카 아이(大塚 愛) < LOVE POP >  

언제적 오오츠카 아이냐 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래도 꾸준히 앨범을 내고 매년 라이브를 개최하는 등 활동을 이어 왔던 그다. 이번 작품은 전작 < LOVE HONEY >(2017)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9번째 정규작. 일렉트로니카나 신스 팝으로 음악적인 변화를 모색했던 이전과 달리, 커리어 초반을 연상케 하는, 개인적으로는 4집 < LOVE PiECE >(2007)의 결과물들이 연상되는 ‘오오츠카 아이표 팝’이 아낌없이 흩뿌려져 있다. 2000년대 중후반 한참 그를 좋아했던 나같은 사람은 이번 정규작이 특히나 반갑지 않을까 생각.


그의 음색과 좋은 합을 보이는 업텝포 팝 록 ‘Chime’부터 왠지 향수를 불러오는 듯한 느낌. 겨울을 노림과 동시에 그만의 대중적인 감각이 잘 녹아 있는 시즌송 ‘サンタにkissをして’, 유명 틱톡커인 로컬캄피오네가 안무를 담당한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인 ‘恋フル’, 발라드에도 능함을 보여주는 장대한 스케일의 발라드 ‘Mr.lover’ 등 전성기 시절의 작품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준수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 사실 ‘さくらんぼ’로 인해 아이돌 같이 소모되는 측면이 없지 않아 있어 팬으로서 속상하기도 했는데, 이 작품을 들으며 그만큼 음악성과 가창력을 동시에 갖춘 싱어송라이터가 많지 않음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된다. 조만간 수록곡 특집이라도 한번 써볼까 싶네.


하시모토 에리코(橋本 絵莉子) < 日記を燃やして >

챠토몬치를 ‘완결’한 후 오랜기간 동안 < Demo Series >를 제외한 일체의 정식 작업물을 발표하지 않았던 그가 드디어 세상에 내놓는 대망의 솔로앨범. 자신의 일기에 있을 법한 내용들로 작업해 나갔다는 의미의 타이틀처럼, 그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담은 10개의 수록곡들의 빼곡히 자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챠토몬치 시절의 사운드 결이 절반, 새로운 방향성으로 나아가려는 느낌을 주는 질감이 절반정도 이지 않나 싶은 느낌.


특유의 송라이팅을 오랜만에 체감할 수 있는 ‘ワンオブゼム’, 경쾌한 터치감이 밴드 시절의 사운드를 떠올리게 만드는 ‘かえれない’, 마지막 1분 30여초간의 격렬한 합주가 큰 여운을 남기는 ‘ロダメタリック時代’, 청량한 질주감이 앨범의 후반부를 지탱하는 ‘今日がインフィニティ’ 등 본격적으로 시동을 거는 그만의 음악이 담겨 있는 의미있는 첫 정규작이다.


아사키(4s4ki) < Here or Heaven >

후지 록 페스티벌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대중들에게 어필한 신예 아티스트의 미니앨범. 일렉트로니카, 힙합, 록과 같은 요소를 한데 끌어와 뭐라 정의하기 힘든 자신만의 믹스쳐 음악을 펼쳐놓는 것은 전작 < Castle in Madness >과 일맥상통. 강렬한 디스토션과 영롱한 신스음, 타이트한 비트가 한 공간에서 서로간의 몸을 맞부딪히는 ‘孤独のメリーゴーラウンド’, 퍼지한 보컬 이펙팅을 통한 프레이즈 반복과 타이트한 비트가 손을 작정하고 듣는 이를 우주로 보내버리는 ‘space coaster’와 같은 곡들에서 아티스트의 개성이 그대로 묻어 나온다. 확실히 다른 이들과는 비교불가능한 유니크함이 이 아티스트에게는 존재한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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