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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Jan 23. 2022

[22-01-03] 주간제이팝

우타다 히카루, 리갈리리, 이쿠라 리라, 아야카 등

[Single]

이쿠라 리라(幾田 りら) ‘スパークル’

요아소비의 이쿠라가 자신의 명의로 선보이는 신곡. 작사작곡까지 도맡은 만큼 그룹이 아닌 그만의 감정을 오롯이 느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리얼세션을 중심으로 한 반주와 좋은 밸런스를 보여주는 가창은 솔로 작품에서도 여전한 장점으로 자리하고 있다. 꼭 아야세의 도움이 아니더라도 솔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음을 증명하는 노래.

나카무라 카호(中村 佳穂) ‘さよならクレール’

전부터 뮤지션들의 뮤지션으로 불리며 음악적인 역량을 인정받음과 동시에, 작년에 애니메이션 < 용과 주근깨 공주 >의 주인공인 벨 역으로 캐스팅되며 밀레니엄 퍼레이드와 함께 ‘U’를 부르기도 했던 아티스트의 신곡. 투스텝이나 드럼 앤 베이스가 연상되는 타이트한 비트 위로, 코러스를 동반한 보컬로 인상적인 멜로디를 반복하는 구성이 꽤나 인상적. 평범한 것은 거부하는 그의 음악세계를 전면에 부각시키고 있어 새로운 무언가를 찾는 이들에게는 취향저격일 확률이 크다. 비트를 응축시켜 클라이막스로 나아가는 후반부는 가히 압권. 3월에 나올 정규작의 선공개 곡이기도 하니, 이 곡이 마음에 들었다면 딱 두달만 기다려보기로 하자.


아야카(絢香) ‘Victim of Love feat. Taka’

가창력이라고 하면 둘째 가라면 서러운 두 아티스트가 만났다. 뭔가 예상치 못한 조합이라고 생각할 이들도 있겠지만, 넷플릭스로 공개된 원 오크 록의 다큐멘터리 영화 < Flip a Coin >을 본 이들이라면 그리 이상한 투샷은 아닐 것이다. 당시 온라인 콘서트 때 게스트로 참여해 준 이 중 한명이 아야카였으니. 아마 그 단계에서 성사된 콜라보가 아닐까 하는 생각. 베이스가 되는 신시사이저를 굵게 깔고, 그 위로 최소한의 비트와 현악 세션을 활용해 빚어내는 비장미가 여느 블록버스터 영화의 엔딩에 깔릴 법한 무게감을 선사하고 있다. 다만 둘에게 맞는 음역대를 맞추다 보니 살짝 둘 다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 살짝.


로자리나(ロザリーナ) ‘Life Road’

갑작스럽게 치고 나오는 후렴의 합창이 강한 임팩트를 남긴다. 현악세션과 트렌디한 비트의 조합은 여전히 그에게 어울리는 옷을 건네주고 있으며, 아티스트는 이 트렌디한 웅장함을 더욱 배가시키는 퍼포먼스로 완성도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어쿠스틱 기타와 클랩, 코러스만으로 진행되어 마치 가스펠을 연상시키는 프레이즈가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마하라-쟌(マハラージャン) ‘先に言って欲しかった’

펑키한 트랙을 주로 선보여왔던 그가 갑작스레 부스터 모드로 전환한 모습이랄까. 작년 그의 음악을 열심히 들어온 이들이라면 이 강렬한 개러지 록 사운드가 영 낯설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자신을 함부로 규정짓지 말라는 듯이, 음악 스타일을 180도 전환한 그의 샤우팅이 제법 신선하다. 3개월 연속 릴리즈의 첫 포문을 여는 곡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현실의 어려움을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오렌지스파이니클럽(オランジスパイニクラブ) ‘7997’

2분 30초 남짓한 시간동안 마치 이야기하듯 늘어놓는 풍성한 선율들이 귀를 간지럽힌다. 그렇게 한바탕 보컬과 가창이 몰아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거짓말처럼 끝나는 노래의 구성이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처럼 느껴진다. 군더더기 없는 러닝타임으로 하여금 이 정도의 짧은 시간으로도 결과물이 좋으면 얼마든지 듣는 이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듯.


[ALBUM]

우타다 히카루(宇多田 ヒカル) < BADモード >

복귀 후 선보였던 리얼세션 중심의 작품에 벗어나, UTADA 명의로 발표했던 < EXODUS >(2004)이 떠오를 법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로 회귀한 그의 3년 반만의 작품이자 통산 8번째 스튜디오 앨범. 작사/작곡은 여전히 그가  도맡고 있으나, 앨범 콘셉트가 콘셉트인만큼 기술적인 측면은 외부에서 도움을 받고 싶다고 해 다수의 프로듀서 진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 또한 특이할만한 사항. 팬데믹이 시작되는 시기에 쓰여진 곡을 중심으로 수록하였으며, ‘나 자신과의 관계를 깊게 들여다 본’ 작품임과 동시에 어떻게 이 힘든 시간을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자신의 생각또한 스며들어가 있다. 영국 출신의 플로팅 포인츠(Floating Points)와 A.G Cook이 각각 참여한 초반 두 곡은 우타다 히카루라는 정서가 어떻게 이상적으로 전자음악과 융합이 되어가는가를 보여주는 모범답안 같기도.


전곡 트레일러입니다

리갈 리리(リーガルリリー) < Cとして生けるもの >

타이틀의 ‘C’는 배열에 의해 흑연이 되거나 다이아몬드가 되는, 인간에게도 포함되어 있는 탄소의 원소기호. 주위 환경에 의해 바뀌어가는 인간이기에, 이 역시 자신의 빛나는 방법을 찾아가는 ‘탄소와 같이 살아가는 생물’이 아닐까 하는 의미로 붙인 타이틀이라고. 이전보다 조금은 열려 있는 자세로 슬며시 내미는 듯한 편지와 같은 느낌을 주는 초반부지만, 생각보다 파퓰러한 사운드에 방심하다가는 후반부에 작렬하는 특유의 음압에 짓눌릴지도. 내면에 집중했던 가사도 좀 더 타인과 미래를 조망하며 ‘모두를 위한 음악가’로 나아가려는 자세가 강하게 담겨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런 작품이야말로 일거에 이어 들어야 진가를 알 수 있을 터. 꾸준히 쌓아온 자신들의 경험치로 레벨 업한 그들의 여정이 아낌없이 담겨있는 신보.


문 드롭(moon drop) < この掌がまだ君を覚えている >

“이 손바닥이 아직 너를 기억하고 있어” 마치 청춘 로맨스물 같은 앨범 타이틀에서 이 작품의 지향점이 명확하게 엿보인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의 러브 스토리를 자신들만의 서정성으로 발현한 팝 록 사운드가 40여분의 러닝타임을 여백 없이 꽉 채워내고 있다. 다만 키보드나 어쿠스틱함을 전면에 내세운 ‘ラストラブレター’나 ‘寝ても覚めても’와 같은 곡들은 스미카랑도 조금 겹치는 지점이… 이 뿐만 아니라 다른 밴드들이 겹쳐보이는 건 어쩔수가 없는듯… 보다 로킹함을 강조함과 동시에 마이너 음계가 확실한 포인트를 주는 ‘doubt girl’ 정도가 하이라이트. EP에는 보이지 않았던 단점이 정규작이 되는 드러나는 것은 조금 아쉽. 보편성으로 하여금 진입장벽이 낮은 것은 좋으나 ‘문 드롭’이라는 팀을 명확히 이야기해줄 수 있는 시그니쳐 사운드의 구축은 반드시 필요할 듯.


즈카라데루(ズーカラデル) < JUMP ROPE FREAKS >

촉망 받는 쓰리 피스 밴드의 메이저 첫 정규작으로, 15곡이나 되는 큰 볼륨으로 하여금 마치 로드 무비를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일견 평범한 듯 하면서도 자신들만의 스타일이 확실히 각인한 사운드를 선보이고 있으며, 그 노래들을 통해 드라마틱한 일은 없을 지언정 꾸준히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것이 결국 자기 자신을 만들어 나가는 것임을 밴드만의 문법으로 대중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순수한 에너지가 마구마구 전해져 오는 청춘의 록 앨범, 부담스럽지 않고 담백하게 다가오는 그 음악적 내실이 좋은 연주와 멜로디, 보컬로 구현되어 있는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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