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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Feb 26. 2022

[22-02-03] 주간제이팝

히라이 다이, 바운디, 이리, 미와 등

[Single]


히라이 다이(平井 大) ‘3月の帰り道’

마치 ‘월간 000’ 처럼 2020년 부터 매달 한 곡씩을 꾸준하게 릴리즈하고 있는 그의 22년 2월의 신곡. 졸업 시즌에 맞춰 서서히 어른이 되어가는 자신을 마주함과 동시에 주위와의 이별을 실감하는 가사가 인상적인 노래다. 그의 감성적인 음색이 그 정서를 더욱 극대화하고 있으며, 그래서 그런지 요 몇년간 들은 그의 노래 중에서 베스트로 꼽고 싶은 트랙이기도. 


마이 퍼스트 스토리(MY FIRST STORY) ‘Dreaming of you’

밴드 사운드를 살짝 뒤로 빼고 멜로디컬한 일렉트로니카를 전면으로 가져온 사운드가 인상적. 그들이 밴드라는 사실을 알기 힘들 정도로 성공적인 크로스오버 트랙이다. 어슴푸레 깔리는 신시사이저, 포인트가 확실한 비트와 히로의 보컬이 삼위일체가 되어 멜로우한 매력을 한껏 뿜어내고 있다. 밴드만이 가진 특유의 감각으로 빚어낸 트렌디한 댄스뮤직.


스이요비노캄파넬라(水曜日のカンパネラ) ‘招き猫’

2기 멤버인 우타하의 가입 후 선보이는 두번째 싱글로, 그의 음색이 가진 매력이 탄성 있는 비트와의 매칭을 통해 잘 구현되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 이전엔 뭔가 살짝 맞지 않는 옷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켄모치 히데후미가 뭔가 감을 확실히 잡은 듯한 느낌. 반복되는 훅과 둥둥 울리는 아프리칸 느낌의 퍼커션 사운드가 곡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본격화될 우타하 체제의 스이요비노캄파넬라, 좀 기대해봐도 될 듯.


마에시마 소우시 & 마시코 & 아나츠메(maeshima soshi & macico & A夏目) ‘チューインカム’

음악 프로듀서로 한참 그 주가를 올리고 있는 마에시마 소우시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유망주인 마시코와 아나츠메를 맞아들여 발표한 싱글. 감각적인 비트 메이킹 위로 각자의 음색이 교차하며 펼쳐지는 시너지가 곡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효과적으로 활용한 샘플링이 댄스 뮤직의 감칠맛을 더하고 있으며, 중간중간 밀당하는 듯한 사운드의 강약 조절이 듣는 이를 지루할 새가 없게 만들고 있다. 좋은 콜라보레이션의 예. 


그린(GReeeeN) ‘流星のカケラ’
 일본에서 리메이크 해 아마존 오리지널로 공개되는 드라마 < 星から来たあなた(별에서 온 그대) > 의 주제가로 타이업 된 그린의 신곡. 사실 평소 그린의 노래들을 즐겨듣는 편은 아닌데, 인트로의 “빠바방”하는 무한궤도의 ‘그대에게’에서나 들었을 법한 신시사이저의 호쾌함에 금주 주간 제이팝으로 픽. 전체적으로 여태까지 해왔던 그들의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는 사운드 메이킹이 흥미롭다. 후렴이라고 굳이 사운드를 꽉 채우지 않고 오히려 비게 함으로서 포인트를 주는 작법이 아주 개취. 



[ALBUM]


바운디(Vaundy) <  裸の勇者 >

커리어 첫 EP로, 애니메이션 < 임금님 랭킹 >의 오프닝인 ‘裸の勇者’와 유튜브 콘텐츠 < THE FIRST TAKE >를 위해 미레이와 에메, 이쿠타 리라를 위해 제공한 ‘おもかげ’ 등 총 네곡을 알차게 묶어 냈다. 록 편성에 웅장한 현악 오케스트레이션을 얹어낸 ‘裸の勇者’, 통쾌한 펑크 스타일의 ‘二人話’ 등 전반적으로 밴드뮤직을 자신의 스타일대로 풀어낸 인상을 주는 결과물로 완성되어 있다. 세명의 하모니를 중심으로 전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그루비한 팝 록으로 풀어낸 ‘おもかげ’도 인상적.


이리(iri) < neon >

참 보면 그도 소처럼 일하는 뮤지션 중 한 명인듯 싶다. 작년에 데뷔 5주년을 맞았으니, 거의 1년에 한 번씩 정규앨범을 선보인 셈. 그렇게 다섯번째 스튜디오 작품이 되는 신보는, 자신의 원점을 돌아봄과 동시에 코로나를 겪으며 변화된 자신의 생각을 숨김없이 풀어놓는 작품으로 자리한다. 몽환적인 사운드 스케이프로 스타트를 끊는 ‘はずでした’부터 네번째 트랙 ‘摩天楼’까지는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프로듀서 야플의 작품으로, 이어 마바누아, 칸 사노, 에스메 모리, 신 사키우라 등 역량있는 이들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자신의 퍼포먼스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약간 힘을 뺀 듯한 어프로치가 내추럴한 멋을 자아내는 ‘Waver’, 사운드의 질감이나 구성에서 예전 AOR의 뉘앙스를 어렴풋이 느껴볼 수 있는 ‘はじまりの日’, 고즈넉한 무드로 포키한 감성을 살린 ‘雨の匂い’ 등 이전보다 한층 그 폭이 넓어진 아티스트의 음악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작품. 이번만큼은 ‘장르’에 앞서 ‘아티스트 본인’이 보다 전면에 등장해 있는 느낌이랄까. 


아이(AI) < DREAM >

어느덧 열두번째 정규작이 되는 본 작품은, “매력있는 사람과 협업을 하면, 힘을 얻어요. 사람이 나를 움직이게 해주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죠.”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이 주축이 되어 있다. 처음부터 압도적인 스케일로 듣는 이를 홀리는 발라드 ‘アルデバラン’는 ‘さくら’로 유명한 모리야마 나오타로의 곡,.감성적인 피아노 선율을 기저에 둔 댄서블한 사운드 ‘IN THE MIDDLE’은 미우라 다이치의 손길이 묻어 있으며, 그의 소울풀한 음색이 트렌디한 사운드와 멋진 하모니를 보여주는 ‘THE MOMENT’는 랩 신의 신진 세력인 옐로우 벅스의 작품. 


이처럼 여러 뮤지션과 작업한 곡들이 앨범을 구성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블랙뮤직이라는 기조 하에 훌륭한 통일성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어느덧 20년의 활동을 훌쩍 넘긴 그의 경험치가 멋진 결과물로 환원되어 있는 만큼, 일정 이상의 완성도를 보장하고 있는 결과물. 


슈퍼 비버(SUPER BEAVER) < 東京 >

“우리는 우리의 갈 길을 간다!”라는 기조를 다시 한 번 선명하게 각인시키는 밴드의 메이저 재계약 후 2번째 작품. 도무지 서로를 믿을 수 없는 혐오의 시대에서, 다시금 인간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모두에게 보내는 12곡의 인생찬가가 듣는 이의 마음을 뜨겁게 지펴줄 준비를 끝낸 상태다. 각자의 장소에서 땀 흘리는 모두에게 분명 그 노력은 보답받을 것이라 주창하는 ‘ロマン’, 상처가 없는 사람은 없다며 정직하게 발버둥치는 것이 삶의 본질이라 이야기하는 ‘人間’ 등 시부야 류타의 인생론은 점점 인생과 사람에 대한 희망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한줄기 빛과 같이 사람들을 비춰주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슈퍼 비버라는 밴드의 존재감과 인기가 최근 들어 눈에 띌 정도로 높아지는 것일지도. 개인적으로도 이런 뜨거운 앨범, 너무 오랜만이고 가슴 깊숙이 환영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서니 카 워시(SUNNY CAR WASH) < ハネだ!ハネだ!ハネだ! >

인디 신에서 알음알음 인지도를 쌓아가며 활동하던 밴드의 처음이자 마지막 앨범. 그들을 우연찮게 봤던 것이 2018년 시모키타자와 클럽을 중심으로 진행했던 페스티벌 < 시모키타자와니테(下北沢にて) >에서 였는데, 사실 그 땐 약간 안디모리에 가까운 음악을 하는 밴드 정도의 느낌이었다. 작년 말에 이미 해산 라이브를 한 상태라는 것을 이 작품을 들으며 알게 된 상황. 재미있게도 해산 후에 그들의 첫 정규작이 나온 셈이다. 나름 밴드 생활을 집대성한 14곡의 트랙이 러닝타임을 장식하고 있으며, 기타 록을 중심으로 청춘을 섬광처럼 돌파한 그들의 족적이 한 곡 한 곡 묻어 있다. 밴드는 여정을 멈추었지만, 이 작품을 들은 누군가는 또 기타를 잡겠지. 라는 생각이 문득.
 

미와(miwa) < Sparkle >

리드곡 ‘Sparkle’에서 들려오는 트렌디한 팝 사운드가 신보에 대한 의욕을 엿보게 한다. 싱글은 종종 선보였지만 앨범을 들고 나온 건 < SPLASH☆WORLD >(2017) 이후 5년 만. ‘기타를 멘 싱어송라이터’의 이미지는 최근의 작품들을 통해 많이 탈피했지만, 이젠 완연히 ‘팝 뮤지션’으로서 구사하는 구질의 한계를 두지 않겠다는 의도가 강하게 느껴지는 6번째 정규작. 이번도 대부분 그의 오랜 파트너인 나오키-티(NAOKI-T)와 함께 한 곡들로 구성되어 있으나, 록과 댄스뮤직, 발라드와 컨트리 등 다양성 측면에서는 분명 진일보했다는 것이 개인적인 감상평. 


마유무라 치아키(眉村 ちあき) < ima >

자칭 ‘스스로 기타치며 노래하는 트랙 메이커 아이돌’ 마유무라 치아키의 신보. 무려 73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다채롭게 구성된 테마파크를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하는 작품이다. 마치 라이브에 있는 듯한 무드가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KARAAGE WARS’, 힘 있는 가창이 호소력을 불러 일으키는 ‘悪役’, 본인의 보컬 트랙을 악기와 같이 활용해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寝かしつける’, 6/8박자를 기반으로 풍성한 선율감을 선사하는 ‘旧石器PIZZA’ 등 음악에 대해 진심으로 마주하는 그의 성장기가 설득력 있게 담겨 있다. 


알리(ALI) < INGLOURIOUS EASTERN COWBOY >

리더 레오(LEO)를 포함한 전원 혼혈 멤버로, 그루비한 빅 밴드 뮤직을 구사하며 일약 음악 마니아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밴드 알리. 작년 불미스러운 사건을 계기로 잠시 멈춰섰던 밴드의 재시동을 알리는 미니앨범이다. 듀오 크리피 넛츠의 알-시테이, 성우이자 배우이기도 한 키무라 스바루, 재즈 트럼펫 연주자로 유명한 쿠로다 타쿠야 등 협업을 통해 탄생한 곡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 어느 깊숙한 곳에 있는 재즈 클럽에서 열심히 땀 흘리며 퍼포먼스를 펼쳐보이는 그들의 열기가 손에 잡힐듯 생생히 구현되는 그 현장감이 맘에 든다. 알리라는 밴드의 장점이 부족함 없이 담겨 있는 만큼, 이 밴드를 알지 못했던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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