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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Jan 29. 2018

제이팝 신보 소개(1월 마지막주)

굉장히 추운 한주였습니다.

살다살다 이렇게 체감온도가

낮은 해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요.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주였으나

어쨌건 삶은 지속되어야 하기에 ㅠㅠ


돌아오는 금요일엔 원 오크 록 공연이 예정.

라이브가 특히 좋은 팀이니,

시간 괜찮으신 분들은 많이들 가셔서

일본 록의 현재를 체감하시기 바랍니다!


아, 그리고 지난주에 취재했던

차이 인터뷰/라이브레포트는 수요일

토리코 인터뷰/라이브레포트는 일요일에

각각 업데이트 예정이니

이쪽도 참고를 부탁드립니다-



SINGLE

킨키 키즈(KinKi Kids) ‘Topaz Love/Destiny’ 1/24


쟈니즈의 아티스트 노선을 책임지고 있는 유일무이한 그룹 킨키 키즈. 개인적으로 고등학생 시절 열심히 들었던 그런 그들인데, 어느덧 활동 21년째를 맞았다. 아 세월 무상....


프로모션 곡 중 하나인 'Topaz Love'는 도모토 츠요시가 작사를, 도모토 코이치 작곡을 맡으며 이젠 완벽한 싱어송라이터 그룹으로 거듭났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트랙이기도 하다. 전혀 다른 각자의 파트를 한 소절 안에서 절묘하게 녹여내는 구성이 곡의 백미. 다소 마니악한 선율을 구사하는 츠요시 대신 코이치의 감각이 이런 싱글에는 더 어울리는 것 같기도. 이러나저러나 이 형들은 늙지도 않아...

공식 PV를 쓸 수 없는 관계로 CDTV 라이브를 ㅠ

게스노키와미오토메(ゲスの極み乙女)

‘戦ってしまうよ’ 1/24


피지컬 싱글로는 'オトナチック/無垢な季節' 이후 2년 3개월만의 작품. 워낙 카와타니 에논이 열일을 하고 있는 요즘이라 그런지, 신시사이저가 긴장감있게 흐르는 인트로만 들어도 창작의 감이 바짝 살아있는 것이 느껴진다. 'あなたには負けない'를 통해 그룹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 반면, 이 곡에선 입체감 있는 편곡과 타이트한 연주, 중독성 있는 훅 등 원래 잘했던 것들을 최대치로 펼쳐놓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ロマンスがありあまる' 같은 노래를 즐겨들었다면 취향저격 당할지도. 곡의 완성도도 대단하지만, 공간감각을 완전히 붕괴시키는 뮤직비디오와 함께 하면 그 매력이 한결 더해지리라 생각한다.


크로스페이스(Crossfaith) ‘Wipeout’ 1/24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순간, 어느덧 여름 록페의 한가운데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인트로의 묵직한 기타리프와 함께 쏟아지는 래핑부터 시작해, 후렴까지 자연스럽게 절정으로 분위기를 끌고 가는 벌스, 스피디하게 달리다가도 잠시 숨을 고르며 헤드뱅잉 타임을 선사하는 완급조절 등 자신들의 에고를 전혀 진부하지 않게 풀어낸, 그야말로 러닝타임 동안만큼은 철저히 관객을 자신의 꼭두각시로 만들어 버릴 파괴력을 가진 곡이다. 최근 몇 년간 곡의 매무새가 눈에 띄게 좋아진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 성장의 정점을 찍는 트랙. 밴드의 또다른 시그니쳐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

시미즈 쇼타(清水 翔太) ‘Good Life’ 1/24


남성 알앤비 신의 대표주자이자 숨어 있는 음원강자이기도 한 시미즈 쇼타의 새해 첫 싱글. 영미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일본의 블랙뮤직신이기에, 우리나라의 힙합이나 알앤비와 비교해도 크게 위화감이 없는 사운드를 구사하고 있어 제이팝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 곡이 아닌가 싶다. 간결한 비트 중심의 반주를 지휘하는 리드미컬한 랩/보컬은 그의 표현력과 박자감각을 포함한 보컬역량을 높게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자신의 밝은 미래를 정적이면서도 굳건히 소망하는 그의 'Good life'론을 듣고 싶다면, 조용히 귀 기울여 보도록 하자.  


주주(JUJU) ‘東京’ 1/24


지금에 와서 이런 전형적인, 그리고 엔카스러운 마이너 발라드를 굳이 불러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재즈 앨범에서 보여준 어프로치라던가, 작년 코바야시 다케시 프로듀스 체제 하에 낸 'いいわけ' 같은 곡들에서 보여준 업템포 넘버에서의 보컬 퍼포먼스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굳이 자신의 장점을 다 상쇄시키는 이런 올드한 슬로우 트랙을 선보일 필요가 있나 싶다. 다양한 캐릭터를 가져가고 싶은 욕심은 이해하나, 꽤 긴 커리어를 지나왔음에도 자신만의 노래가 아닌, 각 장르에 적합한 스타일의 보컬을 참조해 부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자체가 갈 길을 잘못 설정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런 스타일의 노래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영역으로 남겨주기를, 간곡히 바랄 뿐.



ALBUM

유니즌 스퀘어 가든(UNISON SQUARE GARDEN)

< MODE MOOD MODE > 1/24


'シュガーソングとビターステップ'의 히트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해 이제는 명실상부 홀/아레나 투어급 밴드로 성장한 유니존. 하이톤의 보컬과 화려한 연주 및 퍼포먼스, 여기에 활발한 애니메이션 타이업을 통해 자신들만의 기반을 단단히 굳힌 뒤 선보이는 새앨범. 어느때보다도 많은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느낌이다. 팝밴드로서의 지향점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君の瞳に恋してる'를 들어보면 자신들에게 향해 있는 관심을 최대한 대중적으로 풀어보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투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의 메인스트림 팝록에 대한 개념을 정의하고 싶다면, 이 앨범이 그에 대한 대답을 건네줄 확률이 높지 않을까 싶다.


AKB48

< 僕たちは、あの日の夜明けを知っている > 1/24


오리지널로는 어느덧 여섯번째 앨범. 나만의 최고작으로 꼽는 < 1830 > 이후의 결과물은 다 그게 그거 같아서 몇번 듣다가 스루하곤 했는데... 이번에 이거 쓰려고 각 잡고 들어보니 이 앨범, 나름 괜찮다. 엔카 스타일의 'シュートサイン', 신스팝 '誰のことを一番 愛してる?',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업템포 '#好きなんだ', 70년대 시티팝 스타일의 '11月のアンクレット' 등, 기존 싱글곡들이 천편일률적이지 않은 동시에 완성도까지 준수한 덕분. 후반부의 신곡들도 무리수가 없이 편안한 곡들이라 점 또한 좋다. 최근 상대적으로 노기자카나 케야키자카에 힘이 실리는 탓인지 뭔가 과하다 싶을 때가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불편함을 오히려 힘을 뺀 이 작품이 메워주는 것 같다. 간만에 AKB 앨범을 들으며 출퇴근길에 올라볼까나.


더 페기즈(the peggies)

< superboy! supergirl!! > 1/24


걸밴드신의 차세대 주자로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중인 더 페기즈. 카나가와 현 출신의 95년생 동갑내기 세 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팀인데, 이 쪽도 중학생 때 밴드부를 계기로 지금의 체제를 갖추었다고 하니 일본의 실질적인 밴드 양성소는 방과 후 활동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이 작품은 메이저 데뷔 후 처음으로 내놓는 미니앨범으로, 패기 넘치는 신입사원의 출사표 같다고 하면 적절한 비유이지 싶다. 선율을 강조한 로큰롤 트랙에서, 셔플 리듬을 기반으로 신시사이저를 가미한 넘버, 키보드를 전면에 내세운 발라드까지. 전체적인 러닝타임의 구성이 굉장히 좋은 작품이다. 특히 '遠距離恋愛'에서의 하향지향의 후렴 전개에는 소소한 충격을 받았을 정도. 감상이 거듭되며 나도 모르게 홀려가는 과정 중에 있는, '자신들을 주목하라!'라고 외치는 듯한 준작.  

피플 인 더 박스(People In The Box)

< Kodomo Rengou > 1/24


작년 최애 밴드 챠토몬치의 하시모토 에리코와 함께 콜라보작을 발매한 덕분에 필자에게도 낯익은 하타노 히로후미가 이끄는 피플 인 더 박스. 최근 작품활동이 좀 뜸하긴 했는데, 그 정적을 깨는 정규작이 3년 반만에 발매. 각 트랙의 만듦새가 범상치 않아 확실히 듣는 재미가 확실함과 동시에, 대중성도 겸비하고 있어 새로운 소리의 체험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이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작품이다. 밴드는 형태일 뿐 본질이 아님을 알려주는, 장르의 벽을 간단히 허무는 음악집단의 창작력이 흘러 넘치는 프레시한 한 장.


디지 선피스트(Dizzy Sunfist)

< DREAMS NEVER END > 1/24


이 팀도 최근에 이야기가 많이 되는 밴드다. 현존하는 어떤 팀에도 꿀리지 않을 하드록 사운드와 꿈을 믿고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동반한, 어떻게 보면 일본에 있는 전형적 스타일의 팀이기도. 그래서 그런지 이 두번째 정규작은 장점과 단점이 비교적 명확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순도 높은 밴드 사운드와 단단한 보컬이 결합되어 빚어내는 스트레이트함은 팀이 가진 최고의 무기이나, '그것 말고는 또 무엇이 있는가'라고 하면 선뜻 대답하기가 어렵게 느껴지는 탓이다. 아무래도 선율 측면에서 확실한 시그니처 트랙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할텐데, 그러기엔 멜로디의 타입 또한 그리 다양하지 않은 것 같아 다소 걱정이 되는 바이다. 꿈을 향해 가기 전 한계를 돌파하는 것이 이들에게 주어진 우선 과제가 아닌가 싶다.   


브라이언 신세카이(BRIAN SHINSEKAI)

< Entree > 1/24


브라이언 더 선이라는 밴드도 있어 다소 헷갈리나, 나름 일렉트로 팝 신의 차세대 주자로 거론되고 있으니 확실히 기억해두길 바란다. 작사/작곡/편곡/믹싱/마스터링까지 홀로 도맡으며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재능을 뽐낸 그의 첫 작품은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만들어내는 현재와 같은 음악들로 듣는 이의 청감각을 붙들어 맨다. 뉴웨이브, 펑크(Funk), 디스코, EDM 등 다양한 소재가 한 곳에 어우러져 있어서 그런지, 세대 구분 없이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일렉트로니카 팝 앨범으로 자리하는 인상이다. 각 음악들의 에센스를 조합해 자신만의 체취가 담긴 향수를 만들어 내는 데 능함을 증명한 그의 첫 정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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