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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Apr 08. 2022

[22-04-02] 주간제이팝

호시노 겐, 수퍼플라이, 즛토마요, 시이나 링고 등

[single]


호시노 겐(星野 源) ‘喜劇’

요 몇년간 발표한 싱글들을 들으며 느끼는 것은, 머지 않아 나올 새 앨범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음악성을 가진 작품이 되리라는 사실. 애니메이션 < 스파이 패밀리 >의 엔딩곡으로 타이업 된 신곡은, 그만의 인생 무의미론을 기반으로 사사로운 행복을 찾아나가며 인생을 ’희극’으로 만들어나가자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얕게 흩어지는 빈티지한 신시사이저와 둔탁한 비트의 조합을 기초에 두고 대화를 하듯 이어나가는 그의 발화가 어느때보다도 자연스럽게 울려퍼진다. 동시에 새로운 사운드로의 실험, 그 연장선상에 있기도 한 트랙.  


수퍼플라이(Superfly) ‘Voice’

비장한 합창이 포문을 여는, 데뷔 15주년을 맞아 자신의 결의와 희망을 담은 신곡. 일본을 대표하는 보컬리스트인 만큼 가창에서의 퍼포먼스는 여전히 나무랄데 없으며, 대규모 오케스트레이션을 기반으로 전개되는 그 웅장함이 듣는 이를 압도하는 형국이다. 선율은 살짝 우리나라의 90년대 후반 ~ 00년대 초반을 떠오르게 하는 그런 익숙한 ‘가요’스러움으로 무장하고 있어 괜시리 반갑게 느껴지기도.


즛토마요나카데이이노니。(ずっと真夜中でいいのに。) ‘ミラーチューン’

조금 더 필리소울의 풍성한 사운드와 그루브를 실어낸 신곡. 중간에 삽입되는 브라스가 더욱 흥을 돋우며, 전체적인 사운드 밸런스도 최상급이다. 중간중간 싱커페이션으로 변화를 주는 가창이나, 음성을 콜라주 형식으로 덧붙여 표현하는 간주 등 아이디어나 시도 또한 아낌없이 쏟아붓고 있어 잠시간의 가창으로도 풍요로움이 느껴질 정도. 최근 이어가는 시티팝이나 블랙뮤직과의 단단한 결속이 느껴짐과 동시에, 더더욱 그 완성도를 높여가는 그의 행보가 놀라울 뿐.


시이나 링고(椎名 林檎) ‘いとをかし’

피아노 한 대만으로 곡을 전개해나가는 데도 좀처럼 비는 구석이 없다. 시이나 링고 명의로 2년만에 내놓는 신곡은, 오로지 피아노 연주만을 대동한 채 다양한 주법과 코러스 만으로 자신이 의도하는 기승전결을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다. 클래시컬한 터치를 대중음악과 기가 막히게 연결해 내는 그 재능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 간만의 솔로 작품임에도 이 정도로 과감한 한 수를 내밀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사그라다 파밀리아(Suglawd Familiar) ‘Reflection(feat. Vanity K, Oichi, XF MENEW & OHZKEY)

아직도 건축 중에 있는 성당의 이름을 딴 오키나와 출신의 힙합 크루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선보이는 새 싱글. 2021년 고등학생 신분으로 선보인 ‘Longiness’가 SNS을 중심으로 바이럴 히트하며 자신들만의 영역을 마련한 후, 학생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려는 그들의 의지가 엿보이는 결과물이다. 비트는 붐뱁 기반의 단순한 루프를 반복하고 있으나, 래퍼들 간의 스타일이 명확하고 랩 프로덕션도 탄탄해 확실히 듣는 재미가 있다. 최근 에이위치가 오키나와 출신 래퍼로 그 명성을 드높이고 있는데, 이들 역시 그 뒤를 이어 고향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


펜트하우스(Penthouse) ‘流星群’

도쿄대학 내 음악서클에서 만난 이들이 결성해 2018년 부터 ‘일상을 세련되게 물들이는 음악’을 모토로 활동 중인 6인조 밴드의 신곡. 학력도 학력이거니와 대부분 직장인으로 일하면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투잡’ 뮤지션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고 음악이 무르면 그 대단한 빅터에서 눈독 들일일도 없었을 것. 블랙뮤직을 기반으로 한 리드미컬한 연주와 남녀 보컬의 앙상블이 듣기 편안한 소리를 빚어내고 있다. 전반적인 뉘앙스에서 스미카(sumika)가 연상되는 사운드이기도. 동시에 커리어 첫 지상파 드라마 타이업이기도 하다.


[ALBUM]


우노 미사코(宇野 実彩子) < All AppreciAte >

앨범 타이틀에서부터 소속 그룹이었던 AAA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듯 하다. 2021년을 끝으로 팀 활동이 중단된 상태에서 다방면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그의 근 3년만의 솔로 정규작. 워낙 일찍부터 홀로 서는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작품으로서도 완연한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토미 페브루어리6가 떠오를 법한 레트로 팝 ‘Candy’로 시작, 경쾌한 터치의 목가적인 팝 트랙 ‘Shall we?’, 그의 감성적인 보컬이 돋보이는 니시노 카나 스타일의 ‘Orange’ 등 자신의 음색과 감정으로 기존의 보편성을 다듬은 트랙들이 러닝타임을 장식하고 있다. 편하게 듣기 좋은 무난한 팝 앨범을 원한다면.


마코(MACO) < We Promised. >

섬세한 표현력을 기반으로 한 대중적인 트랙들로 견고한 지지를 받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마코가 3년 만에 선보이는 5번째 정규작. 자신 혹은 다른 이들과의 여러 약속들을 노랫말로 그려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만한 작품으로 자리하고 있다. 정석적인 슬로우 넘버인 ‘Promised’ 뿐만 아니라, 넘실대는 그루브를 기반으로 색다른 워딩을 보여주는 ‘運命共同体’, 블랙뮤직 기반의 트렌디함으로 무장한 ‘lonely’, 익숙함에도 가장 호소력 있는 구성을 보여주는 파워 발라드 ‘End Love?’ 등 차곡차곡 쌓아온 경험치가 다채로운 색채로 구현되어 있는 작품.


리드믹 토이 월드(Rhythmic Toy World) < ココロートの種 >

어느덧 다섯번째 미니앨범으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차근차근 만들어 온 자신들만의 록 사운드를 아낌없이 펼쳐내고 있는 7개의 트랙이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다. 몸을 들썩이기 좋은 리드미컬한 곡조가 와우 페달을 거친 디스토션과 맞물려 그 흥겨움을 배가시키는 ‘ゴーストタウン’, 정석적인 밴드 사운드에 자신들만의 변칙을 더해 스트레이트함을 극대화 한 ‘バーサーカーステップ’, 연인과의 관계를 드라마 제작에 비유해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ドラマ’ 등 내공을 기반으로 거칠 것 없이 돌진하는 그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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