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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Apr 19. 2022

[22-04-03] 주간제이팝

범프 오브 치킨, 히게단, 니쥬, 마이 헤어 이즈 배드 등

[single]


범프 오브 치킨(BUMP OF CHICKEN) ‘クロノスタシス’

시계바늘이 멈춘 듯한 느낌을 받는 현상을 빗대 소중한 이의 존재를 노래하는 범프의 신곡. 극장판 명탐정 코난의 주제가로 기용되기도 했으며, 록적인 색채를 누른 전자음 중심의 어레인지가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노래이기도 하다. 후렴구에 과감하게 코러스를 삽입한다거나, 기승전결의 흐름을 크게 가져가기 보다는 일정한 텐션 안에서 고저를 섬세하게 풀어낸 감정표현이 이들의 또 다른 일면을 엿보게 한다. 아주 살짝 심심하긴 해 아주 사알짝…


오피셜히게단디즘(Official髭男dism) ‘ミックスナッツ’

무난하게 갈 법도 한 구성이건만 퍼커션과 베이스가 난장을 펼치는 이 편곡이 정말 변태스럽게까지 느껴진다. 선율의 전개나 악기 구성에서 계속 변화를 주고자 하는 팀의 의지가 가득 담겨 있는 곡으로, 정말 이렇게 극단적인 어레인지를 보여주는 노래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산발적인 사운드를 자랑하고 있다. 그럼에도 선율이 중심을 단단하게 받쳐주고 있어 특유의 대중성만큼은 걱정하지 않아도. 개인적으로 요즘 즐겨보고 있는 애니메이션 < SPY x FAMILY >의 주제곡인데, 타이업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것도 놀랍고 이걸 받아줬다는 것도 놀랍네 그려.


아이코(aiko) ‘ねがう夜’

정말 한결같은 모습으로 꾸준히 활동을 이어 나가는 아이코의 신곡. 이번엔 업템포 카드를 꺼내 코로나로 인해 쳐져 있는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어떻게 보면 그가 항상 보여주던 그런 곡조이지만, 그것은 20년 이상 변함없이 이어오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그가 가진 가장 강한 힘이 아닐까. 이 노래 역시 ‘그에게 기대하는 것’이 조금의 오차 없이 풍성하게 담겨 있는 노래로 자리하고 있다.


마카로니엔피츠(マカロニえんぴつ) ‘星が泳ぐ’

오늘은 왜 죄다 아니메 타이업인거냐… 여튼 < 서머타임 레이더 >의 오프닝 테마로 낙점된 이들의 신곡은, 흡사 오아시스를 듣는 듯한 스트레이트한 디스토션의 울림이 시원스럽게 느껴지는 노래다. 전체적으로 마치 라이브에 와 있는 듯 그 음상이 생생하게 레코딩 되어 있으며, 격정적이면서도 여운이 남는 그런 멋진 록 뮤직을 선사하고 있다. 마침 거리두기도 해제된 시점에 록 페스티벌 가고픈 그 마음에 불을 지펴 주는 곡.


니쥬(NiziU) ‘ASOBO

그들만의 활기찬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낸 댄스 팝 튠으로, 하우스 뮤직과 모타운 사운드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트랙이라는 설명이. 근데 모타운 사운드는 딱히 잘… 후렴에 반영되었다면 반영되었다고 할 수도 있을 듯. 통통 튀는 듯한 신시사이저의 음색이 후렴의 멜로디와 잘 어우러져 하나의 구심점을 만들고 있으며, 진행되며 조금씩 살을 붙여나가 빵 터뜨리는 구성 역시 맘에 든다. 자신들이 캐릭터를 보다 명확히 굳혀 나가고 있는 모습.


료쿠오쇼쿠샤카이(緑黄色社会) ‘陽はまた昇るから’

긍정적으로 뻗어 나가는 멜로디로 하여금 ‘이건 나가야 하루코의 곡이구만!’하고 생각했던 나의 예상을 뒤집은 아나미 싱고 작곡의 노래. 나가야 하루코는 심지에 작사에도 참여 안 했… 현악 세션을 동반한 경쾌하고 밝은 팝 록 사운드가 특유의 시원스러운 음색과 함께 밝은 빛을 세상에 흩뿌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곡이다. 이것도 극장판 크레용 신짱의 타이업이네. 요즘 다들 힘들어서 그런지 뭔가 타이업 의존도가 더 커진 것 같기도 하고 ㅠ


펀피(PUNPEE) & 제이제이제이(JJJ) ‘Step Into The Arena’

트랙메이커이자 래퍼로 그 명성이 이미 드높은 두 아티스트의 첫 더블 네임 싱글. 최근 경향을 십분 반영한 타이트한 비트에 맞춰 미친듯이 달려나가는 제이제이제이의 래핑이 주목해야 할 지점. 소절에 따라 살짝살짝 변화하는 편곡이 듣는 이의 집중력을 끌어올리는데 한 몫하고 있으나, 결국 이 곡의 한방을 결정 짓는 것은 랩 그 자체의 에너지에 있다는 생각이. 곡이 금방 끝나길래 3분이 채 안되는 노래인가 하고 봤더니 3분 50여초의 러닝타임. 그만큼 지루할 새가 없다.


칠리 빈스.(Chilli Beans.) ‘マイボーイ’

최근 한참 라이징 중인 쓰리 피스 밴드의 첫 드라마 주제가 타이업으로, 코믹한 드라마에 맞춰 경쾌하고 가벼운 러브 송으로 마감질 되어 있는 디스코 리듬 기반의 팝 록 트랙이다. EP < Daydream >에서는 보여주지 못했던 그런 발랄한 캐릭터가 잘 투영되어 있는 작품으로, 자신들의 외연을 조금씩 넓히며 성장하고 있는 밴드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는 작품이다.


카네코아야노(カネコアヤノ) ‘わたしたちへ’

공간감을 반영한 보컬 믹싱과 거칠고도 섬세하게 심상을 그려내는 연주의 합이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고 있는 작품. 초반의 사이키델릭한 무드로 시작해 그 안개를 걷어내고 자연스럽게 그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사운드 전개가 인상적으로 다가오기도.


[ALBUM]

마이 헤어 이즈 배드(My Hair is Bad) < angels >

‘전곡 싱글 컷이 가능한 앨범을 만들고 싶다’라는 기분으로 임한 이들의 다섯번째 풀렝스작. 무엇보다 그들의 전작품이 이제서야 스트리밍 해금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반가울 따름. 폭발적인 에너지의 퍼포먼스와 섬세한 연애감정을 그려낸 가사의 대비야말로 이들의 매력인만큼, 이 작품 역시 공연을 하지 못한 그 기합을 모조리 앨범에 쏟아부은 덕분에 어느 때보다도 강한 몰입감을 선사해주고 있다. 더불어 이번 3월에 프론트맨이 시이키 토모미가 30살이 된 만큼, 20대의 마이 헤어 이즈 배드를 집대성하고 싶었다고. 그만한 각오에 부응하는 러닝타임임을, 조금만 들어봐도 바로 알 수 있을 것.


마에시마 소시(maeshima soshi) < yet >

오오츠카 아이와 게스노키와미오토메, V6와 소라네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와 협업하며 이르게 프로듀서로서 자리를 잡은 신세대 뮤지션의 두번째 정규작. 오토 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싱잉-랩이 밝은 무드의 곡조와 좋은 조합을 보이는 블룸 베이스 피쳐링의 ‘Swipe’, 럭키 테잎스의 타카하시 카이와 린네의 듀엣이라는 보기 드문 앙상블을 그만의 블랙뮤직으로 풀어낸 ‘So Far’, 조금은 철지난 힙합의 작법을 끌어와 다시금 세련미를 불어넣은 료후의 참여곡 ‘One day’ 등 다양한 이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기반으로 트랙 메이커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고 있다. 특히 욘욘이 참여한 'Found Me'에는 한국어 가사가 그대로 실려있기도.


아마자라시(amazarashi) < 七号線ロストボーイズ >

아키타 히로무의 시세계는 너무 깊고 넓어 가볍게 접근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 그의 생활의 터전이 되었던 아오모리의 풍경을 중심으로 그려나간 신보 역시 결코 가볍지 않은 그의 내면이 비장미 가득한 곡조를 등에 업고 인간이 가진 이성의 반대편을 서서히 잠식해 간다. 심장을 두드리는 듯한 강한 퍼커션이 그의 강인한 보이스 컬러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火種’, 눈에 보이는 풍경을 하나하나 묘사해가며 거기에서 느껴지는 어린 소년의 마음을 읊어 내려가는 ‘ロストボーイズ’, 앨범의 무대가 되는 아오모리를 직접적으로 가리키는 제목이기도 한 ‘かつて焼け落ちた町’ 등 언제나 그렇듯 잠시 다른 일을 멈추고 흠뻑 빠져서 들어야 진가를 알 수 있는 작품으로 완성되어 있다.


레이(rei) < QUILT >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로서 높은 음악성을 인정받고 있는 레이. 그의 신보는 세대를 뛰어넘은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협연으로 만들어져 있다. 즉흥적인 느낌의 연주가 의외의 생동감을 부여하는 료후와의 듀엣이자 앨범의  리드트랙 ‘QUILT’, 서구권을 중심으로 맹활약중인 밴드 챠이와 함께 발랄하고도 엉뚱한 느낌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CHOTTO CHOTTO’, 마치 CM 송을 듣는 듯한 확실한 포인트가 인상적임과 동시에 호소노 하루오미의 참여가 눈에 들어오는 ‘ぎゅ’ 등 여러 장벽을 허물고 단순히 ‘음악’만을 중심에 놓은채 파트너와 함께 자신들만의 것들을 찾아가는 그 모습들이 사랑스럽게 다가오는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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