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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Sep 05. 2022

[22-09-01] 주간제이팝

챤미나, 슈퍼플라이, 게스노키와미오토메, 야마, 더 레이븐스 등

[Single]


챤미나(ちゃんみな) ‘TOKYO 4AM’

초반부를 지나는 동안 마치 테일러 스위프트의 < Lover > 앨범 어딘가를 듣는 듯한 기시감을 느꼈다. 조금더 가볍게, 캐주얼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꺼내놓는 리드미컬함 가득한 신곡으로, 록적인 테이스트를 가미한 명확한 훅이 듣는 이를 단숨에 잡아챌 흡입력을 보유하고 있는 노래. 


슈퍼플라이(Superfly) ‘Presence’

축구를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 < アオアシ >의 주제가로 타이업 된 그의 3개월만의 신곡. 시원스레 곡 전반에 자리하는 현악세션과 후반부의 웅장함을 더하는 코러스 워크, 여기에 오치 시호가 가진 극강의 가창력이 만나면? 뭐 답은 이미 나와 있는 듯. 곡이 보유한 상승무드가 가슴을 뻥 뚫리게 함과 동시에 소년만화 특유의 희망찬 미래를 설득력있게 담아낸 작품. 


게스노키와미오토메(ゲスの極み乙女) ‘悪夢のおまけ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카와타니 에논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느낌이긴 한데. 도입부의 전개라던가, 일그러지는 효과를 준 사운드라던가, 낮게 웅얼거리는 카와타니 에논의 워딩이라던가, 난장을 만드는 간주라던가. 후렴의 캐치함 외에는 뭔가 그간 볼 수 없었던 요소들로 가득차 있다. 3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타이트하게 보여줄 것을 다 보여주고 미련 없이 퇴장하는 구성이 인상적. 


데님스(DENIMS) ‘way back’

요 몇년간 선보인 음악에 뭔가 포텐이 느껴져서 개인적으로 계속 주목하고 있는 팀이 이들인데, 이번 싱글 역시 담백하면서도 자신들만의 색은 확실히 보여주고 있어 점점 기대치를 높여나가고 있는 인상이다. 안정된 리듬과 연주를 기반으로, 가성과 진성을 오가며 캐치한 선율을 귀에 팍팍 꽂아넣는 밴드의 앙상블이 여간 흥미로운 것이 아니다. 가장 최근 앨범이 2019년이니, 조만간 나올 앨범을 존버해봐야지. 


케프라(ケプラ) ‘剣’

딴짓하다 우연히 플레이 된 곡인데, 듣다 보니 특유의 소박한 정서가 맘에 들어 소개를 한번 해볼까 한다. 2021년 7월 첫 미니앨범을 발매한 4인조 밴드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들이 발할 수 있는 꾸미지 않은 신선함이 느껴지는 노래다. 뭔가 화려함이 미덕이 되어버린 것 같은 시대에, 그저 떠오르는 대로 치고 노래하는 듯한 모습에 오히려 마음이 동하게 된다. 그렇다고 음악이 아마추어틱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 신인답지 않은 탄탄한 밴드 사운드와 대중적인 멜로디가 곡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점에 주목. 질리지 않아 몇번이고 들을 수 있는 노래란 바로 이런게 아닌가 싶다.


[ALBUM]


야마(yama) < Versus the night >

‘春を告げる’로 인한 갑작스런 스타덤이 본인 역시도 꽤나 당황스러웠나 보다. 작년 9월 첫 정규작 < the meaning of life >를 선보이며 완연한 프로 뮤지션으로 거듭난듯 했어도, 그 이면에는 아직까지 자신을 세상 앞에 드러내는 것이 무서웠다고 고백하는 그. 이번 신보는 그 두려움에 정면으로 맞부딪히며 파생되는 여러 감정들을 모아 만들어 낸, 성장에 대한 서사시라고 해도 무방할 듯 하다. 후디를 벗어던진 비쥬얼과 함께 많은 외부 아티스트들을 작곡진으로 맞이해 커리어의 새 장을 열어 젖히려는 의욕으로 가득하다. 


완벽을 기하기 위해 몇번씩이나 재녹음하는 평소와 달리 곡을 만들어 준 바운디의 열의를 떠올리며 단 3~4번에 녹음을 끝낸 업템포 팝록넘버 ‘くびったけ’, 카와타니 에논의 그루브가 자연스레 그의 몸 속으로 흘러드는 듯한 일체감을 선보이는 ‘スモーキーヒロイン’, 그가 어렸을 적 즐겨듣던, 지금은 그룹 디오스(Dios)의 멤버이기도 한 사사노마리이의 곡을 진심을 담아 전송하는 ‘ライカ’, 애시드맨의 오오키 노부오의 손으로 빚어낸 감동의 하모니가 여운을 남기는 ‘世界は美しいはずなんだ’ 등.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자신있게 발신하는 그의 변화된 애티튜드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코지코지(kojikoji) < Mining >

매력적이고도 트렌디한 음색으로 최근 힙합 신에서 피쳐링 일순위로 군림하고 있는 코지코지의 첫 정규작. 자신도 모르는 자신을 찾아 일상의 어쩔수 없는 불안과 자그마한 행복을 맞이하는 순간순간이 그의 보이스 컬러에 맞는 멜로우한 음상을 타고 공기처럼 떠도는 열한개의 트랙들이 듣는 이를 기다리고 있다. 전체적으로 과하지 않은, 말하듯 건네는 자연스러운 가창이 러닝타임을 채우고 있으며, 드라마틱한 자극을 주는 탄산음료보다는 시간이 지날 수록 진하게 우러나는 차 한잔을 생각하면 좋을 듯 싶다. 


모리 나나(森 七菜) < アルバム >

2017년 데뷔해 배우 겸 성우로 이미 화려한 커리어를 쌓아온, 우리나라에서는 애니메이션 < 날씨의 아이 >의 아마노 하나, 드라마는 < 이 사랑 데워드릴까요 >의 이노우에 키키 등으로 인지도를 쌓은 모리 나나. 첫 정규작은 그야말로 화려한 작곡진을 동반한 호화로운 결과물로 자리한다. 대신 듣다가 ‘이거 ~~가 만든거 아닌가?’라고 생각이 들면 빼박 그 아티스트의 이름을 크레디트에서 발견하게 되는 결과가… 


누가 들어도 아야세의 작법이 떠오르는 특유의 반주와 멜로디 전개가 나름 괜찮게 어우러지는 ‘深海’, 창법의 세세한 부분까지 카피해 완벽히 원작자로 빙의한 코레사와 작곡의 ‘君の彼女’는 시작점일 뿐. 왠지 모르게 푸르름과 순수함이 공존하는 듯한 청명한 곡조가 매력인 ‘愛のしるし’에서는 스피츠의 쿠사노 마사무네, 나른한 무드의 알앤비에는 키키 비비 리리(kiki vivi lily), 스케일 큰 미스치루 풍 록 발라드 ‘カエルノウタ’엔 코바야시 타케시, 여운을 주며 앨범을 닫는 ‘bye-bye myself’는 모리야마 나오타로… 뭐 이런 앨범은 설명할게 많아서 글로 쓰기는 좋은데… ㅎㅎ 결국 이런 성우나 배우 출신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클리셰를 답습하고 있는 작품이다. 가수 본인의 존재감이 참여한 아티스트들에 가려지는 것이 조금은 안타깝기도. 그의 탓만은 아닐듯. 


젯타쿤(ぜったくん) < Bed in Wonderland >

작년 10월에 메이저 데뷔를 완수한 그 역시 이번이 첫 풀렝스 작. 보사노바가 가미된 리드미컬한 곡조에 싱잉-랩을 맛깔나게 곁들이는 ‘ビュンビュン逃飛行✈’에서 그의 자유로운 음악영혼의 전조를 확인할 수 있다. ‘게임을 좋아하는 “은둔형 마일드 래퍼”(ゲーム大好きな“巣ごもり系マイルド・ラッパー”)’를 표방하는, 그만의 정의할 수 없는 세계가 35분 동안 정돈된 듯 어지러진 듯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뮤지션으로서의 거창함보다는 ‘보통 사람의 생활감’을 테마로 했다고. 


앞서 언급한 피쳐링 일순위 코지코지가 어김 없이 작품에 플러스 알파를 더하는 부유감 넘치는 슬로우 넘버 ‘Midnight Call’, 레트로한 신시사이저와 트럼펫, 타격감 있는 비트를 동반해 짝사랑하는 이에 대한 망상을 주제로 한 ‘味噌つけてキュウリ食べたい’, 피아노 연주가 자신 나름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자아내는 ‘Gaming Party Xmas’ 등 발랄하고 통통튀는 위트로 무장한 작품이다.  


더스트셀(DUSTCELL) < Hypnotize >

K-POP에 영향을 받았다 공언하는 보컬 에마와 제작 미스미의 유닛 더스트셀. 커리어 상 처음이 되는 미니앨범엔 특유의 치밀하게 짜여진 고양감 넘치는 사운드가 그들의 장점으로 잘 구현되어 있다. 진행될 수록 질주감을 더해나가는 ‘蜜蜂’, 디스토션 기타를 통해 보다 강한 어프로치를 시도하는 ‘不成者’, 키보드와 보컬의 상이한 반복 프레이즈를 겹쳐내 심플하면서도 그 안에 입체감을 더해낸 ‘どした?’와 같은 곡에서 이들의 뚜렷하고도 일관성 있는 정체성을 느껴볼 수 있을 터. 


더 레이븐스(THE RAVENS) < ANTHEMICS >

레이븐스라는 이름은 생소할지 몰라도, 드래곤 애쉬나 후루야 켄지라는 이름이 어색한 일본음악 마니아는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2015년 당시 후루야 켄지, kj가 솔로활동을 하던 당시 라이브를 위해 결성한 밴드로, 레이븐스로서 작품은 2020년 ‘Golden Angle’ 이후 처음이기도 하다. 같은 팀의 사쿠라이 마코토를 필두로 페이 머니 투 마이 페인의 파블로, 야마아라시의 타케시, 슈로더-헷즈의 와타나베 슌스케가 멤버로 자리하고 있다. 


초반부를 듣다보면 스트레이트함 보다는 차근차근 곡을 전개해 나가며 다이나믹함을 불려나가는 것이 호소미 타케시가 하이애투스를 이끄는 것과 살짝 겹쳐보이기도. 장중한 키보드 선율과 탐 위주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드러밍이 이들의 음악적 특징을 단번에 들려주는 ‘楽園狂想曲’을 통해 이들의 성향을 우선적으로 파악한 후 전곡을 감상해보는 것이 좀 더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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