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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Sep 13. 2022

[22-09-02] 주간제이팝

엘레가든, 원 오크 록, 즛토마요, 크리피 넛츠, 폴카돗 스팅레이 등

[Single] 


엘레가든(ELLEGARDEN) ‘Mountain Top’

믿겨지는가? 위에 쓰여진 이름이. 2018년 재결성 후 간간이 라이브 활동을 이어오던 그들이 올 초 새앨범 제작 개시를 선언한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싱글이자 무려 16년만의 신곡이다. 모두가 기대했던 그런 질주감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지만, 그간의 세월과 경험이 만들어 낸 무게감이 새로운 엘레가든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어 개인적인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는 중. 미국에서 이미 녹음은 모두 마무리한 것 같고,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시점. 이 노래로 잠시 그 갈증을 달래보자. 


즛토마요나카데이이노니。(ずっと真夜中でいいのに。) ‘消えてしまいそうです’

내 기준 올해 가장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아티스트의 놓칠 수 없는 신곡. 이번엔 살짝 완급을 조절하며 보다 능숙한 운영을 보여주고 있다. 혼 세션의 적극적인 개입과 살짝 일그러진 채 반복되는 피아노 루프가 사운드의 핵심. 특유의 그루브를 놓치지 않음과 동시에 또 다른 방향으로의 전진을 봉주고 있는 싱글이다. 숨을 고르는 인상임에도 이 정도의 완성도라는 것이 놀라움 따름. 애니메이션 영화 < 雨を告げる漂流団地 >의 주제가로 타이업 되어 있기도. 


에이루(eill) ‘フィナーレ。’

라이트노벨 원작의 애니메이션 < 夏へのトンネル、さよならの出口 >의 주제곡으로 타이업된 에이루의 신곡. 미디엄과 슬로우를 살짜기 걸치는 차분한 템포와 곳곳에 변주를 준 편곡이 맞물리며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구성이 자뭇 흥미롭다. 선율 및 기본적인 뼈대는 철저히 팝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일렉기타와 현악 세션 및 EDM의 요소가 예상치 못한 곳을 채우고 있어 실험적인 면모를 대중성과 잘 조화시킨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ALBUM]


원 오크 록(ONE OK ROCK) < Luxury Disease >

통산 열번째 정규작이자 미국 레이블인 < Fueled by Ramen >과의 계약을 통해 미국으로 거점을 전환한 후 세번째 작품이다. 많은 이들이 기존의 장점을 배제하고 영미 시장에의 도전을 기반에 둔 < Ambitions >(2017)와 < Eye of the Storm >(2019)에 우려를 표했던 것도 사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풀렝스는 지금 위치에서 마침내 명확한 정체성을 구축한 결과물임과 동시에 전체 커리어를 통틀어 최고 걸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자리한다. 대중들이 납득할만한 로킹함을 되찾은 것은 물론, 여러 영미의 트렌드 및 유산과 적절히 배합하며 두번째 챕터에서의 완성형을 자신 있게 내밀고 있기 때문.


점점 고조되는 선율의 상승감과 가슴이 뻥 뚫리는 통렬함으로 치환하는 타카의 보컬이 인상적인 ‘Neon’, 마치 퀸과 마이 케미컬 로맨스(물론 MCR도 퀸의 적자이긴 하지만..)의 중간 지점을 노린 듯한 스펙터클한 어레인지가 이들의 유연함을 엿보게 하는 ‘When They Turn the Lights On’, 전작 < Eye of the Storm >의 장점이었던 크로스오버 스타일을 보다 심화한 느낌의 ‘Free Them’, 완연한 하드록 스타일의 슬로우 넘버를 선보이며 ‘Heartache’를 잇는 명 발라드로 자리할 것 같은 ‘Your Tears Are Mine’ 등. 흔히들 이야기하는 걸작 < Niche シンドローム >(2010)가 일본 안에서 통용되는 공식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면, 이 작품은 국경의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어 그들이 그렇게 원하던 ‘인터내셔널’ 측면의 성과를 명확히 보여주는 한 장. 역시 그들은 결과물로 증명하는 팀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크리피 넛츠(Creepy Nuts) < アンサンブルプレイ >

유쾌한 모습으로 설득력 있는 스토리텔링을 펼쳐 보이는 듀오의 1년만의 새앨범. 랩과 힙합을 기반에 두고 있지만, 딱히 한계를 두지 않고 자유롭게 여러 요소들을 가져와 자신들의 음악으로 체화시키는 매력은 여전하며, 알 시테이의 에너저틱한 퍼포먼스 역시 개개인의 현실과 연결시켜 강력한 공감대를 파생시키고 있는 느낌. 자전적인 이야기처럼 다가오는 댄서블한 비트의 ‘2way nice guy’, 라디오 프로그램을 계기로 이루어진 콜라보레이션이 각자의 매력을 듬뿍 담아내고 있는 ‘ばかまじめ’, 알 시테이가 가진 래퍼로서의 역량을 십분 체감할 수 있는 ‘友人A’ 등 틀에 갇혀 있지 않은 그들 특유의 개성이 가득 담겨 있는 작품.


폴카돗스팅레이(ポルカドットスティングレイ) < 踊る様に >

이들의 데뷔곡 ‘テレキャスターストライプ’를 들었을 때만 해도 정말 차세대 록 스타로 성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졌었지만, 근 5년에 걸쳐 데뷔곡과 첫 정규작을 넘어서는 작품을 만나보지 못해 유난히 아쉬움이 컸던 이들이 바로 이 팀이었다. 다행히도 네번째 앨범이 되는 이번 결과물은 그간의 개인적인 아쉬움을 싹 씻어내는 수작이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즈쿠의 음색이 맘껏 발휘됨과 동시에 구성에 있어서도 드라마틱한 맛을 잘 살려내고 있는 ‘青い’와 ‘SURF’의 공이 크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여튼 이번에 특히 그들의 타이트한 사운드와 캐치한 선율, 시즈쿠가 가진 보컬의 3요소가 잘 맞아떨어졌다는 것이 중론. 나와 같이 팀에 대해 살짝 실망하고 있었던 이들이라면 다시금 사그러들었던 애정에 불을 지필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이너져니(インナージャーニー) < インナージャーニー >

2019년에 데뷔해 코로나 시기를 거쳐 3년만에 첫 정규작을 선보이는 밴드의 첫 발걸음에 주목해보자. 아는 이들은 의심하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지만, 안디모리(andymori)의 곡 제목을 따다 붙인 밴드명이라는 점에서 팀의 정체성이 어느 정도는 발각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심플한 록 사운드를 기반으로 보컬 카모시타사라의 심지 있는 보컬이 단단히 그 뿌리를 구축함과 동시에, 자신들의 매력과 장점을 열 개의 수록곡들이 설득력 있게 구현하고 있다.


안디모리의 팬들이라면 ‘夕暮れのシンガー’가 정말 친숙하게 들려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그도 그럴 것이 워딩의 측면에서 카모시타사라가 정말 오야마다 소헤이의 팬이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완벽하게 구현해 내고 있으니 말이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자신들이 애정해 마지 않았던 선배들의 그림자가 다소 과하게 느껴지는 순간들도 있지만, 자신들의 섬세한 감성을 전면에 내세운 ‘わかりあえたなら’라던가 심플하면서도 각 악기의 매력을 잘 살리고 있는 소박한 정서의 ‘すぐに’와 같은 곡에선 확실한 오리지널리티를 내비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 갈지가 기대되는 팀. 


배드 합(BAD HOP) < BAD HOP HOUSE 2 >

현 일본 힙합 신에서 가장 좋은 기세를 보이고 있는 크루 중 하나인 배드합의 컴필레이션 작품으로, 같은 타이틀의 투어 중에 발표한 8곡 들이 EP다. 여름이 끝나가는 지금 시점에 어필할만한 칠(Chill)한 사운드를 중심으로 한 각 트랙들이 여러 소속 래퍼들의 정체성과 맞물려 다채로운 색을 내뿜고 있으며, 다소 강한 모습만을 접해왔던 이들에게는 새로운 면모를 어필할 수 있는 앨범으로 자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차분하면서도 멜로디어스한 곡조가 앨범의 지향점을 가장 잘 함축하고 있는 정서가 러닝타임을 감싸는 ‘Casablanca’, 트렌디한 플로우를 십분 활용해 듣는 이의 감각을 잡아채는 ‘No Stylist’, 멜로디컬한 기타 사운드를 기저에 둔 특유의 대중성으로 많은 이들에게 어필할 듯한 ‘Slow Motion’과 같은 곡들에서 이전에 크루가 보여주었던 공격적인 성향에서 벗어난 또 다른 측면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제이피 더 웨이비 & 뱅크롤 갓 잇(JP THE WAVY & Bankroll Got It) < BANKROLL WAVY > 

다수의 피처링과 활발한 작품활동으로 해외에서도 여러 러브콜을 받고 있는 래퍼 제이피 더 웨이비가 LA를 거점으로 하는 3형제 프로듀서 뱅크롤 갓 잇과 콜라보레이션을 감행했다. 계기를 찾아보니 2021년 ‘WAVYBODY’를 함께 작업하면서 구체화된 작업물이라고. 확실히 그의 정규작이나 그 외 일본에서 발매한 작품과는 다른 방향성을 펼쳐내는 모습이며, 에이위치나 렉스, 아나키 등의 자국 래퍼뿐만 아니라 오티 제네시스(O.T. Genesis)나 릴 키드(Lil Keed) 등 미국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장르의 매력을 보다 깊게 우려낸 흔적이 역력하다. 원래 제이피 더 웨이브를 좋아하던 입장에서는 하나의 선물같은 작품처럼 다가오기도. 더불어 해외 아티스트와의 합작도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프로듀싱 측면에 큰 점수를 주고 싶은 작품이기도 하다. 


아듀(adieu) < adieu 3 >

일본의 배우 겸 패션모델과 가수를 겸하고 있는 동시에 성우 카미시라이시 모네의 동생이기도 한 카미시라이시 모카의 또 다른 페르소나 아듀의 세번째 미니앨범. 다른 배우/성우 겸업 가수들과 비교하면, 그래도 이쪽은 보다 ‘작품으로서’ 신경을 쓴 흔적이 느껴진다. 오부쿠로 나리아키와 스카토(スカート) 명의로 활동 중인 사와베 와타루, 현 시점에서 최고의 주가를 달리는 프로듀서 야플 등 유명 송메이커 들이 참여하기는 했으나, 그래도 독창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 적지 않아 가수로서의 그를 오롯이 받아들이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몽환적인 분위기에서 시작해 해상도를 갑자기 높여 다가오는 ‘景色 / 欄干’을 특히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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